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은 고려 시대의 문신(文臣) 추적(秋適) 선생이 동몽(童蒙)들을 위하여 고전에서 귀감이 될 만한 문구들을 발췌하여 편집한 책입니다. 각 편은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금언을 제시하면서 시작됩니다.
제1편은 계선편(繼善篇)입니다.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는 공자의 말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어 천명(天命), 순명(順命), 효행, 정기(正己), 안분(安分), 존심(存心), 계성(戒性), 근학(勤學), 훈자(訓子), 성심(省心), 입교(立敎), 치정(治政), 치가(治家), 안의(安義), 준례(遵禮), 언어(言語), 교우(交友), 부행편(婦行篇)입니다.
인용된 글귀들 역시 기원전의 까마득한 책에서부터 송대에 이르기까지 (물론 후대에 더 첨가되어 조선 시대의 글까지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다양하며, 내용도 또한 유가(儒家)에만 국한하지 않고 유불선의 복합된 사상까지 망라되어 있어 동양인의 정신 세계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밝은 섭리를 설명하고, 자신을 반성하여 인간 본연의 양심을 보존함으로써 숭고한 인격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 繼善篇 ]
선한 본성을 이어간다는 것은 배움의 첫 목표로서 명심보감의 첫번째 편을 이룰 만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편에서는 선악(善惡)에 관한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럼 과연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마도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천성적으로 선악을 구분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1. 子曰, 爲善者는 天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
자왈, 위선자 천보지이복 위불선자 천보지이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福)으로 갚고, 불선(不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화(禍)로서 갚느니라.
(字義) ○ 子는 남자에 대한 통칭(通稱)이다. 특히 子라고만 할 때는 주지하다시피 공자(孔子)를 지칭한다 ○ 報는 갚을 보. 報恩(보은), 報復(보복), 報答(보답)
2. 子曰 見善如不及하고 見不善如探湯하라.
자왈 견선여불급 견불선여탐탕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일을 행하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하고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기를 끓는 물을 더듬는 것과 같이하라.
(字義) ○ 及는 미칠급. 探은 찾을탐. 湯은 끓을 탕
3. 漢昭烈이 將終에 勅後主曰 勿以惡小而爲之하고 勿以善小而不爲하라.
한소열 장종 칙후주왈 물이악소이위지 물이선소이불위
한(漢)나라 소열제(昭烈帝)가 장차 죽음에 이르러, 후주(後主)를 조칙(操飭)하여 이르셨다. 악(惡)이 적다고 하여 해서는 안되며, 선(善)이 적다고 하여 안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昭烈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황제가 된 후의 칭호이다. ○將은 "장차 장"으로 미래 시제. 將次(장차), 將來(장래). ○ 終은 "마칠 종"으로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臨終(임종). ○ 勅(칙)은 "조칙(操飭)하다"는 의미로, 당부하다,경계하여 타이른다는 뜻이다. ○後主는 "다음 임금"
4. 莊子曰, 一日不念善이면 諸惡이 自皆起니라.
장자왈 일일불염선 제악 자개기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루라도 선(善)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모든 악(惡)이 스스로 다 일어나느니라.
5. 馬援曰, 終身行善이라도 善猶不足이요 一日行惡이라도 惡自有餘니라.
마원왈 종신행선 선유부족 일일행악 악자유여
마원이 말하였다. 종신토록 선을 행해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고, 하루만 악을 행해도 악은 절로 남음이 있느니라.
(字義) ○馬援은 후한(後漢)때 사람. ○終身(종신)은 "몸을 마친다. 죽는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예]終身刑(종신형), 終身雇用(종신고용). ○猶는 오히려 유 ○餘는 남을 여. 예]餘暇(여가), 餘力(여력).
6.司馬溫公曰, 積金以遺子孫이라도 未必子孫能盡守요 積書以遺子孫
사마온공왈 적금이유자손 미필자손능진수 적서이유자손
이라도 未必子孫能盡讀이요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하여 以爲子孫之計니라.
미필자손능진독 부여적은덕어명명지중 이위자손지계
사마온공이 말씀하셨다. 금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반드시 능히 다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요, 책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남모르는 곳에 음덕(陰德)을 쌓음으로써(以), 자손의 계책으로(본보기로) 삼는(爲)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司馬溫은 북송(北宋)의 명신(名臣)이다. ○公은 존칭. ○遺는 끼칠 유, 줄 유, 남길 유. ○未必은 부분 부정으로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 ○盡은 다할 진 ○마지막 문장의 "以爲子孫之計"에서 위의 해석과는 달리 "以爲"를 한 단어로 보아도 된다. 즉, 以爲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져서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 ~으로 삼다"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以爲"는 한 단어로 쓰인다.
7. 景行錄에 曰, 恩義를 廣施하라, 人生何處에 不相逢이리오,
경행록 왈 은의 광시 인생하처 불상봉
讐怨을莫結하라, 路逢狹處면 難回避니라.
수원 막결 로봉협처 난회피
경행록에 이르기를, 은의(恩義)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디에 산들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우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대칭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廣(광)은 부사로 쓰였다. 넓을 광. ○生은 "~에 살다" ○何가 붙는 말은 모두 의문문으로 해석한다. 무엇 하. 어찌 하. ○讐는 원수 수. ○狹은 좁을 협. ○難+술어~ : ~하기 어렵다. ○避는 피할 피.
8. 東岳聖帝의 垂訓에 曰, 一日行善이면, 福雖未至라도, 禍自遠矣요.
동악성제 수훈 왈 일일행선 복수미지 화자원의
一日行惡이면, 禍雖未至라도, 福自遠矣니라.行善之人은,
일일행악 화수미지 복자원의 행선지인
如春園之草하여, 不見其長이나, 日有所增이요.行惡之人은,
여춘원지초 불견기장 일유소증 행악지인
如磨刀之石하여, 不見其損이나, 日有所虧니라.
여마도지석 불견기손 일유소휴
동악성제가 훈계를 내려 이르셨다. 하루 선(善)을 행해도 복(福)은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화(禍)는 저절로 멀어지고, 하루 악을 행해도 화(禍)는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복(福)은 저절로 멀어지느니라.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풀이 자라는 것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바가 있으며,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돌과 같아서 그것이(그 돌이) 닳아 없어짐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이지러지는 바가 있느니라.
(字義) ○東岳聖帝는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垂는 (위에서 아래로) 드리울 수. ○雖는 비록 수. ○日은 부사로 쓰였다. "날마다"의 뜻. ○磨는 갈 마. ○損은 덜 손 ○虧는 이지러질 휴.
9. 子曰, 見善如不及하고, 見不善如探湯하라.
자왈 견선여불급 견불선여탐탕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을 보기를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하고, 불선(不善) 보기를 끓는 물에 손을 넣는 것 같이 하라.
[ 天命篇 ]
천명편은 전편(前篇)인 계선편(繼善篇)의 선악에 관한 글귀에 이어서, 하늘을 권선징악의 주관자로서 부각시킨다. 즉, 하늘은 선한 자를 보호하고 악을 응징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인간의 윤리를 관장한다. 따라서 선을 지키고 악을 버리는 것이 바로 하늘의 진리이며, 하늘의 명인 것이다.
1. 孟子曰,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하니라.
맹자왈 순천자 존 역천자 망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을 거스리는 자는 망하느니라.
(字義) ○順은 "쫓을 순"으로 순종하다. 순응하다는 뜻이다. ○逆은 거스를 역. 順과는 서로 대칭이 되는 말이다. 예]順風(순풍), 逆風(역풍). ○亡은 망할 망. 고대에 亡자는 無자와 통용되어 쓰였다. 즉 亡을 "무"로 읽었고, 그 의미도 "없을 無"와 같았다. 여기서도 亡(무, 망)는 存과 의미의 대칭을 이룬다. 그러나 흔히 또 存亡(존망)이 한 단어가 되어 "망할 망"으로 읽히기도 하나, 개인적인 생각에 "存亡"의 亡도 본 뜻은 "無"이었을 것이다.
2. 莊子曰, 若人이 作不善하여 得顯名者는 人雖不害나 天必誅之니라.
장자왈 약인 작불선 득현명자 인수불해 천필주지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불선(不善)을 짓고도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자는, 사람이 비록 해하지 못한다해도 하늘은 반드시 베어버리느니라.
(字義)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②마치 ~와 같다.(like, as if)의 두가지 주된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쓰였다.○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雖는 비록 수. 주어는 일반적으로 雖앞에 쓴다. ○誅는 벨 주.
3. 種瓜得瓜요, 種豆得豆니 天網恢恢하여 疏而不漏니라.
종과득과 종두득두 천망회회 소이불루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것이니, 천망(하늘의 그물)은 회회하여(넓고 넓어서) 성기기는 하나 세지 않는 법이니라.
(字義) ○種은 명사로는 "씨"란 뜻이고, 술어로는 "심을 종"이다. ○瓜는 외(오이) 과. ○恢는 넓을 회.○漏는 셀 루. 예]漏水(누수). ○天網恢恢 疎而不漏; 즉, 자신이 뿌린대로 거두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며, 이러한 진리는 비록 성겨 보여도 절대로 예외가 없는 법이다.
4. 子曰, 獲罪於天이면, 無所禱也니라.
자왈 획죄어천 무소도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느니라.
(字義) ○獲은 얻을 획. ○禱는 빌 도. ○也는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로 쓰였다.
[ 順命篇 ]
전편(前篇)의 천명편(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명(命)에 순응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생(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생(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1. 子夏曰, 死生은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라.
자하왈 사생 유명 부귀 재천
자하께서 말씀하셨다. 생사(生死)에는 천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富貴)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子夏는 공자의 제자로 학문에 뛰어났다. ○死生처럼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즉,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 萬事가 分已定이어늘 浮生이 空自忙이로다.
만사 분이정 부생 공자망
만사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부생(덧없는 삶)이 공연히 스스로 바뻐하느니라.
(字義)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已는 이미 이. ○浮는 뜰 부. ○生은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부생)은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空(공)은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忙은 바쁠 망.
3. 景行錄云, 禍不可以倖免이요, 福不可以再求니라.
경행록운 화불가이행면 복불가이재구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히 면할 수 없는 것이요, 복은 두 번 얻을 수 없느니라.
(字義) ○"可以는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倖은 부사로, 요행히 행. 다행 행.
[ 孝行篇 ]
효행편에서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하는 효(孝)에 관한 글귀들을 모아 놓았다. 특히 공자의 어록이라 할 논어(論語)에서 발췌한 글이 반을 차지한다. 효(孝)를 이웃의 어른에게 미루어 적용하면 제(悌)가 되는 것이요, 그 마음을 더욱 넓혀 미루어 동료에게 적용하면 충신(忠信)이니, 효(孝)는 백행의 근본이 아닐 수 있겠는가? 유자(有子)께서 효제(孝悌)는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라고 말씀하신 뜻도 이와 같으리라.
1. 詩曰, 父兮生我하시고 母兮鞠我하시니 哀哀父母여 生我勞셨다.
시왈 부혜생아 모혜국아 애애부모 생아구로
欲報深恩인댄 昊天罔極이로다.
욕보심은 호천망극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아버지는 날 낳으시고 어머니는 날 기르시니, 애애롭다(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기에 애쓰시고 수고하셨도다.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하나 넓은 하늘은 참으로 망극하도다(가이 없다).
(字義) ○詩라 하면 유교 경전의 하나인 詩經을 뜻한다. 원래 詩라고 하면 詩經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經을 붙여줌으로써 공경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兮(혜)는 문장이 댓구(對句)를 이룰 때 주로 사용되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鞠은 기를 국.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는 힘쓸 구. ○勞는 수고할 로. ○昊天罔極이란 부모의 넓고 큰 은혜를 하늘에 비유하여, 그 은혜의 끝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昊는 넓을 호, 하늘 호. ○罔은 없을 망. ○罔極(망극); 끝이 없다. 가이 없다.
2. 子曰 孝子之事親也에 居則致其敬하고 養則致其樂하고
자왈 효자지사친야 거즉치기경 양즉치기락
病則致其憂하고 喪則致其哀하고 祭則致其嚴이니라.
병즉치기우 상즉치기애 제즉치기엄
공자 말씀하시기를 효자의 부모 섬기기란 (부모와 같이) 거함에는 자신의 공경함을 다하고, (부모) 봉양함에는 자신의 즐거움을 다하고, (부모가) 병이 드시면 자신의 근심을 다하고, (부모의) 상중에는 자신의 그 슬픔을 다하고, (부모의) 제사를 지낼 때에는 그 엄숙함을 다하는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也는 여기서처럼 주부(主部)를 구분지어 주는 역할도 한다. ○致는 ①이를 치, ②다할 치.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을 다하다. ~을 극진히 하다"의 뜻이다.
3. 子曰 父母在어시든 不遠遊하며 遊必有方이니라.
자왈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부모가 살아 계실 적에는 멀리 떨어져 노니지 마라. 놀 때에는 반드시 가는 방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4. 父命召어시든 唯而不諾하며 食在口則吐之이니라.
부명소 유이불낙 식재구즉토지
아버지께서 명하여 부르시거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응하고(唯), 대답만 "네"하고 꾸물거리지 말것이다(不諾). 음식이 입에 들었다면 곧 뱉을지니라.(즉, 음식을 뱉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곧바로 응해야 할 것이다)
(字義) ○召는 부를 소. ○唯는 ①오직 유, ②대답할 유. 여기서 대답한다는 것은 "~에게 ~을 대답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답하는 소리, 즉 우리말의 "예"나 "네"쯤에 해당하는 말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대답하는 소리에 해당하는 한자(漢字)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서 唯는 대답을 하고 바로 응하는 것이다. ○諾은 ①허락할 낙. ②대답할 낙. 역시 唯와 마찬가지로 대답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여기서는 "예"라고 대답만하고 바로 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吐는 토할 토.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즉, "~하면"의 뜻이다.
5. 太公曰 孝於親이면 子亦孝之하나니 身旣不孝면, 子何孝焉이리오.
태공왈 효어친 자역효지 신기불효 자하효언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효도하나니, 자신이 이미 효도하지 않았다면 자식이 어찌 효도를 하리오?
(字義) ○親(친)은 "부모"란 뜻이다. ○何는 ①무엇 하. ②어찌 하. ○焉(언)은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
6. 孝順은 還生孝順子요, 五逆은 還生五逆兒하나니
효순 환생효순자 오역 환생오역아
不信但看頭水하라. 點點滴滴不差移니라.
불신단간첨두수 점점적적불차이
효순(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사람)이 효순한 자식을 다시 낳는 것이요, 오역(五逆)이 다시 오역(五逆)하는 아이를 낳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다만 저 처마끝의 물을 보라! 한 점 한 점의 물방울들이 어긋나 옮겨지지 않는 것을!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順應)·순종(順從)한다는 뜻이다.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五逆은 불교 용어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질 다섯가지 악행으로서 살부(殺父), 살모(殺母), 살아라한(殺阿羅漢), 파화합승(破和合僧), 출불신혈(出佛身血)을 말한다. ○은 처마 첨. ○頭는 여기서는 별 뜻없이 명사뒤에 붙어서 그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또는 그 일부를 가리키기 위해서 쓰이는 접미사와 같은 것이다.○滴은 물방울적
[ 正己篇 ]
정기편은 수신(修身)에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유가(儒家)에서 강조하는 절제를 통한 인격수양과 더불어 난세(亂世)를 사는 도가(道家) 특유의 처세훈까지 곁들어 있다. 절제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1. 性理書云, 見人之善而尋己之善하며 見人之惡而尋己之惡이라.
성리서운 견인지선이심기지선 견인지악이심기지악
如此方是有益이로다.
여차방시유익
성리서에 이르기를, 남의 선을 보고 자기의 선을 찾으며, 남의 악을 보고 자기의 악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해야 바야흐로 이로움이 있을 것이로다.
(字義) ○方은 바야흐로 방. 예]時方(시방), 方今(방금), 今方(금방).
2. 景行錄云, 大丈夫는 當容人이언정 無爲人所容이니라.
경행록운 대장부 당용인 무위인소용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품어줄지언정(또는 용서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용서를 받는 사람이 되지 말지니라.
(字義)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容은 품을 용, 용납할 용. 예]包容(포용), 容恕(용서). ○無는 毋와 마찬가지로 금지사로도 자주 쓰인다.(=莫, 勿) ○爲는 될 위. ○爲A所+술어= A의 ~하는 바가 되다. 즉 이 구문은 피동형으로 해석을 해준다. 자주 쓰이는 구문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道吾惡者는 是吾師이요, 道吾好者는 是吾賊이로다.
도오악자 시오사 도오호자 시오적
내가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내가 좋다고(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도둑이로다.
(字義) ○道는 말할 도. ○是는 술어로 "~이다"(=is)의 뜻이다. 즉, 是의 주어는 道吾惡者이고, 보어는 吾師이다. ○賊은 도둑 적.
4. 勤爲無價之寶요, 愼是護身之符니라.
근위무가지보 신시호신지부
근면(勤勉)은 값이 없을 정도로 귀중한 보배요, 근신(謹愼)은 몸을 보호해주는 부적이니라.
(字義) ○勤은 부지런할 근. 예]勤務(근무), 勤勉(근면), 勤勞(근로). ○爲는 "~이 되다"(is, become)의 뜻이다. ○愼은 삼갈 신. 예]謹愼(근신). ○是는 "~이다"(is)의 뜻. ○符는 부적 부.
5. 定心應物이면 雖不讀書이나 可以爲有德君子이니라.
정심응물 수부독서 가이위유덕군자
마음을 정하고 모든 일에 응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를 유덕군자라 할 수 있느니라.
(字義) ○應은 응할 응. 예]應接(응접), 應試(응시). ○可는 "~하는 것이 옳다. ~하는 것이 가(可)하다"의 뜻이다. ○以爲는 한 단어로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6. 近思錄云, 懲忿如救火하고 窒慾如防水하라.
근사록운 징분여구화 질욕여방수
근사록에 이르기를, 분함을 참는 것을 불을 끄듯이 하고, 욕심 막기를 큰 물을 막는 것 같이 하라.
(字義) ○2.3 2.3으로 끊어서 읽는다. ○懲은 징계할 징 예]懲戒(징계), 懲罰(징벌). ○忿은 분할 분. ○懲忿(징분)은 분함을 억누르다. 참다의 뜻으로 종종 쓰이는 관용구이다. ○救火란 표현은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7. 子曰, 衆惡之라도 必察焉하며 衆好之라도 必察焉이니라.
자왈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며,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로다.
(字義) ○惡는 미워할 오.
8. 酒中不語가 眞君子요, 財上分明이 大丈夫라.
주중불어 진군자 재상분명 대장부
술 먹는 중에 말하지 않는 것은 진군자(眞君子, 참된 군자)요, 재산상 분명한 것은 대장부로다.
9. 萬事從寬이면 其福自厚니라.
만사종관 기복자후
만사에 너그러움을 쫓으면 그 복이 저절로 두터워지느니라.
(字義)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大(관대). ○厚는 두터울 후 예]重厚(중후).
10. 太公曰, 欲量他人인댄 先須自量하라. 傷人之語는 還是自傷이니
태공왈 욕량타인 선수자량 상인지어 환시자상
含血噴人이면 先汚其口니라.
함혈분인 선오기구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타인을 헤아리려면 모름지기 자신부터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요, 피를 입에 물고 남에게 뿜는 것은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것이니라.
(字義) ○量은 헤아릴 양.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예]還是~: 도로 ~이다.○含은 품을 함. 예]包含(포함). ○噴은 뿜을 분. 예]噴水(분수). ○汚는 더러울 오. 예]汚染(오염).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을 더럽히다"의 뜻.
11. 太公曰, 瓜田不納履요, 李下不整冠이라.
태공왈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오이밭에서 (손을 내려) 신을 고쳐 신지 말 것이요, 오얏(자두) 나무 아래에서는 (손을 올려) 관을 고쳐 쓰지 말 것이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瓜는 외(오이) 과. ○섭은 신 신을 섭.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의 뜻도 있다. ○整은 정돈할 정. ○不도 역시 勿처럼 금지사로 쓰인다.
12. 耳不聞人之非하고 目不視人之短하며 口不言人之過라야 庶幾君子니라.
이불문인지비 목불시인지단 구불언인지과 서기군자
귀로는 남의 그릇됨을 듣지 아니하고, 눈으로는 남의 단점을 보지 아니하며, 입으로는 남의 과실을 말하지 말아야 거의 군자에 가까우니라.
(字義) ○庶는 거의 서. ○幾는 거의 기. ○"庶幾~" 는 관용구로 "~에 거의 가깝다. 거의 ~이다"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한 단어이다.
13. 蔡伯曰, 喜怒在心하고 言出於口하나니 不可不愼也이니라.
채백개왈 희노재심 언출어구 불가불신야
채백개가 말하였다. 희로(喜怒)는 마음에 있고 말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없노라.
○出於~ :~에서 나오다. ○不可는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 ○不可不: ~하지 않을 수 없다.
14. 宰予晝寢이어늘 子曰, 朽木은 不可雕也요, 糞土之墻은 不可也니라.
재여주침 자왈 후목 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오야
재여가 낮잠을 자거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새길 수가 없으며,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도 없느니라.
(字義) ○재여(宰予)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언변에 능했다. 윗글은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고 언변에만 능한 재여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자의 말씀이다. 논어의 원문을 읽어 보면 이 뒤에 생략된 내용은 이러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재여를 통해서 나는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람을 볼 때 그 말만 믿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까지도 살피게 되었다"라고 재여를 심하게 꾸짖는 공자의 말씀을 볼 수 있다. ○朽는 썩을 후. 예]不朽(불후)의 명작. ○雕는 彫와 통하는 글자로 "새길 조." ○糞은 똥 분. ○糞土는 한 단어로 "썩은 흙"을 뜻한다.즉, 똥같은 흙이란 뜻이다. ○墻은 담 장. ○는 흙손질할 오.
15. 紫虛元君의 誠諭心文에 曰, 福生於淸儉하고 德生於卑退하며
자허원군 성유심문 왈 복생어청검 덕생어비퇴
道生於安靜하고 命生於和暢하며 患生於多慾하고 禍生於多貪하며
도생어안정 명생어화창 환생어다욕 화생어다탐
過生於輕慢하고 罪生於不仁이라.
과생어경만 죄생어불인
자허원군의 성유심문에 이르기를, 복(福)은 청렴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德)은 자신을 낮추고 물러나는 데서 생기며, 도(道)는 편안하고 고요한 가운데서 생기고, 명(命)은 화창한 가운데서 생기며, 우환(憂患)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화(禍)는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기며, 과실(過失)은 경만한 가운데서 생기고, 죄(罪)는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4단락으로 나누어서 실었다. ○자허원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生於~: ~에서(~로부터) 생기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儉은 검소할 검. ○暢은 화창할 창, 통할 창. ○慢은 게으를 만. 예]怠慢(태만).
16. 戒眼莫看他非하고 戒口莫談他短하며 戒心莫自貪嗔하고
계안막간타비 계구막담타단 계심막자탐진
戒身莫隨惡伴하라.無益之言莫妄爲하며 不干己事를 莫妄爲하라.
계신막수악반 무익지언막망위 불간기사 막막위
尊君王孝父母하고 敬尊長奉有德하며 別賢愚恕無識하라.
존군왕효부모 경존장봉유덕 별현우서무식
그러니, 눈을 경계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며, 입을 경계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탐내거나 성내지 말며, 몸을 경계하여 악한 친구를 따르지 말 것이다. 무익한 말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며, 자기에게 간섭되지 않는 일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다. 오로지, 군왕을 받들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유덕(有德)한 자를 받들며,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가리고 무식한 자를 용서하라.
(字義) ○戒는 경계할 계. ○嗔은 성낼 진. ○伴은 짝 반. ○妄은 망령될 망. 여기서는 부사로 쓰였다. 예] 妄動(망동), 妄發(망발). ○干은 간섭할 간. 예]干涉(간섭), 干與(간여). ○尊은 높을 존. 첫번째 尊은 술어로 쓰인 것이고, 尊長의 尊은 명사로 쓰인 것이다. 특히 尊長은 지금까지도 쓰이는 단어이다.
17. 物順來而勿拒하고 物旣去而勿追하며 身未遇而勿望하고
물순래이물거 물기거이말추 신미우이물망
事已過而勿思하라.聰明도 多暗昧요, 計算도 失便宜라.
사이과이물사 총명 다암매 계산 실편의
損人終自失이요, 依勢禍相隨라. 戒之在心하고 守之在氣니라.
손인종자실 위세화상수 계지재심 수지재기
일이 순순히 오거든 막지 말며, 일이 이미 자나갔거든 쫓지 말 것이다. 몸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도 바라지 말 것이요, 일이 이미 지나갔거든 더이상 생각하지 말 것이다. 총명해도 어둡고 우매한 구석이 많으며, 미리 계산을 해서 (계획을 다 짜 맞춰 놓았더라도) 편의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니라. 남을 손상시키면 끝내는 내 자신이 손실을 입을 것이요, 권세에 의존하면 화가 서로 따르리라. 경계하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요, 지키는 것은 기(氣)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할 순. ○拒는 막을 거. 예]拒絶(거절). ○已는 이미 이. ○過는 명사로는 "과오, 과실, 허물"이란 뜻이고, 술어로는 지날 과. ○昧는 어두울 매. 예]愚昧(우매). ○便宜(편의)는 지금도 쓰이는 말이다. ○損은 덜 손. "~에게 손해를 끼치다. ~을 손상시키다"의 뜻이다. ○依는 의지할 의. ○A+在+B= A가 B에 있다. ○之는 "술어+之"가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18. 爲不節而亡家하고 因不廉而失位라. 勸君自警於平生하나니
위부절이망가 인불렴이실위 권군자경어평생
可歎可警而可畏라. 上臨之以天鑑하고 下察之以地祇라.
가탄가경이가외 상임지이천감 하찰지이지지
明有王法相繼하고 暗有鬼神相隨라. 惟正可守요,
명유왕법상계 암유귀신상수 유정가수
心不可欺니 戒之戒之하라.
심불가기 계지계지
절제(절약)하지 못하여 집안을 망치고, 청렴하지 못하여 (벼슬)자리를 잃게되는 법! 그대에게 권하노니, 평생 동안 스스로 경계하여여 할지니, 탄식할 만하고, 경계할 만하며, 두려워할 만한 것이다. 위로는 천감(하늘의 거울)로 임하시고, 아래로는 지신(地神)으로 살피나니, 밝은 곳에서는 왕법(王法)이 서로 이어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이 있어 서로 따르나니, 오로지 正(올바름)만을 지켜야 할 것이요, 마음을 속여서는 안되느니라. 이를 경계하고 경계하라.
(字義) ○爲는 ①할 위 ②위할 위 ③될 위 ④~으로 삼다. 등등의 4가지 뜻이 있다. 이때 ②의 뜻이 파생되어 "이유"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때문이다"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기도 한다. 위에서도 爲는 그 뒷문장 因과 댓구를 이루며 "이유"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여기서는 不다음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勸은 권할 권. ○警은 경계할 경. ○可歎可驚而可畏에서 "可+술어"는 모두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臨之, 察之에서 之는 모두 무엇을 특별히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며 다만,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줌으로써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해 써준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마지막의 戒之도 마찬가지이다. ○祇는 지신(地神) 기. ○欺는 속일 기. ○마지막 구절의 "惟正可守, 心不可欺"를 일부 책에서는 "오로지 올바라야 지킬 수 있으며,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라고 번역을 하였는데,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적확한 번역이 아니다. 이는 可와 不可의 미묘한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가능"의 뜻으로만 可와 不可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正은 술어가 아니라, 守의 목적어이며, 可는 단순히 "가능"을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직역을 할 수 있다. "오로지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可하고, 마음을 속이는 것은 不可하다"의 뜻으로 4.4의 댓구를 이루는 문장인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이 직역을 하는 것이 오역(誤譯)을 막을 수 있고, 또한 그 글자의 미묘한 어감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正己篇終
[ 安分篇 ]
안분편은 자신의 분수를 지켜 편안한 마음을 갖자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헛된 명리(名利)를 좇아 자신의 본분(本分)마저 잊어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안분지족(安分之足)의 처세(處世)는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라, 절제되지 않은 무한한 욕망을 맹목적으로 좇다가 자신을 망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 景行錄云, 知足可樂이요, 務貪則憂니라.
