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깊은 국수 스펙트럼, 은어도 재료가 된다

Fact/여행-음식 · 2009. 12. 5. 00:06

 

한반도 국수 재료는 원래 메밀이었다. 밀가루보다 구하기가 쉬웠던 때문이다. 고려 때 중국에서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웠으나 귀한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를 썼다는 기록이 전한다. 유학자 이시명의 아내 안동 장씨의 요리책 『음식디미방』(1670년)에선 메밀을 으뜸가는 국수 재료로 소개하기도 했다. 장씨는 이 책에서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반죽한 후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쓰고 있다. 조선 2대 냉면으로 꼽히는 평양냉면·진주냉면, 막국수의 기본 재료 또한 메밀이다. 물론 밀국수·녹두국수·올챙이국수 등 다른 재료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야말로 특별한 경우 먹는 음식이었다.

구하기 쉬운 재료가 국수가 됐다

메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구황작물로 구하기 쉬운 재료였던 때문이다.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기간이 짧은 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재배 면적이 적지 않았다. 가을이면 농번기 때 물을 대지 못해 모내기를 놓친 논은 물론, 산간지방에서도 메밀꽃이 피었다. 이렇게 수확한 메밀을 빻은 후 끈기를 더하기 위해 전분을 섞어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메밀은 상류층에는 별미로, 서민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식량이었다.

산간지방에서는 감자 녹말이 국수가 됐다. 가늘게 뽑기 힘든 성질 때문에 수제비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 동그랗게 만든 것이 감자옹심이다. 옥수수 가루를 사용하기도 했다. 반죽한 후 손으로 뚝뚝 떼어 조리한 것이 강냉이수제비, 걸죽한 반죽을 구멍 뚫린 바가지를 통해 내려 끓이면 올챙이국수가 된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전분 반죽을 압축해 면을 뽑았다. 여기에 고기나 생선회 등을 고명으로 얹어 얼큰하게 비벼먹었다. 평양냉면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함흥냉면이다. 북한의 『조선의 민속전통』(북한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1994년)은 이를 ‘농마국수’ ‘회국수’라 소개하고 있다.

꿩·은어·멸치…신비한 육수의 세계

‘국수를 먹을 때 중국인은 함께 끓인 채소·고기 등 건더기를 먹고, 일본인은 면을 먹고, 한국인은 국물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국수의 비결과 맛의 원천은 육수에서 나온다.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식혀 국수를 말아먹으면 ‘비할 데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각종 문헌은 적고 있다.

특히 평양냉면의 경우 ‘육수 전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제대로 된 평양냉면 육수’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원래 평양냉면은 ‘꿩고기 육수로 동치미를 담아 여기에 메밀국수를 말아먹었다’는 게 정설이다. 육수를 낼 만큼 꿩이 많이 잡혔을까? 김영복 전통향토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우리가 소를 잡아먹게 된 역사는 오래지 않지만, 꿩은 오일장마다 많이 등장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꿩이 귀해진 요즘, 평양냉면 전문점들은 대부분 사태·양지 등 쇠고기로 국물을 낸다.

안동 건진국시는 은어를 달인 장국을 쓴다. 여기에 밀가루와 콩가루를 반반씩 섞어 반죽한 국수를 만다. 기품 있는 외모는 물론 맛도 좋아 은어를 흔히 수중군자(水中君子)에 빗대기도 하는데, 잡힐 때 “죽는 것은 괜찮으나 상놈의 입에 들어갈까 슬프다”고 유언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남긴 생선이다.

진주냉면 육수는 멸치 장국이다. 멸치 외에 개발(바지락)·건홍합·마른 명태·표고버섯 등을 넣고, 재래식 간장으로 간을 맞춰 멸치장국을 만들었다. 잔치국수 또한 멸치가 기본 재료다. 메밀국수는 삶은 후 양념을 하지 않고 바로 먹기도 했다. 별도의 육수가 필요없을 만큼 메밀 특유의 향이 삶은 국물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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