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이사가면서 깨달은 것

Archive/글 · 2018. 12. 7. 12:40

1. 어느 건물이든 꼭대기 층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펜트 하우스는 여러분이 있을 곳이 아니다. 


2. 도시형 생활 주택은 대부분 근저당이 잡혀있다. 전세대출이 안된다고 생각해야하며 월세로 살거나 반전세로 가야하기 때문에 이년 이상 살 생각은 버리자. 


3. 오래된 아파트는 짐을 옮길 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받는 곳이 있다. 사다리차를 쓰자. 

그리고 천하의 방랑자 같은게 아니라면 그냥 포장이사 하자. 버릴거 다 버려놓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가져가주세요. 라고 하고 청소나 하자. 


3-1. 사다리차를 쓰면 이사도 더 빠르다. 


4. 보통 이사 청소는 입주 전 청소, 이사 후 청소로 나눠지지만 실제로는 거의 입주 전 청소. 시세는 평*만원. 원룸 청소는 일괄 십만원 정도. 

본인이 하겠다고 까불지 말고 그냥 부르자. 곰팡이 제거는 도배 정도는 해줘야 그나마 효과가 있지만 일반인 장비로는 닦아내기도 힘들다. 


5. 여러분이 어떻게 살든 혼자 산다면 쌀밥을 집에서 해먹는 식생활은 비효율적이다. 시간, 돈, 그리고 공간 모두 말이다. 


6.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 바로 얼려서 한 꺼번에 처리하자. 

혼자 산다는 것은 당신 집을 어떤 녀석이 끊임없이 어지르는데 그걸 치울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는 뜻이다. 


7.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고 집을 구하기 시작하자. 보통 조건 중, 가격 위치 주거 형태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부터 담보 크기 조용함 깨끗함 오래됨 입지 층고 주변 환경 등 좀 더 세부적으로 조건이 생겨난다. 남들이 별로인 곳이 본인에겐 좋을 수 있다. 


8. 가장 중요한 가구는 침대, 가장 중요한 전자제품은 온열냉방기구, 세탁기, 냉장고 순이다. 

사실 이것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아 나약한 현대 문명인 


9. 여러분의 시간과 체력이 중요한 자원이듯이 공간 또한 중요한 자원이다. 미니멀리즘은 인간습성을 정면으로 배신한다. 

그걸 속이기 위해 수납이라는 것이 있다. 너무나 칸트적인 행위인 것이다. 


10. 집안에 휴지통이 없으면 인간은 바닥에 쓰레기를 방치하기 시작한다. 

홍대를 헤매는 서울시민들처럼 말이다. 여러분의 본성을 시험하지 말고 곳곳이 쓰레기통을 두자 


11. 공인중개사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 가지고 있는 물건이 큰 차이는 안나지만 성실하고 불성실함의 차이는 많이 난다. 

님이 내는 복비는 생각보다 작지 않다. 모르면 물어보자 꼬치꼬치 

가령 계약서 작성 후 바로 주소지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든가는 중요한데 잘 말해주지 않는다 


12. 도로 주변의 집은 시끄럽고 먼지가 많다. 맥세권에서 살면 빅맥만큼 먼지도 많이 먹는다. 


13. 복도형 아파트에 산다는 건, 밤이나 낮이나 복도를 지나갈 때 개가 짖는 소리에 익숙해져야한다는 뜻이다. 


14-1.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은 조명이다. 14-2 남의 집에서는 조명에 공들여봤자 좋을 것 없다. 14-3 백색광과 결별하자 14-4 전구 갈다 속터지지 말고 그냥 엘이디 전구 


15. 이케아 가구를 조립할 때는 친구를 속여서 부하로 써먹자. 

전동드릴, 고무망치, 펜치, 니퍼, 러그, 그리고 짜증나서 다 박살내는 걸 막아줄 평화로운 스웨디시 데쓰메탈이 필요하다. 


15-1. 이케아에 가기 전에 무슨 가구가 필요할지 생각해두고 -> 쇼룸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고 -> 이케아 스토어 앱에 저장한 다음 -> 각 코너의 직원들에게 상담을 받자. 

보통 의자 테이블이 조립하기 쉽고 책장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해서 베스토 같은 시스템가구 옷장 등은 하루 종일 걸린다. 


