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돔·22m 8각 첨탑… 서울 도심 속 '神들의 땅'

Fact/여행-음식 · 2011. 9. 2. 14:07



13세기 중세풍 '명동성당' - 90여종 벽돌로 빼어난 건축미

용산 힌두사원 '하레크리슈나' - 인도거리 생겨 전통 축제까지

 

서울 마포경찰서 맞은편 언덕에 보면 비잔틴 양식을 띤 둥근 돔으로 이뤄진 이국적 건물이 하나 있다. 한국 정교회 니콜라스 대성당이다. 1903년 고종이 러시아에 성당 부지를 제공, 1905년 러시아 공사관 옆(현 경향신문 자리)에 처음 생겼다가 6·25 전쟁 중 대부분 부서지면서 1968년 지금 자리에 다시 지었다. 성당 입구 왼쪽에 서 있는 아치형 종탑은 러시아와 그리스에서 각각 보낸 것. 내부는 십자형 구조이며, 지하에는 '고대 희랍 박물관'이 있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는 독특한 색채를 풍기는 다양한 종교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내 종교 단체는 270개, 교당은 9만여개. 각각 종교마다 서로 다른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데다 중세에서 근대까지 건축 양식을 표현하고 있어 서울 내 건축물 기행(紀行)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고딕식 건물 '약현성당'·모던 양식 '모르몬교 성전'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 뒤편 약현(藥峴)성당은 1892년 9월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 고딕식 건물이자 서양식 벽돌조 건축물이다. 이후 1905년 첨탑 설치, 1921년 내장 공사와 1976년 외벽수리 등을 거치며 원형이 많이 바뀌었다. 여기에 1998년 불이 나면서 지금 성당은 2000년 복원을 거친 모습이다. 내부는 가운데 신도석과 양쪽 통로를 구분, 3개의 채(삼랑·三廊)로 이뤄졌다. 빨간 벽돌로 감싼 몸체 정면 가운데로 22m 높이 8각 첨탑이 솟아 있다. 중앙 천장은 고딕 양식 아치를 그리고 있으며, 석조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 등에서 경건함이 묻어난다.

 

서대문구 창천동 500-23에 있는 모르몬교 서울성전은 신촌교회 뒤쪽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온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당으로 불리며, 흔히 모르몬교로 알려졌다. 1985년 12월 지상 1층짜리(지하 1층 포함) 건물로 준공됐다. 단순하면서 깨끗한 삼각 형태 모던 건축물이며, 각 꼭짓점에는 날카로운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창천동 일대에는 천태종 서울본부인 성룡사, 예수교장로회 신촌교회, 원불교 신촌교당 등 동서양 종교 건축물이 어울려 흩어져 있다.

 

종로구 가회동 1-3, 한옥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주택가에 미얀마 선원(禪院)이 들어서 있다. 2000년 미얀마 산디마 스님이 외국인 노동자들 쉼터이자 불교 전파를 위해 강동구 암사동에 처음 문을 열어, 의정부를 거쳐 2004년 가회동으로 옮겨왔다. 용산구 용산2동에는 '하레 크리슈나'라 인도 신을 섬기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 2008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으며, 인도인들 종교활동과 정보교류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주변에 인도요리점 등이 들어서고 인도 전통 홀리축제(인도 봄맞이 축제) 등이 열리며 '인도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 서울 곳곳에는 독특한 건축양식의 다양한 종교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이태원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이슬람 성전, 서울 유일의 정교회 성당인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 창천동 모르몬교 서울성전. /서울시 제공


◆명동성당·이슬람사원도 건축사적 의미

 

용산구 이태원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이슬람 성전은 1976년 세워졌다. 입구 위 초록색 글자는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 무슬림마트, 식료품점 등 아랍어가 혼재한 다문화 거리가 주변에 있다.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없다.

 

명동성당은 1892년 착공, 1898년에 준공했다. 13~15세기 중세풍 고딕 양식 대표적 건축물로, 축성 당시부터 '뾰족집'이라고 불리며 장안의 명소였다. 단일 벽돌이 아닌 90여종의 서로 다른 벽돌로 이뤄졌고, 적색과 회색이 섞여 건축미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