그때 그 시절의 PC통신과 SW

Fact/과학-컴퓨터 · 2009. 12. 3. 23:20
격세지감이라 했던가. 작금의 컴퓨팅 환경을 보면 10년 전의 컴퓨팅 환경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지금부터 10년 전의 컴퓨터 처리능력, 저장능력, 기능은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다. 인터넷 속도만 비교해봐도 100배가 넘으며 하드디스크 저장용량도 100배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그 시절에는 그런대로 만족하며 잘 사용했었다. ‘삐이익~’거리는 모뎀 접속음과 함께 PC통신에 연결했었고 그림 한 장 다운로드 하는데 몇 분이나 걸려도 인내하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조차 배워야 할만큼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물어보고 매뉴얼 봐가면서 사용했었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1. 열악한 하드웨어와 번잡한 하드웨어 설정

당시 사용하던 컴퓨터의 시스템 정보를 살펴본 화면이다. 당시 최고 사양의 컴퓨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램이 64MB에 불과하고 하드디스크도 2GB가 채 되지 않는다. 요즘 판매되는 컴퓨터 사양이 램은 512MB, 하드디스크는 80GB가 기본인 것과 비교해보면 변화상을 알 수 있다. 그때는 AGP 슬롯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VESA 혹은 PCI 방식의 그래픽 카드가 사용되었었다. 기타 도터보드로는 사운드 카드, 랜 카드 등이었으며 ISA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이러한 하드웨어는 지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골치가 있었다. 바로 프로그램마다 드라이버를 제각각 설정을 해줘야만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에 장착된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려면 각각의 프로그램에서 사용 중인 그래픽 카드를 프로그램에서 선택해줘야만 했다. 각 프로그램마다 이러한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해 컴퓨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AS를 요청하기가 부지기수였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하던 각종 게임들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픽 카드는 물론 사운드 카드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소리도 나지 않는 게임을 즐기기 일쑤였다. 게다가 프로그램에서 컴퓨터에 장착된 사운드 카드 등을 지원하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도스, 윈도우 3.1을 사용하던 때에 고질적인 문제는 메모리였다. 도스 운영체제는 기본 메모리로 640KB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무리 램의 용량이 많아도 기본 메모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소프트웨어 사용 중에 ‘메모리가 부족합니다.’라는 에러 메시지를 만나기가 다반사였다. 그런 이유로 각 프로그램마다 가상 메모리, 확장 메모리 등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곤 했었다. 툭 하면 메모리 부족 에러를 접해서 메모리 사용이 많은 게임 등을 사용하는데 애를 먹곤 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모리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메모리 최적화 프로그램마저 판매되기까지 했다. 운영체제가 효율적으로 메모리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별도의 유틸리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틸리티를 이용해 게임용, PC통신용, 문서작성용 등으로 다양한 컴퓨터 작업에 맞는 메모리 설정을 저장해두고 컴퓨터를 켤 때마다 선택해서 부팅하곤 했었다. 게임을 하다가 PC통신을 하려면 컴퓨터를 재부팅해서 PC통신용으로 적합하게 설정된 메모리 값을 선택했었다.



그런 이유로 컴퓨터가 부팅될 때 불러들이는 config.sys, autoexec.bat의 초기화 파일은 암호 코드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지금 우리는 윈도우가 이러한 메모리 관리를 모두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굳이 초기화 파일을 직접 편집하거나 별도의 메모리 유틸리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때 그 시절에는 이러한 것을 사용자가 해야만 했다.





2. 시대를 풍미했던 소프트웨어

도스가 지배하던 그 때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신토불이가 팽배해 있었다. PC통신은 이야기, 워드프로세서는 아래아 한글, 파일관리자는 Mdir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컴퓨터 사용자치고 이야기, 한글, Mdir을 모르면 간첩이라 불리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한글을 제외하고 이들 프로그램이 남아 있지를 않다. 격세지감이다.
세계적인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는 PC통신을 이용하던 시절부터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들이 있었다. 이렇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진행되었던 게임을 가리켜 머드게임이라 불리었고 다양한 머드 동호회와 게임이 사용자들을 유혹했다. 밤새 파란화면의 PC통신창에서 키보드를 두드려대며 다른 머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며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즐겼다. 물론 지금과 같은 그래픽 환경은 기대도 하지 못했었다.



2% 아니 20% 이상이나 부족하던 도스를 보조하기 위해 노턴에서는 다양한 유틸리티를 제공했었다. NC라 불리는 노턴 커맨더는 사용하기 어려운 도스의 파일 관리 기능을 보조하기 위해 제공되던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노턴에서는 다양한 시스템 유틸리티를 제공해 도스의 부족함을 메꿔 주었다.



하지만 파일 관리 기능의 넘버원은 Mdir이었다. Mdir은 키보드만으로 손쉽게 폴더와 드라이브를 옮겨가며 파일을 확인하고 복사, 이동, 삭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게다가 메모리도 적게 차지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도 무척 유용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개발한 Mdir은 무료로 공개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다가 Windows 버전까지 출시되었지만, 이후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윈도우 탐색기에 익숙해지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컴퓨터 사용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1990년대를 풍미했던 신토불이 소프트웨어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업그레이드는 컴퓨터 사용자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컴퓨터 관련 동호회에서도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꽃이 만발했다.



