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0만 원이 40만 원으로... 제주도 땅값이 미쳤다

Fact/귀농-귀촌 · 2013. 10. 19. 18:40

지난해 제주도 노형동에 지어진 제주 노형2차아이파크가 분양됐습니다. 3.3㎡당 900만 원이었던 분양가는 제주 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으며, 전용면적 84㎡형은 무려 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육지에서는 아파트가 안 팔리고 미분양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제주도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전매제한이 없어서 4~5천만 원의 프리미엄까지 형성돼 아파트가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육지 사람의 눈으로 보면 마치 '묻지마 투자'처럼 보이는 제주도의 부동산 상황.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도 농가주택이 폭등한 이유

 

제주도에서 살아보겠다며 육지를 건너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제주도에서 집을 구하려고 해도 못 구하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5~6천만 원대의 농가주택을 선호합니다. 서울에서 살던집 전세금 1~2억 원 정도를 가지고 제주로 와서, 5~6천만 원으로 농가주택을 사들여 1~2천만 원으로 리모델링을 하면, 텃밭도 가꾸며 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주 농가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예전에 4~5천만 원이면 거래되던 농가주택이 지금은 7~8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많게는 1억까지 올라갔고, 이마저도 구할 수 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제주도의 주택이 부족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이곳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제주는 밖거리, 안거리라는 주택 구조로 되어 있는데, 안거리에는 부모가 살고 밖거리에는 자녀들이 거주합니다.

 

처음 결혼을 해서 부모와 함께 살던 자녀들은 아이들이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시내에 집을 구합니다. 아이들은 시내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자신들은 부모 집에 남아 농사를 지으며 계속 거주합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농가주택은 부모가 있기 때문에 팔기 어렵고, 시내 집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다녀야 하기 때문에 내놓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의 주택은 매물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땅을 구매해서 집을 짓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평당 10만 원짜리 땅이 40만 원까지 올라

 

제주도로 유입되는 외지인들은 대부분 제주에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합니다. 제주도에 갑자기 내려와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하면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시선도 한 몫 하기 때문이겠지요.

 

제주는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마을들이 발전했고, 관광지도 이 해안도로 부근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안도로의 주택을 개조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려는 외지인들이 늘어났습니다.

 

수요자는 많지만 매물이 없으니 이제 사람들은 해안도로가 아닌 중산간 마을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산간마을은 제주에서는 오지에 속하는 곳으로 변변한 병의원도 없습니다. 동네 구멍가게 몇개와 농사짓는 사람이나 외부 건설인부를 상대로 하는 소규모 식당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습니다.

 

사실 수도권도 아니고 제주 중산간마을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뿐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읍 단위에 2~3개 정도 있던 게스트하우스도 이제 마을에 5~6개씩 생겼습니다. 골목길 전체가 게스트하우스인 지역도 있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기면서 제주 중산간마을의 땅값은 평당 10~15만 원(2010년 기준)에서 20만 원(2013년)을 훌쩍 넘어, 대로변은 40만 원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사는 묻지마 구매 늘어

 

찾는 사람은 많지만, 매물이 없다 보니 문제가 있는 집들을 무조건 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단 두 시간 만에 팔리는 일도 빈번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오고 싶어하는 외지인들은 농가주택이 품귀현상을 보이니, 농가주택이 나오자마자 집도 보지 않고 육지에서 계약금을 걸고 무조건 구매합니다.

 

묻지마식으로 농가주택을 구매하다 보니 농가주택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주도 농가주택에는 미등기건축물이 많은데 양성화 과정(제주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오래된 미등기 건축물을 합법화해주기도 한다.)을 거치지 않으면 증축이나 리모델링이 어렵습니다.

 

제주 농가주택은 슬레이트 지붕이 많은데 이것을 철거하는데만 500만 원이상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그냥 농가주택이니 멋지게 리모델링하면 될 것이라고 착각에 빠집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도 농가주택은 도로 없이 주택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보이는 도로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적도상 맹지로 되어 있거나 사도 (개인 도로)로 되어 있어, 소유주의 도로 사용 허가서를 받아야 건축이 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집을 구한다고 해도 실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부동산은 이런 중요한 사실은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구매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지인이 제주도에 내려와 농가주택을 구입했다가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 사실을 알고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농가주택을 샀다가 도저히 허가를 받지 못하니 묻지마 구입을 원하는 외지인에게 또다시 되파는 일도 있으며, 무허가 미등기 건축물이 경매에 나왔다가 1~2천만 원이 오른 가격으로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감귤 1천평과 그에 딸린 농가주택, 연세 500만 원... 현실은?

 

제주에 사는 필자는 작년부터 감귤 1천 평과 그 안에 딸린 농가주택을 연세 500만 원에 임대하고 있습니다.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없다 보니 귤 농사를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기자가 덜컥 임대했습니다.

 

500만 원이나 줬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이 살면서 기자의 작업공간까지 만들기는 공간이 비좁고,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농가주택에 몇 천만 원씩 들여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 2월이면 계약이 끝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 집이라도 구입하거나 서로 달려들 것입니다. 그러나 여름이면 벌레 때문에 창문조차 열 수 없는 환경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조용하던 제주도가 외지인과 중국인들의 투자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친듯이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이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중산간마을까지 개발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섬 전체가 파괴되는 것 같습니다.

 

감귤 농사를 1년 해서는 1천만 원 벌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감귤밭을 팔면 1억 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고, 감귤밭을 갈아 엎어 집을 건축하면 몇억 원이라는 돈도 만질 수 있습니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금 제주에는 사라져가는 감귤밭과 파헤쳐지는 중산간 오름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