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고르기’ 심평원 홈피 100% 활용법

Fact/의학-건강 · 2010. 3. 30. 21:32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약국을 제외한 전국 의료기관은 5만900여 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막상 병원을 가려면 어디가 좋은지 알 수 없어 막막한 적이 많을 겁니다. 이럴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홈페이지(www.hira.or.kr)를 찾아보세요. 심평원은 여러분의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쓰이는지, 즉 병·의원이나 약국이 적절한 진료와 처방을 하는지 심사·평가하는 기관입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쏠쏠한 정보가 제법 많답니다.

 

이사간 동네, ‘가정 주치의’ 병원 만들려면

 

이사를 앞둔 30대 주부 A씨. 어린 자녀들을 비롯해 온 가족이 다닐 만한 동네 의원을 미리 봐두려 합니다. 소아과와 내과, 가정의학과 중 두 곳 정도를 ‘가정주치의’로 정할 생각입니다.

 

우선 심평원 홈피로 들어가 윗줄의 ‘병원·질병정보’ 중에서 ‘병원상세정보’를 선택합니다. 소재지 조회를 하면 A씨가 이사 갈 동네의 의료기관 정보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일단 병원 구분을 ‘의원’으로 하고 검색하면 10곳의 목록이 뜹니다. 각각을 클릭하면 위치와 전문의 숫자, 전공분야, 진료 과목, 보유 의료장비 등 기본 현황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이사 갈 집 바로 앞의 ‘○○내과의원’은 내과 전문의가 두 명 있고, 이비인후과·소아과 진료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눈여겨봐야 할 항목은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률, 처방약 품목 수입니다. ‘병원평가결과’를 한번 더 클릭하면 유사한 규모의 의료기관 평균치와 해당 병원의 수치가 비교돼 나옵니다. 별표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속이 차 있으면(★★) 평균치보다 좋고 하나가 비었으면(★☆) 평균치보다 나쁘다는 뜻입니다. 차이는 아래 막대 그래프와 수치로 비교돼 있습니다. 세 가지 평가치 모두 숫자가 적은 게 좋습니다. 감기 등엔 항생제를 써 봐야 내성만 키울 뿐 대부분 소용이 없습니다. 또 주사는 효과가 빠른 반면 부작용도 그만큼 빨리 나타날 수 있는 데다 같은 성분의 약보다 대개 비쌉니다. 종합병원이나 특수병원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찾아보면 됩니다.

 

뇌졸중·심장질환 등 응급상황 걱정된다면

 

40대 직장인 B씨는 지난해 아버지가 급성심근경색증(심장마비)으로 사망한 뒤 가슴을 쳤습니다. 조금만 일찍 응급실로 옮겼더라면 사망에 이르진 않았을 거라는 후회 때문이죠. 고혈압 증상이 있는 B씨는 자신도 언제 쓰러질지 몰라 불안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응급상황 시 갈 만한 병원을 미리 봐두었다가 가족이나 친지에게 알려두면 좋습니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은 얼마나 신속히 병원으로 가 응급조치를 받느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병원 규모나 유명도보다는 위치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간 병원이 경험이 적어 적절한 진료를 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것도 낭패겠죠.

 

‘병원·질병정보→병원평가정보→평가항목찾기’로 들어가 ‘급성심근경색증’이나 ‘급성기 뇌졸중’을 선택한 뒤 소재지 정보를 입력합니다. 서울은 각각 42개씩의 병원이 검색됩니다. 이번엔 별표 다섯 개로 전반적인 평가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역시 속이 찬 별이 많을수록 평가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각 병원의 별표를 클릭하면 세부 평가항목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급성심근경색증의 경우 종합병원과 대형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급을 따로 평가해 별표도 녹색과 주황색으로 달리 표시해 놓았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진료경험(대상 건수)이 얼마나 풍부한지, 시간대별로 필요한 조치를 얼마나 잘 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 상태를 고려한 ‘병원 내 사망률’과 ‘입원 30일 내 사망률’이 나와 있어 치료 결과도 가늠해 볼 수 있답니다.

 

소위 ‘빅 5’로 불리는 병원들의 급성심근경색증 진료평가 결과(2008년)를 비교해 볼까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이 각각 최우수등급인 별 5개씩을 받았습니다. 이중 진료경험은 세브란스병원(364건)과 서울아산병원(319건)이 대학병원급 평균(197건)은 물론 삼성서울병원(222건)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반면 원내 사망률(평균 7.4%)과 입원 30일 내 사망률(평균 8.2%)은 삼성서울병원(각각 5.6, 5.4%)이 세 곳 중 가장 낮습니다.