경행록운 지족가락 무탐즉우
경행록에 이르기를, 족함을 알면 즐거운 것이요, 탐하기를 힘쓰면 근심하게 되느니라.
(字義) ○足은 족할 족. ○可樂은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예]可恐(가공)할 만하다. ○務는 힘쓸 무. "~하기를 힘쓰다"의 뜻.
2. 知足者는 貧賤亦樂이요, 不知足者는 富貴亦憂니라.
지족자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
족함을 아는 자는 빈천해도 또한 즐거울 것이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부귀해도 또한 근심만하느니라.
○賤은 천할 천. 예]卑賤(비천), 賤民(천민). ○憂는 근심할 우. 예]憂患(우환).
3. 濫想은 徒傷神하며 妄動은 反致禍니라.
남상 도상신 망동 반치화
남상(쓸데없이, 도에 넘치게 생각하는 것)은 한갓 정신만 상하게 하며, 망동(망령된 행동)은 도리어 화(禍)에 이르게 되느니라
(字義) ○濫은 넘칠 람. 부사로 쓰일 때는 "함부로 ~하다. 도에 넘치게 ~하다."로 의역한다. 예] 濫用(남용), 濫發(남발). ○徒는 부사로 "다만 도, 한갓 도." ○致는 이를 치. 致는 "~에 이르다"가 본 뜻이지만 의미가 확장되어 "~을 이루다. ~이 되다"는 뜻도 된다. 위에서도 "致禍"는 1차적인 의미는 "화에 이른다"는 뜻이지만, 결국 "화를 이룬다. 화가 된다"는 뜻이다. 예]雲登致雨 (千字文에 나오는 글귀인데 의역해 보길 바란다; 구름이 올라 비에 이른다?)
4. 知足常足이면 終身不辱하고 知止常止면 終身無恥니라.
지족상종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
만족할 줄을 알아 늘상 만족해 하면 종신토록(몸을 마칠 때까지) 욕되지 않을 것이요, 그칠 줄 알아 늘상 적당한 선에서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字義) ○辱은 욕될 욕. ○恥는 부끄러울 치. 수줍어한다는 뜻이 아니고, "치욕스럽다"는 뜻이다.
5. 書曰, 滿招損하고 謙受益이니라.
서왈 만초손 겸수익
서전(書傳)에 이르기를, 가득차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로움을 얻느니라.
(字義) ○招는 부를 초 예]招待(초대), 招魂(초혼). ○謙은 겸손할 겸. 예]謙遜(겸손).
6. 擊壤詩曰, 安分身無辱이요, 知機心自閑이라.
격양시왈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항
雖居人世上이나 却是出人間이니라.
수거인세상 각시출인간
격양시에 이르기를, 안분하면(분수에 편안해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요, (세상의) 기미(機微)를 알면 마음은 절로 한가로워지느니라. 비록 인간 세상에 산다고 해도, 이것은 오히려 인간세상을 벗어난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은 詩이므로 2.3 2.3으로 끊어 읽고, 閑과 間은 운자(韻字)이다. 5언절구가 되겠다. ○機는 "베틀"이란 뜻도 있지만, "기미 기"의 뜻도 있다. 예]機會(기회), 投機(투기). ○却은 현대에는 주로 "버릴 각"의 뜻으로만 쓰이지만, 한문에서는 이와 같이 부사로 "도리어 각"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是는 "~이다"의 뜻. 여기서 是는 지시대명사, "이 시"가 아니라 술어인 "~이다"의 뜻이다. 주어는 앞 문장의 글귀 전부이며, 이처럼 문맥상 是의 주어가 분명하면 주어를 쓰지 않는다. 위의 해석에서 "이것은"이라고 하여 지시대명사를 써 준 것은 是를 지시대명사로 보아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니라, 다만 의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주어를 넣어준 것 뿐이다. ○"却是~"는 관용구로 "도리어 ~이다"의 뜻이다.
安分篇終
[ 存心篇 ]
존심(存心)!! 마음을 지닌다?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헛된 욕망에 의해 인의(仁義)의 본심을 잃지 말고 항상 그 본연의 마음 자세를 지니라는 뜻이다. 맹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자가 속된 사람과 다른 것은 그가 마음을 지니기 때문이니,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지니고 예(禮)를 마음에 지닌다"라고 하였다. (君子所以異於人者,以其存心也,君子以仁存心,以禮存心). 이에 연유하여 바로 이 存心은 유가(儒家)의 실천 명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편에서도 악과 물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착한 본성을 견지하라는 글귀들이 실려있다.
1.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하며 馭寸心如六馬하면 可免過니라.
경행록운 좌밀실여통구 어촌심여육마 가면화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방이 막혀 있는) 밀실에 혼자 앉아 있더라도 (사방이 뚫린) 거리에 있는 듯이 하며, 한 마디의 작은 마음 통제하는 것을 (제 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이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으리라.
(字義) ○衢는 거리 구. ○馭는 말부릴 어. ○寸은 마디 촌. 길이의 단위로도 쓰인다. ○可免~; ~을 면할 수 있다.
2.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면 仲尼年少合封侯리라.
격양시운 부귀여장지력구 중니년소합봉후
世人不解天意하고 空使身心半夜愁니라.
세인불해천의 공사신심반야수
격양시에 이르기를, 부귀를 만약 지력(智力)으로 구한다면, 중니(仲尼)같은 분은 나이 어려서 벌써 제후를 봉합하였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풀지 못하고(이해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한밤중에 심신을 근심하게 하느니라.
(字義) ○如는 ①만약 ~한다면(=若) ②~와 같다(=若)의 뜻이 있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富貴는 求의 목적어이다. ○仲尼(중니)는 孔子의 字이다. ○將은 여기서 "장차 장"의 뜻이 아니라, "가질 장"의 뜻이다. 즉,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자와 비슷한 용법으로 흔히 쓰인다. ○年은 "나이"란 뜻. 예]年長者(연장자), 年老(연로).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이다. ○위 시에서 공자와 같은 성인이라면 나이가 어려서 진즉에 일찍이 제후를 봉합하여 천자가 되었을 터인데도 천하를 다스리지 못한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란 것이다. ○解(해)는 "~을 깨닫다. ~을 이해하다"의 뜻. 예]理解(이해), 解釋(해석). ○空은 부사로 "헛되이, 부질없이. 공연히"의 뜻.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半夜는 "한밤중"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3. 范忠宣公이 戒子弟曰, 人雖至愚나 責人則明하고 雖有聰明이나
범충선공 계자제왈 인수지우 책인즉명 수유총명
恕己則昏이니 爾曹는 但當以責人之心責己하고, 恕己之心恕人이면
서기즉혼 이조 단당이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서인
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
불환부도성현지위야
범 충선 공이 자제들에게 경계하여 말씀하였다.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책(責)하는 데는 밝고, 비록 총명함이 있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두우니라. 너희들은 다만 마땅히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아니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그와 같이 하면 당연히 그런 지위에 이르기 마련이란 뜻)
(字義) ○범 충선 공은 북송(北宋)때의 재상. ○"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자주 쓰이는 문구이다. ○至는 술어로는 "~에 이르다"의 뜻이지만, 이와 같이 한정어로 쓰일 때는 (至가 명사나 서술어앞에 쓰일 때는) "매우, 지극히"의 뜻이다. (예] - 서술어를 한정하는 경우) 至尊(지존), 至高至順(지고지순). (예] - 명사를 한정하는 경우) 至誠(지성), 至論(지론). ○昏은 어두울 혼. ○曹는 무리 조. 예]法曹界(법조계). 吏曹(이조), 兵曹(병조). ○患은 뒤로 절을 받아(不到~位也까지) ~을 걱정하다, "be worried that~"의 의미이다. ○責은 꾸짖을 책. 조를 책, 구할 책. 責은 꾸짖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조른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옥편에 보면, "꾸짖을 책"외에 "조를 책, 구할(求) 책"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조르고 구한다는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키는 뜻풀이이다. 孟子에 보면 "責善,朋友之道也"(善을 서로 권장하고 조르는 것은 친구간의 도리이다)이란 글귀가 아마도 이 責이란 뜻의 모태가 된 것 같다. 여기서 責善이란 善한 길로 가도록 서로 구하고 조른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단순히 꾸짖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責을 그 음(音) 그대로 옮겨보았다. 예]責望(책망), 責善(책선), 自責(자책), 責任(책임). ○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에서 뒷구절에 以를 붙이지 않은 것은 이미 앞 문장에서 以를 썼고, 또한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루기 때문에 以를 뒤에 붙이지 않은 것으로 이와 같이 똑같은 글자가 반복되면 흔히 생략된다. ○到는 이를 도. "~에 이르다, ~에 도착하다"는 뜻. 예]到着(도착), 到達(도달).
4. 子曰, 聰明思睿라도 守之以愚하고 功被天下라도 守之以讓하며
자왈 총명사예 수지이우 공피천하 수지이양
勇力振世라도 守之以怯하고 富有四海하도 守之以謙이니라.
용력진세 수지이검 부유사해 수지이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총명하고 생각이 밝아도 이를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공이 천하를 덮어도 이를 겸양으로 지키며, 용력이 세상을 떨칠지라도 이를 겁으로 지키고, 부(富)로 사해를(四海; 온 세상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겸손으로 지켜야 하느니라.
(字義) ○睿는 叡와 동자(同字)이다. "밝을 예." 슬기롭다는 뜻이다. 예]叡智(예지). ○被는 ①입을 피. ②덮을 피. ○怯은 겁낼 겁. 예]卑怯(비겁). ○여기서 之는 대명사라기 보다는, 즉 그 지시성(指示性)이 거의 희박하고 단순히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어 어세를 고르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之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때에 따라서는 목적어를 덧붙여 줄 수도 있는 것이다.
5. 素書云, 薄施厚望者不報하고 貴而忘賤者不久니라.
소서운 박시우망자불보 귀이망천자불구
소서에 이르기를, 박하게 베풀고서는 후하게 바라는 자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고, 귀해졌다고 하여 천한 시절을 잊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하느니라.
(字義) ○薄은 엷을 박. ○厚는 두터울 후. ○久는 오랠 구. 예]長久(장구), 永久(영구).
6. 施恩勿求報이요, 與人勿追悔하라.
시은불구보 여인물추회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구하지 말 것이요, 남에게 주었거든 더 이상 쫓아 후회하지 말 것이다.
(字義) ○與는 술어로 "줄 여." 예]給與(급여), 與信(여신). ○悔는 뉘우칠 회. 예]後悔(후회).
7. 孫思邈曰, 膽欲大而心欲小하고 知欲圓而行欲方이니라.
손사막왈 담용대이심욕소 지욕원이행욕방
손사막이 말하였다. 담력은 크게 하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고자 하노라. 지혜는 둥글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반듯하게 하고자 하노라.
(字義) ○손사막(孫思邈)은 당(唐)나라 때 사람. ○膽은 쓸개 담. 여기서는 과단성, 의지 등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위의 첫 구절은 뜻은 크게 갖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여 항상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圓은 둥글 원. ○方은 술어로 "네모반듯하다. 방정(方正)하다"의 뜻이다. 예]품행이 方正하다. 方席(방석). ○위의 두번째 구절은 지혜는 둥글게 하여 막힘이 없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처럼 반듯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8. 念念有如臨敵日이요, 心心常似過橋時니라.
염염유여임적일 심심상사과교시
항상 생각으로는 적과 임해 있는 나날 같이 하여야 할 것이요, 항상 마음으로는 다리를 건너는 때와 같아야 할 것이다.
(字義)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즉, 念念은 "모든 생각에, 생각마다"의 뜻이다. 예]代代孫孫. ○臨은 임할 림. 예]降臨(강림), 臨終(임종). ○似는 "같을 사"로 如와 쓰임새가 같다. ○過는 명사로는 허물, 지나침, 과오의 뜻이고, 여기서처럼 술어로는 "~을 지나다"의 뜻이다. 술어로는 ①(장소)~를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도하다. ③과오를 저지르다. 실수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橋는 다리 교. 예]橋梁(교량), 漢江橋(한강교).
9. 懼法朝朝樂이요, 欺公日日憂니라.
구법조조락 기공일일우
법을 두려워하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요, 공중(公衆)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하리라.
(字義) ○懼는 두려울 구. "~을 두려워하다"의 뜻이다. ○朝는 아침 조. ○公은 한가지 공. "공공(公共), 공중(公衆)"의 뜻이다. 이외에도 公은 주로 "공정하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欺는 속일 기.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朝朝는 "아침마다", 日日은 "날마다"의 뜻
10. 朱文公曰, 守口如甁하고, 防意如城하라.
주문공왈 수구여병 방의여성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입 지키기를 병(甁)과 같이 하고, 뜻 막기를 성(城)과 같이 하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文은 시호이고 公은 존칭이다. ○甁은 병 병. 첫구절은 입을삼가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을 깨지기 쉬운 병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防은 막을 방. 두번째구절은 뜻을 굳게 지녀, 그 뜻을 잃거나 다른 헛된 욕망에 빼앗기지 않도록 성문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11. 心不負人이면 面無慙色이니라.
심부부인 면무참색
마음으로 남에게 지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느니라.
(字義) ○負는 ①(등에) 질 부 ②질(패배할) 부. ○慙은 부끄러울 참. ○A+無+B= A에 B가 없다.
12. 無百歲人이나 枉作千年計니라.
무백세인 왕작천년계
사람 중에는 백세를 사는 사람이 없건만은 천년의 계교를 헛되이 짓는구나.
(字義) ○枉은 굽을 왕. 여기서는 부사로 쓰여다. ○計는 계교 계. 꾀 계. 예]計劃(계획).
13. 寇萊公의 六悔銘云, 官行私曲失時悔요, 富不儉用貧時悔요,
구래공 육회명운 관행사곡실시회 부불검용빈시회
藝不少學過時悔요, 見事不學用時悔요, 醉後狂言醒時悔요,
예불소학과시회 견사불학용시회 취후광언성시회
安不將息病時悔니라.
안불장식병시회
구래 공의 육회명에 이르기를, 벼슬자리에 있을 때 사사롭고 굽은 일을 행하면 (벼슬자리를) 잃었을때 뉘우칠 것이요, 부유할 때 씀씀이를 검소히 하지 않으면 가난해질 때 뉘우칠 것이고, 재주가 있으나 어려서 배우지 아니하면 때가 지났을 때 뉘우칠 것이요, 일을 보고 배우지 아니하면 쓸 때 뉘우칠 것이며, 술에 취한 후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깰 때 후회할 것이고, 몸이 편안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하리라.
(字義) ○이 육회명(여섯가지 후회를 담은 글)은 7언의 댓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언의 경우에는 대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이런 규칙을 알아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5언의 경우에는 2.3 2.3으로 끊는다. ○官은 벼슬 관. ○藝는 재주 예.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은 ③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재주가 있어도 조금도 배우지 아니하면"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뒤에 "過時"(지났을 때)란 말과 호응이 좋지 못하므로 ①의 뜻으로 쓴 듯하다. ○醒은 깰 성. 예]覺醒(각성). ○술어+時; ~할 때.(when~)
14.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이언정 莫有事而家富요.
익지서운 영무사이가빈 막유사이가부
寧無事而住茅屋이언정 莫有事而住金屋이요.
영무사이주모옥 막유사이주금옥
寧無病而食飯이언정 不有病而服良藥이니라.
영무병이식추반 불유병이복량약
익지서에 이르기를, 차라리 아무 일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사고가 있으면서 집이 부유하게 하지는 말 것이요, 차라리 아무 일 없이 띠로 지은 집에 살망정 사고가 있으면서 금으로 된 집에 살지 말 것이며, 차라리 병이 없으면서 성긴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으면서 좋은 약을 먹을 일이 아니로다.
(字義) ○寧은 ①안녕 녕 ②차라리 녕.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쓰였다. ○莫은 금지사로 쓰였다. 마지막 귀절의 不도 금지사로 쓰였다. ○茅는 띠 모. "띠"는 길쭉한 풀이름. ○는 성길 추. 거칠 추. ○服은 "~을 복용(服用)하다"는 뜻이다. 그 외에 ①입을 복. ②복종할 복. 등등의 뜻이 있다. ○良은 좋을 량. 여기서는 "어질 량"의 뜻이 아니다.
15. 心安茅屋穩이요, 性定菜羹香이니라.
심안목옥온 성정채갱향
마음이 편안하면 띠로 지은 집도 편안한 것이요,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로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穩은 편안할 온. 예]穩健(온건), 不穩(불온)서적. ○菜는 나물 채. ○羹은 국 갱.
16. 景行錄云, 責人者不全交요, 自恕者不改過니라.
경행록운 책인자부전교 자서자불개과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을 책(責)하는 자는 사귐을 온전히 하지 못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자는 자신의 과오를 고치지 못하느니라.
(字義)○全은 不뒤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알 수 있다. 全은 온전할 전. "~을 온전히 하다"의 뜻이다. 물론 부사로 "전부," 한정어로 "모든"의 뜻도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에 따라 품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17. 夙興夜寐하여 所思忠孝者는 人雖不知나 天必知之요,
숙흥야매 소사충효자 인수부지 천필지지
飽食煖衣하여 怡然自衛者는 身雖安이나 其如子孫에 何오.
포식난의 이연자위자 신수안 기여자손 하
숙흥야매에(아침 일찍 일어나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충효인 사람은 남이 비록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하늘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고는 이연하여(기뻐하여, 화락하여) 자신만을 지키는 자는 몸은 비록 편안할지라도 그의 자손은 어찌될 것인고?
(字義) ○夙은 아침일찍 숙. 이를 숙. 예]夙成(숙성). ○興은 일어날 흥. ○寐는 잠잘 매. ○"夙興夜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所+타동사"는 ~하는 바. ~하는 것. 등등의 뜻으로 명사구를 이룬다. 예]所願, 所望, 所謂. 위의 문장의 "所思忠孝者"에서 所는 思까지만 걸리는 것이지, 忠孝까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衣는 "옷을 입다"는 뜻의 술어로 쓰였다. ○怡는 ①화(和)할 이. ②기뻐할 이. 이연(怡然)은 종종 쓰이는 단어로서 기뻐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며,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로 쓰였다. ○然은 형용사나 동사 뒤에 붙어서 그 모양을 나타낸다. 예]泰然, 超然, 空然, 完然, 確然, 儼然, 杳然, 隱然, 偶然, 決然, 公公然 등으로 문장내에서는 주로 그 문장의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副詞)"로 쓰이며, 때에 따라서는 명사 또는 술어로도 쓰인다. 이렇게 술어나 형용사 뒤에 然이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말이 아주 많은데 이중에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지금도 한 단어로 굳어져 쓰이는 낱말도 많으며, 고어(古語)에는 훨씬 더 이런 의태어들이 많다. 이런 낱말들은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 단어로 해석해주는 것이 나을 듯하다. ○"如 A 何"는 관용적인 문구로서, "A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뜻이다.
18. 以愛妻子之心으로 事親則曲盡其孝요.
이애처자지심 사친즉곡진기효
以保富貴之心으로 奉君則無往不忠이요.
이보부귀지심 봉군즉무왕불충
以責人之心으로 責己則寡過요.
이책인지심 책기즉과과
以恕己之心으로 恕人則全交니라.
이서기지심 서인즉전교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섬기면 그의 효도를 곡진히 하는 것이요, 부귀를 지키는 마음으로 임금을 받들면 언제라도 불충하는 때가 없을 것이니라.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사귐을 온전히 하게 될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親은 어버이 친.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자주 쓰이는 문장 형태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無往不+술어"는 한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어딜가더라도(어디에서라도) ~하지 않음이 없다"의 뜻으로 의역하자면 "언제라도 ~한다"의 뜻이다. ○寡+명사; ~이 적다.
19. 爾謀不臧이면 悔之何及이며 爾見不長이면 敎之何益이리오,
이모부장 회지하급 이견부장 교지하익
利心專則背道요, 私意確則滅公이니라.
이심전즉배도 사의확즉멸공
너의 도모함이 착하지 않으면 후회한들 어디에 이를 것이며(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뜻), 너의 보는 것이(식견이) 길지 아니하면 가르친들 무슨 이로움이 있으리요? 다만, 자기를 이롭게 하는 마음이 오로지 있으면 도(道)를 배반하는 하는 것이며, 사사로운 뜻이 굳으면 공적(公的)인 것을 멸하게 되는 것이로다.
(字義) ○爾는 너 이. ○謀는 꾀할 모. 도모할 모. ○臧은 착할 장. ○悔之, 敎之에서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가 아니라, 다만 그 之앞에 붙은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 주는 어감을 주기 위한 어기조사(語氣助詞)이다. ○及은 이를 급. "何及"은 "아무 소용없다"는 의미로 잘 쓰이는 관용구이다. ○專은 오로지 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전일(專一)하다는 뜻이다. ○背는 등 배. 배반할 패. 背가 배반하다의 뜻일 때는 전통적으로 "패"라고 읽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배"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예]背信(배신). ○公은 공변될 공. 공정하다.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20. 生事事生하고 省事事省이니라.
생사사생 성사사성
일을 생기게 하면 일은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은 덜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자동사로는 ①생기다. 나다. 위 문장에서 첫번째 生은 타동사고 두번째 生은 자동사이다. ○省은 덜 생 예]省略(생략).
存心篇終
[ 戒性篇 ]
계성편은 편명(篇名) 그대로 성품을 경계하도록 하는 경구들이 실려 있다. 주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시키지 말고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그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참을성(忍)인데 여기 저기서 치이고 부대끼는 우리들로서야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특히 제멋대로 사는게 개성인 현대에 있어서랴?
1.景行錄云, 人性如水하여 水一傾則不可復이요, 性一縱則不可反이니
경행록운 인성여수 수일경즉불가복 성일종즉불가반
制水者必以堤防하고 制性者必以禮法이니라.
제수자필이제방 제성자필이예법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 번 기울면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듯이 성품도 한 번 놓으면(방종해지면) 되돌릴 수 없느니라. 물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제방(堤防)으로 할 것이요, 성품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예법(禮法)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字義) ○傾은 기울 경. 예]傾向(경향), 傾斜(경사).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①~하면(if), ②~할지라도(even if) 여기서는 문맥에 따라 ①의 뜻이다. ○不可+술어;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 ○復은 회복할 복. ○縱은 놓을 종, 방종할 종. ○制는 잡을 제. 누를 제.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통제(統制)하다. 제어(制御)하다. 억제(抑制)하다의 뜻이 있다. 위의 문구에서도 그 파생된 뜻으로 여기면 된다. ○堤는 둑 제. 예]堤防(제방).
2. 忍一時之氣이면 免百日之憂니라.
인일시지기 면백일지우
일시적인 기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하느니라.
3. 得忍且忍이요, 得戒且戒하라, 不忍不戒면 小事成大니라.
득인차인 득계차계 불인불계 소사성대
참을 수 있으면 또 참고, 경계할 수 있으면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조그마한 일도 크게 되어버린다.
(字義) ○①得+명사(구): ~을 얻다. ②得+술어:~할 수 있다. 이 때 得은 "가능"의 뜻으로 조동사가 된다.
4. 愚濁生嗔怒는 皆因理不通이라. 休添心上火하고 只作耳邊風하라.
우탁생진노 개인리불통 휴첨심상화 지작이변풍
長短家家有요 炎凉處處同이라, 是非無相實하여, 究竟摠成空이니라.
장단가가유 염량처처동 시비무상실 구경총성공
우탁이 진노를 낳는 것은(어리석고 사리분별이 흐린 사람이 성내고 화내는 것은) 모두 일의 이치가 통하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니,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단지 이변풍(귓가에 이는 바람)쯤으로 여길 것이로다. 장단(좋은 점과 나쁜 점)은 집집마다 있기 마련이요, 염량(세력의 성함과 약함)은 곳곳마다 같으니라. 시비는(옳고 그름은) 모두 실한 것이 없는지라, 구경에는(필경에는, 결국에는) 모두 공(텅빈 것)이 되느니라
(字義) ○濁은 흐릴 탁. ○生은 "~을 낳다. 생기게 하다." ○嗔은 성낼 진. ○因은 인할 인. (뒤로 명사절을 받아서) 因+명사(구)절: ~에서 기인하다. ~에 때문에, ~으로 인하여. ○休+술어: 休는 "그칠 휴"로 금지사로 쓰인다. 즉, 莫, 勿, 毋와 같은 구실을 한다. ○添은 더할 첨. ○炎凉(염량)은 한 단어로서 비유적으로 세력의 성함과 약함을 의미한다. ○凉은 서늘할 량. ○實은 실할 실. ①열매를 맺다. ②가득차다, 실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究竟(구경)은 한 단어로 "결국, 필경(畢竟), 마침내"와 같은 뜻이다. ○究는 현대에는 "궁구할 구"의 뜻으로만 쓰인다. 구경(究竟)이란 단어는 필경(畢竟)이란 단어와 같은 뜻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竟은 마칠 경. ○摠은 "모두 총"으로 總과 같은 글자이다. ○成은 이룰 성. "~이 되다"의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예]成空, 成佛(부처가 되다).
5. 子張欲行에 辭於夫子할새 願賜一言, 爲修身之美한 대
자장욕행 사어부자 원사일언 위수신지미
子曰, 百行之本이 忍之爲上이니라. 子張曰, 何爲忍之닛고.
자왈 백행지본 인지위상 자장왈 하위인지
子曰, 天子忍之면 國無害하고 諸侯忍之면 成其大하며 官吏忍之면
자왈 천자인지 국무해 제후인지 성기대 관리인지
進其位하고 兄弟忍之면 家富貴하며 夫妻忍之면 終其世하고
진기위 형제인지 가부귀 부처인지 종기세
朋友忍之면 名不廢하며 自身忍之면 無禍害니라.
붕우인지 명불폐 자신인지 무화해
자장이 벼슬에 나아가서 뜻을 행하고자 선생님께 하직할 때 말하기를, 한 말씀 주시면 수신(修身)의 미덕(美德)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행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니라. 자장이 여쭈기를, 왜 참아야 하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害)가 없으며, 제후가 참으면 그 위대함을 이루고, 관리가 참으면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부부가 참으면 그들의 세대를 잘 마칠 것이요, 친구들끼리 참으면 그 우정이라는 명분이 없어지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참으면 화와 해가 없기 때문이니라.
(字義) ○원문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子張은 공자의 제자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도 자장이 공자에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 대목이 보인다. ○辭는 ①말할 사 ②사양할 사, 사퇴할 사. 하직할 사. 윗문장에서는 하직하다는 뜻이다. ○夫子는 존칭. 예] 孔夫子(=Confucius) ○願은 원할 원. "願+명사절"로 윗 문장에서 願은 "賜一~~之美"까지 받는다. ○賜는 줄 사. ○爲는 ①될 위, ②할 위, ③위할 위("이유"의 뜻도 포함), ④~으로 삼다, 여기다, 생각하다. "爲修身之美"에서 爲는 ④의 뜻이다. "忍之爲上"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이고, 爲는 ①의 뜻이다. "何爲忍之"에서 爲는 ③의 뜻이고 之는 어조사이다. 忍之는 하나의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何爲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직역하면 "무엇을 위하여?"이고 이유를 나타내는 의문문이다. 즉, "무엇 때문에?, 왜?"의 뜻이다.
6. 子張曰, 不忍何如닛고. 夫子曰, 天子不忍이면 國空虛하고
자장왈 불인하여 부자왈 천자불인 국공허
諸侯不忍이면 喪其軀하며 官吏不忍이면 刑法誅하고 兄弟不忍이면
제후불인 상기구 관리불인 형법주 형제불인
各分居하며 夫妻不忍이면 令子孤하고 朋友不忍이면 情意疎하며
각분거 부처불인 영자고 붕우불인 정의소
自身不忍이면 患不除니라.子長曰, 善哉善哉라. 難忍難忍하여
자신불인 환부제 자장왈 선재선재 난인난인
非人不忍이요, 不忍非人이니이다.
