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볼만한 천문대

Fact/여행-음식 · 2009. 12. 3. 22:38
겨울 하늘로 떠오르는 별은 1500개 정도. 여름철보다 수는 적지만 날씨가 맑고 대기가 안정적이어서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더 많다. 더구나 겨울철 별자리에는 베텔기우스(오리온자리)와 시리우스(큰개자리) 등의 1등성과 2등성이 유달리 많다. 겨울 밤하늘은 그야말로 영롱한 보석 전시장인 셈이다.

문제는 추위와 광해(光害). 도심의 온갖 조명은 별빛을 모두 잡아먹는다. 하늘에 뜬 별을 모두 보려면 도심을 벗어나 차로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따뜻한 계절이라면 개울가에 텐트를 치든, 논두렁에 돗자리를 펴든 문제가 안 되겠지만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엔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들어 숙소를 갖춘 천문대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올 여름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마검포 해수욕장에 지어진 '스타 팰리스'는 아예 펜션에 관측용 돔을 올린 특이한 사설 천문대다. 망원경도 개인용으로는 수준급인 152㎜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스타 팰리스의 별지기는 서산군 부석고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김종혁(45) 선생님. 핼리혜성의 재등장으로 일었던 천문학 붐을 타고 망원경을 잡기 시작한지 18년 만에 개인 천문대를 갖는 꿈을 이뤘다. 다른 아마추어 천문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만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며 아름다운 꿈을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천문대가 완성된 뒤 이미 부석고교의 세 반이 소풍을 와서 태양 흑점을 보고 갔고, 얼마 전엔 인근 삼성초등학교 6학년 13명을 모두 초청해 함께 은하 탐사를 즐겼다. 펜션에 놀러오는 손님들도 별 보기가 의무사항. 오후 9시30분엔 어김없이 불이 꺼지며 1시간 가까이 별자리 설명이 이어진다. 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보고 나서야 주피터·아폴로·안드로메다 등 별 이름이 붙은 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행정보]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안면도 쪽으로 20분쯤 가면 안면도와 태안반도 방향으로 나뉘는 원청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안면도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50m 앞에 마검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있다. 1㎞ 쯤 가다 삼성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 하면 3분 거리. 숙박객은 천문대 사용 무료. 객실은 2인실 8만원선(비수기 기준). 400m 앞에 마검포 해수욕장이 있으며 꽃지 해수욕장도 20분 거리. 041-675-3666.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천문대는 국립 보현산 천문대와 소백산 천문대다.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대신 시립·사립 천문대가 많이 생겼다. 시설과 프로그램도 수준급인 곳이 많다. 가족 단위로 찾아가 보기에 적합한 천문대를 소개한다.

양평 중미산천문대 중미산과 유명산으로 둘러싸여 수도권치고는 광해가 적다. 주망원경 202㎜ 굴절식. 천체투영실은 없지만 미국에서 도입한 천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훌륭하다. 숙박은 20명이 넘을 때만 가능. 일반 손님은 매일 오후 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운영하는 별자리 교육과 관측에 참가할 수 있다. 1만5000원. 031-771-0306.

가평 코스모피아 명지산 중턱에 위치해 경관이 좋다. 가족 캠프 중심으로 운영한다. 주망원경은 400㎜ 카세그레인식(굴절과 반사 혼합식).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관측과 설명 프로그램이 촘촘히 이어진다. 1박2일(식사 포함)에 성인 6만원, 학생 5만원. 031-585-0482.

영월 별마로천문대 해발 799.8m의 봉래산 꼭대기에 위치해 5~6등급 별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 주망원경은 800㎜ 반사식. 15개의 보조 망원경도 개방한다. 오후 2~10시 운영하며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휴관. 올해부터 숙박 프로그램을 없앴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033-374-7460.

대전 시민천문대 최초로 일반 관람객에게 관측 기회를 제공한 시민천문대의 원조. 주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인데, 국내에서는 구경이 가장 큰 250㎜급. 보조망원경 13개, 슬라이딩 형식의 보조 관측실도 운영한다. 오후 2~10시 운영(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 휴관)하며 입장료는 없다. 042-863-8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