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연속 수면은 자연스럽지 않다

Fact/의학-건강 · 2013. 4. 9. 16:44

잠을 자다 중간에 깨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8시간 수면이 건강에 좋다는 사람들의 통념을 깨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는 9일 과학자와 역사학자들의 최근 연구가 8시간 연속 수면이 진화상, 역사상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초반 정신과 의사인 토마스 웨르는 일군의 실험자들을 한달간 매일 어둠 속에서 14시간을 지내게 한 후 수면 양태를 관찰했다. 불규칙했던 그들의 수면 패턴은 4주째에 접어들면서 매우 특이한 형태로 안착됐다. 그들은 처음 4시간을 잠들고 한 두시간 깬 뒤 다시 4시간을 잠드는 모습을 보였다.

 

2001년 버지니아 공대의 역사학자 로저 에커흐는 16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인간이 두 덩어리로 나눠진 수면을 해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머의 오디세이부터 니제르의 부족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기와 재판기록, 의학서적과 문학과 같은 수많은 문헌자료을 분석한 결과였다.

 

웨르의 결과와 매우 비슷하게 황혼이 지고 2시간이 지났을 때 처음에 참을 든 이후 한 두시간 깨고 나서 다시 두번째 잠이 드는 형태였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상당히 활동적이었다.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고 혹은 이웃을 방문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고 기도를 올렸다.

 

15세기 후반 수많은 예배 문헌은 잠을 자는 사이에 드리는 특별 기도법을 기록하고 있다. 깨어있는 동안 완전히 혼자 지내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사람과 잡담을 하거나 연인과 섹스를 했다. 16세기 프랑스에서는 부부에게 임신을 잘하려면 “첫번째 수면이 끝난 후”라고 권고한 의사의 기록도 있다.

 

에커흐는 이런 두 개의 시간대로 나뉜 수면에 관한 기록들은 17세기에 들어와 사라짐을 발견헀다. 이런 추세는 북유럽의 도시 상층 계급에서 시작되어 향후 200년에 걸쳐 나머지 서구 사회로 퍼졌다. 1920년대가 되면 수면이 원래 첫번째, 두번째로 나뉘었다는 사실마저 완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라졌다.

 

에커흐는 이런 변화의 요인으로 가로등과 실내등, 때로 하루 종일 영업을 하던 커피 하우스의 등장을 꼽았다. 밤이 합법적인 활동의 장소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역사학자 크레이그 코스로프스키는 <밤의 제국>이라는 책에서 “17세기 전 밤에 만나는 것은 교양인들에게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밤은 범죄자, 매춘부, 술꾼과 같은 존경받지 못하는 자들이나 활동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17세기의 이런 변화는 종교 개혁과 맞물린다. 종교 개혁으로 신구교도가 모두 박해의 위협에 직면해 밤을 틈타 예배를 올리게 됐다. 자연히 타락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존경받을만한 사람들도 어둠의 시간을 활용하는데 익숙해졌다. 이런 추세는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었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등장하게 됐다.

 

1667년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가로등을 세운 첫번째 도시였다. 유리안에 초로 밝히는 가로등은 같은 해 릴에도 등장했고 2년 후 암스테르담에서는 기름으로 불을 밝히는 발전된 형태의 가로등도 볼 수 있게 됐다. 이후 1600년대 말까지 50곳의 유럽 도시에 가로등이 생겼다.

 

밤은 매력적인 시간이 되었고 이 시간을 침대에 누워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로저 에커흐는 “이때부터 사람들은 좀더 시간의 효율성에 민감해졌다”며 “산업혁명은 이같은 의식을 강화시켰다”고 BBC에 말했다.

 

1829년의 의학 잡지에는 부모들에게 1차, 2차 수면을 하는 아이들을 교정시킬 것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있어 이런 태도의 변화를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잠을 두번자는 것은 “방탕한 것으로 느끼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8시간 수면에 꽤나 잘 적응한 상태이지만 에커흐는 수면 장애 문제의 뿌리는 인공조명만이 아니라 인간 신체에 자연스럽게 각인된 분절된 형태의 수면법에 있다고 주장한다.

 

수면 심리학자인 그레그 제이콥은 “밤동안에 깨어있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의 생리의 일부이다”고 말했다. 옥스포드대의 러셀 포스터 생체시계 신경과학자도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밤에 깨어있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나는 그들에게 그들이 경험하는 것은 두 개의 분절된 수면 패턴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물론 대다수 의사들은 8시간 수면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포스터는 “의사들이 직면한 의료 문제의 30%이상은 잠과 관련이 있다”며 “그럼에도 잠은 의학 교육에서 무시되고 있으며 잠을 연구하는 곳도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이콥은 사람들이 휴식과 이완의 시기로 사용하는 잠자는 사이의 깨어있는 시간이 자연적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인간의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커흐는 사료 조사를 통해 옛 사람들이 이 시간을 자신들의 꿈을 풀이하는 시간으로 사용했음을 밝혀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이런 일에 더 적은 시간을 쓰고 있다”며 “현재 근심과 긴장, 우울증, 술과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깨어있는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