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길

Fact/여행-음식 · 2009. 12. 4. 01:00
아이와 걸어도 좋은 길
강원 대관령 옛길, 반정~대관령

박물관 유연태(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산벚나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옆으로 강릉 남대천으로 흘러드는 계곡이 이어져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신사임당, 율곡 이이 등과 얽힌 이야기가 있고 대관령 자연휴양림과 대관령 박물관까지 들를 수 있어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겠다. 대관령 중간인 반정(半程)이 출발점이다.

주막터를 지나 원울이재를 거쳐 대관령 자연휴양림과 대관령박물관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걸어서 1시간 30분 거리다. 반정에 서면 강릉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율곡 이이 선생은 어머니인 신사임당과 함께 반정을 넘어 한양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때, 신사임당은 강릉 오죽헌에 홀로 두고 온 노모를 무척 그리워했단다.

이 마음을 담은 시비가 반정 입구에 있다. 반정을 지나면 주막터가 나온다. 강릉 관아 말직에 있던 ‘이병화’라는 인물이 대관령을 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었단다. 주막터를 지나면 이름이 재미있는 ‘원울이재’가 나온다. 조금 힘을 써야 하는 작은 고개다.

옛날에 대관령을 넘어 영동지방을 떠나던 원님은 영동의 후덕한 인심과 빼어난 경치와 이별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울었다고 한다. 계곡욕을 즐기기에 좋은, 금바위 폭포가 있는 대관령
자연 휴양림도 들러볼 만하다.

location
영동고속도로 횡계 IC로 나와 횡계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가면 옛 대관령 휴게소가 나온다. 여기서 약 1km 직진하면 반정이다. tel 강릉시 관광개발과 033-640-5422



도시 곁의 시원한 계곡길
경기 양평 중원계곡 이혜숙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래킹> 저자
서울과 가까워서 좋다. 하지만 계곡은 산첩첩 물중중, 강원도의 깊은 골짜기 못지않은 운치를 지녔다. 숲이 있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누워서 쉴 수 있을 만한 넓은 바위가 있어 좋다.

중원계곡은 용문산 동쪽 중원산과 도일봉 사이 약 6km의 계곡이다. 중원리 공영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도일봉까지 오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도일봉까지 오르기 벅차다면 중원폭포, 샘골갈림길을 지나 먹뱅이골이 시작되는 합수곡 입구까지만 올라도 좋겠다. 약 40분 거리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에 휩싸여 3단으로 떨어지는 중원폭포가 볼거리다.

location 국도 6호선을 타고 양수리, 양평을 지나 홍천 방향으로 간다. 용문 휴게소 지나 덕촌교에서 우회전, 조현초등학교 지나면 중원계곡 입구다. tel 중원계곡 관리사무소 031-773-5101

대나무 그늘이 있는 길
시원한 담양 봉서리 대숲길 이용한(<은밀한 여행> 저자)

시원한 대나무 숲길이 생각난다. 대나무 하면 담양이다. 금성면 봉서리에 영화 <청풍명월> 촬영지로 잘 알려진 대나무 숲길이 있다. 예부터 대나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봉서리 숲길’로 불렸다. 요즘은 대나무골 테마공원으로 유명하지만, 숲 좋아하고 길 좋아하는 사람에겐 인공의 공원이 아닌, 여전히 ‘봉서리 대숲’이다. 공원은 대나무 길, 대나무 갤러리, 소나무길 등으로 꾸며져 있다.

쉬엄쉬엄 돌아보는 데 약 40분 정도 걸린다. 대나무 숲길은 호젓한 아침에 걸어야 한다. 쭉 뻗은 대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아야 한다. 대나무 향 맡으며 걷다 보면 먹먹한 가슴이 풀리고 마음도 향긋해진다. 운이 좋으면 망태버섯을 발견할 수도 있다.

