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Bar

Fact/여행-음식 · 2010. 1. 2. 00:00


음악과 사람들

서울 태평로와 정동에 한 곳씩 있다. 주인끼리 의형제처럼 친한 사이라 똑같은 상호를 쓴다. 태평로점엔 4300여 장의 LP판이 있고, 가라드 턴테이블과 맥킨토시 앰프, 알텍 스피커를 쓴다. 샹송과 재즈 관련 음반이 특히 많다. 정동점엔 올드 팝 위주의 LP판 5000여 장이 있다.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맥킨토시 앰프, JBL 스피커를 쓴다. 두 곳 모두 조용한 음악을 위주로 튼다. 분위기도 아늑해 혼자 가도 편안하다. 오징어구이는 똑같이 1만5000원, 맥주는 정동이 5000원(500mL), 태평로는 5000~7000원(330mL)이다. 02-738-9995(태평로), 02-778-2003(정동).


전자신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록(Rock)’ 음악의 전당이다. 핑크 플로이드, 지미 헨드릭스 등 1960~70년대 록 음악을 많이 튼다. “록은 언제나 젊음”이라는 것이 사장 알렉스(35)의 지론. 대형 스크린을 통해 록 공연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가게를 찾았을 땐 85년 난민구제를 위해 열렸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실황이 상영되고 있었다. 3000여 장의 LP, 5000여 장의 DVD를 보유하고 있다. 누마크 턴테이블, 마크 래빈슨 앰프, JBL스피커를 쓴다. 주류는 앱솔루트가 가장 인기이고, 한 병에 13만원이다. 02-3442-4847.


밤과 음악 사이

서울 서교동에 있다. 인테리어가 7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킨다. 통 골뱅이와 라면땅, 양은그릇에 내오는 막걸리 역시 같은 컨셉트다. 이런 ‘옛날스러움’에 반한 20~30대가 많이 찾는다. 한국 가요 위주다. 2개 층으로 나뉘어 있다. 1층에선 7080가요를, 지하 1층에선 8090가요를 튼다. 1층에 2500여 장, 지하 1층에 8000여 장의 LP가 있다. 항상 사람이 많아 왁자지껄하다. 라면땅인 뽀빠이는 기본안주, 통 골뱅이는 1만2000원, 생막걸리는 한 주전자에 7000원이다. 테크닉스 턴테이블, 크라운 앰프, 보스 스피커를 쓴다. 02-332-7335.


딱정벌레

서울 방이동에 있는 DJ카페다. 사장 겸 DJ 성명진(51)씨가 신청곡을 틀어줄 때마다 곡에 관한 설명도 곁들인다. DJ의 멘트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종종 공연도 열린다. 손님들이 다 같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문화도 있다. 1만 장의 LP가 있고 테크닉스 턴테이블, 굿맨 스피커, 수모 앰프를 쓴다. 식사로도 손색없는 수제 피자를 판다. 고구마 피자가 2만2000원. 02-2202-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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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LP 1만5천장 ‘트래픽’

 

트래픽에 들어가면 한 벽면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까지 쌓여 있는 엘피판에 놀라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음악실 디제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오영길(54) 사장이 그때부터 모은 엘피들이다. 집에도 5천장이 더 있다고 한다. 80년대 초 경희대 앞에서 음악다방을 하다 90년대 초 종로로 옮겨 음악카페를 운영한 뒤 2002년 이곳에 술집을 연 오 사장은 엘피를 모으는 재미를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엘피가 있습니까? 그중 내가 가진 음반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죠. 특히 재킷을 봤을 때 안에 무슨 음악이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음반을 살 때 여기엔 또 어떤 음악이 들어 있을까 하는 그 셀렘, 그리고 정말 좋은 곡이 들어 있을 때 그 기쁨이 바로 음반을 모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런 설렘과 기쁨으로 젊은 시절 청계천과 회현동 지하상가, 용산을 비롯해 지방에 1박2일 원정까지 가면서 중고판 가게를 뒤지며 살았단다. 손님의 80%가 단골이어서 손님들끼리도 친하다는 이 가게. 주인장은 자녀들에게도 대를 이어 이 가게를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위치: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 맞은편 가로수길 입구. 영업시간: 저녁 7시~새벽 3시. 일요일은 휴무. 술: 위스키·와인·맥주·칵테일 등. 안주: 마른안주·치킨·과일 등 2만~3만5000원. (02)3444-7359.

