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육개장 맛집 여행

Fact/여행-음식 · 2013. 1. 12. 21:10

“이제야 알았습니다. 순종임금이 왜 이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는지...
이 소고기 탕에는 조선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평생 묵묵히 밭을 가는 소는 조선의 민초요
고추기름에는 맵고 강한 조선인의 기세가
어떤 병충에도 이겨내는 토란대에는 외세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고사리에는 들풀처럼 번지는 생명력이 담겨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상심한 임금에게 대령숙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조선의 정신을 아뢰었던 것입니다.
순종임금은 대령숙수의 그 마음을 읽은 것이지요.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입니다.”

 

영화 식객(食客)의 대사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나라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대령숙주가 올린 육개장 한 그릇을 눈물을 흘리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는 일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조선 전통의 한과 얼이 담겨 있는 이러한 문화적 스토리텔링은 전통음식의 의미에 힘을 불어넣는다.

 

매콤 얼큰형 육개장의 본고장은 대구

 

육개장은 ‘개장(狗醬)’에서 비롯됐다. 개가 품귀현상을 보이면 개 대신 소를 대신 잡아넣고 끓이면서 ‘육(肉)개장’이 됐다.

 

개고기를 거부하는 일부 양반가들에 의해 개장이 육개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는 자는 소고기로 대신하고 이를 육개장이라고 하여 시식을 빠트리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지금에 와서도 개고기 식용 문제에서 찬반이 갈리는 것처럼 당시에도 양반가에서는 개장국을 먹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던 것. 그래서 닭고기를 넣은 ‘닭개장’을 먹다가 후에 소고기로 대체한 것이다. 개(狗)를 대신(代) 했다고 해서 대구에서는 ‘대구탕(代拘湯)’이라고도 했다.

 

육개장은 현재 설렁탕, 곰탕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탕반음식이다. 얼큰하면서도 은은하게 올라오는 구수한 풍미에 중독성 있는 맛이다. 몇 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은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다양한 나물과 채소를 넣어 식감을 잘 살린 음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은 탕반음식에 대한 선호가 반드시 있다. 맵고 얼큰한 국물베이스라면 더더욱.

 

‘매콤 얼큰형’ 육개장의 본고장은 대구다. 고춧가루 대신 녹인 소기름으로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을 만들어 양념으로 집어넣는다. 고춧가루의 등장 전후를 기준으로 육개장의 모습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현재 표본화 돼 있는 육개장은 전형적인 대구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상감영 정문격인 영남제일관(옛 대남한의원 네거리)의 앞거리에서 본격적인 대구식 육개장 인프라가 형성됐다.

 

1929년 12월1일자 종합잡지 ‘별건곤’에서 대구가 육개장의 고장임을 알렸고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란 책에서도 대구의 육개장을 대구의 명물로 소개했다. 한국요리문화사의 초석을 세운 이성우 교수는 물론 소설가 김동리 등 등 명사들도 대구탕을 한국의 대표적 육개장으로 언급했다.

 

최근 들어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도 육개장 전문점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탕반음식에 고객의 웰빙 니즈를 반영하는 트렌드인 것 같다.

 

육개장 맛집을 찾아서…

 

문득 궁금했다. 육개장 맛있는 집은 어디일까.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육개장 맛집들마다 스타일이 전부 다르다. 다르면 어떻게 다를까.

 

대구광역시 후원으로 전국의 육개장 맛집을 다녔다. ‘맛을 좀 안다’는 식도락가들과 함께 했다. 그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행여 맛에 대한 느낌과 평가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을까봐 연령 별로 다양하게 모았다.

 

총 9군데의 음식점의 육개장 스타일을 비교해봤다. 개중에는 육개장전문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육개장으로 유서 깊은 곳과 신생업소를 골고루 검색해 취합했다. 전부 ‘한우(韓牛)’를 사용하는 곳이다. 각각의 육개장을 시식한 후 육개장 맛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공통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내력 있는 모음식점은 타 육개장과 비교 평가하는 것을 거부해 이번 육개장 로드에서 제외되었다.

 

전국 육개장 로드에 함께한 식도락가는?