16. 수납은 무엇을 보이는 곳에 둘지, 어떤 범주를 설정하고 어디에 모아둘지가 요점이다. 훈장님이 꿀단지를 안 보이게 찬장에 넣어둔 것은 조세니즘 인테리어의 정점이다. 


17. 집안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말자. 색색깔로 셔츠를 구분해둔 연예인들의 집은 정리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정리하기 위해 신은 우리에게 <왕 자 행 거>를 내려주셨다. 


18. 알라딘에서 준 한정품,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고 나오니 준 예쁜 영화 기념품, 마트에서 받은 카카오 프렌즈 컵, 해피밀 토이, 다 하나 같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들이다. 이사 가기 전에 다 버리자. 


19.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면서 비싼 가전제품을 사는 것은 공간만 차지하는 쓰레기를 늘리기 때문이 나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전자제품/가구 구성을 보고 쓸모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예를 들어 스팀 다리미, 와인셀러, 건조기, 화장품 냉장고 등등 등등 


20. 원룸은 통벽으로 채광과 방한을 생각하지 않고 지어지기 때문에 외곽에 있는 건물이나 방은 피하자. 더럽게 춥다. 물론 가스비 얼마 안 나오니까 그냥 싼집 구하고 가스 풀로 트는 것도 방법이다. 


21. 이사할 때 이거 없으면 금방 죽겠지 싶은걸 제외하고 (1) 지금 버리면 또 사겠지 하는 것 (2) 언젠가 쓰지 않을까 싶은 것 (3) 아련한 추억이 있는 것. 모두 버려도 된다. 

보통 (2)는 전쟁이나 좀비 아포칼립스가 났을 때나 쓰게된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1등으로 죽자. 


22. 이사 비용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다. 예비비를 책정하고 현금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은행 모바일 앱을 깔고 OTP를 준비하자. 


23. 가스비 전기세 선정산은 관리인에게 현금으로 내거나 다음 세입자에게 계좌이체를 하게 되는데 한전이나 가스회사에 전화하면 현재 기준 사용금액을 알려준다. 원룸은 관리인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서 하게 되는데 나갈때 정산 장면을 꼭 보자. 


24. 돈이 없다 싶으면 유아동용 플라스틱 접시를 쓰는게 좋다. 깨지지 않고 안전하며 가볍고 대부분 싸다. 다이소 등의 유리접시는 싸지도 않으면서 놀랍도록 내구력이 약하다. 


물론 집에 누구도 초대할수 없게 되긴 한다. 

“민철씨...왜 집에 아기용 접시 밖에 없어요..?” 


25. 무인양품은 비싼 다이소이다. 과한 기대를 하지 말자 그러나 무인양품은 대부분의 해결책을 갖고 있다. 


26. 독립하기 전에 우선 심즈을 플레이해보고 집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지를 시뮬레이션하자. 

쓰레기를 비우고 부엌 화장실을 청소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바닥을 닦다가 밤에 놀고 싶어서 심이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본인의 나약함을 알아야한다. 


27. 신께서 가난한 자들이 쓰레기 구더기에서 고통 받는 것을 가엽게 여기사, 미국인에게 명하여 3M청소봉 -정전기마루포, 물걸레- 돌돌이 그리고 쓰레받기(1858년 발명)를 만드셨다. 이것만 있으면 기본적인 청소는 다 할수 있다. 

그리고 청소봉에 1회용 행주를 끼워서 쓰면 뿌득뿌득 잘 닦인다. 


28. 보통 월세와 전세의 교환 비율은 천만원-7만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올라간다. 수도권일수록 부동산의 보유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원룸 빌라 등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10년 넘은 원룸은 피하세요 건물만 삭는게 아니라 옵션 가구들도 삭습니다. 


29. 오토락 번호키를 쓰는 이유는, 편리함도 있지만 열쇠 구멍을 없애 물리적으로 현관문을 열기 어렵게 만들기 위함도 있습니다. 

최근 오토락 모델들은 보조키가 아니라 현관 손잡이 위치에 다는 것들이 많고 떼어갈수 있도록 해둔게 대부분입니다. 그런걸 사세요. 열쇠집에 출장 요청하세요 


(트위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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