비인불인 불인비인
자장이 여쭙기를, 참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해지고, 제후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게 되고, 관리가 참지 않으면 형법으로 베이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자 분거하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들로 하여금 외롭게 하며,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情意)가 소원해지고,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떠나지 않느니라. 자장이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나와 말하기를, 좋도다. 좋아. 참기가 어렵고도 어렵구나.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할 것이요, 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로다.
(字義) ○喪은 잃을 상. ○軀는 몸 구. ○刑은 형벌 형. ○誅는 벨 주. 꾸짖을 주. ○令은 사역동사로 使와 쓰임새가 같다. 즉,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疎는 성길 소. "성기다"에서 뜻이 파생되어 "(친분이나, 정감이) 소원(疎遠)하다"의 뜻으로도 잘 쓰인다. ○除는 제할 제. "제거(除去)하다"는 뜻이다. ○哉는 감탄형 종결 어조사로 쓰인다. 예]快哉(쾌재)를 부르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7. 景行錄云, 屈己者는 能處重하고 好勝者는 必遇敵이니라.
경행록운 굴기자 능처중 호승자 필우적
경행록에 이르기를,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느니라.
(字義) ○己는 ①몸 기 ②자기 기. 自는 바로 뒤에 술어와 붙어서 쓰이지만, 己는 목적어, 또는 주어로 쓰인다. ○處는 명사로는 곳 처. 술어로는 ①처할 처. ②처리할 처. ○敵은 적 적.
8. 惡人罵善人이어든 善人摠不對하라, 不對心淸閑이요,
악인매선인 선인총부대 부대심청한
罵者口熱沸라. 正如人唾天하여, 還從己身墜니라.
매자구열비 정여인타천 환종기신추
악인(惡人)이 선인(善人)을 꾸짖거든(매도하거든) 선인은 전연 대하지도 마라. 대하지 아니하면 마음이 청한해지며(깨끗하고 한가로와지며) 꾸짖는 자만 입이 뜨겁게 끓을 뿐이니, 이는 마치 꼭 사람이 하늘에 침을 뱉으면 도로 자기 몸을 따라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으며 리듬감을 느껴 보기 바란다. ○罵는 꾸짖을 매. 예]罵倒(매도). ○摠은 總과 같은 글자로 "모두 총." ○淸閑(청한)은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마음이 맑고 한가롭다는 뜻이다. ○熱은 뜨거울 열. ○沸는 끓을 비 예]여론이 비등(沸騰)하다. ○正은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많이 쓰인다. "바로"의 뜻이다. "正如~"는 "바로(꼭) ~과 같다"의 뜻이다. 이 문장에서 如는 문장의 끝까지 다 걸린다. ○唾는 침 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還은 이 문장에서 술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부사로 쓰였다. 還은 부사로 자주 쓰인다. "도로, 도리어, 다시"의 뜻이다. ○墜는 떨어질 추. 예]墜落(추락).
9. 我若被人罵라도 佯聾不分說하라, 譬如火燒空하여 不救自然滅이니라,
아약피인매 양롱불분설 비여화소공 불구자연멸
我心等虛空하여 摠爾飜脣舌이니라.
아심등허공 총이번순설
내가 만약 남의 매도(罵倒)를 입더라도 거짓 귀머거리인척 하여 말을 나누지 말 것이니라. 그러면 비유컨대 마치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자연히 소멸하게 되는 것과 같느니라. 내 마음은 허공과 같고, 모두 너만 홀로 입술과 혀를 뒤집어 제쳤다 펼쳤다 할 뿐이니라.
(字義) ○이 글귀 역시 2.3 2.3의 운율을 따라 끊어 읽는다. 說(설), 滅(멸), 舌(설)은 각각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할지라도(even if~), ②~와 같다. 如와 쓰임새가 같다. ○被는 입을 피. ○佯은 거짓 양. 佯+술어; 거짓으로 ~인 체하다. 예]佯狂(양광). ○聾은 귀머거리 롱. ○譬는 비유할 비. "譬如~"는 관용구로 "비유컨대 ~와 같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燒는 탈 소. ○救火는 불을 구제한다. 즉,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等은 같을 등. ○飜은 뒤집을 번. 예]飜復(번복), 飜譯(번역). 번역(飜譯)이란 말에서도 연상되듯이 飜자는 제쳤다 엎었다 한다는 뜻이다. ○脣은 입술 순.
10. 凡事에 留人情이면 後來에 好相見이니라.
범사 류인정 후래 호상견
모든 일에 인정을 머물리면(유보하면) 후래에(장래에) 서로 좋게 보게 되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 쓰이면 "~을 머물리다, ~을 유보(留保)하다, ~을 남겨두다"의 뜻이다. 예]留保(유보), 留置(유치).
戒性篇終
[ 勤學篇 ]
근학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들어 이에 힘쓸 것을 강조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를 알고, 교묘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학문에 있음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현대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그 학문의 내용을 옛 선현들과 비교해 봄에 현대의 학문과 어찌 이리도 현격한가?
1. 子夏曰, 博學而篤志하고 切問而近思면 仁在其中矣니라.
자하왈 박학이독지 절문이근사 인재기중의
자하께서 말씀하였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터히 하고, 묻기를 절실히 하여 생각을 가까이 하면 인(仁)은 그러한 가운데에 있느니라.
(字義) ○子夏는 孔子의 제자. ○博은 넓을 박. ○篤은 두터울 독. ○切은 ①끊을 절. ②간절할 절. 절실할 절. ○A+在+B= A가 B에 있다. ○矣는 종결형 어조사. ○참고로 위 글귀를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孔子의 말씀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귀는 논어의 "子張篇"에 보이므로 子夏의 말씀으로 바꾸었다.
2. 莊子曰, 人之不學은 若登天而無術하고 學而智遠이면
장자왈 인지불학 약등천이무술 학이지원
若披祥雲而覩靑天하고 如登高山而望四海니라.
약피상운이도청천 여등고산이망사해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배우지 아니함은(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하늘을 오르는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과 같으며, 배워서 지혜가 심원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사해(四海)를 내려다 보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人之不學에서 之는 관형격 조사이다. 단, 위 문장에서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 관형격 조사로 하면 어색하므로 주격 조사로 의역해주는 것이 좋다. 또는 어떤이는 之를 직접 주격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之가 주격 조사라기 보다는 관형격 조사이며, 단지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으로 해석하면 어색할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며, 이럴 때 단지 之를 주격으로 의역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하더라도(even if) ②~와 같다. ○披는 헤칠 피. ○覩는 볼 도. 睹와 같은 글자이다. 예]目睹(목도)하다.
4. 禮記曰, 玉不琢이면 不成器요, 人不學이면 不知義니라.
예기왈 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의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쪼지 아니하면 그릇이 못되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琢은 (옥)쪼을 탁. ○成器는 "그릇을 이루다" 즉, "그릇이 되다"는 뜻이다.
5. 太公曰, 人生不學이면 冥冥如夜行이니라.
태공왈 인생불학 명명여야행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둡고 어두워 마치 밤에 길을 다니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冥은 어두울 명. 예]冥福(명복)을 빌다. 이때 冥은 저승을 비유한 것이다.
6.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
한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고금(古今)에 통달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字義)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而의 앞 문귀는 단순히 명사구나 술어가 올 수도 있다. ○襟은 옷깃 금. ○는 옷자락 거. 여기서 금거(襟거)는 술어로 쓰였다.
7. 朱文公曰, 家若貧이라도 不可因貧而廢學이요, 家若富라도
주문공왈 가약빈 불가인빈이폐학 가약부
不可恃富而怠學이라. 貧若勤學이면 可以立身이요, 富若勤學이면
불가시부이태학 빈약근학 가이입신 부약근학
名乃榮光이라. 惟見學者顯達이요, 不見學者無成이라. 學者乃身之寶요,
명내영광 유건학자현달 불견학자무성 학자내신지보
學者乃世之珍이라. 是故로, 學則乃爲君子요, 不學則乃爲小人이니
학자내세지진 시고 학즉내위군자 불학즉내위소인
後之學者는 各宜勉之니라.
후지학자 각의면지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배우기를 저버려서는 안되며,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느니라. 가난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입신할 수 있으며, 부유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이름이 이내 영광될 것이로다. 배우는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되, 배우는 사람이 이룸이 없는 것은 보지 못했노라. 배우는 것은 이내 자신의 보배요, 배우는 것은 이내 세상의 보배로다. 이런 까닭에 배우면 이내 군자가 되는 것이요, 배우지 아니하면 이내 소인이 되는 것이니라. 뒤의 배우는 사람들은 각자 의당 이에 힘써야 하느니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이다. ○因은 인할 인.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恃는 믿을 시.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可와는 어감과 그 뜻에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惟見學者顯達"에서 見學을 한 단어로 보고, "오직 보고 배우는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라고 해석해 놓은 책을 보았는데 이는 오역(誤譯)이다. "惟見~, 不見~"은 "~하는 것은 보았으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인 것이다. 따라서 見學을 붙여서 해석하면 안된다. ○"學者乃身之寶"에서 學者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석한 책이 있는데 이는 문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者자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學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 준 말이다. 즉, 여기서 學者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은"의 뜻이다. 者는 ①사람 자. ②것 자. ○乃는 주어에 붙어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리하여"의 뜻으로 문장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乃는 문장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乃를 써줌으로써 글을 부드럽게 운율에 따라 읽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宜는 "옳을 의"로 여기서는 부사로 "의당, 마땅히"의 뜻이다. 예]便宜(편의), 宜當(의당), 時宜適切(시의적절).
8. 徽宗皇帝曰, 學者는 如禾如稻하고 不學者는 如蒿如草로다.
휘종황제왈 학자 여화여도 불학자 여호여초
如禾如稻兮여, 國之精糧이요, 世之大寶로다. 如蒿如草兮여,
여화여도혜 국지정량 세지대보 여호여초혜
耕者憎嫌하고 鋤者煩惱로다, 他日面墻에 悔之已老로다.
경자증혐 서자번뇌 타일면장 회지이로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는 사람은 벼낟알 같고 벼같고, 배우지 아니하는 사람은 쑥같고 풀같도다. 벼낟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정량(좋은 곡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같고 풀같음이여! 밭 가는 사람이 미워하고 싫어하며, 김매는 자가 번뇌하는 것이로다. 다른 날에 담장의 벽을 보고 서는 꼴이 되어서 후회해도 그 때는 이미 늙어버린 뒤일 것이로다.
(字義) ○휘종 황제는 북송(北宋)때의 제 8대 임금. ○稻는 벼 도. ○蒿는 쑥 호. ○精은 정할 정. 깨끗할 정. 예]精練(정련), 精選(정선), 精讀(정독), 精銳(정예], 精密(정밀). ○糧은 곡식 량. ○嫌은 ①싫어할 혐. 예]嫌惡(혐오). ②의심할 혐. 예]嫌疑(혐의). ○鋤는 김맬 서. 명사로는 "호미"라는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墻은 담 장. ○面墻은 "담벽을 보고 선다"는 말로 무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담을 보고 서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보이는 것도 없다. 논어에 공자의 말씀 중에 이 "面墻"이란 말이 보인다. ○悔는 뉘우칠 회. 예]後悔(후회). ○悔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라기 보다는 之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주고,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글자이다. ○已는 이미 이.
9. 子曰, 學如不及이요, 惟恐失之니라.
자왈 학여불급 유공실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할 것이요, 오직 잃을까를 두려워할지니라.
(字義)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論語云이라고 시작하는데, 공자의 말씀이므로 子曰로 고쳤다. ○失之에서 之는 어조사이다.
勤學篇終
[ 訓子篇 ]
학문의 중요성에 관한 글귀를 실은 근학편에 이어서, 이 편에서는 자식 교육에 관한 글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나 그 내용과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다소 살펴볼 수 있다.
1. 景行錄云, 賓客不來면 門戶俗하고 詩書無敎면 子孫愚니라.
경행록운 빈객불래 문호속 시서무교 자손우
경행록에 이르기를, 빈객(손님)이 찾아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해지고, 시서를(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
(字義) ○門戶는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예]문호(門戶)를 개방하다. 戶는 지게 호. "지게"는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을 뜻한다. 즉, 門은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나 집안 내에서 드나드는 나무짝 문들을 가리키고, 戶는 방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비유적으로 집안을 뜻한다. ○詩는 詩經을, 書는 書經을 뜻한다. ○愚는 어리석을 우.
2. 莊子曰, 事雖小나 不作이면 不成이요. 子雖賢이나 不敎면 不明이라.
장자왈 사수소 부작 불성 자수현 불교 불명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아니하면 현명해지지 못하느니라.
(字義)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雖앞에다가 주어를 쓴다. 즉 雖事小라고 영어식으로 쓰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賢은 어질 현. 어질다는 것은 착하고 순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명하다는 뜻이다. 예]賢明(현명).
3. 漢書云, 黃金滿이 不如敎子一經이요. 賜子千金이 不如敎子一藝니라.
한서운 황금만영 불여교자일경 사자천금 불여교자일예
황금이 상자에 가득찬 것은 자식에게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자식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滿은 ~에 가득차다. 예]金玉滿堂(금옥만당). ○은 상자 영. ○經은 책 경. 예]聖經(성경), 佛經(불경), 經書(경서). ○藝는 재주 예. ○不如+서술절:~하는 것만 못하다.
4. 至樂은 莫如讀書요. 至要는 莫如敎子니라.
지락 막여독서 지요 막여교자
지극한 즐거움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한 요체는(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字義) ○至는 ①이를 지 ②지극할 지. ②로 쓰일 때는 명사나, 술어앞에서 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직역하면, ~와 같은 것이 없다)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莫. ②없을 막. 등등 2가의 뜻이 있다. ○莫如와 不如: 어떤 책에서는 이 두 관용구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전혀 다른 것이다. 莫如는 주로 뒤에 짧막한 명사구가 와서 "~와 같은 것이 없다"의 뜻이고, 不如는 뒤에 명사구 또는 서술문이 와서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이다. ○要는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5. 呂滎公曰, 內無賢父兄하고 外無嚴師友요, 而能有成者는 鮮矣니라.
여형공왈 내무현부형 외무엄사우 이능유성자 선의
여형 공께서 말씀하였다. 안으로는 어진 부형(어버이와 형)이 없으며, 밖으로는 엄한 사우(스승과 벗)이 없으면서 능히 성공을 거둔 자는 드무니라.
(字義) ○"內~~,外~~"의 댓구문 형식을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 구문은 "~하는 사람(~하는 것)이 드물다"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6. 太公曰, 男子失敎면 長必頑愚하고 女子失敎면 長必疏니라.
태공왈 남자실교 장필완우 여자실교 장필추소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완우해지고(둔하고, 어리석어지고) 여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추소해지느니라(거칠고 솜씨가 없어지느라).
(字義)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예]頑固(완고), 頑愚(완우). ○ 성길 추.
7. 男年長大어든 莫習樂醉하고 女年長大어든 莫令遊走니라.
남녀장대 막습악취 소년장대 막령유주
남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풍악과 술먹고 취하는 것을 배우지 말고, 여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 밖으로 놀아 다니게 하지 말지니라.
(字義)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樂은 풍류 악. ○令은 "하여금 령."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같음.
8. 嚴父는 出孝子하고 嚴母는 出孝女니라.
엄부 출효자 엄모 출효녀
엄부(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내고,
엄모(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내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아래 글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出은 타동사로 ①(장소)~를 나가다. 예]出所, 出監, 出家. ②~을 내다. 예]出産, 出兵, 出師(師는 "군대"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9. 憐兒엔 多與棒이요, 憎兒엔 多與食이니라.
연아 다여봉 증아 다여식
아이를 어여삐 여기거든 몽둥이(매)를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
(字義) ○憐은 어여삐여길 련. 불쌍히여길 련. "어여삐 여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고, 고어(古語)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다. 예]可憐(가련), 憐憫(연민). ○棒은 몽둥이 봉. ○與는 줄 여.
10. 人皆愛珠玉하되 我愛子孫賢이니라.
인개애주옥 아애자손현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나,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訓子篇終
[ 省心篇.上 ]
성심편은 명심보감 중에서 가장 긴 편(篇)을 이룬다. 마음을 성찰하는 내용과 방식에 관해서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다소 편명(篇名)과 딱히 어울리지 않는 문귀들도 있는 것 같다. 어쨋든 수천년 동안 축적되어온 삶의 지혜가 간결한 글로 압축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끄덕이게 함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1. 景行錄云, 寶貨는 用之有盡이나 忠孝는 享之無窮이니라.
경행록운 보화 용지유진 충효 향지무궁
경행록에 이르기를, 보화(寶貨)는 쓰면 다함이 있으나, 충효(忠孝)는 누려도 무궁하니라.
(字義) ○貨는 재물 화. ○A+有+B: A에 B가 있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2. 家和貧也好어니와 不義富如何오, 但存一子孝니 何用子孫多리오.
가화빈야호 불의부여하 단존일자효 하용자손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하여도 좋은 것이요, 의롭지 아니하면 부유함이 무엇이더냐? 단지 효도하는 자식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자손이 많으면 또 무슨 소용이더냐?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如何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 "무엇과 같은가?어떠한가?"의 뜻이다. 何如로도 쓴다. ○存은 주로 자동사로 "(죽지 않고) 존재하다.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의 뜻이지만, 타동사로도 종종 쓰인다. "~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자동사로 봐도 좋고, 타동사로 봐도 좋다. ○何用~: ~이 무슨 소용인가? ~을 어디에 쓰랴?
3. 父不憂心은 因子孝요, 夫無煩惱는 是妻賢이라,
부불우심 인자효 부무번뇌 시처현
言多語失은 皆因酒요, 義斷親疎는 只爲錢이니라.
언다어실 개인주 의단친소 지위전
아버지가 마음을 근심하지 않는 것은 자식이 효도하는데서 기인하는 것이요, 지아비가 번뇌함이 없는 것은 지어미가 어질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 말을 잃는 것은(실언하는 것은) 모두 술에 기인하는 것이요, 의가 끊기고 친함이 성겨지는 것은 다만 돈을 위해서이다.(돈 때문이다.)
(字義) ○이 문장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因은 인할 인. 뒤에 명사구(절)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여기서는 문맥상 이유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직역하면, "지아비가 번뇌가 없음은 처가 어질어서이다" ○爲는 위할 위. 뒤로 명사(구)절을 받아서 "~때문이다"라고 해석될 경우도 종종 있다.
4. 旣取非常樂이어든 須防不測憂니라.
기취비상락 수방불측우
이미 평상의 것이 아닌 즐거움을 취하였거든 모름지기 (앞으로 닥칠)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막아야 할지니라.
(字義) ○윗 글은 2.3 2.3으로 끊는다. ○須(수)는 "모름지기 ~해야한다"의 뜻이다. ○測은 헤아릴 측. 예]測量(측량), 測定(측정).
5. 得寵思辱하고 居安慮危니라.
득총사욕 거안려위
총애를 얻으면 욕될 것을 생각하고, 편안한 곳에 거하거든 위험해질 것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寵은 사랑할 총.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예]寵愛(총애). ○慮는 생각할 려. 예]念慮(염려). 思慮(사려).
6. 榮輕辱淺하고 利重害深이니라.
영경욕천 이중해심
영화(榮華)가 가벼우면 욕됨도 얕고, 이익이 중하면 손해도 깊느니라.
7. 甚愛必甚費요, 甚譽必甚毁라, 甚喜必甚憂요, 甚贓必甚亡이니라.
심애필심비 심예필심훼 심희필심우 심장필심망
심히 사랑하면 반드시 심히 허비하게 되고, 심히 기리면(칭찬하면) 반드시 심히 헐게 되고, 심히 기뻐하면 반드시 심히 근심하게 되고, 심히 뇌물을 받으면 반드시 크게 망하느니라.
(字義) ○甚은 심할 심. 甚은 술어로도 쓰이고,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자주 쓰인다. "매우, 심히"(very, much)의 뜻이다. ○費는 쓸 비. ○譽는 기릴 예. ○毁는 헐 훼. 예]毁損(훼손).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참고로, 윗 글은 노자 도덕경(老子道德經), 44章에 "甚愛必大費,多藏必厚亡"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듯하다. 윗 글에서는 贓이라고 하였는데 문맥상 어색하게 느껴진다. 도덕경에서처럼 藏으로 본다면 "심히 감추면 크게 잃게 된다"로 보는 편이 나을 듯도 하다. 亡은 고어(古語)에서 흔히 "없을 무"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글자이다.
8. 子曰, 不觀高崖면 何以知顚墜之患이며 不臨深淵이면
자왈 불관고애 하이지전추지환 불임심연
何以知沒溺之患이며 不觀巨海면 何以知風波之患이리오.
하이지몰익지환 불관거해 하이지풍파지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높은 낭떠러지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엎어져 떨어지는 근심을 알 것이요? 심연(깊은 연못)에 임하지 아니하고서 무엇으로서 물에 빠져 죽는 근심을 알 것이요? 큰 바다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풍파의 근심을 알겠는가?
(字義) ○崖는 낭떠러지 애. ○何以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무엇으로서, 어떻게"의 뜻이다. ○顚은 엎드러질 전. 예]顚覆(전복). ○墜는 떨어질 추. ○溺은 빠질 닉. 예]溺死(익사), 耽溺(탐닉).
9. 欲知未來면 先察已往하라.
욕지미래 선찰기왕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이미 지난 일들을 먼저 살필지니라.
(字義) ○已는 이미 이. ○往은 갈 왕. ○已往은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10. 子曰, 明鏡은 所以察形이요, 往古는 所以知今이니라.
자왈 명경 소이찰형 왕고 소이지금
밝은 거울은 형체를 살필 수 있는 방도이며, 지난 과거는 현재를 알 수 있는 방도이니라.
(字義) ○鏡은 거울 경. ○所以도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所以+술어"에서 所以를 한 단어로 보아, 방법 또는 이유로 해석한다. ○形은 명사로는 모습 형. 술어로는 나타날 형.
11. 過去事는 如明鏡이요. 未來事는 暗似漆이니라.
과거사 여명경 거래사 암사칠
과거사(過去事)는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사(未來事)는 어둡기가 옻과 같도다.
(字義) ○漆은 옻 칠. 검을 칠. 예]漆黑(칠흑), 漆器(칠기).
12. 明朝之事는 薄暮不可必이요, 薄暮之事는 時不可必이니라.
명조지사 박모불가필 박모지사 포시불가필
명조(내일 아침)의 일을 박모에(땅거미가 질 무렵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요, 박모의 일을 포시에(오후 세네시 경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느니라.
(字義) ○明朝(명조)는 한 단어로 "내일 아침"이란 뜻이다. 예]明年(내년), 明日(내일), 明春(내년 봄), 今明間(오늘 내일 사이에, 조만간). ○薄暮(박모)도 한 단어이다. "땅거미가 질 무렵의 저녁 때"를 뜻한다. ○薄은 엷을 박. ○暮는 저녁 모. ○는 신시 포. (申時:오후 3~5시정도) ○必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예]期必(기필)코 ~하다.
13. 天有不測風雲이요, 人有朝夕禍福이니라.
천유불측풍운 인유조석화복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복(禍福)이 있느니라.
(字義) ○(A+)有+B= (A에) B가 있다.
14. 未歸三尺土하고 難保百年身이요, 已歸三尺土나 難保百年墳이라.
미귀삼척토 난보백년신 이귀삼척토 난보백년분
삼척토(석자되는 흙)에 돌아가지 아니하고(즉, 죽지 않고) 백년의 몸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요, 이미 삼척토에 돌아갔어도(즉, 이미 죽었어도) 백년의 무덤을 지키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는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墳은무덤 분.
15. 景行錄云, 木有所養이면 則根本固而枝葉茂하여 棟樑之材成하고
경행록운 목유소양 즉근본고이지엽무 동량지재성
水有所養이면 則泉源壯而流波長하여 灌漑之利博하며 人有所養이면
수유소양 즉천원장이류파장 관개지리박 인유소양
則志氣大而識見明하여 忠義之士出하나니 可不養哉아.
즉지기대이식견명 충의지사출 가불양재
경행록에 이르기를, 나무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나무의 뿌리가 굳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동량(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이루어진다. 물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샘의 근원이 장대해지고 흐르는 물줄기가 길어져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어진다. 사람에게 기르는 바가 있으면(수양하면) 지기(志氣)가 커지고 식견(識見)이 밝아져서 충의(忠義)의 선비가 나니, 어찌 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字義) ○문장의 대칭 구조를 파악하면서 읽으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則앞의 문구는 가정(if, even if)의 뜻으로 번역한다. ○茂는 무성할 무. ○棟은 기둥 동. ○樑은 들보 량. 梁과 같음. ○壯은 장할 장. ○波는 물가닥 파. ○灌은 물댈 관. ○漑는 물댈 개. ○哉는 감탄형 어조사. ○可不養哉를 직역하자면, "기르지 않는 것이 可하겠는가? 可當하겠는가"의 뜻이다. 이런 형식의 문구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16. 自信者는 人亦信之하여 吳越이 皆兄弟요.
자신자 인역신지 오월 개형제
自疑者는 人亦疑之하여 身外는 皆敵國이니라.
자의자 인역의지 신외 개적국
자신을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어주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같은 적국도 다 형제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을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몸 외에는 모두가 적국이 되느니라.
(字義) ○吳越은 두 나라가 오랜 동안 적대국으로 싸워온 것을 두고 한 말한다. ○疑는 "~을 의심하다"의 뜻. ○之는 어조사.
17. 疑人이어든 莫用하고 用人이어든 勿疑하라.
의인 막용 용인 물의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 것이요, 사람을 이미 썼거든 의심치 말 것이다.
18. 諷諫云, 水底魚天邊雁은 高可射兮低可釣어니와
풍간운 수저어천변안 고가사혜저가조
惟有人心咫尺間이라도 咫尺人心不可料니라.
유유인심지척간 지척인심불가료
풍간에 이르기를, 물 밑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으나,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字義) ○底는 명사로, 밑 저. ○低는 술어로, 낮을 저, ○邊은 가 변. ○雁은 기러기 안. ○釣는 낚을 조. ○兮는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룰 때 주로 쓰이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料는 헤아릴 료. ○咫尺人心不可料를 직역하자면,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不可하다"의 뜻이다.
19. 畵虎畵皮難畵骨이요, 知人知面不知心이니라.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호랑이를 그리되 겉 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지 못하노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畵는 그림 화. 술어로는 그릴 화. ○難+술어: ~하기 어렵다.
20. 對面共語하되 心隔千山라.
대면공어 심격천산
대면하고(얼굴을 맞대고) 함께 말을 해도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隔)해 있구나.
(字義) ○對는 대할 대. 마주볼 대. ○共은 부사로, "함께 공." ○隔은 막힐 격. ~을 격(隔)하다. ~에 가로 막혀 있다. 예]遠隔(원격), 間隔(간격).
21. 海枯終見底로되 人死不知心이니라.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
바닷물이 마르면 마침내 그 밑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은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枯는 마를 고. 예]枯死(고사). ○終은 술어로는 "마칠 종," 부사로는 "마침내, 끝내"의 뜻이다. 終이 이 문장처럼 부사로 쓰이는 예가 아주 많다.
22. 太公曰, 凡人不可逆相이며 海水不可斗量이니라.
태공왈 범인불가역상 해수불가두량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범인(평범한 사람, 보통사람)은 상(타고난 바탕)을 거스릴 수 없으며, 바닷물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相은 볼 상, 바탕 상. 예]樣相(양상), 觀相(관상), 사건의 眞相(진상). ○量은 헤아릴 량.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23. 景行錄云, 結怨於人은 謂之種禍요. 捨善不爲는 謂之自賊이니라.