 

서울 경기 맛집 블로거 ‘에드워드곰’ 권진영 (20대)
미식가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어마어마(?)한 대식가다. 1박2일 총 9군데의 육개장집을 다니며 9그릇의 육개장을 전부 국물 한 점 남기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좋아해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를 졸업, 현재는 경기대학교 식품공학과 휴학 중이며 전국 맛집을 빠짐없이 다녀보는 것이 목표다.

 

요리블로거 ‘나나’ 서연지 (30대)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푸드 크리에이터로 ‘나나’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메뉴 개발, 쿠킹 클래스 등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믹스 하나로 다 되는 뚝딱베이킹 」(영진닷컴), 「일주일만해도 살이 쏙쏙 빠지는 마녀수프 다이어트」(아이콘북스) 감수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설악한우마을> 제갈한덕 대표 (40대)
경기도 가평에서 ‘설악한우마을’이라는 한우전문식당을 운영 중이다. ‘아버지가 키운 소 아들이 파는 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 한우를 제공한다. 소비자 시각과 현실적인 외식업주 견해에서 육개장을 평가했다.

 

대구 지역 맛집 파워블로거 ‘바람돌이’ 김홍일 (40대)
대구시의 대표적인 맛집 파워블로거. 음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하거나 서비스와 밑반찬, 분위기가 영 아니다 싶으면 어김없이 솔직하고 냉정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원 지역 맛집 파워블로거 ‘아포리아’ 김인규 (50대)
‘아포리아’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맛집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주로 그가 살고 있는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알짜배기 맛집들을 다닌다.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편안하고 저렴하면서 실속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일본 모츠나베 스타일’의 육개장, 서울 ‘우래옥’

 

우래옥은 육개장과 평양냉면으로 60년 전통을 이어온 ‘관록’의 맛집이다. 사실 우래옥은 육개장보다 육향이 강한 평양냉면으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노년층의 손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집의 육개장을 꾸준하게 찾는다.

 

우래옥 육개장


대표적인 의견은 사골육수의 묵직한 맛이 돋보이고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는 것이다. 토란대와 고사리, 파 이외에도 당면과 달걀을 풀어 넣었다는 점이 특징. 칼칼하기보다는 일본 모츠나베의 마일드한 맛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순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젊은 층보다는 노년층의 입맛에 잘 맞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대 맛집 블로거 에드워드곰은 “사골육수와 달걀의 조화는 국물을 텁텁하게 만든다. 당면까지 들어가 자칫 느끼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요리 파워블로거 나나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평가했다. 약간 센 간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소금을 따로 내기도 하지만 그냥 먹기에도 괜찮은 ‘심심함’이다.

 

탕반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김치 맛이다. 탕 음식은 김치 맛으로 먹는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육개장과 함께 이집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만 단출하게 내는데 적당히 숙성된 김치가 과하지 않게 새콤해 담백하고 부드러운 우래옥식 육개장과 조화를 잘 이룬다.

 

전반적인 평가는 냉면의 명성에는 못 미친다는 의견이다.

 

가격 1만원
강점 사골육수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에 노년층이 좋아할 만한 맛
단점 얼큰하고 칼칼한 육개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자칫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음
한 줄 평가: ‘先’ 육개장 ‘後’ 냉면 식으로 먹는다면 좋을 듯하다. 육향이 살아있는 평양냉면 맛은 역시 지존이다.

 

서울식과 경상도식을 절묘하게 믹스한 가정식 육개장, 서울 ‘더함’

 

‘가장 육개장다운 육개장’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참가자들의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육개장이다.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는 가정식 육개장의 친근한 맛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함 육개장

더함 육개장의 가장 큰 특징은 3시간 이상 삶은 소고기를 결대로 찢지 않고 엄지손가락 굵기만큼 굵직하게 뭉텅뭉텅 썰어 넣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고기가 많이 들어간다는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일부는 고기를 제외한 채소 재료는 상대적으로 양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음식의 호불호를 결정할 때 ‘푸짐함’에 기준을 두는 손님도 있기 때문에 건더기 양을 조금 더 넉넉하게 넣을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다.

