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케어 헤드헌터 100인이 말하는 전문직 시니어 재취업 가이드 팁10

Fact/자녀-교육 · 2013. 9. 17. 13:10

지난 연말 글로벌 해운회사 전무로 일하다 퇴직한 김모(51)씨. 그는 요즘 불안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삶이 편하고 좋았다. 성과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살벌한 분위기의 임원회의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친척과 지인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놀아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들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들은 취업이 막막하다. 자녀들이 취업한다고 해도 결혼시킬 일을 생각하니 두둑하다고 생각했던 퇴직금도 머잖아 바닥을 보일 듯하다.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보지만 50대 이상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경비, 택시기사, 생산보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 가기엔 유수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고 영어도 유창한 자신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김씨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은퇴 후 재취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회장 신현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재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50세 이상의 구직자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커리어케어에 이력서를 제출한 50세 이상 구직자는 총 2116명이었다. 월 평균 176명가량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8월까지 이미 2025명을 넘었고 이는 월 평균 253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연말까지 3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위 임직원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연륜을 두루 갖춘 장년 퇴직자의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재취업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는 법! 모든 이들이 능력을 묵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에는 눈높이에 맞는 이직 전략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도 분명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커리어를 연장한 비법은 무엇인지, 커리어케어 헤드헌터 100인으로부터 고학력 전문직 시니어 ‘재취업 가이드 팁(tip) 10’을 들어 보았다.


1. 눈높이 낮춰라!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일정 지위 이상에 있었다면 눈높이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50세가 넘어 퇴직을 할 경우 재취업할 수 있는 자리는 CEO급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동일한 직급, 동일한 급여 수준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전에 받았던 급여나 지위 등은 과감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눈높이를 낮추면 갈 수 있는 자리가 보인다. 풀타임(full-time)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파트타임(part-time)이나 자문위원, 고문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나 글로벌 외국계 회사는 경쟁이 치열하다.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며 조직 내부의 경쟁도 치열하다. 은퇴한 외부인에게 문을 열어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시니어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견·중소기업에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임할 수 있다.


2. 지금 당장 시작하라!

앞서 말한 김씨의 사례처럼 퇴직 후의 자유로움을 즐기느라 재취업을 뒤로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몇 달 쉬고 시작해야지’ ‘실업수당 받은 후에 찾아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재취업 시기를 늦추다 보면 기회를 놓치기 쉽다. 매년 인사철이 되면 수많은 임직원이 퇴직을 한다. 작년 말 S그룹 계열사 한 곳에서만 20명 가까운 임원이 퇴직했다. S그룹 전체, 30대 그룹 계열사, 유명 외국계 기업 등으로 확장해 보면 매년 퇴직하는 임직원의 수는 실로 엄청나다. 시기를 늦출수록 경쟁자는 더 늘어나고 자신의 실전감각은 더욱 무뎌져 간다. 재취업은 무조건 빨리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퇴직 전부터 재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3. 어깨에 힘 빼라!

자신의 포지션이 임원 및 간부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는 구직자로 변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커리어케어 박선규 상무에 의하면 간혹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헤드헌터의 요청에 “어느 기업 임원이었고 부사장이었다고 말씀드렸으면 제 경력에 대해 충분히 아실 만한데, 이력서까지 써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시니어가 면접관(interviewer)에는 익숙하지만 면접자(interviewee)가 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자신의 성과와 리더십, 경쟁력 등을 면접관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자신이 면접자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


4. 세컨드 커리어(second career)는 필수다!

인생 제2막을 위해서는 제2의 커리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몇 번의 재취업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면 ‘과연 계속 일할 수 있겠어?’ ‘나이든 나에게 다시 기회가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꼭 할 일을 찾아야 해!’와 같은 적극적 의지와 ‘난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5.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활용, 2:8 법칙을 이용하라!

은퇴 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기 쉽다. 그러나 재취업 기회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공채뿐만 아니라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기회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 분야, 재취업 의지 등을 두루 홍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때 ‘2:8 법칙’을 이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는 재취업을 위해 10명의 사람을 만난다고 가정할 때 가까운 사람은 2명을 만나고, 알고 지내는 사람은 8명을 만나라는 뜻이다. 의외로 가까운 사람보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좋은 자리를 소개해 줄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소수를 만나기보다는 다수를 만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6. 동종 기업이 아니어도 좋다!

동종업계의 기업이나 조직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동종업계로의 재취업이 불가능하다면 사고를 전환하여 대학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후배 양성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전문대학은 물론이고 4년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업계의 전문가를 교수 및 강사로 채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학협력 체계가 있는 기업 출신이라면 교사·강사로의 전직 기회를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다. 또한 교수나 강사가 아니더라도 각종 취업 및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업계의 시니어를 찾기도 한다. 외국계 은행에서 상무로 은퇴한 이모씨는 은퇴 후 저축은행 고문으로 자리를 옮김과 동시에 한 대학에서 금융실무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비슷한 연봉과 처우를 바라기보다는 자신의 연륜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7. 쉽게 부르는 회사는 꼼꼼히 따져 봐라!

정상적인 회사로 위장한 다단계 회사들이 경륜 있는 분들의 경험을 산다는 명분하에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에 불러주는 곳이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입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은퇴자의 급한 마음을 악용하여 퇴직금 등의 목돈을 노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주의가 필요하다.


8. 전문성 없는 창업은 위험하다!

재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은퇴 후 쉽게 선택하는 창업 아이템이 소규모 음식점이나 치킨가게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낮지만 경쟁률이 매우 높다. 과장된 말이지만 한 가게 건너 하나에 치킨가게가 있다. 노후보장을 위해 시작한 치킨가게로 인해 오히려 퇴직금을 다 써버릴 수 있다. 창업을 원한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철저한 사전 검증과 준비가 필요하다.