1990년대에는 9600bps, 14.4Kbps 28,8Kbps, 56Kbps 등의 속도를 가진 모뎀이 주름 잡았다. 모뎀을 이용한 PC통신 연결은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 전화선을 모뎀에 꽂고 이야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PC통신사의 접속 전화번호에 접속을 시도하면 전화 다이얼 소리와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 연결된다. 그런데 때로 사용자가 많은 경우에는 통화 중으로 연결이 제대로 안되거나 연결된 후에도 금새 접속이 끊기고 만다. 어렵게 연결한 PC통신에서 튕겨져 나와 끊기게 될 때 느끼는 허망함이란… 98년 7월 두루넷의 케이블 모뎀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가슴 졸여가며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을 사용했었다.



PC통신은 지금의 포탈 사이트처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뉴스부터 시작해서 자료실, 전자우편, 대화방 등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 거리들이 제공되었다. 특히 동호회에서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을 만날 수 있어 지금의 카페, 커뮤니티와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이러한 PC통신의 재미에 빠져 밤새 통신을 하다 보면 월 전화비가 10여 만원이 넘기가 일쑤였다. 이후 CO-LAN, 케이블 모뎀 등의 정액제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하루 종일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자료실에는 수많은 게임과 소프트웨어, 리포트 등의 자료가 그득했다. 특히 사설 BBS에 가입하면 돈주고 구입해야만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사설 BBS의 매력에 빠져 파일 업로드와 다운로드 삼매경에 빠져 밤을 꼴딱 새운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러한 통신의 중심에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1995년부터 불어 닥친 GUI 열풍과 윈도우의 대중화에 이야기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반면 한글은 비록 늦긴 했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의 대세를 읽고 윈도우용 한글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윈도우용 이야기 개발에 뒤늦게 대처했고 또한 PC통신이 인터넷으로 빠르게 대처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한글의 승승장구와 함께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훈민정음, 일사천리, 문방사우 등의 토종 프로그램들이 가세하면서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윈도우용 프로그램 개발에 뒤늦게 대처하거나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회사 운영 자금의 압박 등으로 인해 지금은 훈민정음과 한글만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수성하고 있다.



CUI(Character User Interface) 방식의 불편한 도스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GUI(Graphic User Interface) 방식의 윈도우는 1985년에 1.0으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1990년 10월에 한글 방식의 윈도우가 3.0으로 첫 출시되었으며, 1993년 5월에 한글 윈도우 3.1이 소개되면서 윈도우 사용자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 윈도우 3.1은 불안정하고 도스와 완전 결별하지 못해 메모리 관리 등의 한계를 드러내어 윈도우 95가 출시될 때까지 윈도우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이후 윈도우 95가 출시되면서 우리의 컴퓨터 사용 환경은 도스 시절에 비해 훨씬 편해지게 되었다.





3. 인터넷의 놀라운 진화

컴퓨팅 환경의 변화 중에 가장 놀랄만한 것은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전환과 네트워크 인프라의 성장이다. 그 때 그 시절에 PC통신으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1MB 파일을 다운로드 하는데도 5분이나 걸렸지만 지금은 수 초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일을 주고 받을 때는 디스켓이 필수적이었다. CD가 대중화되지 못해 10MB 정도의 파일을 전달하는 데만 해도 10여장의 디스켓을 들고 다녀야 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바둑이나 장기 등을 PC통신으로 다른 사용자와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네트워크 게임은 지금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때는 이렇게 PC통신으로 바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고 감동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PC통신에서 멈추지 않았다. 1996년부터 인터넷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가 등장하고 WWW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PC통신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때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윈도우에서 SLIP/PPP 등의 프로토콜을 이용해야 했으며 ISP마다 접속번호와 연결 방식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하려는 사용자에게는 이것이 엄청난 난관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세이클럽으로 유명한 네오위즈라는 회사가 1997년 2월에 자동으로 인터넷 접속을 해주는 원클릭이란 서비스를 제공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2004년 2월29일자로 서비스가 중단되기 전까지 꾸준히 애용되었다.



급속히 확대되어 가는 인터넷 시장에 PC통신사인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은 기존에 제공되던 폐쇄적인 자사의 PC통신 서비스를 전용 에뮬레이터를 이용해서 윈도우 환경에 맞는 그래픽적인 인터페이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비주얼하게 제공되던 PC통신의 서비스는 전용 에뮬레이터 설치의 번거로움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WWW의 물결에 힘없이 고꾸라지고 만다. 거기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넷, 하나로, KT 등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 시장은 더욱 커져만 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터넷 시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중적인 서비스인 WWW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웹브라우저였다. 대표적인 웹브라우저는 넷스케이프였고 넷스케이프는 WWW 외에도 전자우편과 유즈넷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스턴트 메신저인 ICQ도 폭발적으로 성장해가는 인터넷 시장에 인기 소프트웨어였다. 하지만 그 시장을 MS는 윈도우에 기본적으로 포함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웹브라우저), MSN 메신저(인스턴트 메신저)를 제공하면서 장악하게 되었다.



이렇게 컴퓨팅 시장이 인터넷 중심으로 급변하기 시장하면서 인터넷 붐이 일었고 수많은 벤처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9년 10월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가 오픈 되었다. 이후 2000년에 한국, 일본에서도 서비스가 오픈 되며 다이얼패드는 증권가에서도 최고의 증권으로 평가되며 승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미국 다이얼패드는 파산 직전까지 가고 지금은 야후에 인수되어 일장춘몽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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