경행록운 결원어인 위지중화 사선불위 위지자적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에게 원한을 맺는 것을 일러 "화를 심는 것"(種禍)이라 하고, 선을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을 일러 "스스로를 해치는 것"(自賊)이라고 한다.
(字義) ○之는 어조사(語助詞)로서 謂의 목적어 자리에 들어가서 어세를 고르게 해준다. 여기서도 之는 그다지 지시성(指示性)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捨는 버릴 사. 예]取捨選擇(취사선택). ○賊은 명사로는 도적 적. 술어로는 해칠 적. 예]盜賊(도적), 逆賊(역적).
24. 若聽一面說이면 便見相離別이라.
약청일면설 변견상이별
만약 한 쪽 편의 말만 듣는다면, 곧 상대방과 서로 이별하는 것을 보리라(이별을 당하리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변)은 부사로 "문득, 곧, 별안간, 불현듯"의 뜻으로 한문에서는 무척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25. 飽煖에면 思淫慾이요, 飢寒에 發道心이라.
포난 사음욕 기한 발도심
배 부르고 따뜻하면 음탕한 욕구를 생각하며, 주리고 추으면 도심(道心)을 일으킨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飽는 배부를 포. 예]飽食(포식), 飽滿(포만). ○煖은 따뜻할 난. 예]煖房(난방). ○飢는 주릴 기. 饑와 같다. ○發은 일으킬 발.
26. 疏廣曰, 賢人多財면 損其志하고 愚人多財면 益其過니라.
소광왈 현인다재 손기지 우인다재 익기과
소광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뜻을 손상시키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하느니라.
(字義) ○多+명사(구): ~이 많다. ○損은 덜 손. "손해·손상을 주다"는 뜻이다. ○其는 賢人과 愚人을 각각 받는 소유격 대명사(his). ○益은 더할 익.
27. 人貧智短하고 福至心靈이니라.
인빈지단 복지심령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어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이 영통하여지느니라.
(字義) ○靈은 술어로는 신통할 령, 영통할 령. ○至는 이를 지.
28. 不經一事면 不長一智니라.
불경일사 부장일지
한가지 일을 지나지 않으면(즉, 격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한가지의 지혜를 기르지 못하느라.
(字義) ○經은 지날 경. 즉,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過(경과), 經驗(경험). ○長은 술어로는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등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29. 是非終日有라도 不聽自然無니라.
시비종일유 불청자연무
시비는 종일토록 있지만,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는 것이 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終日은 "하루를 마치다"의 뜻. ○"~~有,~~無"의 대칭구조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이다. 예를 들면, 有無대신에 "~~難,~~易" "~~多,~~少"등등의 대칭구조는 흔히 쓰인다.
30. 來說是非者가 便是是非人이니라.
래설시비자 변시시비인
찾아와서 시비(是非)를 말하는 자가 곧 그가 바로 시비(是非)하는 사람이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은 곧 변. 문득 변. ○便是는 "곧(문득, 별안간, 불현듯) ~이다"의 뜻이다. 이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是가 이처럼 부사(또는 대명사)에 붙어서 같이 쓰이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只是~~:단지 ~이다. 總是~~:모두 ~이다. 都是~~:모두 ~이다. 却是~~:도리어 ~이다. 還是~~:도로 ~이다. 등등.
31. 擊壤詩云, 平生에 不作皺眉事면 世上에 應無切齒人이라,
격양시운 평생 부작추미사 세상 응무절치인
有名에 豈在鐫頑石가 路上行人이 口勝碑니라.
유명 기재전완석 노상행인 구승비
격양시에 이르기를, 평생에 눈섭 찌푸릴 일을 만들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가는 사람, 즉 원수를 맺는 사람이 없을 것이로다. 유명함이 어찌 단단한 돌에 (이름을) 새기는 데 있으리오? 노상(路上)의 행인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皺는 주름질 추. ○眉는 눈섭 미. ○應(응)은 부사로 "응당(應當), 마땅히"의 뜻. ○切은 끊을 절. ○切齒란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있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예]切齒腐心(절치부심). ○名은 단순히 "이름"이란 뜻 외에, "명성, 명예"의 뜻으로도 확장되어 쓰인다. ○豈는 어찌 기. ○鐫은 새길 전.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32. 有麝自然香이니 何必當風立고.
유사자연향 하필당풍립
사향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롭거늘 하필이면(어찌 반드시) 바람에 당하여(바람을 맞아) 설꼬?
(字義) ○麝는 사향노루 사. 향료의 재료로 쓴다. ○何必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어찌 반드시"의 뜻이다. 현대에도 쓰이는 표현이니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當(당)은 부사로는 "마땅히, 응당"의 뜻이고, 술어로는 "(상황, 때, 처지 등등)~을 당하다. ~에 닥치다"의 뜻이다. 當風은 "바람을 당하여, 바람을 맞아"의 뜻이다.
33.有福莫享盡하라, 福盡身貧窮이요, 有勢莫使盡하라, 勢盡寃相逢이요.
유복막향진 복진신빈궁 유세막사진 세진원상봉
福兮常自惜하고 勢兮常自恭하라, 人生驕與侈는 有始多無終이니라.
복혜상자석 세혜상자공 인생교여치 유시다무종
복이 있을 때 누리어 다하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궁해지니라. 권세가 있거든 다하게 하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를 상봉하느니라. 복이란 항상 스스로 아껴야 하며, 권세란 항상 스스로 공손히 부려야 하느니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과 사치는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2.4.6.8구의 마지막 글자인 窮, 逢, 恭, 終은 모두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寃은 원통할 원. 주로 "원통(寃痛)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명사로 "원수"란 뜻도 있다. 이 문장에서는 원수 또는 원통함, 그 어느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兮는 주로 댓구문에서 댓구를 이루는 명사(구)뒤에 붙여서 감탄형으로 쓰인다. ○惜은 아낄 석. 여기서는 목적어가 福이다. ○恭은 공순할 공. 여기서는 勢를 목적어로 갖는다. ○驕는 교만할 교. ○侈는 사치할 치. ○與(여)는 술어로는 ①~을 주다. ②~와 더불다. 여기서는 "~와(and)"의 뜻이다. ○多+명사(구):~이 많다.
34. 王參政의 四留銘에 留有餘不盡之巧하여 以還造化하고
왕참정 사류명 유유여부진지교 이환조화
留有餘不盡之祿하여 以還朝廷하고 留有餘不盡之財하여
유유여부진지록 이환조정 유유여부진지재
以還百姓하고 留有餘不盡之福하여 以還子孫이니라.
이환백성 유유여부진지복 이환자손
왕참정의 4류명(4가지 보류해야 할 것을 적은 글)에 이르기를,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주를 머물리어(남겨두어, 유보하여)(以) 신의 조화(造化)에 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녹(祿)을 머물림으로써(以) 조정에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물을 머물림으로써(以) 백성에게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복을 머물리어(以) 자손에게 되돌려 줄지니라.
(字義)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는 "~을 유보하다. ~을 남겨두다. ~을 두다"의 뜻이다. 예]留保(유보), 留置(유치). ○巧는 재주 교. ○以는 바로 앞 구절을 받는다. 위 해석을 참조. ○祿은 봉록 록. 옛날 벼슬아치들이 받는 녹봉(祿俸), 즉 지금의 "봉급"을 말한다. 예]祿俸(녹봉).
35. 黃金이 千兩未爲貴요, 得人이 一語勝千金니라.
황금 천량미위귀 득인 일어승천금
황금 천 량이 귀한 것이 아니요, 덕인(德人)의 한마디 좋은 말이 천금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爲는 될 위(become, is). ○得은 고어(古語)에서 德과 통용되었다. 여기서도 得을 德으로 보는 것이 앞귀절의 황금천량과 대구를 이루어 자연스럽다. 또는 得을 "얻을 득"으로 보아 "남의 좋은 한마디 말을 얻는 것이 천금보다 낫다"라고 해석해도 된다. 得이 德과 통용되었기에 朱子는 논어집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주(註)로 달고 있다. "德之爲言, 得也, 行道而有得於心也" (德이란 말은 얻는다는(得) 것이니, 道를 행하여 마음에 얻음이 있는 것이다)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36. 巧者는 拙之奴요, 苦者는 樂之母니라.
교자 졸지노 고자 낙지모
교(巧, 재주)라는 것은 졸(拙, 서투름)의 종이요, 고(苦, 고생)이란 것은 낙(樂, 즐거움)의 어머니이다.
(字義) ○者는 여기서 "~라는 것"의 뜻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①사람 자. ②것 자. 예]前者(전자), 後者(후자). ○巧는 재주 교. 예]巧妙(교묘). ○拙은 졸렬할 졸. 巧와 대비되는 말이다. 예]拙劣(졸렬), 拙作(졸작).
37. 小船은 不堪重載요, 深逕은 不宜獨行이니라.
소선 불감중재 심경 불의독행
작은 배는 무겁게 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깊고 좁은 길은 의당 홀로 다녀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堪은 견딜 감. 예]堪耐(감내). ○逕은 좁은길 경. 참고로, 크고 바른 길은 道이고, 그 보다 작은 길은 路이고, 길이라고 여길 수도 없는 샛길은 逕이다. 따라서 흔히 道는 군자가 행하여야 할 길이고, 逕은 군자가 걸어서는 안되는 길이란 의미로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逕은 좁은 샛길이므로 "지름길"이란 뜻도 있다. 逕과 徑은 통하는 글자이다. ○宜(의)는 부사로서, "의당, 마땅히"의 뜻.
38. 黃金이 未爲貴요, 安樂이 値錢多니라.
황금 미위귀 안락 치전다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요, 안락이 돈 많은 것에 해당하느니라.
(字義) ○値는 명사로는 "값 치," 술어로는 "만날(遇) 치, 당(當)할 치"이다. 윗 문장에서는 술어로 보는 것이 옳다. 현대에는 물론 명사로 밖에는 쓰이지 않는다. 예]價値(가치), 限界値(한계치). ○錢은 돈 전.
39. 在家에 不會邀賓客이면 出外에 方知少主人이니라.
재가 불회요빈객 출외 방지소주인
집에 있을 때 빈객(손님)을 맞아 모실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 그제서야 (자신을 맞아줄) 주인이 적은 줄을 알게되느니라.
(字義) ○邀는 맞을 요. 예]邀擊機(요격기). ○少+명사(구): ~이 적다. ○方은 바야흐로 방. 시간 부사로 "바야흐로, 비로소, 그제서야, 막, 방금(方今)" 등등의 뜻이다.
40. 貧居鬧市無相識이요, 富住深山有遠親이니라.
빈거뇨시무상식 부주심산유원친
가난하게 살면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부유하게 살면 깊은 산속, 먼 곳까지도 친함이 있느니라.
(字義) ○居는 살 거. ○住는 살 주. ○鬧는 시끄러울 뇨. ○親은 ①친할 친. ②어버이 친. ③친척 친. 부사로는 ④친히 친. 윗 문장에서 遠親은 먼 곳의 친구, 또는 먼 곳의 친척, 그 어느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41. 人義는 盡從貧處斷이요.世情은 便向有錢家니라.
인의 진종빈처단 세정 변향유전가
사람의 의리는 모두 가난한 곳으로 부터 끊어지고, 세인(世人)의 정은 곧 돈 있는 집을 향하느라.
(字義)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從은 ①따를 종. ②"~로 부터"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②로 보는 것이 좋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向은 향할 향.
42. 寧塞無底缸이언정 難塞鼻下橫이니라.
영색무저항 난색비하횡
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를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코 아래의 가로로 빗긴 것, 즉 입을 막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寧은 차라리 녕. ○塞은 막을 색. ○缸은 항아리 항.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難+술어; ~하기 어렵다.
43. 人情은 皆爲窘中疎니라.
인정 개위군중소
인정은 모두 군색한 가운데 소원하게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窘은 군색할 군. 예]窘塞(군색) ○疎(소)는 성기다. (친함이) 소원해지다.
44. 郊天禮廟엔 非酒不享이요, 君臣朋友엔 非酒不義요,
교천례묘 비주불향 군신붕유 비주불의
鬪爭相和엔 非酒不勸이라, 故로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니라.
투쟁상화 비주불권 고 주유성패이불가범음지
교외(郊外)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릴 때는 술이 아니면 드리지 아니하고, 군신 사이와 붕우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롭지 아니할 것이요, 싸우고 나서 서로 화해함에는 술이 아니면 권하지 아니하느니라. 고로, 술에는 성패(成敗)가 있는 것이니, 함부로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郊는 지금은 주로 "들 교"의 뜻으로만 쓰이나 [예]郊外(교외), 近郊(근교)], 옛날엔 성곽밖의 들로 나가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물론 여기서도 술어로 쓰였다. ○禮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廟는 사당 묘. ○享은 ①누릴 향. ②드릴 향. ○勸은 권할 권. ○A+有+B= A에 B가 있다. ○泛은 뜰 범, 함부로 범.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之는 어조사.
45. 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는 未足與議也니라.
자왈 사지어도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로서 도(道)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는 더불어 의논하기에 족하지 못하느니라.
(字義) ○志는 명사로는 "뜻 지" 술어로는 於와 붙어서 "(~에) 뜻을 두다"의 뜻이다. ○恥(치)는 명사로는 "부끄러움, 수치"의 뜻이고, 술어로는 "~을 부끄럽게(수치스럽게) 여기다"의 뜻이다.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서 以를 쓰지 않은 것은 與라는 부사가 있으므로 필요 없다.
46. 荀子云, 士有妬友則賢交不親이요, 君有妬臣則賢人不至니라.
순자운 사유투유즉현교불친 군유트신즉현인부지
순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에게 투기하는 벗이 있으면 어진 교제(어진 사람과의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금에게 투기하는 신하가 있으면 어진 사람이 이르지 않느니라.
(字義) ○妬는 투기할 투. 예]妬忌(투기), 嫉妬(질투). ○則앞의 문장은 가정으로 해석한다. ○親은 친할 친.
47. 天不生無祿之人하고 地不長無名之草니라.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하늘은 복록(福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아니하느니라.
(字義) ○祿은 복록(福祿) 록, 녹봉(祿俸) 록. ○生은 타동사로는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하다. ○長은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48. 大富由天이요, 小富由勤이라.
대부유천 소부유권
큰 부자는 하늘에서 말미암고,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말미암느니라.
(字義) ○由+명사(구):~에서 말미암다. ○勤은 부지런할 근.
49. 成家之兒는 惜糞如金이요, 敗家之兒는 用金如糞이니라.
성가지아 석분여금 패가지아 용금여분
집을 이룰 아이는 똥도 금같이 아끼고, 집을 망칠 아이는 금도 똥처럼 쓰느니라.
(字義) ○成(이룰 성)과 댓구가 되는 말은 敗(무너뜨릴 패)이다. ○敗는 ①패할 패. 질 패. 예]敗北(패배), 敗戰(패전). ②무너뜨릴 패. 예]成敗(성패). ③썩을 패 예]腐敗(부패). ○惜은 아낄 석. 예]哀惜(애석). ○糞은 똥 분.
50. 康節邵先生曰, 閑居愼勿說無妨하라, 說無妨便有妨이니라,
강절소선생왈 한거신물설무방 재설무방변유방
爽口物多能作疾이요, 快心事過必有殃이라,
상구물다능작질 쾌심사과필유앙
端其病後能服藥으론 不若病前能自防이니라.
단기병후능복약 불약병전능자방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한가로운 생활에 삼가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꺼리낄 것이 없다고 겨우 말하는 순간 불현듯 방해되는 것이 있게 되느니라. 입에 상쾌한 것들이 많으면 능히 병을 일으키고, 마음에 쾌한 일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있느니라. 그 병이 발단(發端)한 뒤에 능히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들기 전에 능히 스스로 그 병을 막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이 글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2.4.6구의 마지막 글자인 妨(방), 殃(앙), 防(방)은 모두 운자에 해당한다. ○居는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愼은 삼갈 신. ○妨은 방해될 방. 꺼릴 방. 예]妨害(방해), 無妨(무방). ○는 겨우 재. ○便은 문득 변, 곧 변. ○爽은 상쾌할 상. ○過는 술어로는 ①~을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하다. 과도하다. ③허물이 되다. 과오를 범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殃은 재앙 앙. ○端(단)은 주로 명사로 "발단, 실마리, 끝"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不若~ = 不如~: ~함만 못하다.
51. 梓潼帝君의 垂訓曰 妙藥難醫寃債病이요, 橫財不富命窮人이라,
제동제군 수훈왈 묘약난의원책병 횡재불부명궁인
生事事生君莫怨하고 害人人害汝休嗔하라,
생사사생군막원 해인인해여휴진
天地自然皆有報하나니 遠在兒孫近在身이니라.
천지자연개유보 원재아손근재신
재동 제군이 훈계를 내리기를, 묘약(妙藥)이라도 원통함이 빚이 된(원인이 된) 병을 고치기는 어려운 것이요, 횡재(橫財)라도 명(命)이 궁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느니라. 일을 내면 일이 생기는 것을 그대는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남이 나를 해치는 것을 그대는 성내지 말라. 천지 자연이 모두 갚음이 있는지라, (그 갚음은) 멀으면 자식과 손자에게 있을 것이요, 가까우면 내 몸에 있을 것이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人(인), 嗔(진), 身(신)은 운자에 해당한다. ○재동 제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妙는 묘할 묘. ○難+술어:~하기 어렵다. ○醫는 술어로 "고칠 의." ①의원 의. ②고칠 의. ○寃은 원통할 원. ○債는 빚 채. ○橫은 빗길 횡. ○橫財(빗긴 재화?)는 "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을 말한다. 예]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橫災(뜻하지 않은 재앙). ○富는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生은 "~을 낳다"의 뜻. ○君은 그대 군. ○汝는 너 여. ○休는 금지사. 莫과 같음. 休+술어:~하지 마라. ○嗔은 성낼 진. ○報는 갚을 보.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52. 花落花開開又落이요, 金衣布衣更換着이라, 豪家未必常當貴요,
화락화개개우락 금의포의갱환착 호가미필상당귀
貧家未必長寂寞이라, 扶人未必上靑요, 推人未必塡溝壑이라,
빈가미필장적막 부인미필상청소 추인미필전구학
勸君凡事莫怨天하라, 天意於人無厚薄이니라.
권군범사막원천 청의어인무후박
꽃이 떨이지면 꽃이 피고, 피면 또 떨어지며, 금의(金衣)와 포의(布衣)는 다시 바꿔 입을 수도 있는 법!! 호화로운 집이 반드시 항상 당연히 귀한 것은 아니요, 가난한 집이 반드시 오래 적막하지는 않느니라. 남을 붙들어줘도 반드시 푸른 하늘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요, 남을 밀어버려도 반드시 구덩이를 메워버릴 수는 없느니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후함도 박함도 없느니라.
(字義) ○이 문장도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특히 이 문장은 7언(言)에 8구(句)이므로 7언 율시(七言律詩)의 형태를 띤다. 따라서 운자는 1, 2, 4, 6, 8구에 들어간다. 즉, 落(락), 着(착), 寞(막), 壑(학), 薄(박)이 운자에 해당한다. ○開는 (꽃이) "피다"는 뜻이다. ○布는 베 포. ○布衣는 베로 만든 옷인데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입으므로 금의(金衣)와 댓구를 이루어 좋지 못한 옷을 비유한 말이다.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더 나아가서는 벼슬에 아직 나가지 않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한다. ○更은 다시 갱. ○換은 바꿀 환. ○着은 입을 착. ○"未必+술어"는 부분 부정을 나타낸다. ○長은 이 문장처럼 길이의 개념외에, 시간의 개념으로도 쓰인다. 예]長久(장구), 長壽(장수). ○寂은 고요할 적. ○寞은 쓸쓸할 막. ○扶는 붙들 부. ("~을 붙든다"는 뜻이 아니라, "~을 붙들어 준다"는 뜻이다). "붙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도울 부"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예]相扶相助(상부상조), 扶助金(부조금) ○上은 술어로 "~에 오르다"의 뜻이다. ○는 하늘 소. ○推는 밀 추. ~을 밀다. 미루다. ○塡은 메울 전. ○溝는 도랑 구. ○壑은 골(谷) 학. ○溝壑(구학)은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한 단어이다. 구덩이, 구렁텅이, 또는 비유적으로는 "도탄"의 뜻도 있다.
53. 堪歎人心毒似蛇요, 誰知天眼轉如車리요, 去年妄取東隣物이러니
감탄인심독사충 수지천안전여차 거년망취동린물
今日還歸北舍家라, 無義錢財湯潑雪이요, 來田地水推沙라,
금일환귀북사가 무의전재탕발설 당래전지수추사
若將狡譎爲生計면 恰似朝開暮落花이니라.
약장교휼위생계 흡사조개모락화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과 같음을 탄식해 마지 않노라. 하늘의 눈(眼)이 수레바퀴처럼 구르는 것을 누가 알리요? 지난 해에 동쪽 이웃의 물건을 망령되이 가져왔더니 지금엔 결국 북쪽 집안으로 돌아가는구나. 의롭지 아니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을 눈(雪)에 붓는 격이요(즉, 금방 없어진다는 뜻), 생각지 않게 들어온 전지(田地)는 물이 모래를 밀어내 듯 하네.(즉, 물이 田地에 모래를 끌어들여와 밭을 망친다는 뜻). 만약 교활한 속임수를 가지고 삶의 계책으로 삼으면 흡사 조개모락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을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 역시 7언 율시에 해당한다. 즉, 4.3 4.3으로 끊고 蛇(사), 車(차), 家(가), 沙(사), 花(화)는 운을 맞춘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그 맛이 더하리라고 본다. ○堪은 견딜 감. 堪歎을 의역하면 "탄식해 마지 않는다"가 가장 적당하다. ○似는 같을 사. 如와 같다. ○蛇는 뱀 사. ○轉은 구를 전. ○舍는 집 사. ○潑은 물뿌릴 발. ○당은 문득 당. 당來(당래)는 "우연히 굴러 들어온다"는 뜻의 한 단어로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將은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쓰였다. 以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狡는 교활할 교. ○譎은 속일 휼.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의 뜻. ○恰은 흡사할 흡. 예]恰似(흡사).
54. 無藥可醫卿相壽요, 有錢難買子孫賢이니라.
무약가의경상수 유전난매자손현
약이 없어도 경상(卿相)과 같은 귀한 목숨은 구할 수 있으나, 돈은 있어도 자손의 어짐을 살 수는 없느니라.
(字義) ○醫는 ①의원 의. ②고칠 의. ○相은 재상(宰相)을 뜻한다.
55. 一日淸閑이면 一日仙이니라.
일일청한 일일선
하루 마음이 청한하면(깨끗하고 한가하면) 그 하루 동안은 신선이 되느니라.
(字義) ○淸閑은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하며 한가하다는 뜻이다.
省心篇上終
[ 省心篇.下 ]
이 편 역시 전편에 이어서 다양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꼭 편명(篇名)에만 국한하여 마음을 성찰하는 글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철학들이 여러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다.
1. 眞宗皇帝의 御製曰, 知危識險이면 終無羅網之門이요,
진종황제 어제왈 지위식험 종무라망지문
擧善薦賢이면 自有安身之路라, 施恩布德은 乃世代之榮昌이요,
거선천현 자유안신지로 시은포덕 내세대지영창
懷妬報寃은 與子孫之爲患이라, 損人利己면 終無顯達雲仍이요,
회투보원 여자손지위환 손인이기 종무현달운잉
損衆成家면 豈有長久富貴리요, 改名異體는 皆因巧語而生이요,
손중성가 기유장구부귀 개명이체 개인교어이생
禍起傷身은 皆是不仁之召니라.
화기상신 개시불인지소
진종 황제 어제(御製)에 이르기를,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 선한이와 어진이를 천거(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될 것이로다. 은덕을 베풀면 이내 세대(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字義) ○진종 황제는 송(宋)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御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製는 지을 제. 만들 제. ○險은 험할 험 ○知危識險은 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예]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술+목+술+목"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다. ○布는 명사로는 베 포. 예]布衣(포의).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예]公布(공포), 配布(배포). ○終은 부사로 마침내 종. ○羅는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網은 그물 망. ○薦은 천거할 천. ○懷는 품을 회. ○寃은 원통할 원. ○與는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수를 맞춰 운을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운잉)은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은 8대손이고, 仍孫은 7대손이지만 雲仍(운잉)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豈는 어찌 기. ○因은 인할 인. 因+명사(구,절):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召는 부를 소. ○"不仁之召"는 직역하면 "불인(不仁)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之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 조사 보다는 주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之를 주격 조사로 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之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2. 神宗皇帝의 御製曰, 遠非道之財하고 戒過度之酒하며 居必擇隣하며
신종황제 어제왈 원비도지재 계과도지주 거필택린
交必擇友하며 嫉妬勿起於心하고 讒言勿宣於口하며 骨肉貧者를 莫疎하고
교필택우 질투물기어심 참언불선어구 골육빈자 막소
他人富者를 莫厚하며 克己以勤儉爲先하고 愛衆以謙和爲首하며
타인부자 막후 극기이근검위선 애중이겸화위수
常思已往之非하고 每念未來之咎하라,
상사이왕지비 매념미래지구
若依朕之斯言이면 治家國而可久리라.
약의짐지사언 치가국이가구
신종 황제 어제에 이르기를,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 하고, 도(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거함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할 것이다.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참언(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을 입에 뱉지 말 것이다. 골육빈자(가난한 일가)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 것이다. 극기는 근검으로서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으로서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번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만약 짐(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장구(長久)할 수 있느니라.
(字義) ○신종 황제는 송(宋)나라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遠은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擇은 가릴 택. 예]選擇(선택). ○讒은 참소(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宣은 베풀 선. ○骨肉은 일가(一家)의 형제 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疎(소)는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以A爲B= A로서 B로 삼다. A를 B로 여기다. ○咎는 허물 구. ○依는 의지할 의. ○朕(짐)은 황제의 자칭(自稱)이다.
3. 高宗皇帝의 御製曰, 一星之火가 能燒萬頃之薪하고
고종황제 어제왈 일성지화 능소만경지신
半句非言이 誤損平生之德이라. 身被一縷나 常思織女之勞하고
반구비언 오손평생지덕 신피일루 상사직녀지로
日食三이나 每念農夫之苦하라.苟貪妬損이면 終無十載安康이요,
일식삼손 매념농부지고 구참투손 종무십재안강
積善存仁이면 必有榮華後裔라. 福緣善慶은 多因積行而生이요,
적선존인 필유영화후예 복록선경 다인적행이생
入聖超凡은 盡是眞實而得이니라.
입성초범 진시진실이득
고종 황제의 어제에 이르기를, 하나의 별똥별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수백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한마디가 채 안되는 반 구절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진실로 남을 질투하고 손해 끼치기를 탐하면 마침내 십년 동안 편안과 건강함이 없을 것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로다.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 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된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는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은 백(百)이랑 경. ○薪은 섶 신. 땔나무 신. ○誤는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예]誤譯(오역), 誤判(오판), 誤診(오류). ○縷는 실(오라기) 루. ○織은 짤 직. ○勞는 수고로울 로. ○은 밥 손. 저녁밥 손. ○苟(구)는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①구차할 구. ②진실로 구. ○載는 실을 재. 여기서는 "해(年) 재"의 뜻이다. 예]千載一遇(천재일우)의 기회. ○存은 타동사로 "(마음, 심성, 품성 등등)~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裔는 후손 예. 예]後裔(후예].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4. 王良曰, 欲知其君이면 先視其臣하고 欲知其人이면 先視其友하고
왕랑왈 욕지기군 선시기신 욕지기인 선시기우
欲知其父면 先視其子하라. 君聖臣忠하고 父慈子孝니라.
욕지기부 선시기자 군성신충 부자자효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볼 것이며,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니...
(字義) ○왕량은 명(明)나라 사람.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其(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나 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其(소유격 대명사)는 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럽다.
5. 家語云, 水至淸則無魚하고 人至察則無徒니라.