 

요리 블로거 나나는 “그래도 채소와 고기의 익힘 정도가 가장 훌륭하다”고 설명한다. 채소를 적절하게 삶아 각각의 아삭한 식감을 잘 살렸다는 것이다. 숙주나물이 들어갔는데도 풋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큼직하게 썬 파와 고기로 볼륨감을 잘 살린 것 또한 이집 육개장의 강점.

 

대구 지역 대표 맛집 파워블로거 바람돌이는 “달착지근하면서도 칼칼한 서울식과 묵직하고 얼큰한 대구의 따로국밥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 대중이 좋아할 만한 편안한 맛”이라고 평가했다.

 

더함 육개장은 가정식처럼 편안하고 무난한 맛이 강점이다.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과 들어가는 채소의 상태, 1인상으로 차려내는 정갈한 상차림 등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모던한식 전문점에서 개발한 육개장이 외국인에게 어떤 반응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격 9000원
강점 개운하고 깔끔한 국물과 큼직한 고기가 포인트. 전반적으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풍미로 국물을 싹싹 비우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단점 한우고기를 제외한 나머지 채소재료를 좀 더 푸짐하게 담아낼 필요가 있다.
한 줄 평가: 1인상으로 깔끔하게 차려낸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나, 먹성 있는 남성 고객을 위해서는 반찬 양을 늘려야 될 듯하다.

 

칼칼한 국물 베이스의 해장형 육개장, 경기도 안성 ‘무한정’

 

경기도 안성시의 무한정은 한우 무한리필전문식당이다. 육개장전문점은 아니지만 식사메뉴로 구성한 육개장 맛의 평가가 좋아 방문했다.

 

무한정 육개장

무한정의 육개장은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 강하다. 총 9군데의 음식점 중에 가장 얼큰하고 매운 맛이 돈다. ‘해장형’ 육개장이다. 그러나 간 자체가 세지는 않다.

 

내용물은 파와 새송이버섯, 고사리, 무가 들어간다. 버섯의 식감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부는 나물과 채소, 고기의 삶김 정도가 고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삶는 정도나 불의 세기를 조절해 채소의 아삭한 식감을 좀 더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이집은 사골 대신 사태와 양지로만 육수를 낸다. 고기육수라서 진하고 걸쭉한 맛 대신에 깔끔하고 개운하다. 더러는 마늘과 후춧가루의 양을 약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침 점심의 해장식사나 술안주로 적절할 만큼 적당하게 칼칼하다고 평가했다.

 

‘무겁지 않아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칼칼하고 시원하면서도 적당한 기름기로 고소한 풍미까지 돈다. 들어가는 내용물보다는 국물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설악한우마을’의 제갈한덕 대표는 “8000원에 이 정도의 한우육개장이라면 가격 대비를 생각해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에드워드곰은 단 들어가는 재료의 조리 상태나 퀄리티에는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고 평했다.

 

가격 8000원
강점 얼큰하고 맵기 때문에 속풀이 해장국 대용으로 어필하기 좋다.
단점 들어가는 속재료가 골고루 삶기지 않았다. 특히 무가 쉽게 으스러졌다.
한 줄 평가: 스테인리스 국그릇 대신 뚝배기에 담아낸다면 오랜 시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을 텐데.

 

임팩트 강한 국물, ‘밥’이 맛있는 육개장, 충남 천안 ‘온달네식당’

 

충남 천안의 온달네식당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국구 육개장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집이다. 식재료에 대한 주인장의 진정성과 철학으로 이곳은 1등급의 고급 식재료만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직접 담그고 대형 가마솥에서 매일 사골 육수를 끓인다.

 

온달네 식당 육개장

우선 온달네식당 육개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맛이 진하다’는 것이다. 국물 자체는 라이트하나 국물의 간은 약간 센 편. 임팩트 있고 강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다. 심심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짜다’고 느낄 수 있다. 수원 지역 맛집 파워블로거 아포리아는 “개인적으로는 간이 너무 셌다. 짠 맛이 강해 좋은 식재료의 맛이 오히려 돋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한우고기와 채소의 퀄리티는 최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용물은 고사리와 파, 한우고기가 전부인데 가짓수를 단출하게 정리하면서 깔끔하고 푸짐하게 냈다는 점에서는 좋다는 의견이었다. 등심의 떡심(질긴 근육) 부분을 가늘게 썰어 넣는 점도 포인트.