9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라!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평소 꾸준히 유지했던 취미 생활을 직업이나 사업으로 발전시키거나, 하고 싶었으나 도전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하는 것도 제2의 커리어를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재교육 과정이나 자격증 등을 찾아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10.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이다. 자기관리에는 업무 능력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모 및 건강 관리, 이미지 메이킹, 평판 관리 등 많은 부분이 포함된다. 특히 시니어일수록 외모 및 건강 관리, 이미지 메이킹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하고자 하는 열정과, 그 일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사회의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또한 시니어에 맞는 리더십과 도덕성 등을 유지하여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임원 전문 헤드헌터가 말하는 재취업 시장의 현주소
  
“임원급 퇴직자 1년 새 3배, 재취업 성공은 10%에 그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한 작년은 재작년에 비해 고학력 전문직 시니어 퇴직자가 3배 정도 늘었습니다. 올해는 증권사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서 재취업 시장이 더 안 좋습니다.”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 박선규(44) 상무는 “갑자기 고급 인력들이 재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인력 시장이 상부 인력이 넘쳐나는 역삼각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급 인력들이 대규모로 사장되는 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시니어 재취업 준비자들이나 정책당국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규 상무는 국내 최대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회장 신현만)에서 고학력 전문직 시니어, 이른바 임원급 재취업만 11년째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 현대자동차에서 영업을 담당하다 헤드헌터 분야에 뛰어들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박 상무에 따르면, 임원급 재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구직자 수의 증가는 커리어케어에 날아드는 이력서의 수치로도 드러난다. “작년에 들어온 이력서만 2000건이 넘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된 2010년 이전보다 3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3000건이 넘을 전망입니다. 올해 국내 굴지 그룹의 경우 한 계열사에서 퇴직하는 임원만 20명입니다. 그룹 전체로는 200명이 나온다는 계산이고, 이게 중견그룹까지 확대되면 3000명은 금방 넘습니다.”

 

심각한 것은 이들 임원급 퇴직자 중 재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극히 적다는 점. 박 상무는 “재작년부터 시장에 쏟아져 나온 임원급 퇴직자 중 10%만이 재취업에 성공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박 상무에 따르면, 임원급 퇴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가 근무하던 곳의 수준만을 생각하면서 쉽게 직장 수준을 낮춰서 가지 못한다. “굴지의 대기업일수록 자문역, 고문역의 명목으로 최소 6개월 정도는 생활을 보장해줍니다. 당장 급한 게 없으니 재취업 눈높이를 낮추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상담한 한 퇴직 임원의 경우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에 거부 반응을 보이다 결국 1년 이상 놀고 말았습니다. 이분이 최근 저를 찾아와 눈물을 보이면서 ‘그때 박 상무 얘기를 들었어야 했다’며 후회하더군요.”

 

반면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을 성공적으로 이룬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일자리를 구해드린 분은 종합상사 퇴직 임원입니다. 이분을 벤처기업에 취직시켜 드렸는데, 본인이나 벤처회사 오너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분처럼 눈높이를 낮춰서 가면 자기 역할을 찾기가 쉽습니다. 특히 국내 벤처기업들은 직원의 연령층이 낮고 경험이 적어 상대적으로 경험 많은 대기업 퇴직 임원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종합상사 출신은 영업은 기본으로 되고 기획 능력까지 있는 경우가 많아 벤처기업이 좋아합니다.”

 

퇴직 임원들의 재취업이 쉽지 않은 데는 구인자 측에도 요인이 있다. 특히 임원급 재취업의 최종 결정권자인 오너들의 경우 막판에 가서 결정을 뒤집는 일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모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컨설팅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분이 임원 면접까지 보고 오너하고 점심만 먹으면 최종적으로 취업이 결정되기로 했는데, 점심을 먹고 난 후 오너가 합격이 아닌 탈락 통보를 하더군요. 오너들의 경우 자기가 뽑으려는 사람이 4~5가지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더라도 한 가지가 모자라면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 한 가지 때문에 떨어뜨리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퇴직 임원의 재취업은 그 이하 직급들의 재취업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박 상무의 조언이다. “한번 프로세싱에 들어가면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오너들이 결론을 내놓고도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너 입장에서 임원 채용은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것저것 판단할 것들이 많은 거죠.”

 

박 상무는 퇴직 임원급들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보면 80%가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현실과의 괴리감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퇴직한 후 6개월간은 직장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러주는 사람도 많고, 이때는 자기의 처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1년이 지나기 시작하면 주변의 사람들도 떠나고 혼자서 산에 가는 분들이 많아지죠. 눈높이를 낮춰 재취업을 하려고 뛰어들지만 이때는 이미 현장에서 떠나온 지 오래됐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퇴직한 지 1년6개월쯤 되면 자포자기 심정이 되기 쉽습니다. 이때를 거치면 처음과는 정반대로 80%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되죠.”

 

박 상무는 임원급 퇴직자가 재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경험 많은 고급 인력들의 재취업을 촉진할 방안을 정책적으로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 등 퇴직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공정보망도 있지만 임원급 퇴직자들은 이런 정보에도 취약하다”며 “특히 금융권 퇴직 임원들처럼 프라이드가 강해 공개적인 구직 자체를 꺼리는 경우는 더욱 재취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원부터 임원급까지 2000명 이상의 직장인에게 주간레터를 보내고 있다는 박 상무는 “임원급 퇴직자들이 과거보다 세 배 이상 늘다 보니 내가 할 일도 세 배 이상 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