가어운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字義) ○家語는 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지만 위작(僞作)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至는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예]至論(지론), 至誠(지성), 至難(지난), 至高至順(지고지순). ○徒는 ①무리 도. ②한갓 도.
6. 許敬宗曰, 春雨如膏나 行人은 惡其泥하고
허경종왈 춘우여고 행인 오기니녕
秋月揚輝나 盜者는 憎其照鑑이니라.
추월양휘 도자 증기조감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비의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날리나 도둑은 그 달의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字義) ○허경종은 당(唐)나라 사람. ○膏는 기름 고. ○惡은 미워할 오. ○其는 각각 春雨와 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泥는 진흙 니. ○은 진흙 녕. ○揚은 날릴 양. ○輝는 빛 휘. ○憎은 미워할 증. ○鑑은 ①거울 감. ②비칠 감.
7. 景行錄云, 大丈夫見善明故로 重名節於泰山하고
경행록운 대장부견선명고 중명절어태산
用心剛故로 輕死生於鴻毛니라.
용심강고 경사생어홍모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절개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사생(死生)을 홍모(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字義) ○重은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①무겁다. ②신중하다. 진중하다. ③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於는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剛은 굳셀 강. ○輕은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鴻은 기러기 홍. ○鴻毛는 "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8. 悶人之凶하고 樂人之善하며 濟人之急하고 救人之危니라.
민인지흉 락인지선 제인지급 구인지위
남의 흉함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字義) ○悶은 민망할 민.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救는 구제할 구. 예]救濟(구제).
9. 經目之事도 猶恐未眞이어늘 背後之言을 豈足深信이리오.
경목지사 유공미진 배후지언 기족심신
눈을 지나는 일, 즉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오히려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 하거늘, 등뒤에서 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字義) ○經은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驗(경험), 經過(경과). ○猶는 부사로 오히려 유. ○豈는 어찌 기. ○深은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10. 不恨自家蒲繩短이요, 只恨他家苦井深이로다.
불한자가포승단 지한타가고정심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字義) ○恨(한)은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와 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예]自家建設(자가건설), 自家用(자가용), 自家保險(자가보험). ○蒲는 창포 포. ○繩은 노 승. "노"는 실, 삼,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은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은 아주 재미 있는 표현 같다.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 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 섞인 투로 위안 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11. 贓濫滿天下하되 罪拘薄福人이니라.
장람만천하 죄구박복인
뇌물을 받고 참람(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字義)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濫은 넘칠 람. ○"贓濫"의 뜻을 정확히 제가 모르겠지만 濫을 참람(僭濫: 분에 넘치게 함부로 나서는 일)의 뜻으로 보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또 분에 넘치게 함부로 행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의 뜻으로 풀어 보았다. ○拘는 잡을 구. 예]拘束(구속). ○薄은 엷을 박. 예]薄福(박복).
12. 天若改常이면 不風卽雨요, 人若改常이면 不病卽死니라.
천약개상 불풍즉우 인약개상 불병즉사
하늘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字義) ○常은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常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즉 상도(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常을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庸도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 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常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風과 病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不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卽과 則은 같은 글자?
卽을 흔히 則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 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예]卽死(즉사), 卽興(즉흥), 卽時(즉시), 一觸卽發(일촉즉발). 옥편에 卽과 則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13. 狀元詩云, 國正天心順이요, 官淸民自安이라,
장원시운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
妻賢夫過少요, 子孝父心寬이니라.
처현부과소 자효부심관
장원시에 이르기를, 나라가 바르면 천심(天心)도 순응할 것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것이며,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지느니라.
(字義) ○장원급제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壯元"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위에서처럼 "狀元"이라고 쓴다. 오자(誤字)가 아니다. ○이 시는 5언 절구(五言節句)이다. 따라서 安과 寬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順은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官은 벼슬 관.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少+명사(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구(句)의 말미에 있으므로(順, 安, 寬) 少過라 하지 않고 주술 관계로 대치시켰다.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容(관용), 寬大(관대).
14. 子曰, 木受繩則直하고 人受諫則聖이니라.
자왈 목수승즉직 인수간즉성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무가 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으면 거룩해지느니라.
(字義) ○繩은 노 승.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예]諫言(간언).
15. 一派靑山景色幽러니 前人田土後人收라,
일파청산경색유 전인전토후인수
後人收得莫歡喜하라, 更有收人在後頭니라.
후인수득막환희 갱유수인재후두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전토(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두어 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字義) ○派는 (물)줄기 파. ○景은 빛 경, 경치 경. ○景色은 경치(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幽는 그윽할 유. ○更은 다시 갱. ○頭는 여기서 "머리 두"라는 뜻이 아니라 앞에 붙는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그 일부를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접미사이다. 예]街頭(가두), 念頭(염두), 先頭(선두), 話頭(화두), 口頭(구두).
16. 蘇東坡云, 無故而得千金이면 不有大福이라, 必有大禍니라.
소동파운 무고이득천금 불유대복 필유대화
소동파가 말하였다.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있느니라.
(字義) ○故는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17. 康節邵先生曰, 有人來問卜하되 如何是禍福고,
강절소선생왈 유인래문복 여하시화복
我虧人是禍요, 人虧我是福이니라.
아휴아시화 인휴아시복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 왔는데, 무엇과 같은 것이 화복(禍福)이 됩니까? 하거늘,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화(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복(福)이니라 하였다.
(字義) ○如何는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에서 有는 "있을 유"의 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이다. 영어로는 "a"(부정 관사), "a certain of"의 뜻에 가깝다. 論語 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위에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is)"의 뜻이다. ○虧는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18. 大廈千間이라도 夜臥八尺이요, 良田萬頃이라도 日食二升이니라.
대하천간 야외팔척 량전만경 일식이승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字義) ○廈는 큰집 하. ○頃은 백이랑 경. ○良은 좋을 량. ○升은 되 승. "되"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19. 久住令人賤이요, 頻來親也疎라, 但看三五日하라, 相見不如初니라.
구주령인천 빈래친야소 단간삼오일 상견불여초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 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한 것을 보아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疎와 初는 운자이다. ○令은 使와 같은 뜻으로 "令+A+술어"는 "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頻은 자주 빈. 예]頻度(빈도). ○也는 여기서 "또한"(亦)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看은 그 뒷구절 전부, 즉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20. 渴時一滴如甘露은 醉後添盃不如無니라.
갈시일적여감로 취휴첨배불여무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예]渴症(갈증), 渴望(갈망).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예]添加(첨가), 添附(첨부), 錦上添花(금상첨화).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21. 酒不醉人人自醉요, 色不迷人人自迷니라.
주불취인인자취 색불미인인자미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예]迷路(미로), 迷惑(미혹), 迷兒(미아).
22. 公心을 若比私心이면 何事不辨이며 道念을 若同情念이면 成佛多時니라.
공심 약비사심 하사불변 도념 약동정념 성불다시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 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예]比較(비교).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23. 濂溪先生曰, 巧者言하고 拙者默하며 巧者勞하고 拙者逸하며
염계선생 교자언 졸자묵 교자로 졸자일
巧者賊하고 拙者德하며 巧者凶하고 拙者吉이라. 嗚呼라,
교자적 졸자덕 교자흉 졸자길 오호
天下拙이면 刑政撤이라도 上安下順하고 風淸弊絶이리라.
천자졸 형정철 상안하순 풍청폐절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대 유학자 주돈이(周惇이)를 가리킨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 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이 글에서는 ①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들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①정치 정. ②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예]撤廢(철폐). ○弊는 폐단 폐. 예]弊端(폐단), 民弊(민폐).○絶은 끊을 절.
24. 易曰, 德薄而位尊하고 智小而謀大면 無禍者는 鮮矣니라.
역왈 덕박이위존 지소이모대 무화자 선의
주역에 이르기를,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 중에 화(禍)가 없는 자는 드무니라.
(字義) ○易은 주역(周易)을 말한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者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25. 說苑云, 官怠於宦成하고 病加於小愈하며 禍生於懈惰하고
설원운 관태어환성 병가어소유 화생어해타
孝衰於妻子니 察此四者하여 愼終如始하라.
효쇠어처자 찰차사자 신종여시
설원에 이르기를,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지고,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지나니,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삼가 처음과 같이(처음에 지녔던 본 마음을 간직한 채) 마쳐야 할 것이다.
(字義) ○설원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책. ○官은 벼슬 관. ○宦은 벼슬 환. ○怠는 게으를 태. ○愈는 ①나을 유 (~이 더 낫다) ②(병이) 나을 유. ③더욱 유.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癒와 같은 말이다. 예]快癒(쾌유). ○懈는 게으를 해. 예]精神解弛(정신해이). ○惰는 게으를 타. ○四者에서 者는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者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 ○愼은 삼갈 신.
26. 器滿則溢하고 人滿則喪니라.
기만즉일 인만즉상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字義) ○則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溢은 넘칠 일. 예]海溢(해일). ○喪은 잃을 상. 예]喪失(상실).
27. 尺璧非寶요, 寸陰是競이니라.
척벽비보 촌음시경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아주 짧은 시간)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字義) ○尺은 자 척. "자"는 길이의 단위. ○璧은 둥근옥 벽. 예]完璧(완벽)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고, 非는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28. 羊羹雖美나 衆口難調니라.
양갱수미 중구난조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羹은 국 갱.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雖앞에다 쓴다. ○美는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調는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예]調律(조율), 調節(조절).
29. 白玉投於泥塗나 不能汚涅其色이며 君子行於濁地나
백옥투어니도 불능오열기색 군자행어탁지
不能染亂其心이니라, 松栢可以耐雪霜하고 明智可以涉艱危이니라.
불능염란기심 송백가 이내설상 명지가이섭간위
백옥은 진흙 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탁지(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따라서 송백(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字義) ○泥는 진흙 니. ○塗는 ①바를 도. 예]塗褙(도배). ②진흙 도. 예]塗炭(도탄) ③길 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涅은 개흙(검은 진흙) 녈,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즉, 涅槃(열반). ○濁은 흐릴 탁. ○染은 물들일 염, 더럽힐 염. ○栢은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 쓰임.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耐는 견딜 내. 예]堪耐(감내). ○涉은 건널 섭. ○艱은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難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難에는 艱의 뜻도 있다. 예]艱難(간난·가난).
30. 入山擒虎易나 開口告人難이니라.
입산금호이 개구고인난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易,~~難"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入~: ~에 들어가다. ○擒은 사로잡을 금. ○告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충고(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즉,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보기로 하겠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31. 遠水不救火요, 遠親不如隣이니라.
원수불구화 원친불여린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요,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字義) ○救는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隣은 이웃 린. 예]隣近(근린).
32. 太公曰, 日月雖明이나 不照覆盆之下하고 刀劍雖快나
태공왈 일월수명 부조복분지하 도검수쾌
不斬無罪之人하고 非災橫禍는 不入愼家之門이니라.
불참무죄지인 비재횡화 불입신가지문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 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참(斬)할 수는 없다. 그릇된 재앙이 횡화(뜻하지 않은 화)이긴 하나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字義) ○日은 ①해, ②날, ③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覆은 ①엎을 복 ②덮을 부. 여기서는 "복"으로 읽는다. 즉 ①의 뜻이다. ○盆은 동이 분. 예]花盆(화분). ○覆盆之下는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구멍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 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斬은 벨 참. 예]斬首(참수). ○災는 재앙 재.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예]橫財(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入~:~에 들어가다.
33. 太公曰, 良田萬頃이 不如薄藝隨身이니라.
태공왈 양전만경 불여바예수신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밭의 수백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頃은 백(百)이랑 경. ○良은 ①어질 량. ②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藝는 재주 예. ○隨는 따를 수.
34. 性理書云, 接物之要는 己所不欲이어든 勿施於人하고
성리서운 접물지요 기소불욕 물시어인
行有不得이어든 反求諸己니라.
행유부득 반구저기
성리서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요체(要諦)는 자기가 원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요,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字義) ○接은 접할 접. 예]待接(대접), 應接(응접), 接待(접대). ○物은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즉 接物之要는 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要는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 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 중에 들어있다. ○"反求諸己"는 유가(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諸는 어조사 저. "술어+諸~"는 "술어+之+於~"와 비슷하다. 즉, 反求之於己로도 쓸 수 있다.
35. 酒色財氣四堵墻에 多少賢愚在內廂이라,
주색재기사도장 다소현우재내상
若有世人跳得出이면 便是神仙不死方인라.
약유세인도득출 변시신선불사방
주색재기(술, 여색, 재물, 기운)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이 세상을 빗댄 말) 다소의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있도다. 만약 세상 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이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字義) ○堵는 담 도. ○墻은 담 장. ○廂은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跳는 뛸 도.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是는 "~이다"의 뜻. ○便是~: 곧 ~이다. 위의 번역문에서 "이것은"이라고 번역을 하였으나 이는 是자를 해석한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해주기 위해 주어를 덧붙인 것뿐이다. 是는 술어이고,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면 써주지 않는다. ○方은 ①바야흐로 방 ②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③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④방향 방. 위에서는 ③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省心篇下終
[ 立敎篇 ]
입교편에서는 세상살이의 기본적인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을 모아 놓았다. 처음의 계획과 기본 자세가 잘 서야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大學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나니,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道에 가까운 것이니라"라고 하였으니 곧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정작 말단(末端)만을 쫓는 것은 아닌지 이 편(篇)을 통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1. 子曰, 立身有義而孝爲本이요, 喪祀有禮而哀爲本이요,
자왈 입신유의이효위본 상사유례이애위본
戰陣有列而勇爲本이요, 治政有理而農爲本이요,
전진유열이용위본 치정유리이농위본
居國有道而嗣爲本이요, 生財有時而力爲本이니라.
거국유도이사위본 생재유시이력위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입신(立身)에는 의(義)가 있으니 효(孝)가 근본이 되고, 초상(初喪)과 제사(祭祀)에는 예(禮)가 있으니 슬픔이 근본이요, 싸움터에는 열(列)이 있으니 용맹이 근본이며, 정사(政事)를 다스림에는 이치(理致)가 있으니 농사가 근본이 되고, 나라에 거함에는 도(道)가 있으니 대(代)를 잇는 것이 근본이 되며, 재물을 내는 데에는 때가 있으니 힘이 근본이니라.
(字義) ○立身(입신)은 세상에 출세하여 이름을 높이거나 영달함을 뜻한다. ○공자의 말씀중에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며, 입신출세하여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이 효(孝)의 끝이다"라고 하였으니, 立身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입신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으니 바로 효(孝)가 그 근본이다. ○초상과 제사에는 엄격한 절차, 즉 예(禮)에 따라야 하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슬퍼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상사(喪事)는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하느니라." ○戰陣은 ①전쟁을 하기 위해 벌여 놓은 진(陣). ②전쟁터. 등등 2가지의 뜻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열(列)을 잘 갖춰 싸우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근본은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에 있다 할 것이다. ○농경 사회에서 정치의 근본은 당연히 농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농번기에 농민들을 부역에 동원하다든지, 또는 농민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매긴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나라에 거함에는 대(代)를 이어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군주의 도리일 것이다. ○生은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
2. 景行錄云, 爲政之要는 曰公與淸이요. 成家之道는 曰儉與勤이니라.
경행록운 위정지요 왈공여청 성가지도 왈검여근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爲政)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이라 할 것이요, 집안을 이루는 길은 근검과 근면이라 할 것이다.
(字義) ○爲는 ①할 위. ②될 위. ③위할 위. ④~으로 여기다. ~으로 삼다. ⑤~을 만들다. ~을 짓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要는 명사로는 요긴한 것, 긴요한 것, 요점, 요체 등의 뜻이다. ○與는 "~와"의 뜻. ○淸은 청렴하다는 뜻. ○勤은 부지런할 근.
3. 讀書는 起家之本이고 循理는 保家之本이며 勤儉治家之本이고
독서 기가지본 순리 보가지본 근검치가지본
和順齊家之本이니라.
화순제가지본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쫓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며,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화순(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니라.
(字義) ○循은 쫓을 순. 돌 순. 예]循環(순환). ○順은 따를 순. 순응할 순. 예]順序(순서), 順應(순응), 順從(순종).
4. 孔子三計圖云, 一生之計는 在於幼하고 一年之計는 在於春하고
공자삼계도운 일생지계 재어유 일년지계 재어춘
一日之計는 在於寅이니 幼而不學이면 老無所知요,
일일지계 재어인 유이불학 노무소지
春若不耕이면 秋無所望이요, 寅若不起면 日無所辦이니라.
춘약불경 추무소망 인약불기 일무소판
공자의 삼계도(세가지의 계획)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字義) ○計(계)는 꾀, 계획, 계책 등등의 뜻이다. ○圖는 도모할 도. 그림 도. ○A+在(於)+B= A가 B에 있다. 이 때 於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윗 문장에서는 글자수를 맞춰 리듬감을 준다. 즉, 4.3 4.3의 운율을 느끼게 한다. ○幼는 어릴 유. ○寅(인)은 寅時를 가리킨다. 즉, 지금의 오전 3~5시를 말한다. 위에서는 단순히 "새벽"이라고 번역했다. ○辦은 판단할 판.
5. 性理書云, 五敎之目은 父子有親하고 君臣有義하며 夫婦有別하고
성리서운 오교지목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長幼有序하며 朋友有信이니라.
장유유서 붕우유신
성리서에 이르기를, 오교(다섯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간에는 의(義)가 있어야 하며,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붕우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느니라.
(字義) ○目은 조목 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6. 三綱은 君爲臣綱하고 父爲子綱하며 夫爲婦綱이니라.
삼강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는것이니라.
(字義) ○綱은 벼리 강. 벼리는 우리말로,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서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뜻한다. 즉, 위에서 말한 세가지의 "벼리"는 위에서 통제하고, 총괄함을 비유한 말이다.
7. 王曰, 忠臣은 不事二君이요, 烈女는 不更二夫니라.
왕촉왈 충신 불사이군 열녀 불경이부
왕촉이 말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남편을 고치지 아니한다.
(字義) ○事는 술어로는 ①~을 섬기다. ②~을 일삼다. 주로 ①의 뜻으로 쓰인다. ○烈은 매울 렬. 비유적으로 지조나 절개가 굳고 열렬함을 말하기도 한다. 예]烈士(열사), 忠烈(충렬). ○更은 부사로는 다시 갱, 술어로는 고칠 경.
8. 忠子曰, 治官에 莫若平이요, 臨財에 莫若廉이니라.
충자왈 치관 막약평 임재 막약렴
충자가 말했다. 벼슬일을 다스림에는 공평함 만한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 만한 것이 없다.
(字義) ○官은 벼슬 관. 관가(官家) 관. 일(事) 관.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막. ②없을 막. 莫若(또는,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이 최고다. 莫非+명사(절): ~이 아닌 것이 없다. 莫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臨은 임할 임. ~에 임하다. ○廉은 청렴할 렴. 예]淸廉(청렴).
9. 張思叔座右銘曰, 凡語必忠信하고 凡行必篤敬하며 飮食必愼節하고
장사숙좌우명왈 범어필충신 범행필독경 음식필신절
字劃必楷正하며 容貌必端莊하고 衣冠必肅整하며 步履必安詳하고
자획필해정 용모필단장 의관필숙정 보리필안상
居處必正靜하며 作事必謀始하고 出言必顧行하며 常德必固持하고
거처필정정 작사필모시 출언필고행 상덕필고지
然諾必重應하며 見善如己出하고 見惡如己病하라, 凡此十四者는
연락필중응 견선여기출 견악여기병 범차십사자
皆我未深省이라, 書此當座隅하여 朝夕視爲警하노라.
개아미심성 성차당좌우 조석시위경
장사숙의 좌우명에 이르기를, 모든 말은 반드시 정성되고 신의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조심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하여야 하며, 글씨는 반드시 똑바르게 써야 하며,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여야 하고, 의관은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여야 하며, 걸음 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차분해야 하며, 거처는 반드시 바르고 고요해야 하며, 일을 꾸밀 때는 반드시 시작을 잘 꾀하여야 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평상(平常)의 덕을 반드시 굳게 지녀야 하고, 승낙은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하며, 선한 일을 보기를 내게서 나오듯이 하며, 악한 일을 보기를 내 병인 듯 하여야 하느니라. 무릇 이 14가지 것을 모두 나는 아직 깊이 성찰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글로 써서 자리의 구석에 붙여 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보고서 경계로 삼으리라.
(字義) ○이 좌우명은 오언(五言)으로 되어 있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2,4,6,8,10,12,14구(句)가 모두 운을 맞추고 있는 점도 보면서 읽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①과 ②의 뜻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문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忠은 충성 충. 정성 충. 忠을 꼭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忠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여기서도 忠은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敬은 누구를 공경한다는 뜻도 있지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한다는 뜻도 있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楷는 해서 해. 해서(楷書)는 서체의 하나로 똑바로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楷는 "바르다"는 뜻도 있다. ○莊은 ①씩씩할 장. ②단정할 장.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肅은 엄숙할 숙. ○步는 명사로는 걸음 보. 술어로는 밟을 보.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 ○安詳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성질이 찬찬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常은 항상 상. ○書는 술어로는 "~을 쓰다"의 뜻이다. ○隅는 구석 우.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警은 경계할 경.
10. 范益謙座右戒曰, 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하고
범익경좌우계왈 일불언조정이해변보차제
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하며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하고
이불언주현관원장단득실 삼불언중인소작과악지사
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하며 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하고
사불언장진관직추시부세 오불언재리다소염빈구부
六不言淫戱慢評論女色하며 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이라.
육불언음설희만평론여색 칠불언구멱인물간색주식
범익겸의 좌우계에 이르기를,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보고(報告)와 벼슬자리에 파견되고 제수되는 것을 말하지 말라. 둘째, 주현(州縣) 관원(官員)들의 장단(長短)이나 득실(得失)을 말하지 말라. 셋째, 뭇사람들이 짓는 바, 과실과 악행의 일들을 말하지 말라. 넷째, 관직에 벼슬하여 나아가고, 또는 시세를 쫓고 부합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다섯째, 재물의 이익이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富)를 구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여섯째, 음란하며 외설적이고 희롱하며 업신여기는 것과 여색을 논평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일곱째, 남의 물건을 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구하는 말을 하지 말라.
(字義) ○원문의 글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짤라서 싣는다. ○邊은 가 변. 변방 변. ○差는 ①어긋날 차. ②가릴(擇) 차. ③보낼(送) 차.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위에서 差除란 한 단어로 벼슬에 임명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즉, 差는 사람을 가려서 벼슬자리로 보낸다는 뜻이다. 예]差使(차사): 중요한 임무를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 咸興差使(함흥차사). 差遣(차견): 사람을 시켜서 보냄. ○除는 ①제할 제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②벼슬줄 제 (벼슬을 除受하다). ○言은 뒤로 절을 받아서 "~을 말하다"의 뜻. (= say that~) ○長短은 장점과 단점. ○得失은 얻고 잃은 것, 성공과 실패, 잘하고 잘 못한 일. ○趨(추)는 ①종종걸음으로 걷다. 종종걸음으로 몸을 삼가고 조심히 걷다. ②(주로 시세, 이익 등을 따라) ~을 쫓다. 달려가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附는 ①더할 부. ②의지할 부.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아부(阿附)하다, 부합(附合)하다. 등등의 뜻이다. ○은 거만할 설. 또는 褻(설)과 통하는 글자이다. 즉, 음이 같기 때문에 혼용해서 쓴다. 여기서는 외설스럽다는 뜻이다. ○覓은 구할 멱. ○干은 ①간섭할 간. ②구할 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索은 찾을 색.
11. 又曰, 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하고 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하며
우왈 일인부서신불가개탁침체 이여인병좌불가규인사서
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하고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하며
삼범입인가불가간인문자 사범차인물불가손괴불환
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하고 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하며
오범끽음식불가간택거취 육여인동처불가자택편리
七凡人富貴不可歎羨毁니라 凡此數事有犯之者면 足以見用心之不肖니
칠범인부귀불가탄선저훼 범차수사유범지자 족이견용심지불초
於存心修身에 大有所害라, 因書以自警하노라.
어존심수신 대부소해 인서이자경
또 이르기를, 첫째, 남이 부친 서신을 함부로 뜯거나 또는 전달하지 않고 묵혀 두어서는 안된다. 둘째,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이 앉아서는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아서는 안된다. 셋째, 무릇 남의 집에 들어가서는 남이 사사로이 적어 놓은 글자들을 보아서는 안된다. 넷째, 무릇 남의 물건을 빌려와서는 손상 또는 파괴하거나, 되돌려 주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섯째, 무릇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가리거나 버려서는 안된다. 여섯째, 남과 같이 처할 때는 편리를 스스로 가려서는 안된다. 일곱째, 무릇 남의 부귀를 감탄하여 부러워하거나 흉보고 헐뜯어서는 안된다. 무릇 이 여러가지 일들을 범하는 자는 마음 씀씀이가 불초(不肖)하여 존심(存心)과 수신(修身)에 해로운 바가 크게 있음을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글을 써서(以) 스스로 경계하노라.
(字義) ○付는 ①줄 부 ②부탁할 부 ③(편지 등을) 부칠 부. ○書는 술어로는 "쓸 서" 명사로는 ①책 서. ②편지 서. 두 번째 글귀의 私書의 書도 편지라는 뜻이다. ○坼은 ①터질 탁. ②(편지 등을) 뜯다. 예]坼封(탁봉). ○滯는 막힐 체. ○幷은 아우를 병. ○窺는 엿볼 규. ○擇은 가릴 택. ○羨은 부러울 선. 예]羨望(선망)의 대상. ○는 꾸짖을 저.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족히 ~할 수 있다. ○肖는 닮을 초. 不肖는 부형(父兄)의 덕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불민하고 덕이 없다는 뜻이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存心은 맹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로,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을 악에 물들이지 않고 굳게 지닌다는 뜻이다. ○因은 인할 인. 因은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는 뜻도 있고, 또는 여기서처럼 앞 문장을 받아서 "그리하여, 그래서, 인하여"의 뜻으로도 쓰인다.
12. 武王問太公曰, 人居世上에 何得貴賤貧富不等고, 願聞說之하여
무왕문태공왈 인거세상 하득귀천빈부불등 원문설지
欲知是矣로다. 太公曰, 富貴如聖人之德하여 皆由天命이어니와
욕지시의 태공왈 부귀여성인지덕 개유천명
富者用之有節하고 不富者家有十盜니이다.
부자용지유절 불부자가유십도
무왕이 태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부귀가 같을 수 없는가? 원컨대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그 까닭을 알고 싶소이다. 태공이 말하였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 말미암거니와, 부유한 자는 씀씀이에 절제가 있으나 부유하지 못한 자는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있나이다.
(字義) ○이 글 역시 원문이 길어서 몇 단락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武王은 周나라의 임금으로 은(殷)의 폭군 주(紂)를 멸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太公은 흔히 일컫는 강태공(姜太公)을 지칭한다. ○居는 ~에 살다. ~에 거하다. ○得은 ~을 얻다. 또는 得다음에 술어가 와서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위 문장에서는 후자를 택해서 번역했다. 즉, 得이 不等에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由(유)~: ~에서 말미암다. ○用之有節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로 用之는 명사구이다. A+有+B: A에 B가 있다.
13. 武王曰, 何爲十盜닛고. 太公曰, 時熟不收爲一盜요, 收積不了爲二盜요,
무왕왈 하위십도 태공왈 시숙불수위일도 수적불료위이도
無事燃燈寢睡爲三盜요, 懶不耕爲四盜요, 不施工力爲五盜요,
무사연등침수위삼도 용나불경위사도 불시공력위오도
專行巧害爲六盜요, 養女太多爲七盜요, 晝眠懶起爲八盜요,
전행교해위육도 양녀태다위칠도 주면나기위팔도
貪酒嗜慾爲九盜요, 强行嫉妬爲十盜이다.