 

온달네식당은 방문한 식당 중 ‘밥’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던 곳이기도 하다. 천년초 분말을 넣고 지은 쌀밥은 적당히 꼬들꼬들하면서도 질감이 부드럽고 고소해서 강한 육개장의 맛을 잘 받쳐준다. 국에 말았을 때 밥이 퍼지지 않고 쫀득한 상태가 유지된다. 일반 밥그릇이 아닌 국그릇에 아주 푸짐하게 담아내는 부분에서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가격 7000원 (특대 9000원)
강점 모든 식재료의 퀄리티가 뛰어나고 밥이 아주 맛있다.
단점 간이 세다. 조미료 맛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줄 평가: 세 명 이상이 방문한다면 육개장과 함께 떡국(7000원)도 주문하는 것도 좋겠다. 사골육수의 진하고 깊은 맛이 훌륭하다.

 

다양한 채소와 순한 국물 맛 포인트, 전형적인 경상도식 육개장, 경북 구미 ‘구미칠곡축협 한우프라자’

 

한우프라자 육개장은 전형적인 경상도식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일부 참가자들은 ‘집에서 늘 먹어왔던 익숙한 육개장의 맛’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양이 상당히 푸짐하다. 뚝배기도 일반 제품보다 1.5배 크고 재료도 다양하다. 한우고기와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콩나물, 고사리, 토란대, 무 등이 들어간다. 건장한 성인남자가 먹기에도 넉넉한 양이다.

 

국물은 마일드하면서 깊은 맛이 돈다. 맵고 칼칼한 맛은 약하다는 평이다. 살짝 텁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참가자도 있었다. 개운하고 시원한 맛을 선호하느냐 부드럽고 묵직한 맛을 선호하느냐에 따른 호불호다.

 

다른 재료에 비해 콩나물이 많이 들어간다. 요리 블로거 나나는 “푸짐한 콩나물 때문에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잘 산다”고 호평했다. 내용물도 좋고 우선 푸짐함이 전제가 되기 때문에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외식업소에 몸담고 있는 제갈한덕 대표도 ‘푸짐한 건더기’에 긍정적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세팅 과정이나 데커레이션, 푸짐함 역시 손님을 끄는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에 근거하면 오히려 이러한 푸짐함이 메뉴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부 참가자는 “내용물이 너무 다양하고 많이 들어가는 탓에 확실한 임팩트가 없다”고 평했다. 또한 한우전문식당에서 흔한 갈비탕 메뉴를 대체할 만한 식사품목으로 한우육개장은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가격 6000원
강점 경상도식 육개장의 특징을 잘 살린 묵직한 국물, 다양하고 푸짐한 건더기
단점 재료가 너무 다양해 집중력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줄 평가: 한우육개장의 푸짐한 양과 질에 대비해 가격이 매우 착한 편.

 

우거지와 선지 푸짐하게 들어간 선지해장국형 육개장, 경북 안동 ‘옥야식당’

 

경북 안동 옥야식당을 찾았다. 안동 신시장 내에서 상인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고마운 식당에서 현재는 전국구 맛집이 됐다.

 

옥야식당 육개장

우선 옥야식당의 육개장보다는 ‘선지해장국’ 스타일에 가깝다. 메뉴명도 ‘선지국밥’이다. 그러나 선지를 걷어내고 나면 국물 베이스는 육개장과 흡사하다. 손님이 선지를 빼고 시키면 종업원이 육개장이라고 칭하면서 주방에 주문한다.