노란망사 모양의 망태가 화려한 망태버섯은 이른 아침 망태를 편 후 2~3시간이 지나면 다시 닫아버린다. 짝 편 망태를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도 전국에서 제법모여든다.

location
호남 고속도로 장성 IC로 나와 담양까지 간 후 국도 24호선을 타고 순창 방향으로 가면 대나무골 테마공원 이정표가 나온다. 약 40분 거리. tel 대나무골테마공원 061-383-9291



호젓한 도심 성곽길
흥인지문-혜화동 잇는 서울 성곽길

최항영(다큐 포토그래퍼)

서울에도 호젓한 길이 있다. 즐겨 찾는 곳은 서울 성곽길이다. 최근 인왕산 뒤쪽 길이 개방됐지만 오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성곽에서 바라보는 뷰가 제한적인 것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동대문 이대병원으로 올라가 혜화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좋아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도 자주 등장했다. 1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감상에 젖다 보면 2시간이 금방 흐른다.

이대병원에서 성곽까지 마을버스가 다니지만 걸어갈 것을 권한다.볕이 조금 누그러진 늦은 오후에 오르는 게 좋겠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옛 정취 느껴지는 성곽 너머로 도시가 불을 밝힌다. 이 모습 또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location 이화여대 동대문 병원 뒤에 성곽길 오르는 입구가 있다. tel 서울시 문화재과02-2171-2594~5



도시 곁의 시원한 계곡길
전북 임실 진메~구담마을

이정우(여행 칼럼니스트)

소담하고 아름다운 마을, 태고의 분위기를 간직한 길이다. 혼자 시집 한 권 들고 걸어도 좋고,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가도 좋겠다. 강을 따라 걷고, 때로는강을 건너기도 하니 더위도 식힐 수 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詩) 한 편 읊조리는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길이다.

코스는 간단하다. 진메마을에서 출발해 섬진강을 따라 약 2시간 걸으면 구담 마을에 도착한다. 중간에 천담마을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의 섬진강은 절경을 보여준다. 강물 중간에 삐죽삐죽 솟은 바위가 장관이다.

이 길은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진메 마을은 그가 태어난 곳이다. 그의 고향집이 아직도 있다. 천담마을에는, 폐교되기 전까지 그가 근무했던 천담분교가 있다. 사람들은 김용택의 섬진강 하면강 전체를 떠올리지만,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진메마을에
서 천담마을까지의 섬진강이다. 천담마을을 지나 도착하는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길은 비포장이다. 옛날에는 사람 한두 명이 지날 수 있는, 폭이 좁은 길이었는데, 요즘은 자동차 한 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가끔 도강을 해야하는데, 물 깊이가 얕고, 폭이 넓지 않은 곳이라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요즘 강에선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

location
호남고속도로 전주에서 국도 27호선을 타고 순창 방향으로 40여분 가서 덕치면 사무소 지나 5분여 가면 순창 회문산 휴양림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하면 회문산 휴양림, 좌회전하면 바로 진메마을이다. tel 덕치면사무소 063-640-2611



연이은 폭포가 아름다운 길
충북 영동 물한계곡

이우석(일간지 여행기자)

더울 때는 역시 계곡이다. 물한계곡을 추천한다. 고산준봉들이 에두른 영동은충북의 오지, 물한계곡은 영동에서도 원시의 냄새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한천마을이 걷기의 출발점. 물한계곡을 따라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를 지나 미니미골까지 왕복하는 코스를 잡는다. 왕복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한천마을 뒤로 난 길을 따라가면 황룡사가 있다. 황룡사를 지나면서 잣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시원한 그늘 아래로 약 20분 걸으면 민주지산과 삼도봉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 아니라면 삼도봉 방향으로 갈 것을 권한다. 물한계곡 세 개의 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소폭포,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3단의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가 15분마다 하나씩 등장한다. 음주암폭포를 지나면 계곡이 사라진다. 더 걷고 싶은 사람은 삼도봉까지 내쳐가면 된다. 음주암폭포에서 삼도봉까지는 1시간 30분 걸린다.

location 경부고속도로 황간 IC로 나와 국도 49호선을 타고 매곡, 상촌, 하도대 방향으로 40여분 가면 물한계곡 주차장이 나온다. tel 물한계곡 관리소 043-740-3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