탐주기욕위구도 강행질투위십도
무왕이 말했다. 무엇이 열가지 도둑이 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때가 무르익었는데도 곡식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번째 도둑이요, 곡식을 거두어 쌓아두기를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도둑이고, 아무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번째 도둑이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 도둑이요, 꾀만 부려 남을 해치는 일만 오로지 행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이요, 딸 기르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일곱째 도둑이요, 낮까지 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 도둑이요, 술 마시기를 탐하며 즐기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요, 억지로 행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이 열번째 도둑입니다.
(字義) ○熟은 익을 숙. ○爲는 될 위. ○何爲는 일반적으로는 爲가 "위할 위"의 뜻으로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爲가 "될 위"의 뜻이다. ○了는 마칠 료. ○燃은 탈 연. ○睡는 잠잘 수. ○용은 게으를 용. ○懶는 게으를 라. ○專은 부사로, 오로지 전. ○嗜은 즐길 기. ○强은 부사로, 억지로 강. 强+술어; 억지로 ~하다. ○嫉은 질투할 질.
14. 武王曰, 家無十盜不富者는 何如닛고. 太公曰, 人家必有三耗니이다.
무왕왈 가무십도불부자 하여 태공왈 인가필유삼모
武王曰, 何名三耗닛고. 太公曰, 倉庫漏濫不蓋하여 鼠雀亂食爲一耗요,
무왕왈 하명삼모 태공왈 창고루람불개 서작난식위일모
收種失時爲二耗요, 抛撒米穀穢賤爲三耗니이다.
수종실시위이모 포살미곡예천위삼모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세가지 소모함이 있습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가지 소모라고 이름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창고가 세어 밖으로 넘쳐나 쥐와 참새들이 어지럽게 먹어대는 것이 첫번째 소모함이요, 거두고 씨뿌리는데 때를 놓치는 것이 두번째 소모함이요, 곡식을 버리고 흩뿌려 더럽고 천하게 하는 것이 세번째 소모함입니다.
(字義) ○何如:~과 같은가? 어떠한가? ○耗는 소모할 모. ○名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倉은 곳집 창. ○庫은 곳집 고. 漏는 셀 루. ○濫은 넘칠 람. ○蓋는 덮을 개. ○鼠는 쥐 서. ○雀은 참새 작. ○亂은 여기서 부사로 쓰였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抛는 버릴 포. ○撒은 뿌릴 살. 예]撒布(살포). ○穢는 더러울 예.
15. 武王曰, 家無三耗而不富者는 何如닛고.
무왕왈 가무삼모이불부자 하여
太公曰, 人家에 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七奴八賤九愚十强하여
태공왈 인가 필유일착이오삼치사실오역륙불상칠노팔천구우십강
自招其禍요, 非天降殃이니이다.
자초기화 비천강앙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가지 소모함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않은 자는 왜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일착, 이오, 삼치, 사실, 오역, 육불상, 칠노, 팔천, 구우, 십강이 있으니, 그 화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요,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字義) ○錯은 어긋날 착. ○痴는 癡의 속자이다. 어리석을 치. ○招는 부를 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殃은 재앙 앙. ○非+명사구(절): ~이 아니다.
16. 武王曰, 願悉聞之하나이다. 太公曰, 養男不敎訓爲一錯이요,
무왕왈 현실문지 태공왈 양남불교훈위착
孩勿訓爲二誤요,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요, 未語先笑爲四失이요,
영해물훈위이오 초영신부불행엄훈위삼치 미어선소위사실
不養父母爲五逆이요, 夜起赤身爲六不祥이요, 好挽他弓爲七奴요,
불양부모위오역 야기적신위륙불상 호만타궁위칠노
愛騎他馬爲八賤이요, 喫他酒勸他人爲九愚요, 喫他飯命朋友爲十强이니
애기타마위팔천 끽타주권타인위구우 끽타반명붕우위십강
이다. 武王曰, 甚美誠哉라, 是言也여.
무왕왈 심미성재 시언야
무왕이 말하였다. 원컨대 그것을 다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사내아이를 기르는데 가르치지 아니함이 일착(첫째 착오)이요, 어린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이오(두번째 오류)이요, 신부를 처음 맞아들여서 엄한 훈계를 행하지 않는 것이 삼치(세번째 어리석은 짓)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웃어버리는 것이 사실(네번째 실수)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오역(다섯째 거스름)이요, 밤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육불상(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함이 칠노(일곱째 노비같은 짓)이요, 남의 말을 타기를 좋아함이 팔천(여덟째 천한 짓)이요,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구우(아홉째 어리석은 짓)이요,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먹기를 명하는 것은 십강(열번째 강요)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그 말씀이여!!
(字義) ○悉은 다 실. 모두 실. ○은 어릴 영. ○孩은 아이 해. ○迎은 신부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즉, 親迎(신랑이 신부를 친히 맞아 들임)의 뜻이다. ○赤은 붉을 적. 발가벗을 적. "赤子"는 발가벗은 갓난 아이를 가리킨다. ○挽은 당길 만. ○騎는 말탈 기. ○마지막의 是는 지시형용사로 "이 시"자(字)이다.
立敎篇終
[ 治政篇 ]
치정편에서는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관리들에게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이 실려 있다. 요즘처럼 부정부패, 복지부동 등으로 오명을 날리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편(篇)이다. 그중에서 세 번째 글귀의 淸(청렴), 愼(근신), 勤(근면)은 적어도 공복(公僕)으로서, 공무원들이 지녀야할 윤리가 아니겠는가?
1. 明道先生曰, 一命之士도 苟存心於愛物이면 於人必有所濟니라.
명도선생왈 일명지사 구존심어애물 어인필유소제
명도 선생이 말씀하셨다. 처음 벼슬하는 선비라도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주는 바가 있으리라.
(字義) ○명도 선생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성(姓)은 정(程), 이름은 호(顥)이다. 그 동생은 이름이 이(이)이고, 호는 伊川(이천) 先生으로, 흔히 그 두 형제를 정자(程子)라고 일컫는다. ○一命之士; 처음 벼슬하는 선비로 요즘의 말단 직원과 같다. ○苟는 진실로 구. "진실로 ~하면"의 뜻으로 가정으로 해석한다. ○存은 타동사로 "(심성, 마음, 품성 등등) ~을 지니다"의 뜻. ○物은 나 이외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을 뜻한다. 남이란 뜻에서 人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2. 唐太宗御製云, 上有麾之하고 中有乘之하며 下有附之하여 幣帛衣之요,
당태종어제운 상유휘지 중유승지 하유부지 폐백의지
倉食之하니 爾俸爾祿이 民膏民脂라, 下民易虐이어니와 上蒼難欺니라.
창름식지 이봉이록 만고민지 하민이학 상창난기
당나라 태종의 어제에 이르기를,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를 이어 다스리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할지니라. 백성이 바친 폐백으로는 옷을 해 입고, 백성이 바친 곳간의 쌀로는 음식을 먹으니, 너의 봉록(俸祿)은 모두 다 백성의 기름과 살쩜이도다.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저 위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운 법이로다.
(字義) ○당 태종은 당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는 말은 임금을 가리키고, 製는 지을 제. ○麾는 휘두를 휘. 麾之에서 之는 어조사(語氣助詞)이다. 아래의 乘之, 附之, 衣之, 食之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乘은 탈 승. ○附는 더할 부. 의지할 부. ○幣는 폐백 폐. ○帛은 면 백. ○衣는 술어로 "~을 입다"의 뜻. ○倉은 곳간 창. ○은 곳간 름. ○爾는 너 이. 이 문장에서는 바로 당 태종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俸祿(봉록)은 녹봉(祿俸), 즉 지금의 월급, 봉급에 해당하는 말이다. ○膏는 기름 고. ○脂는 비계 지. ○下民: 아랫 백성을 뜻하는 한 단어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蒼은 푸를 창. ○上蒼은 바로 하늘을 비유한 말이다.
3. 童蒙訓曰, 當官之法에 唯有三事하니 曰淸曰愼曰勤이라,
동몽훈 상관지법 유유삼사 왈청왈탓閨?br>知此三者면 知所以持身矣니라.
지차삼자 지소이지신의
동몽훈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해야 하는 법에는 오직 세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이라 할 것이요, 신중이라 할 것이요, 근면이라 할 것이다. 이 세가지 것을 알면 몸을 지니는 방도를 안다 할 것이다.
(字義) ○當은 당할 당. "(상황, 처지, 때 등등에) 당하다"의 뜻이다. 부사로는 "마땅히"의 뜻도 있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흔히 청렴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三者의 者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것 자"이다. 즉, "세가지 것"이란 뜻이다. ○"所以+술어"는 한 단어처럼 여겨 "까닭" 또는 "방법"의 뜻으로 해석한다.
4. 當官者는 必以暴怒爲戒하여 事有不可어든 當詳處之면
당관자 필이폭로위계 사유불가 당상처지
必無不中이어니와 若先暴怒면 只能自害라, 豈能害人이리오.
필무부중 약선폭로 지능자해 기능해인
관직에 임한 자는 반드시 사납게 성내는 것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 일에 불가(不可)한 것이 있거든 마땅히 상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만약 먼저 사납게 성을 내면 다만 스스로를 해칠 뿐이지 어찌 남을 해치겠는가?
(字義) ○當官者의 當은 술어로 당할 당. 當詳處之에서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참고로 전자는 當다음에 명사가 왔으므로 술어일 것이고, 후자는 當다음에 술어가 왔으므로 부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A를 B로 삼다. ○戒는 경계 계. ○詳은 자세할 상.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中은 술어로 맞을 중.
5. 事君如事親하고 事長官如事兄하며 與同僚如家人하고
사군여사친 사장관여사형 여동료여가인
待群吏如奴僕하며 愛百姓如妻子하고 處官事如家事然後에야
대군리여노복 애백성여처자 처관사여가사연후
能盡吾之心이니 如有毫末不至면 皆吾心有所未盡也니라.
능진오지심 여유호말부지 개오심유소미진야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는 것 같이 하며, 웃사람 섬기기를 형을 섬기는 것 같이 하며, 동료와 더불기를 자기집 사람 같이 하며, 여러 아전 대하기를 자기집 노복 같이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며, 관직의 일 처리하기를 내 집안일처럼 하고 난 연후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했다 할 것이니라.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에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내 마음에 미진한 바가 있는 것이니라.
(字義) ○如는 ①~와 같다. ②만약 ~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親은 어버이 친. ○僚는 동관(同官) 료.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群(군)은 주로 한정어로 "여러, 뭇~"의 뜻이다. ○吏는 아전 리. ○僕은 종 복. ○然後는 관용어로 "~한 연후에, ~한 뒤에"의 뜻이다. ○豪末은 "터럭 끝"이란 말로 아주 조금을 일컫는 관용구이다.
6. 或問, 簿佐令者也라, 簿所欲爲를 令或不從이면 柰何닛고.
혹문 부좌영자야 부소욕위 영혹부종 내하
伊川先生曰, 當以誠意動之라, 今令與簿不和는 只是爭私意요,
이천선생왈 당이성의동지 금금여부불화 지시쟁사의
令是邑之長이니 若能以事父兄之道로 事之하여 過則歸己하고
영시읍지장 약능이사부형지도 사지 과즉귀기
善則唯恐不歸於令하여 積此誠意면 豈有不動得人이리오.
선즉유공불귀어영 적차성의 기유부동득인
어떤 사람이 물었다. 부(簿)는 영(令)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영이 혹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이천 선생이 말씀하셨다. 마땅히 진실된 뜻으로 영을 움직여야(감응시켜야) 할 것이니라. 지금 영과 부가 화목하지 못은 것은 다만 사사로운 뜻을 다투기 때문이니라. 영은 고을의 우두머리이니, 만약 부형(父兄)을 섬기는 도리로서 영을 섬기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이 있으면 영에게 그 공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쩌나 근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진실된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지이지(감응시키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字義) ○佐는 도울 좌. ○令(영)과 簿(부)는 위의 글에서 보았듯이 관직명이다. ○奈는 어찌 나(내). ○奈何는 "어떻게, 어찌~"의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이천 선생은 앞 글에 나온 명도 선생의 동생이다. 역시 송나때의 대 유학자이다. 그 두 분을 구분하지 않고 종종 정자(程子)라고 일컫기도 한다. ○誠은 정성 성. 부사로는 진실로 성. ○只是에서 是는 "~이다"의 뜻이다. ○令是邑之長에서 是도 역시 "~이다"란 뜻이다. 長은 명사로 우두머리. 장(長) 등등의 뜻이다. ○不動得人에서 得은 술어뒤에 붙어서 "가능"을 나타낸다. 즉, 動得이 하나의 어구를 형성하는 것이지, 이를 따로 따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7. 劉安禮問臨民, 明道先生曰, 使民各得輸其情이니라.
유안례문임민 명도선생왈 사민각득수기정
問御吏曰, 正己以格物이니라
문어이왈 정기이격물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법에 대해서 묻자, 명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다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느니라. 또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말씀하셨다.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以) 남을 바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臨은 임할 림.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得을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輸는 ①보낼 수. ②다할 수. "輸其情"에서 其는 백성을 받는 소유격 대명사이고, 情은 뜻, 정황, 실상의 뜻이니, 이는 백성의 뜻을 윗사람에게 상달(上達)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情은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듯이 "애정(愛情), 우정(友情)"할 때의 그 정(情)을 말하고, 또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정황(情況), 실정(實情) 등을 의미한다. 예]情報(정보). ○御는 어거할 어. 다스릴 어. ○格은 바를 격. 예]格子(격자). ○物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人과 비슷한 뜻이다.
8. 抱朴子曰, 迎斧鉞而正諫하며 據鼎而盡言이면 此謂忠臣也니라.
포박자왈 영부월이정간 거정확이진언 차위충신야
포박자에 이르기를, 도끼를 들이 맞아도 바르게 간언하며, 솥에 들어 앉아도 옳은 말을 다할 수 있다면 이를 일러 충신이라고 한다.
(字義) ○포박자는 晉(진)나라때의 책. ○迎은 맞을 영. ○斧는 도끼 부. ○鉞은 도끼 월. ○諫은 간할 간. ○據는 웅거할 거.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은 가마 확. ○謂~: ~라 일컫는다. ○此謂忠臣也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이고, 忠臣은 謂의 목적어이다. 즉, 직역을 하자면, "이것은 충신을 말하는 것이다"가 되지만, 우리말에 어색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此를 謂의 간접 목적어처럼 번역하는 것이다.
治政篇終
[ 治家篇 ]
치가편에서는 집안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핵가족으로 변한 현대에 있어서 가족의 개념은 옛날보다도 더 중요시 되어야 하겠건만, 오히려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래 편(篇)을 통해서 옛사람들의 치가론(治家論)을 들어보도록 하자.
1. 司馬溫公曰, 凡諸卑幼는 事無大小히 毋得專行하고 必咨稟於家長이니라.
사마온공왈 범제비유 사무대소 무득전행 필자품어가장
사마온 공이 말하였다. 무릇 지위가 낮고 어린 모든 사람들은 일이 크건 작건 구별없이 제멋대로 행할 수 없으며, 반드시 집안의 어른께 묻고 여쭈어야 할 것이다.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諸는 주로 한정어로 "모든 제"의 뜻이다. ○卑는 낮을 비. ○毋(무)는 금지사. ○專은 오로지 전. 크게 두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오로지 ~만 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제 멋대로, 독단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專攻(전공), 專業(전업)/ 專制政治(전제정치), 專斷(전단). 위에서는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咨는 물을 자. 諮와 통한다. ○稟은 품할(묻는다는 뜻이다) 품.
2. 待客不得不豊이요, 治家不得不儉이니라.
대객부득불풍 치가부득불검
손님을 대접할 때는 풍성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안을 다스림에는 검소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字義) ○待는 ①기다릴 대. 예]期待(기대), 待期(대기). ②대할 대. 예]接待(접대), 歡待(환대).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不得不+술어: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득불 ~해야 한다. 不可不과 비슷한 뜻이다.
3. 太公曰, 痴人畏婦하고 賢女敬夫니라.
태공왈 치인외부 현녀경부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하느니라.
(字義) ○痴는 어리석을 치.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여기서는 ①의 뜻.
4. 凡使奴僕에 先念飢寒하라.
범사노복 선년기한
무릇 노복을 부릴 때는 먼저 그들의 춥고 배고픔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使는 ①사역동사로서의 使. ②부릴 사. ○僕은 종 복. 예]奴僕(노복), 公僕(공복) (公僕은 영어의 "public servant"란 단어를 그대로 한자의 뜻을 빌어 만든 단어인 듯하다. 공무원을 지칭한다)
5. 子孝雙親樂이요, 家和萬事成이니라.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兩親)이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雙은 두 쌍. ○親은 ①어버이 친. ②친할 친.
6. 時時防火發이요, 夜夜備賊來하라.
시시방화발 야야비적래
수시로 불이 날 것을 막고, 밤마다 도적이 들 것을 대비할지니라.
(字義) ○역시 2.3 2.3으로 끊는다.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예]家家戶戶(가가호호). ○防은 막을 방. ○發은 일어날 발. ○備는 ①갖출 비. 예]備忘錄(비망록), 裝備(장비). ②방비·준비·대비할 비. 예]防備(방비), 準備(준비), 備考(비고).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7. 景行錄云, 觀朝夕之早晏이면 可以卜人家之興替니라.
경행록운 관조석지조안 가이복인가지흥체
경행록에 이르기를, 아침 저녁의 이르고 늦음을 관찰하면 그 집안의 흥하고 쇠함을 점칠 수 있느니라.
(字義) ○早는 이를 조. ○晏은 늦을 안.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卜은 점 복. 점칠 복. ○替는 ①대신할 체. ②폐(廢)할 체.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한문에서는 ②의 뜻으로도 잘 쓰였다. ○興替(흥체)는 한 단어로 흥하고 쇠함을 뜻한다.
8. 文仲子曰, 婚娶而論財는 夷虜之道也니라.
문중자왈 혼취이논재 이로지도야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하고 장가드는데 있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도리이니라.
(字義) ○문중자는 수(隋)나라때의 학자. ○婚은 혼인 혼. ○娶는 장가들 취. ○而는 앞 글과 뒷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처럼 앞글이 반드시 절(絶)일 필요는 없다. 而의 앞 글이 명사구나 부사, 술어 등이 올 수도 있다. ○虜는 오랑캐 로.
治家篇終
[ 安義篇 ]
유가(儒家)에 관한 책을 보면, 흔히 의(義)를 의(宜)로 보아 마땅함을 뜻하는 단어로도 보았다. 즉 사람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의(義)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의(義)는 한편으로 가족간에 맺어지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뜻하는 말로도 통하였다. 아랫 글에서도 이런 의미로 가족간의 의(義)를 강조하고 있다. 각종 패륜적인 사건이 잦아지는 요즘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글자이다. 바로 의(義)란 글자를!
1. 顔氏家訓曰, 夫有人民而後有夫婦하고 有夫婦而後有父子하고
안씨가훈왈 부유인민이후유부부 유부부이후유부자
有父子而後有兄弟하니 一家之親은 此三者而已矣라. 自玆以往으로
유부자이후유형제 일가지친 차삼자이이의 자자이왕
至于九族에 皆本於三親焉이라. 故로 於人倫에 爲重也니 不可無篤이니라.
지우구족 개본어삼친언 로 어인륜 위중야 불가무독
안씨 가훈에 이르기를, 대저 백성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나니, 일가의 친함은 이 세 가지일 뿐이니라. 이로부터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삼친(三親)에 근본을 두느니라.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되니 돈독함이 없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夫는 대저 부. 대개 말을 시작하거나, 문단을 바꿀 때 발어사(發語詞)로 쓰인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고, 말을 꺼내거나 또는 문단을 바꿀 때 그냥 길게 소리를 빼어 읽는 것이다. ○~而後+술어~: "~하고 난 뒤에 ~한다"는 뜻으로 잘 쓰이는 구문이다. ○~而已矣에서 而는 앞 글을 뒷 글에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已는 그칠 이. 의역하면, "뿐 이, 따름 이"의 뜻이고, 矣는 단정적으로 말을 마칠 때 쓰는 어조사이다. "~而已矣"는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의 뜻이다. ○自玆以往에서 自는 "~로 부터"의 뜻이고, 玆는 이 자. 以往은 以來와 같다. ○本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특히 문장 가운데에 처소격 어조사인 於가 있을 때는 이 焉으로 말을 끝맺기 마련이다.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구족(九族)이란 고조, 증조, 조부, 부, 자기, 아들, 손자, 증손, 현손의 직계친을 말한다. 삼친(三親)은 위 글에도 나오듯이 부부, 부자, 형제를 뜻한다.
2. 莊子曰, 兄弟爲手足이요, 夫婦爲衣服이니 衣服破時更得新이어니와
장자왈 형제위수족 부부위의복 의보파시갱독신
手足斷處難可續이니라.
수족단처난가속
장자가 말하였다. 형제는 수족이 되는 것이요, 부부는 의복이 되는 것이다. 의복이 떨어졌을 시에는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으나, 수족이 짤라진 곳은 잇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破는 깨뜨릴 파. ○술어+時: ~할 때.(when~) ○更은 부사로, 다시 갱. ○得新은 "새롭게 할 수 있다"(헤진 곳을 기워서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만약 "得新"을 "새것을 얻을 수 있다"로 번역한다면 어법상으로도 옳지 못하고, 문맥상으로도 호응이 좋지 못하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續은 이을 속. 예]繼續(계속), 續篇(속편),
3. 蘇東坡云, 富不親兮貧不疎는 此是人間大丈夫요,
소동파운 부불친혜빈불소 차시인간대장부
富則進兮貧則退는 此是人間眞小輩니라.
부즉진혜빈즉퇴 차시인간진소배
소동파가 말하였다. 상대가 부유하다고 해서 친한 척 하지 않고, 상대가 가난하다고 해서 소원하게 하지 않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대장부라 할 것이요, 상대가 부유하면 나아가고, 상대가 가난하면 물러나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진짜 소인배라 할 것이다.
(字義) ○兮는 주로 두 글귀가 댓구를 이룰 때 쓰이는 어조사이다. ○"此是~"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로 쓰였고,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윗글에서도 此라는 주어는 쓸 필요가 그다지 없다. 즉, 此가 없어도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므로 생략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왜 썼는가? 7언의 댓구문(4.3 4.3)을 맞추기 위해서 此라는 주어를 쓴 것이다. ○人間은 "인간" 즉,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人生世間의 줄임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뜻하는 단어이다. ○輩는 무리 배. 예]不良輩(불량배), 輩出(배출).
安義篇終
[ 遵禮篇 ]
예절은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경직된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또한 자칫하면 예절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형식적인 것만 쫓는 경향도 낳는다. 이러한 폐단은 옛부터 있어온 듯하다. 유자(有子)는 "예절을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禮之用, 和爲貴)라고 하였고, 공자(孔子)는 "예절이란 사치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다"(禮與其奢也, 寧儉也)라고 하였으니, 예절이 폐단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을 두고 한 말씀일 것이다.
1. 子曰, 居家有禮故長幼辨로 閨門有禮故三族和하며 朝廷有禮
자왈 거가유례고장유변 규문유례고삼족화 조정유례
故官爵序하고 田獵有禮故戎事閑하며 軍旅有禮故武功成이니라.
고관작서 전렵유례고융사한 군려유례고무공성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예(禮)가 있는 까닭에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규문(閨門)에 예가 있는 까닭에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가 있는 까닭에 관작(官爵)에 차례가 있으며, 전렵(田獵)에 예가 있는 까닭에 군사일이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는 까닭에 무공(武功)이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5.3 5.3으로 끊어 읽는다. ○辨은 분별할 변. ○閨는 안방 규. ○閨門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은 벼슬 작. ○序는 차례 서. ○獵은 사냥할 렵. 예]狩獵(수렵), 獵奇的(엽기적). ○戎은 군사 융. ○閑은 ①한가할 한. ②익숙할 한.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는 ①나그네 려. ②군사 려. 예]旅團(여단).
2. 子曰, 君子有勇而無禮爲亂하고 小人有勇而無禮爲盜니라.
자왈 군자유용이무례위란 소인유용이무례위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盜는 도둑 도. 훔칠 도. 예]盜賊(도적).
3. 曾子曰, 朝廷莫如爵하고 鄕黨莫如齒하고 輔世長民莫如德이니라.
증자왈 조정막여작 향당막여치 보세장민막여덕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향당(鄕黨)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어른노릇 하는 데에는) 덕(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字義) ○이 글은 孟子(맹자)에 나오는 글귀이다.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예]莫强(막강), 莫大(막대), 莫重(막중).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鄕黨은 지금의 읍면리(邑面里)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인 셈이다. 그러나 향당(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는 ①이 치. ②나이 치.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①길 장. ②기를 장.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③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②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역이 아니면(?), 오류이다. 유가(儒家)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들을 위해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특히 大學(대학)은 바로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서술한 책이기도 하다.
4. 老少長幼는 天分秩序이니 不可悖理而傷道也니라.
노소장유 천분질서 불가퍠리이상도야
노소장유(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차례이니, 이치를 거스려 도를 해쳐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少는 ①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②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은 나눌 분. ○秩은 차례 질. 예]秩序(질서).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悖는 거스를 패. 예]悖倫(패륜), 行悖(행패). ○傷은 해칠 상.
5. 出門如見大賓하고 入室如有人하니라.
출문여견대빈 입실여유인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하여야 하니라.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6. 若要人重我인댄 無過我重人이니라.
약요인중아 무과아중인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한다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는 것은 없다(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字義) ○要는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의 뜻이다. ○重은 술어로 ①무겁다. ②(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③중요하다. ④(타동사) ~을 중히 여기다.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예]不過(불과)하다.
7. 父不言子之德하고 子不談父之過니라.
부불언자지덕 자부담부지과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遵禮篇終
[ 言語篇 ]
한마디 말로 일의 성패(成敗)를 가름할 수도 있거니와, 한마디 말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행을 엿볼 수도 있거니와, 또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앞서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먼저 꼭 짚어볼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요즘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1. 劉會曰, 言不中理면 不如不言이니라.
유회왈 언부중리 불여불언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예]的中(적중), 中風(중풍).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2. 一言不中이면 千語無用이니라.
일언부중 천어무용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3. 君平曰, 口舌者는 禍患之門이요, 滅身之斧也니라.
군평왈 구설자 화환지문 멸신지부야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4. 利人之言은 煖如綿絮하고 傷人之語는 利如荊棘이라,
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一言半句에 重値千金이요, 一語傷人에 痛如刀割이니라.
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용여도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①이로울 리. 예]利益(이익). ②날카로울 리. 예]銳利(예리).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의 말씀 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値는 ①값 치. ②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예]分割(분할), 役割(역할).
5. 口是傷人斧요, 言是割舌刀니 閉口深藏舌하면 安身處處牢니라.
구시상인부 언시할설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한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6. 逢人且說三分話하여 未可全抛一片心이라,
봉인차설삼분화 미가전포일편심
不虎生三個口하고 只恐人情兩樣心하라.
불파호생삼개구 지공인정양양심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안된다. 호랑이의 세 개 난 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①또 차. ②장차 차. ③잠시 차. 여기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①과 ③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예]抛棄(포기). ○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왜 하필이면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일까?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댓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예]樣相(양상), 模樣(모양).
7. 酒逢知己千鐘少요, 話不投機一句多라.
주봉지기천종소 화불투기일구다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機微)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①베틀 기. ②기미 기. 예]機微(기미), 天機(천기), 機會(기회).
言語篇終
[ 交友篇 ]
벗 사귐에 관해 맹자(孟子)의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 증자(曾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仁을 이루는데 도움을 받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아래에서는 어떤 교우관(交友觀)들이 있는지 보기로 하자.
1. 子曰, 與善人居에 如入芝蘭之室하여 久而不聞其香이라도
자왈 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구이불문기향
卽與之化矣요. 與不善人居에 如入鮑魚之肆하여 久而不聞其臭라도
즉여지화의 여불선인거 여입포어지사 구이불문기취
亦與之化矣니 丹之所藏者赤하고 漆之所藏者黑이라,
역여지화의 단지소장자적 칠지소장자흑
是以로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이니라.