 

육수는 사골이나 잡뼈 대신 사태와 양지 부위를 넣고 우려낸다. 고기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물이 개운한 편. 큼지막한 선지와 죽죽 찢어놓은 우거지를 뚝배기에 가득 차게 넣어주기 때문에 기대했던 ‘시장의 훈훈한 인심’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옥야식당의 육개장을 선호해 얼마 전에도 다녀갔다는 대구 맛집 블로거 바람돌이는 “가끔 후춧가루를 과하게 뿌려낼 때가 있었는데 후춧가루를 빼니 국물 맛이 훨씬 개운하고 시원하다”고 설명했다.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깊다. 푹 고운 맛이다. 대파 특유의 알싸한 향과 우거지의 식감, 부드러운 고기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평이다.

 

명성에 비해 김치 맛은 떨어진다. 풋고추와 된장,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내는데 조금 더 매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가미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가격이 8000원으로 올라 ‘서민해장국이 더는 서민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한우고기와 우거지를 아끼지 않고 담아주는 인심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어쨌거나 결과는 명불허전(名不虛傳). 허름한 시장에서 먹는 장터국밥의 구수한 분위기가 그리운 이들에게는 여전히 고마운 맛, 정감 있는 분위기다.

 

더함과 더불어 참가자의 선호도가 역시 가장 높았다.

 

가격 8000원
강점 매콤하면서도 얼큰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다. 선지와 우거지, 한우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나무랄 데 없다. 고기의 상태도 아주 훌륭하다.
단점 김치 맛이나 뚝배기(플라스틱) 등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한 줄 평가: 아무리 푸짐한 한우육개장이라지만, 시장통에서 먹는 국밥 한 그릇이 8000원이라니…

 

숙주나물로 시원한 맛 배가, 독자적인 육개장, 부산 ‘태화육개장’

 

태화육개장은 부산에서는 5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육개장 맛집 중 하나다. 이집 육개장은 숙주나물이 주재료가 되는데 라이트하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태화육개장


사골로 육수를 우려내는 것 치고는 국물이 진하거나 걸쭉하지 않다. 다대기나 고추기름 등은 완전히 배제하고 고춧가루만 넣어 매콤한 맛을 낸다. 참가자 대부분이 느끼한 뒷맛이 없고 시원, 담백해서 좋다는 반응이었다.

 

숙주 외엔 듬성듬성 자른 파와 소면이 들어간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기름기가 없어 여성이 선호할 만하다.

 

기호에 따라 조금 더 얼큰하게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에는 양념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만든 국물식 다대기를 넣으면 국물이 진하고 매콤해진다.

 

아쉬운 점은 고기의 양이다. 20대 대표 블로거인 에드워드곰은 “육개장에 소면과 숙주가 들어간 점은 독특하고 충분한 매력요소이긴 하나 고기의 양이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기를 너무 얇게 썰어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 7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숙주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육개장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시원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특이하다는 의견. 그러나 일부는 숙주의 풋 냄새가 올라와 식재료 관리나 조리 과정에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파김치를 같이 내는데 파김치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맛있게 매콤하면서 아삭한 식감이 잘 살아있어 라이트한 국물과의 맛 궁합이 좋다. 걸쭉한 맛보다는 라이트하고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집이다.

 

가격 7000원
강점 숙주와 소면이 들어가 시원하고 담백하다. ‘독자적인’ 육개장이다.
단점 한우 얼마 전 가격을 1000원 인상한 것으로 안다. 고기를 조금 더 푸짐하게 제공하는 게 좋을 듯.
한 줄 평가: 숙주 풋 냄새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숙주나물의 상태가 관건이겠다.

 

대구스타일 육개장은?

로드 일정 마지막 날, 드디어 육개장의 본고장인 대구로 향했다. 대구에는 육개장 맛집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제법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식당으로 벙글벙글식당과 진골목식당, 옛집식당, 부부식당, 온천골식당 등이 있다. 선지가 들어가는 ‘따로국밥식’ 육개장으로 유명한 곳은 국일따로국밥과 교동따로식당, 한우장, 대덕식당 정도로 추릴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대구광역시는 시 차원에서 육개장을 향토음식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얼큰한 첫맛과 달큼한 뒷맛의 조화, 소고기국밥 스타일의 육개장, 대구 ‘부부식당’

 

부부식당은 선지해장국과 한우소고기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집의 한우소고기국밥은 전형적인 육개장 스타일이다.