 

 

 

스피커 빵빵 ‘피터 폴 앤 메리’

 

6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포크송 그룹의 이름을 따 2006년에 문을 연 이곳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보랏빛 소파들이 나른하게 놓여있고 우아한 장식장엔 고급 양주들이 자태를 뽐내고, 주인장이 축음기를 손으로 돌려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을 틀어주는 순간, 1940년대 고전영화 속 어느 사교클럽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엘피판을 9천장 보유하고 있지만, 엘피판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 화려한 스피커들과 오디오 기기들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음악이 너무 좋아” 무작정 가게 문을 열었다는 한계남(55) 사장은 직장인 시절부터 인터넷에서 이름을 날리던 오디오 전문가였다. 가게에 보유하고 있는 턴테이블 3개 중 하나는 1천만원짜리 일본 마이크로제인데 직장생활을 하던 97년에 마련한 것이다. 스피커는 미국제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1928년산 모델을 구하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자 직접 설계해서 제작했다. 천장에는 대포처럼 기다란 보스(BOSE)제 대포 스피커가 매달려 있다.

 

“장사가 잘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지만 다행히 장사는 잘된다. 금요일 밤에는 자리가 없어서 많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위치: 압구정역 4번 출구 나와서 압구정성당 바라보고 왼쪽 골목. 영업시간: 저녁 7시~새벽 2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되 일요일은 사정에 따라 쉴 때도 있다. 술은 위스키·맥주·와인 등. 안주는 마른안주·소시지·과일 등 1만~5만원. (02)547-2838.

  

 

 

태평로와 정동 두 곳에 있는 ‘음악과 사람들’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음악과 사람들’은 한 사람이 운영하는 곳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종로와 무교동에서 각각 음악카페를 운영하던 친한 형·동생 사이였던 두 명의 사장이 비슷한 시기에 재개발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서 이름을 똑같이 지은 것이다.

 

우선 태평로 ‘음악과 사람들’은 벽돌로 마감한 내부 인테리어 덕분에 어느 가정집의 넓고 아득한 거실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필링’과 ‘마이웨이’를 들으며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음악에 빠진 노희택(43) 사장은 이미 고등학교 졸업할 때 보유한 엘피판이 1천장에 이르렀다. 이곳에 보유하고 있는 엘피판은 4500장, 시디는 1400장 정도다. 한 손님이 아무리 많은 신청곡을 제출해도 웬만하면 모두 틀어주려고 노력한다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정동 ‘음악과 사람들’은 19년간 여행업에 종사하던 박용훈(49) 사장이 집에 넘쳐나는 엘피판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들고 나와서 가게를 연 곳이다. 박 사장이 이전에 무교동에서 운영하던 음악바 ‘밀워키’는 손님이 넘쳐나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단다. 재개발로 정동으로 옮긴 뒤에는 근처 신문사 기자들이 마감 뒤 많이 오는 탓에 술집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이 가게의 특징은 신청했던 곡이 없으면 1주일 안에 반드시 판을 확보해놓는다는 것. 박 사장은 “곡이 없으면 1주일 안에 중고가게를 다 뒤져서 사오죠. 그게 밀워키 때부터 손님과 해온 유일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태평로점 위치: 삼성생명 본관 맞은편. 영업시간: 저녁 7시~새벽 2시. 토·일요일 휴무. 술·안주: 양주·맥주·안주로 구성된 폭탄주 세트(12만~25만원)가 인기. (02)738-9995. / 정동점 위치: 경향신문사 맞은편. 영업시간: 오후 4시30분~새벽 3시. 일요일 휴무. 술·안주: 양주·맥주·안주로 구성된 폭탄주 세트가 12만~16만원. (02)778-2003.

 

 

 

홍대 앞 명소 ‘별이 빛나는 밤에’

 

주변에 엘피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술집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뿐만 아니라, 취재한 대부분의 엘피 술집에서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집이다. 디제이 생활을 20년 정도 하다가 2001년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마련한 유민규(43) 사장은 이 시대 가장 유명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게 이름을 따왔다. 엘피판은 가게에만 6천장 정도 있고 자택에도 3천장 정도 있다고 한다. 홍대 앞에 있다 보니 다른 가게보다는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젊은 편에 속한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쓰이는데 최근에는 드라마 <파스타>에 등장하기도 했단다. 대학생 손님도 점차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다수 손님은 30~40대 남성들이다.

 

위치: 홍대 앞 주차장 골목. 영업시간: 저녁 7시~새벽 3시. 일요일 휴무. 술: 위스키·와인·맥주 등. 안주: 대구포·소시지·과일 등 1만2000~3만원. (02)337-1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