시이 군자필신기소여처자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저린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니, 이 또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단사(丹砂)가 품고 있는 것은 붉은 색이요, 옻이 품고 있는 것은 검은 색이니,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함께 처하는 바의 것을 반드시 삼가야 하느니라.
(字義) ○與는 ①줄 여. ②더불을 여. "~와"의 뜻도 있다. ○居(거)는 ~에 살다. ~에 있다. ~에 거하다. ○芝는 지초(芝草) 지. ○室은 방(房) 실. ○卽(즉)은 부사로 "바로, 곧바로, 당장에"의 뜻으로 접속사인 則과는 다른 글자이다. ○化는 화(化)할 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등등의 뜻. ○鮑는 저린생선 포.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말린 생선은 脯(포)라 한다. ○肆는 ①방사(放肆)할 사. ②가게 사. 저자 사. ○丹은 붉을 단. 여기서는 붉은 돌, 즉 단사(丹砂)를 의미한다. ○者는 것 자. ○漆은 옻 칠. ○是以: "이로써, 이런 까닭에"의 뜻으로 관용적인 문구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윗 글은 벗과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이라 하겠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벗 사이의 고상한 사귐을 일컫는 말이다.
2. 家語云, 與好學人同行하면 如霧露中行하여 雖不濕衣라도
가어운 여호학인동행 여무로중행 수불습의
時時有潤하고 與無識人同行이면 如厠中坐하여 雖不汚衣라도 時時聞臭니라.
시시유윤 여무식인동행 여측중좌 수불염의 시시문취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字義) 공자 가어도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지만, 위작(僞作)이란 것이 정설이다. ○好+술어: ~하기를 좋아하다. 물론, 명사를 한정하기도 한다. ○霧는 안개 무. ○濕은 젖을 습. 예]濕氣(습기). ○潤은 젖을 윤. 윤택할 윤. 예]潤氣(윤기). ○厠은 뒷간 측.
3. 子曰, 晏平仲은 善與人交로다, 久而敬之온여.
자왈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으니, 오래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노라.
(字義) ○이 글은 論語에 실려 있다. ○善+술어: 잘 ~하다. ~하기를 잘하다. 이 글에서는 善이交에 걸린다. ○之는 어조사이다.
4. 相識滿天下로대 知心能幾人고.
상식 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滿~ : ~에 가득하다. ○能은 이 글에서 知心에 걸린다. 즉, 能知心의 뜻이나, 대구를 맞추기 위해 能을 뒤로 돌린 것이다. ○幾는 몇 기. 예]幾百萬圓(기백만원). 幾何(기하).
5. 酒食兄弟千個有로대 急難之朋一個無라.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주식형제는(술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급난지붕은(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일 개도 없구나.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有,~~無"의 대구문을 파악하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6. 不結子花休要種이요, 無義之朋不可交니라.
불결자화휴요종 무의지붕불가교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子는 "열매," 또는 "씨"의 뜻이다. ○休는 금지사로 莫, 毋 등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要+술어"는 ~하기를 요하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7. 君子之交淡如水하고 小人之交甘若醴니라.
군자지교담여수 소인지교감약례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아서 단술 같으니라.
(字義)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7언의 대구문은 4.3 4.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淡은 맑을 담. 싱거울 담. 예]淡淡(담담)하다. 淡泊(담박)하다. ○醴는 단술 례.
8. 路遙知馬力하고 日久見人心이니라.
로요지마력 일구견인심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字義) ○5언의 대구문은 2.3 2.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遙는 멀 요. 예]遙遠(요원). ○日은 ①날 일. ②해 일 ③낮 일. ○久는 오랠 구. 예]長久(장구), 永久(영구).
交友篇終
[ 婦行篇 ]
여기 실린 부행편(婦行篇) 전반부의 글귀들은 구시대적인 내용들로서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엿보는데 불과하다 할지라도, 후반부의 내용은 현대의 여자들 역시 새겨둘 말이 아닌가 한다.
1. 益智書云, 女有四德之譽하니 一曰婦德이요, 二曰婦容이요,
익지서운 여유사덕지예 일왈부덕 이왈부용
三曰婦言이요, 四曰婦工也니라.
삼왈부언 사왈부공야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자에게는 사덕(四德)의 명예가 있으니, 첫째는 부덕(婦德)이라 할 것이요, 둘째는 부용(婦容)이라 할 것이요, 셋째는 부언(婦言)이라 할 것이요, 넷째는 부공(婦工)이라 할 것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네 단락으로 나누었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譽는 기릴 예. 여기서는 명사로 쓰임. 예]名譽(명예].
2. 婦德者不必才名絶異요, 婦容者不必顔色美麗요,
부덕자불필재명절이 부용자불필안색미려
婦言者不必辯口利詞요, 婦工者不必技巧過人也니라.
부언자불필변구리사 부공자불필기교과인야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재주와 이름이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으며,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얼굴빛이 아름답고 고을 필요가 없으며,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능변의 입이 날카롭게 말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기교가 남을 지나는 것을(남보다 뛰어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字義) ○者는 것 자. 者는 앞에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不必~: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不必~"구문은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완전 부정으로 해석한다. 부분 부정으로 하려면 "未必~"구문을 쓴다. 즉 未必은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위의 글귀를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여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才名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기도 하였으나, 不必은 부분 부정이 아니라 "절대 부정"이다. 이는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絶異는 매우 뛰어나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利는 날카로울 리. ○過人: 남을 지나다. 남보다 뛰어나다.
3. 其婦德者는 淸貞廉節하고 守分整齊하며 行止有恥하고 動靜有法이니
기부덕자 청정염절 수분정제 행지유치 동정유법
此爲婦德也요. 婦容者는 洗浣塵垢하여 衣服鮮潔하며 沐浴及時하여
차위부덕야 부용자 세완진구 의복선결 목욕급시
一身無穢하니 此爲婦容也요. 婦言者는 擇師而說하고 不談非語하며
일신무예 차위부용야 부언자 택사이설 부담비어
時然後言하여 不厭於人하나니 此爲婦言也요. 婦工者는 專勤紡績하고
시연후언 불염어인 차위부언야 부공자 전근방적
勿好暈酒하며 供具甘旨하여 以奉賓客이니 此爲婦工也니라.
물호훈주 공구감지 이봉빈객 차위부공야
그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정조와 절개를 깨끗하게 하며, 분수를 지키고 몸 가짐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염치가 있으며, 동정지간(動靜之間)에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婦德)이 되는 것이요,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몸의 먼지나 때를 씻어내며, 의복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하고, 목욕을 제 때에 하여 일신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용(婦容)이 되는 것이요,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가려서 말하되, 그릇된 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며,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여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으니 이것이 부언(婦言)이 되는 것이요,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길쌈을 오로지 부지런히 하며 술 빚어 내기를 좋아 하지 않고, 좋은 맛을 갖추어서(以)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공(婦工)이 되느니라.
(字義) ○淸貞廉節은 貞節을(정조와 절개를) 淸廉히 한다는 뜻이다. ○整齊는 정리하여 가지런히하다. ○行止는 움직이고 멈추는 것, 행동거지(行動擧止), 즉 일상에서의 행동을 말한다. ○動靜도 비슷한 뜻이다. 일상의 기거를(起居; "섯다 앉았다"의 뜻으로 역시 일상의 행동을) 뜻한다. ○擇은 가릴 택. ○洗는 씻을 세. 예]洗手(세수). ○浣은 빨 완. ○垢는 때 구. 예]純眞無垢(순진무구). ○潔은 깨끗할 결. 예]淸潔(청결). ○沐은 머리감을 목. ○浴은 목욕할 욕. ○穢는 더러울 예. ○紡은 길쌈 방. ○績은 길쌈 적. ○暈은 해달무리 운. 暈酒는 술을 빚는다는 의미. ○供은 ①바칠 공. ②갖출 공.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具는 갖출 구.
4. 此四德者는 是婦人之大德니 而不可缺之者也이라, 爲之甚易하고
차사덕자 시부인지대덕 이불가결지자야 위지심이
務之在正하니 依此而行이면 是爲婦節이니라.
무지재정 의차이행 이위부절
이 네가지 덕은 아녀자의 큰 덕이니 결(缺)해서는 안될 것들이다. 이를 행하기는 매우 쉬우며, 이를 힘쓰는 것은 올바름에 달려 있으니, 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바로 부절(婦節, 아녀자의 범절)이 되는 것이니라.
(字義) ○여기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다. ○缺之, 爲之, 務之에서 之는 모두 어조사(語助詞)이다. ○缺은 결할 결. 예]缺席(결석), 缺損(결손), 欠缺(흠결). ○不可缺之者에서 之는 어조사이고,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아니다. 즉, 不可缺之가 하나의 어구(語句)이며, 不可缺에서 끊는 것이 아니다. "必須不可缺한 것"이란 뜻이다. ○務(무)는 ~에 힘쓰다. ○依는 의지할 의.
5. 太公曰, 婦人之禮는 語必細니라.
태공왈 부인지례 어필세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로서, 말은 반드시 자세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細는 가늘 세. 語必細는 말을 자상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6. 賢婦令夫貴하고 婦令夫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느니라.
(字義)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는 말재주 녕(영), 아첨할 녕(영).
7. 家有賢妻면 夫不遭橫禍니라.
가유현처 부부조횡화
집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횡화(橫禍)를 만나지 않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遭는 만날 조. 예]遭遇(조우).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橫禍(횡화)는 뜻밖에 빗긴 화. 예]橫財(뜻밖에 얻은 재물), 橫死(뜻밖의 죽음).
8. 賢婦和六親하고 婦破六親이니라.
현부화육친 녕부파육친
어진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육친을 깨뜨리느니라.
(字義) ○六親은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婦行篇終
제1편은 계선편(繼善篇)입니다.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는 공자의 말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어 천명(天命), 순명(順命), 효행, 정기(正己), 안분(安分), 존심(存心), 계성(戒性), 근학(勤學), 훈자(訓子), 성심(省心), 입교(立敎), 치정(治政), 치가(治家), 안의(安義), 준례(遵禮), 언어(言語), 교우(交友), 부행편(婦行篇)입니다.
인용된 글귀들 역시 기원전의 까마득한 책에서부터 송대에 이르기까지 (물론 후대에 더 첨가되어 조선 시대의 글까지 있지만) 시기적으로도 다양하며, 내용도 또한 유가(儒家)에만 국한하지 않고 유불선의 복합된 사상까지 망라되어 있어 동양인의 정신 세계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밝은 섭리를 설명하고, 자신을 반성하여 인간 본연의 양심을 보존함으로써 숭고한 인격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 繼善篇 ]
선한 본성을 이어간다는 것은 배움의 첫 목표로서 명심보감의 첫번째 편을 이룰 만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편에서는 선악(善惡)에 관한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럼 과연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마도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천성적으로 선악을 구분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1. 子曰, 爲善者는 天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
자왈, 위선자 천보지이복 위불선자 천보지이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福)으로 갚고, 불선(不善)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화(禍)로서 갚느니라.
(字義) ○ 子는 남자에 대한 통칭(通稱)이다. 특히 子라고만 할 때는 주지하다시피 공자(孔子)를 지칭한다 ○ 報는 갚을 보. 報恩(보은), 報復(보복), 報答(보답)
2. 子曰 見善如不及하고 見不善如探湯하라.
자왈 견선여불급 견불선여탐탕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일을 행하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하고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기를 끓는 물을 더듬는 것과 같이하라.
(字義) ○ 及는 미칠급. 探은 찾을탐. 湯은 끓을 탕
3. 漢昭烈이 將終에 勅後主曰 勿以惡小而爲之하고 勿以善小而不爲하라.
한소열 장종 칙후주왈 물이악소이위지 물이선소이불위
한(漢)나라 소열제(昭烈帝)가 장차 죽음에 이르러, 후주(後主)를 조칙(操飭)하여 이르셨다. 악(惡)이 적다고 하여 해서는 안되며, 선(善)이 적다고 하여 안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昭烈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황제가 된 후의 칭호이다. ○將은 "장차 장"으로 미래 시제. 將次(장차), 將來(장래). ○ 終은 "마칠 종"으로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臨終(임종). ○ 勅(칙)은 "조칙(操飭)하다"는 의미로, 당부하다,경계하여 타이른다는 뜻이다. ○後主는 "다음 임금"
4. 莊子曰, 一日不念善이면 諸惡이 自皆起니라.
장자왈 일일불염선 제악 자개기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루라도 선(善)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모든 악(惡)이 스스로 다 일어나느니라.
5. 馬援曰, 終身行善이라도 善猶不足이요 一日行惡이라도 惡自有餘니라.
마원왈 종신행선 선유부족 일일행악 악자유여
마원이 말하였다. 종신토록 선을 행해도 선은 오히려 부족하고, 하루만 악을 행해도 악은 절로 남음이 있느니라.
(字義) ○馬援은 후한(後漢)때 사람. ○終身(종신)은 "몸을 마친다. 죽는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예]終身刑(종신형), 終身雇用(종신고용). ○猶는 오히려 유 ○餘는 남을 여. 예]餘暇(여가), 餘力(여력).
6.司馬溫公曰, 積金以遺子孫이라도 未必子孫能盡守요 積書以遺子孫
사마온공왈 적금이유자손 미필자손능진수 적서이유자손
이라도 未必子孫能盡讀이요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하여 以爲子孫之計니라.
미필자손능진독 부여적은덕어명명지중 이위자손지계
사마온공이 말씀하셨다. 금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자손이 반드시 능히 다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요, 책을 쌓아서(以) 자손에게 물려줘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남모르는 곳에 음덕(陰德)을 쌓음으로써(以), 자손의 계책으로(본보기로) 삼는(爲)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司馬溫은 북송(北宋)의 명신(名臣)이다. ○公은 존칭. ○遺는 끼칠 유, 줄 유, 남길 유. ○未必은 부분 부정으로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 ○盡은 다할 진 ○마지막 문장의 "以爲子孫之計"에서 위의 해석과는 달리 "以爲"를 한 단어로 보아도 된다. 즉, 以爲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져서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 ~으로 삼다"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以爲"는 한 단어로 쓰인다.
7. 景行錄에 曰, 恩義를 廣施하라, 人生何處에 不相逢이리오,
경행록 왈 은의 광시 인생하처 불상봉
讐怨을莫結하라, 路逢狹處면 難回避니라.
수원 막결 로봉협처 난회피
경행록에 이르기를, 은의(恩義)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어디에 산들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우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대칭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廣(광)은 부사로 쓰였다. 넓을 광. ○生은 "~에 살다" ○何가 붙는 말은 모두 의문문으로 해석한다. 무엇 하. 어찌 하. ○讐는 원수 수. ○狹은 좁을 협. ○難+술어~ : ~하기 어렵다. ○避는 피할 피.
8. 東岳聖帝의 垂訓에 曰, 一日行善이면, 福雖未至라도, 禍自遠矣요.
동악성제 수훈 왈 일일행선 복수미지 화자원의
一日行惡이면, 禍雖未至라도, 福自遠矣니라.行善之人은,
일일행악 화수미지 복자원의 행선지인
如春園之草하여, 不見其長이나, 日有所增이요.行惡之人은,
여춘원지초 불견기장 일유소증 행악지인
如磨刀之石하여, 不見其損이나, 日有所虧니라.
여마도지석 불견기손 일유소휴
동악성제가 훈계를 내려 이르셨다. 하루 선(善)을 행해도 복(福)은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화(禍)는 저절로 멀어지고, 하루 악을 행해도 화(禍)는 비록 아직 당장 이르지는 아니하나 복(福)은 저절로 멀어지느니라.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서 그 풀이 자라는 것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바가 있으며,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돌과 같아서 그것이(그 돌이) 닳아 없어짐을 보지는 못해도 날마다 조금씩 이지러지는 바가 있느니라.
(字義) ○東岳聖帝는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垂는 (위에서 아래로) 드리울 수. ○雖는 비록 수. ○日은 부사로 쓰였다. "날마다"의 뜻. ○磨는 갈 마. ○損은 덜 손 ○虧는 이지러질 휴.
9. 子曰, 見善如不及하고, 見不善如探湯하라.
자왈 견선여불급 견불선여탐탕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을 보기를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하고, 불선(不善) 보기를 끓는 물에 손을 넣는 것 같이 하라.
[ 天命篇 ]
천명편은 전편(前篇)인 계선편(繼善篇)의 선악에 관한 글귀에 이어서, 하늘을 권선징악의 주관자로서 부각시킨다. 즉, 하늘은 선한 자를 보호하고 악을 응징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인간의 윤리를 관장한다. 따라서 선을 지키고 악을 버리는 것이 바로 하늘의 진리이며, 하늘의 명인 것이다.
1. 孟子曰,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하니라.
맹자왈 순천자 존 역천자 망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을 거스리는 자는 망하느니라.
(字義) ○順은 "쫓을 순"으로 순종하다. 순응하다는 뜻이다. ○逆은 거스를 역. 順과는 서로 대칭이 되는 말이다. 예]順風(순풍), 逆風(역풍). ○亡은 망할 망. 고대에 亡자는 無자와 통용되어 쓰였다. 즉 亡을 "무"로 읽었고, 그 의미도 "없을 無"와 같았다. 여기서도 亡(무, 망)는 存과 의미의 대칭을 이룬다. 그러나 흔히 또 存亡(존망)이 한 단어가 되어 "망할 망"으로 읽히기도 하나, 개인적인 생각에 "存亡"의 亡도 본 뜻은 "無"이었을 것이다.
2. 莊子曰, 若人이 作不善하여 得顯名者는 人雖不害나 天必誅之니라.
장자왈 약인 작불선 득현명자 인수불해 천필주지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불선(不善)을 짓고도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자는, 사람이 비록 해하지 못한다해도 하늘은 반드시 베어버리느니라.
(字義)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②마치 ~와 같다.(like, as if)의 두가지 주된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쓰였다.○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雖는 비록 수. 주어는 일반적으로 雖앞에 쓴다. ○誅는 벨 주.
3. 種瓜得瓜요, 種豆得豆니 天網恢恢하여 疏而不漏니라.
종과득과 종두득두 천망회회 소이불루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것이니, 천망(하늘의 그물)은 회회하여(넓고 넓어서) 성기기는 하나 세지 않는 법이니라.
(字義) ○種은 명사로는 "씨"란 뜻이고, 술어로는 "심을 종"이다. ○瓜는 외(오이) 과. ○恢는 넓을 회.○漏는 셀 루. 예]漏水(누수). ○天網恢恢 疎而不漏; 즉, 자신이 뿌린대로 거두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며, 이러한 진리는 비록 성겨 보여도 절대로 예외가 없는 법이다.
4. 子曰, 獲罪於天이면, 無所禱也니라.
자왈 획죄어천 무소도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느니라.
(字義) ○獲은 얻을 획. ○禱는 빌 도. ○也는 평서문의 종결형 어조사로 쓰였다.
[ 順命篇 ]
전편(前篇)의 천명편(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명(命)에 순응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생(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생(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1. 子夏曰, 死生은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라.
자하왈 사생 유명 부귀 재천
자하께서 말씀하셨다. 생사(生死)에는 천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富貴)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子夏는 공자의 제자로 학문에 뛰어났다. ○死生처럼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즉,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 萬事가 分已定이어늘 浮生이 空自忙이로다.
만사 분이정 부생 공자망
만사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부생(덧없는 삶)이 공연히 스스로 바뻐하느니라.
(字義)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已는 이미 이. ○浮는 뜰 부. ○生은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부생)은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空(공)은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忙은 바쁠 망.
3. 景行錄云, 禍不可以倖免이요, 福不可以再求니라.
경행록운 화불가이행면 복불가이재구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히 면할 수 없는 것이요, 복은 두 번 얻을 수 없느니라.
(字義) ○"可以는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倖은 부사로, 요행히 행. 다행 행.
[ 孝行篇 ]
효행편에서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하는 효(孝)에 관한 글귀들을 모아 놓았다. 특히 공자의 어록이라 할 논어(論語)에서 발췌한 글이 반을 차지한다. 효(孝)를 이웃의 어른에게 미루어 적용하면 제(悌)가 되는 것이요, 그 마음을 더욱 넓혀 미루어 동료에게 적용하면 충신(忠信)이니, 효(孝)는 백행의 근본이 아닐 수 있겠는가? 유자(有子)께서 효제(孝悌)는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라고 말씀하신 뜻도 이와 같으리라.
1. 詩曰, 父兮生我하시고 母兮鞠我하시니 哀哀父母여 生我勞셨다.
시왈 부혜생아 모혜국아 애애부모 생아구로
欲報深恩인댄 昊天罔極이로다.
욕보심은 호천망극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아버지는 날 낳으시고 어머니는 날 기르시니, 애애롭다(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기에 애쓰시고 수고하셨도다.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하나 넓은 하늘은 참으로 망극하도다(가이 없다).
(字義) ○詩라 하면 유교 경전의 하나인 詩經을 뜻한다. 원래 詩라고 하면 詩經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經을 붙여줌으로써 공경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兮(혜)는 문장이 댓구(對句)를 이룰 때 주로 사용되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鞠은 기를 국.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는 힘쓸 구. ○勞는 수고할 로. ○昊天罔極이란 부모의 넓고 큰 은혜를 하늘에 비유하여, 그 은혜의 끝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昊는 넓을 호, 하늘 호. ○罔은 없을 망. ○罔極(망극); 끝이 없다. 가이 없다.
2. 子曰 孝子之事親也에 居則致其敬하고 養則致其樂하고
자왈 효자지사친야 거즉치기경 양즉치기락
病則致其憂하고 喪則致其哀하고 祭則致其嚴이니라.
병즉치기우 상즉치기애 제즉치기엄
공자 말씀하시기를 효자의 부모 섬기기란 (부모와 같이) 거함에는 자신의 공경함을 다하고, (부모) 봉양함에는 자신의 즐거움을 다하고, (부모가) 병이 드시면 자신의 근심을 다하고, (부모의) 상중에는 자신의 그 슬픔을 다하고, (부모의) 제사를 지낼 때에는 그 엄숙함을 다하는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也는 여기서처럼 주부(主部)를 구분지어 주는 역할도 한다. ○致는 ①이를 치, ②다할 치.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을 다하다. ~을 극진히 하다"의 뜻이다.
3. 子曰 父母在어시든 不遠遊하며 遊必有方이니라.
자왈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
부모가 살아 계실 적에는 멀리 떨어져 노니지 마라. 놀 때에는 반드시 가는 방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4. 父命召어시든 唯而不諾하며 食在口則吐之이니라.
부명소 유이불낙 식재구즉토지
아버지께서 명하여 부르시거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응하고(唯), 대답만 "네"하고 꾸물거리지 말것이다(不諾). 음식이 입에 들었다면 곧 뱉을지니라.(즉, 음식을 뱉고 속히 "예"하고 대답하여 곧바로 응해야 할 것이다)
(字義) ○召는 부를 소. ○唯는 ①오직 유, ②대답할 유. 여기서 대답한다는 것은 "~에게 ~을 대답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답하는 소리, 즉 우리말의 "예"나 "네"쯤에 해당하는 말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대답하는 소리에 해당하는 한자(漢字)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서 唯는 대답을 하고 바로 응하는 것이다. ○諾은 ①허락할 낙. ②대답할 낙. 역시 唯와 마찬가지로 대답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여기서는 "예"라고 대답만하고 바로 응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吐는 토할 토.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즉, "~하면"의 뜻이다.
5. 太公曰 孝於親이면 子亦孝之하나니 身旣不孝면, 子何孝焉이리오.
태공왈 효어친 자역효지 신기불효 자하효언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효도하나니, 자신이 이미 효도하지 않았다면 자식이 어찌 효도를 하리오?
(字義) ○親(친)은 "부모"란 뜻이다. ○何는 ①무엇 하. ②어찌 하. ○焉(언)은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
6. 孝順은 還生孝順子요, 五逆은 還生五逆兒하나니
효순 환생효순자 오역 환생오역아
不信但看頭水하라. 點點滴滴不差移니라.
불신단간첨두수 점점적적불차이
효순(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사람)이 효순한 자식을 다시 낳는 것이요, 오역(五逆)이 다시 오역(五逆)하는 아이를 낳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거든 다만 저 처마끝의 물을 보라! 한 점 한 점의 물방울들이 어긋나 옮겨지지 않는 것을!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順應)·순종(順從)한다는 뜻이다.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五逆은 불교 용어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질 다섯가지 악행으로서 살부(殺父), 살모(殺母), 살아라한(殺阿羅漢), 파화합승(破和合僧), 출불신혈(出佛身血)을 말한다. ○은 처마 첨. ○頭는 여기서는 별 뜻없이 명사뒤에 붙어서 그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또는 그 일부를 가리키기 위해서 쓰이는 접미사와 같은 것이다.○滴은 물방울적
[ 正己篇 ]
정기편은 수신(修身)에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유가(儒家)에서 강조하는 절제를 통한 인격수양과 더불어 난세(亂世)를 사는 도가(道家) 특유의 처세훈까지 곁들어 있다. 절제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1. 性理書云, 見人之善而尋己之善하며 見人之惡而尋己之惡이라.
성리서운 견인지선이심기지선 견인지악이심기지악
如此方是有益이로다.
여차방시유익
성리서에 이르기를, 남의 선을 보고 자기의 선을 찾으며, 남의 악을 보고 자기의 악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해야 바야흐로 이로움이 있을 것이로다.
(字義) ○方은 바야흐로 방. 예]時方(시방), 方今(방금), 今方(금방).
2. 景行錄云, 大丈夫는 當容人이언정 無爲人所容이니라.
경행록운 대장부 당용인 무위인소용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품어줄지언정(또는 용서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용서를 받는 사람이 되지 말지니라.
(字義)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容은 품을 용, 용납할 용. 예]包容(포용), 容恕(용서). ○無는 毋와 마찬가지로 금지사로도 자주 쓰인다.(=莫, 勿) ○爲는 될 위. ○爲A所+술어= A의 ~하는 바가 되다. 즉 이 구문은 피동형으로 해석을 해준다. 자주 쓰이는 구문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道吾惡者는 是吾師이요, 道吾好者는 是吾賊이로다.
도오악자 시오사 도오호자 시오적
내가 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내가 좋다고(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의 도둑이로다.
(字義) ○道는 말할 도. ○是는 술어로 "~이다"(=is)의 뜻이다. 즉, 是의 주어는 道吾惡者이고, 보어는 吾師이다. ○賊은 도둑 적.
4. 勤爲無價之寶요, 愼是護身之符니라.
근위무가지보 신시호신지부
근면(勤勉)은 값이 없을 정도로 귀중한 보배요, 근신(謹愼)은 몸을 보호해주는 부적이니라.
(字義) ○勤은 부지런할 근. 예]勤務(근무), 勤勉(근면), 勤勞(근로). ○爲는 "~이 되다"(is, become)의 뜻이다. ○愼은 삼갈 신. 예]謹愼(근신). ○是는 "~이다"(is)의 뜻. ○符는 부적 부.
5. 定心應物이면 雖不讀書이나 可以爲有德君子이니라.
정심응물 수부독서 가이위유덕군자
마음을 정하고 모든 일에 응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를 유덕군자라 할 수 있느니라.
(字義) ○應은 응할 응. 예]應接(응접), 應試(응시). ○可는 "~하는 것이 옳다. ~하는 것이 가(可)하다"의 뜻이다. ○以爲는 한 단어로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으로 생각하다"의 뜻이다.
6. 近思錄云, 懲忿如救火하고 窒慾如防水하라.
근사록운 징분여구화 질욕여방수
근사록에 이르기를, 분함을 참는 것을 불을 끄듯이 하고, 욕심 막기를 큰 물을 막는 것 같이 하라.
(字義) ○2.3 2.3으로 끊어서 읽는다. ○懲은 징계할 징 예]懲戒(징계), 懲罰(징벌). ○忿은 분할 분. ○懲忿(징분)은 분함을 억누르다. 참다의 뜻으로 종종 쓰이는 관용구이다. ○救火란 표현은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7. 子曰, 衆惡之라도 必察焉하며 衆好之라도 必察焉이니라.