 

부부식당 육개장


고기나 사골 육수 대신 이집은 맹물을 사용하는데, 고추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육수는 최대한 깔끔하게 내자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참가자들은 부부식당의 상차림을 보고 ‘가정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추장멸치조림과 콩나물무침, 오이소박이, 볶음김치, 시금치 등 ‘백반집’만큼 푸짐한 반찬이 상에 오른다. 국밥집 치고 반찬을 골고루 준다는 부분에서 반응이 좋았다.

 

맹물로 끓여낸 것 치고 국물 맛은 진하고 약간의 달착지근한 편이다. 더러는 조미료를 과하게 사용한 것 같다고 하기도 했지만 무와 파에서 나오는 단 맛과 오랜 시간 끓여내는 사태고기의 진한 맛이 조화를 이룬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콩나물과 무가 푸짐하게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있고 국물은 대체적으로 걸쭉하고 진한 편이다. 다대기와 잘게 썬 고추, 마늘도 별도로 구비해뒀는데 골고루 넣고 먹었을 때 오히려 감칠맛이 더욱 괜찮았다는 평이다.

 

제갈한덕 대표는 “소고기무국을 빨갛고 진하게 끓여낸 맛”이라며 “무엇보다 시장통에 있어 오며가며 쉽게 찾아먹을 수 있는 친근함과 주인장의 후한 인심이 이집의 큰 매력 요소”라고 평가했다. 고기가 질기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이 역시 호불호의 문제. 아포리아는 “첫맛은 얼큰하면서 뒷맛은 달착지근한 게 좋다”고 설명한다.

 

가격 6000원
강점 국물이 진하고 얼큰하다. 뒷맛은 약간의 달착지근함도 있다. 무엇보다 넉넉하게 나오는 반찬이 매력이다.
단점 전체적으로 간이 약간 센 편이다.
한 줄 평가: 밥과 건더기를 무한대로 제공한다. 역시 넉넉한 인심은 손님을 끄는 중요한 요소다.

 

파와 무, 고기로 선택과 집중! 달착지근한 맛이 특징, 대구 ‘벙글벙글식당’

 

벙글벙글식당은 40년 이상 전통으로 대구에서는 대표적인 육개장 맛집 중 하나다. 이집 육개장에는 파와 무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한창 파가 달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국물 맛이 진하고 달착지근하다.

 

벙글벙글식당 육개장


벙글벙글식당 육개장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은 파와 무, 한우양지만 단출하게 넣는 ‘선택과 집중’이 좋다는 것이었다.

 

국물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걸쭉하거나 칼칼하고 진하기보다는 라이트한 느낌에 가깝다. 매콤하거나 얼큰한 맛보다는 달착지근하면서 자극적이지 않다.

 

파와 무는 푹 익혀냈다. 국물과 함께 부드럽게 떠넘기기 좋은 맛이다. 그러나 채소의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는 손님이라면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고기는 큼지막하게 썰어 넣는다. 식감을 잘 살렸다. 대구 맛집 파워블로거 바람돌이는 “대구식 육개장도 각기 다른 특징이 있는데 이집은 파와 무를 듬뿍 넣어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은은한 맛이 나는 ‘소고기국밥’ 느낌의 육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가끔 점심이나 저녁에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이 생각나면 자주 들르는 곳이란다.

 

반찬은 잘 익은 깍두기와 부추무침으로 단출하게 낸다. 부추는 김과 함께 참기름이 무쳐내는 것으로 밥반찬으로 훌륭하다.

최근 칼칼하고 얼큰한 맛을 지향하는 육개장전문점이 많은 가운데 부드럽고 은은한 맛의 육개장은 반드시 임팩트가 있다. 그러나 칼칼하고 매운 해장국 스타일의 육개장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글쎄.

 

가격 6000원
강점 부드럽게 삶은 파와 무로 국물 맛과 향이 은은하다.
단점 자칫 느끼할 수 있다.
한 줄 평가: 여름에는 비교적 파의 맛이 떨어질 텐데 전체적인 국물 맛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궁금하다.

 

기고 글 황해원, 사진 파워블로거 ‘아포리아’ 김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