 

평소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평가항목찾기→수술별 진료량’에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과 ‘관상동맥우회술’의 평가 결과도 확인해 두세요. 좁아진 동맥을 넓혀 주거나, 막힌 동맥을 대신할 만한 혈관을 심장에 이어주는 수술입니다. 속이 차 있는 별 두 개면 평균보다 수술 경험이 많다는 뜻입니다.

 

암 같은 큰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전남의 40대 주부 C씨는 최근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좀 더 큰 병원에서 간단히 수술을 받으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화순전남대병원이 괜찮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C씨는 서울의 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입니다.

 

최근엔 암 진료 경험이 풍부하고 서울 대형병원들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갖춘 지방병원들도 있습니다. 특히 조기 발견 시엔 수술이 간단하고 정기적인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다면 너무 멀리 오가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암 치료 병원을 선택할 때 심평원 홈피를 통해 확인해볼 만한 정보는 진료량과 진료비, 그리고 입원 일수입니다. 진료량은 해당 암의 수술 경험을 의료의 질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를테면 위암 수술의 경우 결과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보는 기준 건수는 연간 41건입니다. C씨의 경우 ‘병원·질병정보→병원평가정보→수술별 진료량’에서 ‘위암’을 선택하고 우선 전남에 있는 병원들을 확인해 봅니다. 종합병원 6곳, 일반병원 3곳이 검색됩니다. 이 중 진료량 기준을 통과한 곳(★★), 즉 위암수술을 연간 41건 이상 한 곳은 화순전남대병원 뿐이네요. 별표를 다시 클릭해 보면 좀 더 상세한 정보가 나옵니다. 위암 외에도 간암·대장암·식도암·췌장암·조혈모이식술 등의 다른 수술은 기준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해당 병원은 어떤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평균 수술비·입원일수까지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병원의 수술비나 입원일수는 얼마나 될까요. 심평원의 병원별 주요 수술에 대한 입원일수와 진료비 정보는 2008년도 기준입니다. 병원별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입원일수나 진료비가 동급병원 평균보다 지나치게 많다면 의료서비스나 과정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 ‘병원·질병정보→병원진료비정보→병원별 정보’에서 역시 위암수술을 선택한 뒤 소재지를 입력해 찾아볼까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위암 ‘부분 절제술’을 받을 때의 입원일수는 평균 11.3일, 입원비를 포함한 수술비는 450만7000원입니다. 다른 종합병원 평균(16.1일, 500만5000원)보다 입원일수가 훨씬 짧고 돈도 적게 드는 편입니다. 혹시 서울 대형병원은 어떨지 한번 비교해 볼까요. 서울대병원의 경우 평균 입원일수가 14.9일, 수술비가 476만8000원입니다. 이 정도라면 C씨가 굳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대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죠.

 

암 등 큰 수술을 받을 병원을 선택할 때 또 하나 점검해볼 만한 지표는 예방적 항생제를 얼마나 적절하게 쓰는지입니다. 수술 후 세균 감염을 얼마나 철저하게 방지하는지가 빠른 회복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병원평가정보→수술의 예방적 항생제’를 클릭하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출산·화상·요양 등 특수한 경우

 

또 ‘병원·질병정보→병원상세정보→특수병원’으로 들어가 보면 특정 시술이 필요한 다양한 병원들의 정보가 나옵니다. 먼저 ‘특정분야’를 선택하면 노인들을 모실 만한 요양병원이나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춘 병원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의 경우 서비스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자 대비 간호 인력의 수나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수 등을 살펴두면 좋습니다. 또 미숙아 출산 등이 염려되는 경우라면 미리 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을 알아두는 게 필요합니다.

 

‘특정수술·시술’을 선택하면 혈액투석, 화상치료, 손·발가락 접합술, 망막수술 등을 하는 병원들의 명단이 나옵니다. 화상치료는 많은 전문인력과 치료재료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화상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손·발가락 접합술의 경우 혈관·뼈·힘줄·신경·피부 등을 제대로 맞춰주는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심평원 홈피에 나온 주요 정보 몇 가지 찾는 법을 우선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차근차근 홈피를 돌아보셨다면 그밖에 또 어떤 유용한 정보가 있는지 알아채셨을 거예요. 다음 번엔 진료비와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