자왈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며,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해 살필 것이로다.
(字義) ○惡는 미워할 오.
8. 酒中不語가 眞君子요, 財上分明이 大丈夫라.
주중불어 진군자 재상분명 대장부
술 먹는 중에 말하지 않는 것은 진군자(眞君子, 참된 군자)요, 재산상 분명한 것은 대장부로다.
9. 萬事從寬이면 其福自厚니라.
만사종관 기복자후
만사에 너그러움을 쫓으면 그 복이 저절로 두터워지느니라.
(字義)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大(관대). ○厚는 두터울 후 예]重厚(중후).
10. 太公曰, 欲量他人인댄 先須自量하라. 傷人之語는 還是自傷이니
태공왈 욕량타인 선수자량 상인지어 환시자상
含血噴人이면 先汚其口니라.
함혈분인 선오기구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타인을 헤아리려면 모름지기 자신부터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요, 피를 입에 물고 남에게 뿜는 것은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것이니라.
(字義) ○量은 헤아릴 양. ○還(환)은 부사로 "다시, 도리어, 도로"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예]還是~: 도로 ~이다.○含은 품을 함. 예]包含(포함). ○噴은 뿜을 분. 예]噴水(분수). ○汚는 더러울 오. 예]汚染(오염).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을 더럽히다"의 뜻.
11. 太公曰, 瓜田不納履요, 李下不整冠이라.
태공왈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오이밭에서 (손을 내려) 신을 고쳐 신지 말 것이요, 오얏(자두) 나무 아래에서는 (손을 올려) 관을 고쳐 쓰지 말 것이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瓜는 외(오이) 과. ○섭은 신 신을 섭.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의 뜻도 있다. ○整은 정돈할 정. ○不도 역시 勿처럼 금지사로 쓰인다.
12. 耳不聞人之非하고 目不視人之短하며 口不言人之過라야 庶幾君子니라.
이불문인지비 목불시인지단 구불언인지과 서기군자
귀로는 남의 그릇됨을 듣지 아니하고, 눈으로는 남의 단점을 보지 아니하며, 입으로는 남의 과실을 말하지 말아야 거의 군자에 가까우니라.
(字義) ○庶는 거의 서. ○幾는 거의 기. ○"庶幾~" 는 관용구로 "~에 거의 가깝다. 거의 ~이다"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한 단어이다.
13. 蔡伯曰, 喜怒在心하고 言出於口하나니 不可不愼也이니라.
채백개왈 희노재심 언출어구 불가불신야
채백개가 말하였다. 희로(喜怒)는 마음에 있고 말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없노라.
○出於~ :~에서 나오다. ○不可는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 ○不可不: ~하지 않을 수 없다.
14. 宰予晝寢이어늘 子曰, 朽木은 不可雕也요, 糞土之墻은 不可也니라.
재여주침 자왈 후목 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오야
재여가 낮잠을 자거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새길 수가 없으며,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도 없느니라.
(字義) ○재여(宰予)는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언변에 능했다. 윗글은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고 언변에만 능한 재여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자의 말씀이다. 논어의 원문을 읽어 보면 이 뒤에 생략된 내용은 이러하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재여를 통해서 나는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람을 볼 때 그 말만 믿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까지도 살피게 되었다"라고 재여를 심하게 꾸짖는 공자의 말씀을 볼 수 있다. ○朽는 썩을 후. 예]不朽(불후)의 명작. ○雕는 彫와 통하는 글자로 "새길 조." ○糞은 똥 분. ○糞土는 한 단어로 "썩은 흙"을 뜻한다.즉, 똥같은 흙이란 뜻이다. ○墻은 담 장. ○는 흙손질할 오.
15. 紫虛元君의 誠諭心文에 曰, 福生於淸儉하고 德生於卑退하며
자허원군 성유심문 왈 복생어청검 덕생어비퇴
道生於安靜하고 命生於和暢하며 患生於多慾하고 禍生於多貪하며
도생어안정 명생어화창 환생어다욕 화생어다탐
過生於輕慢하고 罪生於不仁이라.
과생어경만 죄생어불인
자허원군의 성유심문에 이르기를, 복(福)은 청렴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德)은 자신을 낮추고 물러나는 데서 생기며, 도(道)는 편안하고 고요한 가운데서 생기고, 명(命)은 화창한 가운데서 생기며, 우환(憂患)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화(禍)는 탐욕이 많은 데서 생기며, 과실(過失)은 경만한 가운데서 생기고, 죄(罪)는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4단락으로 나누어서 실었다. ○자허원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生於~: ~에서(~로부터) 생기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儉은 검소할 검. ○暢은 화창할 창, 통할 창. ○慢은 게으를 만. 예]怠慢(태만).
16. 戒眼莫看他非하고 戒口莫談他短하며 戒心莫自貪嗔하고
계안막간타비 계구막담타단 계심막자탐진
戒身莫隨惡伴하라.無益之言莫妄爲하며 不干己事를 莫妄爲하라.
계신막수악반 무익지언막망위 불간기사 막막위
尊君王孝父母하고 敬尊長奉有德하며 別賢愚恕無識하라.
존군왕효부모 경존장봉유덕 별현우서무식
그러니, 눈을 경계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며, 입을 경계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탐내거나 성내지 말며, 몸을 경계하여 악한 친구를 따르지 말 것이다. 무익한 말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며, 자기에게 간섭되지 않는 일은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다. 오로지, 군왕을 받들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유덕(有德)한 자를 받들며,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가리고 무식한 자를 용서하라.
(字義) ○戒는 경계할 계. ○嗔은 성낼 진. ○伴은 짝 반. ○妄은 망령될 망. 여기서는 부사로 쓰였다. 예] 妄動(망동), 妄發(망발). ○干은 간섭할 간. 예]干涉(간섭), 干與(간여). ○尊은 높을 존. 첫번째 尊은 술어로 쓰인 것이고, 尊長의 尊은 명사로 쓰인 것이다. 특히 尊長은 지금까지도 쓰이는 단어이다.
17. 物順來而勿拒하고 物旣去而勿追하며 身未遇而勿望하고
물순래이물거 물기거이말추 신미우이물망
事已過而勿思하라.聰明도 多暗昧요, 計算도 失便宜라.
사이과이물사 총명 다암매 계산 실편의
損人終自失이요, 依勢禍相隨라. 戒之在心하고 守之在氣니라.
손인종자실 위세화상수 계지재심 수지재기
일이 순순히 오거든 막지 말며, 일이 이미 자나갔거든 쫓지 말 것이다. 몸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도 바라지 말 것이요, 일이 이미 지나갔거든 더이상 생각하지 말 것이다. 총명해도 어둡고 우매한 구석이 많으며, 미리 계산을 해서 (계획을 다 짜 맞춰 놓았더라도) 편의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니라. 남을 손상시키면 끝내는 내 자신이 손실을 입을 것이요, 권세에 의존하면 화가 서로 따르리라. 경계하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요, 지키는 것은 기(氣)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順은 좇을 순. 순응할 순. ○拒는 막을 거. 예]拒絶(거절). ○已는 이미 이. ○過는 명사로는 "과오, 과실, 허물"이란 뜻이고, 술어로는 지날 과. ○昧는 어두울 매. 예]愚昧(우매). ○便宜(편의)는 지금도 쓰이는 말이다. ○損은 덜 손. "~에게 손해를 끼치다. ~을 손상시키다"의 뜻이다. ○依는 의지할 의. ○A+在+B= A가 B에 있다. ○之는 "술어+之"가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18. 爲不節而亡家하고 因不廉而失位라. 勸君自警於平生하나니
위부절이망가 인불렴이실위 권군자경어평생
可歎可警而可畏라. 上臨之以天鑑하고 下察之以地祇라.
가탄가경이가외 상임지이천감 하찰지이지지
明有王法相繼하고 暗有鬼神相隨라. 惟正可守요,
명유왕법상계 암유귀신상수 유정가수
心不可欺니 戒之戒之하라.
심불가기 계지계지
절제(절약)하지 못하여 집안을 망치고, 청렴하지 못하여 (벼슬)자리를 잃게되는 법! 그대에게 권하노니, 평생 동안 스스로 경계하여여 할지니, 탄식할 만하고, 경계할 만하며, 두려워할 만한 것이다. 위로는 천감(하늘의 거울)로 임하시고, 아래로는 지신(地神)으로 살피나니, 밝은 곳에서는 왕법(王法)이 서로 이어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이 있어 서로 따르나니, 오로지 正(올바름)만을 지켜야 할 것이요, 마음을 속여서는 안되느니라. 이를 경계하고 경계하라.
(字義) ○爲는 ①할 위 ②위할 위 ③될 위 ④~으로 삼다. 등등의 4가지 뜻이 있다. 이때 ②의 뜻이 파생되어 "이유"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때문이다"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기도 한다. 위에서도 爲는 그 뒷문장 因과 댓구를 이루며 "이유"를 나타내는 뜻으로 쓰였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여기서는 不다음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勸은 권할 권. ○警은 경계할 경. ○可歎可驚而可畏에서 "可+술어"는 모두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臨之, 察之에서 之는 모두 무엇을 특별히 지칭하는 대명사가 아니며 다만,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줌으로써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해 써준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마지막의 戒之도 마찬가지이다. ○祇는 지신(地神) 기. ○欺는 속일 기. ○마지막 구절의 "惟正可守, 心不可欺"를 일부 책에서는 "오로지 올바라야 지킬 수 있으며,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라고 번역을 하였는데,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적확한 번역이 아니다. 이는 可와 不可의 미묘한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가능"의 뜻으로만 可와 不可를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正은 술어가 아니라, 守의 목적어이며, 可는 단순히 "가능"을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가치판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직역을 할 수 있다. "오로지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可하고, 마음을 속이는 것은 不可하다"의 뜻으로 4.4의 댓구를 이루는 문장인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이 직역을 하는 것이 오역(誤譯)을 막을 수 있고, 또한 그 글자의 미묘한 어감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正己篇終
[ 安分篇 ]
안분편은 자신의 분수를 지켜 편안한 마음을 갖자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헛된 명리(名利)를 좇아 자신의 본분(本分)마저 잊어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안분지족(安分之足)의 처세(處世)는 세상을 소극적으로 살라는 뜻이 아니라, 절제되지 않은 무한한 욕망을 맹목적으로 좇다가 자신을 망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 景行錄云, 知足可樂이요, 務貪則憂니라.
경행록운 지족가락 무탐즉우
경행록에 이르기를, 족함을 알면 즐거운 것이요, 탐하기를 힘쓰면 근심하게 되느니라.
(字義) ○足은 족할 족. ○可樂은 형용사적으로 쓰인 것이다. 예]可恐(가공)할 만하다. ○務는 힘쓸 무. "~하기를 힘쓰다"의 뜻.
2. 知足者는 貧賤亦樂이요, 不知足者는 富貴亦憂니라.
지족자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
족함을 아는 자는 빈천해도 또한 즐거울 것이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부귀해도 또한 근심만하느니라.
○賤은 천할 천. 예]卑賤(비천), 賤民(천민). ○憂는 근심할 우. 예]憂患(우환).
3. 濫想은 徒傷神하며 妄動은 反致禍니라.
남상 도상신 망동 반치화
남상(쓸데없이, 도에 넘치게 생각하는 것)은 한갓 정신만 상하게 하며, 망동(망령된 행동)은 도리어 화(禍)에 이르게 되느니라
(字義) ○濫은 넘칠 람. 부사로 쓰일 때는 "함부로 ~하다. 도에 넘치게 ~하다."로 의역한다. 예] 濫用(남용), 濫發(남발). ○徒는 부사로 "다만 도, 한갓 도." ○致는 이를 치. 致는 "~에 이르다"가 본 뜻이지만 의미가 확장되어 "~을 이루다. ~이 되다"는 뜻도 된다. 위에서도 "致禍"는 1차적인 의미는 "화에 이른다"는 뜻이지만, 결국 "화를 이룬다. 화가 된다"는 뜻이다. 예]雲登致雨 (千字文에 나오는 글귀인데 의역해 보길 바란다; 구름이 올라 비에 이른다?)
4. 知足常足이면 終身不辱하고 知止常止면 終身無恥니라.
지족상종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
만족할 줄을 알아 늘상 만족해 하면 종신토록(몸을 마칠 때까지) 욕되지 않을 것이요, 그칠 줄 알아 늘상 적당한 선에서 그치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字義) ○辱은 욕될 욕. ○恥는 부끄러울 치. 수줍어한다는 뜻이 아니고, "치욕스럽다"는 뜻이다.
5. 書曰, 滿招損하고 謙受益이니라.
서왈 만초손 겸수익
서전(書傳)에 이르기를, 가득차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로움을 얻느니라.
(字義) ○招는 부를 초 예]招待(초대), 招魂(초혼). ○謙은 겸손할 겸. 예]謙遜(겸손).
6. 擊壤詩曰, 安分身無辱이요, 知機心自閑이라.
격양시왈 안분신무욕 지기심자항
雖居人世上이나 却是出人間이니라.
수거인세상 각시출인간
격양시에 이르기를, 안분하면(분수에 편안해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요, (세상의) 기미(機微)를 알면 마음은 절로 한가로워지느니라. 비록 인간 세상에 산다고 해도, 이것은 오히려 인간세상을 벗어난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은 詩이므로 2.3 2.3으로 끊어 읽고, 閑과 間은 운자(韻字)이다. 5언절구가 되겠다. ○機는 "베틀"이란 뜻도 있지만, "기미 기"의 뜻도 있다. 예]機會(기회), 投機(투기). ○却은 현대에는 주로 "버릴 각"의 뜻으로만 쓰이지만, 한문에서는 이와 같이 부사로 "도리어 각"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是는 "~이다"의 뜻. 여기서 是는 지시대명사, "이 시"가 아니라 술어인 "~이다"의 뜻이다. 주어는 앞 문장의 글귀 전부이며, 이처럼 문맥상 是의 주어가 분명하면 주어를 쓰지 않는다. 위의 해석에서 "이것은"이라고 하여 지시대명사를 써 준 것은 是를 지시대명사로 보아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니라, 다만 의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주어를 넣어준 것 뿐이다. ○"却是~"는 관용구로 "도리어 ~이다"의 뜻이다.
安分篇終
[ 存心篇 ]
존심(存心)!! 마음을 지닌다?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헛된 욕망에 의해 인의(仁義)의 본심을 잃지 말고 항상 그 본연의 마음 자세를 지니라는 뜻이다. 맹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자가 속된 사람과 다른 것은 그가 마음을 지니기 때문이니,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지니고 예(禮)를 마음에 지닌다"라고 하였다. (君子所以異於人者,以其存心也,君子以仁存心,以禮存心). 이에 연유하여 바로 이 存心은 유가(儒家)의 실천 명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편에서도 악과 물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착한 본성을 견지하라는 글귀들이 실려있다.
1. 景行錄云, 坐密室如通衢하며 馭寸心如六馬하면 可免過니라.
경행록운 좌밀실여통구 어촌심여육마 가면화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방이 막혀 있는) 밀실에 혼자 앉아 있더라도 (사방이 뚫린) 거리에 있는 듯이 하며, 한 마디의 작은 마음 통제하는 것을 (제 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이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으리라.
(字義) ○衢는 거리 구. ○馭는 말부릴 어. ○寸은 마디 촌. 길이의 단위로도 쓰인다. ○可免~; ~을 면할 수 있다.
2. 擊壤詩云, 富貴如將智力求면 仲尼年少合封侯리라.
격양시운 부귀여장지력구 중니년소합봉후
世人不解天意하고 空使身心半夜愁니라.
세인불해천의 공사신심반야수
격양시에 이르기를, 부귀를 만약 지력(智力)으로 구한다면, 중니(仲尼)같은 분은 나이 어려서 벌써 제후를 봉합하였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풀지 못하고(이해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한밤중에 심신을 근심하게 하느니라.
(字義) ○如는 ①만약 ~한다면(=若) ②~와 같다(=若)의 뜻이 있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富貴는 求의 목적어이다. ○仲尼(중니)는 孔子의 字이다. ○將은 여기서 "장차 장"의 뜻이 아니라, "가질 장"의 뜻이다. 즉,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以자와 비슷한 용법으로 흔히 쓰인다. ○年은 "나이"란 뜻. 예]年長者(연장자), 年老(연로).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이다. ○위 시에서 공자와 같은 성인이라면 나이가 어려서 진즉에 일찍이 제후를 봉합하여 천자가 되었을 터인데도 천하를 다스리지 못한 것은 바로 하늘의 뜻이란 것이다. ○解(해)는 "~을 깨닫다. ~을 이해하다"의 뜻. 예]理解(이해), 解釋(해석). ○空은 부사로 "헛되이, 부질없이. 공연히"의 뜻.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半夜는 "한밤중"이란 뜻의 한 단어이다.
3. 范忠宣公이 戒子弟曰, 人雖至愚나 責人則明하고 雖有聰明이나
범충선공 계자제왈 인수지우 책인즉명 수유총명
恕己則昏이니 爾曹는 但當以責人之心責己하고, 恕己之心恕人이면
서기즉혼 이조 단당이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서인
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
불환부도성현지위야
범 충선 공이 자제들에게 경계하여 말씀하였다.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남을 책(責)하는 데는 밝고, 비록 총명함이 있어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두우니라. 너희들은 다만 마땅히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아니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그와 같이 하면 당연히 그런 지위에 이르기 마련이란 뜻)
(字義) ○범 충선 공은 북송(北宋)때의 재상. ○"술어+사람+曰"의 구문은 자주 쓰이는 문구이다. ○至는 술어로는 "~에 이르다"의 뜻이지만, 이와 같이 한정어로 쓰일 때는 (至가 명사나 서술어앞에 쓰일 때는) "매우, 지극히"의 뜻이다. (예] - 서술어를 한정하는 경우) 至尊(지존), 至高至順(지고지순). (예] - 명사를 한정하는 경우) 至誠(지성), 至論(지론). ○昏은 어두울 혼. ○曹는 무리 조. 예]法曹界(법조계). 吏曹(이조), 兵曹(병조). ○患은 뒤로 절을 받아(不到~位也까지) ~을 걱정하다, "be worried that~"의 의미이다. ○責은 꾸짖을 책. 조를 책, 구할 책. 責은 꾸짖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길을 가도록 요구하고 조른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옥편에 보면, "꾸짖을 책"외에 "조를 책, 구할(求) 책"이란 뜻도 있다. 여기서 조르고 구한다는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키는 뜻풀이이다. 孟子에 보면 "責善,朋友之道也"(善을 서로 권장하고 조르는 것은 친구간의 도리이다)이란 글귀가 아마도 이 責이란 뜻의 모태가 된 것 같다. 여기서 責善이란 善한 길로 가도록 서로 구하고 조른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에서도 단순히 꾸짖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責을 그 음(音) 그대로 옮겨보았다. 예]責望(책망), 責善(책선), 自責(자책), 責任(책임). ○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에서 뒷구절에 以를 붙이지 않은 것은 이미 앞 문장에서 以를 썼고, 또한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루기 때문에 以를 뒤에 붙이지 않은 것으로 이와 같이 똑같은 글자가 반복되면 흔히 생략된다. ○到는 이를 도. "~에 이르다, ~에 도착하다"는 뜻. 예]到着(도착), 到達(도달).
4. 子曰, 聰明思睿라도 守之以愚하고 功被天下라도 守之以讓하며
자왈 총명사예 수지이우 공피천하 수지이양
勇力振世라도 守之以怯하고 富有四海하도 守之以謙이니라.
용력진세 수지이검 부유사해 수지이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총명하고 생각이 밝아도 이를 어리석음으로 지키고, 공이 천하를 덮어도 이를 겸양으로 지키며, 용력이 세상을 떨칠지라도 이를 겁으로 지키고, 부(富)로 사해를(四海; 온 세상을) 가졌다고 해도 이를 겸손으로 지켜야 하느니라.
(字義) ○睿는 叡와 동자(同字)이다. "밝을 예." 슬기롭다는 뜻이다. 예]叡智(예지). ○被는 ①입을 피. ②덮을 피. ○怯은 겁낼 겁. 예]卑怯(비겁). ○여기서 之는 대명사라기 보다는, 즉 그 지시성(指示性)이 거의 희박하고 단순히 문장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어 어세를 고르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之를 "이것을, 그것을"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때에 따라서는 목적어를 덧붙여 줄 수도 있는 것이다.
5. 素書云, 薄施厚望者不報하고 貴而忘賤者不久니라.
소서운 박시우망자불보 귀이망천자불구
소서에 이르기를, 박하게 베풀고서는 후하게 바라는 자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고, 귀해졌다고 하여 천한 시절을 잊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하느니라.
(字義) ○薄은 엷을 박. ○厚는 두터울 후. ○久는 오랠 구. 예]長久(장구), 永久(영구).
6. 施恩勿求報이요, 與人勿追悔하라.
시은불구보 여인물추회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구하지 말 것이요, 남에게 주었거든 더 이상 쫓아 후회하지 말 것이다.
(字義) ○與는 술어로 "줄 여." 예]給與(급여), 與信(여신). ○悔는 뉘우칠 회. 예]後悔(후회).
7. 孫思邈曰, 膽欲大而心欲小하고 知欲圓而行欲方이니라.
손사막왈 담용대이심욕소 지욕원이행욕방
손사막이 말하였다. 담력은 크게 하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고자 하노라. 지혜는 둥글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반듯하게 하고자 하노라.
(字義) ○손사막(孫思邈)은 당(唐)나라 때 사람. ○膽은 쓸개 담. 여기서는 과단성, 의지 등을 비유한 말이다. 따라서 위의 첫 구절은 뜻은 크게 갖고자 하나, 마음은 작게 하여 항상 삼가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圓은 둥글 원. ○方은 술어로 "네모반듯하다. 방정(方正)하다"의 뜻이다. 예]품행이 方正하다. 方席(방석). ○위의 두번째 구절은 지혜는 둥글게 하여 막힘이 없게 하고자 하나, 행동은 네모처럼 반듯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8. 念念有如臨敵日이요, 心心常似過橋時니라.
염염유여임적일 심심상사과교시
항상 생각으로는 적과 임해 있는 나날 같이 하여야 할 것이요, 항상 마음으로는 다리를 건너는 때와 같아야 할 것이다.
(字義)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즉, 念念은 "모든 생각에, 생각마다"의 뜻이다. 예]代代孫孫. ○臨은 임할 림. 예]降臨(강림), 臨終(임종). ○似는 "같을 사"로 如와 쓰임새가 같다. ○過는 명사로는 허물, 지나침, 과오의 뜻이고, 여기서처럼 술어로는 "~을 지나다"의 뜻이다. 술어로는 ①(장소)~를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도하다. ③과오를 저지르다. 실수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橋는 다리 교. 예]橋梁(교량), 漢江橋(한강교).
9. 懼法朝朝樂이요, 欺公日日憂니라.
구법조조락 기공일일우
법을 두려워하면 언제나 즐거울 것이요, 공중(公衆)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하리라.
(字義) ○懼는 두려울 구. "~을 두려워하다"의 뜻이다. ○朝는 아침 조. ○公은 한가지 공. "공공(公共), 공중(公衆)"의 뜻이다. 이외에도 公은 주로 "공정하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다"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欺는 속일 기.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朝朝는 "아침마다", 日日은 "날마다"의 뜻
10. 朱文公曰, 守口如甁하고, 防意如城하라.
주문공왈 수구여병 방의여성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입 지키기를 병(甁)과 같이 하고, 뜻 막기를 성(城)과 같이 하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文은 시호이고 公은 존칭이다. ○甁은 병 병. 첫구절은 입을삼가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을 깨지기 쉬운 병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防은 막을 방. 두번째구절은 뜻을 굳게 지녀, 그 뜻을 잃거나 다른 헛된 욕망에 빼앗기지 않도록 성문을 지키듯 하라는 뜻이다.
11. 心不負人이면 面無慙色이니라.
심부부인 면무참색
마음으로 남에게 지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느니라.
(字義) ○負는 ①(등에) 질 부 ②질(패배할) 부. ○慙은 부끄러울 참. ○A+無+B= A에 B가 없다.
12. 無百歲人이나 枉作千年計니라.
무백세인 왕작천년계
사람 중에는 백세를 사는 사람이 없건만은 천년의 계교를 헛되이 짓는구나.
(字義) ○枉은 굽을 왕. 여기서는 부사로 쓰여다. ○計는 계교 계. 꾀 계. 예]計劃(계획).
13. 寇萊公의 六悔銘云, 官行私曲失時悔요, 富不儉用貧時悔요,
구래공 육회명운 관행사곡실시회 부불검용빈시회
藝不少學過時悔요, 見事不學用時悔요, 醉後狂言醒時悔요,
예불소학과시회 견사불학용시회 취후광언성시회
安不將息病時悔니라.
안불장식병시회
구래 공의 육회명에 이르기를, 벼슬자리에 있을 때 사사롭고 굽은 일을 행하면 (벼슬자리를) 잃었을때 뉘우칠 것이요, 부유할 때 씀씀이를 검소히 하지 않으면 가난해질 때 뉘우칠 것이고, 재주가 있으나 어려서 배우지 아니하면 때가 지났을 때 뉘우칠 것이요, 일을 보고 배우지 아니하면 쓸 때 뉘우칠 것이며, 술에 취한 후 함부로 말하면 술이 깰 때 후회할 것이고, 몸이 편안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후회하리라.
(字義) ○이 육회명(여섯가지 후회를 담은 글)은 7언의 댓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언의 경우에는 대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이런 규칙을 알아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5언의 경우에는 2.3 2.3으로 끊는다. ○官은 벼슬 관. ○藝는 재주 예. ○少는 ①(나이가) 어릴 소 ②(少+명사구) 적을 소. ③(부사) 조금 소. 여기서는 ①의 뜻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다. 위의 문장은 ③의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재주가 있어도 조금도 배우지 아니하면"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뒤에 "過時"(지났을 때)란 말과 호응이 좋지 못하므로 ①의 뜻으로 쓴 듯하다. ○醒은 깰 성. 예]覺醒(각성). ○술어+時; ~할 때.(when~)
14. 益智書云, 寧無事而家貧이언정 莫有事而家富요.
익지서운 영무사이가빈 막유사이가부
寧無事而住茅屋이언정 莫有事而住金屋이요.
영무사이주모옥 막유사이주금옥
寧無病而食飯이언정 不有病而服良藥이니라.
영무병이식추반 불유병이복량약
익지서에 이르기를, 차라리 아무 일 없이 집이 가난할지언정 사고가 있으면서 집이 부유하게 하지는 말 것이요, 차라리 아무 일 없이 띠로 지은 집에 살망정 사고가 있으면서 금으로 된 집에 살지 말 것이며, 차라리 병이 없으면서 성긴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있으면서 좋은 약을 먹을 일이 아니로다.
(字義) ○寧은 ①안녕 녕 ②차라리 녕.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쓰였다. ○莫은 금지사로 쓰였다. 마지막 귀절의 不도 금지사로 쓰였다. ○茅는 띠 모. "띠"는 길쭉한 풀이름. ○는 성길 추. 거칠 추. ○服은 "~을 복용(服用)하다"는 뜻이다. 그 외에 ①입을 복. ②복종할 복. 등등의 뜻이 있다. ○良은 좋을 량. 여기서는 "어질 량"의 뜻이 아니다.
15. 心安茅屋穩이요, 性定菜羹香이니라.
심안목옥온 성정채갱향
마음이 편안하면 띠로 지은 집도 편안한 것이요,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로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穩은 편안할 온. 예]穩健(온건), 不穩(불온)서적. ○菜는 나물 채. ○羹은 국 갱.
16. 景行錄云, 責人者不全交요, 自恕者不改過니라.
경행록운 책인자부전교 자서자불개과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을 책(責)하는 자는 사귐을 온전히 하지 못하며, 스스로를 용서하는 자는 자신의 과오를 고치지 못하느니라.
(字義)○全은 不뒤에 쓰였으므로 술어임을 알 수 있다. 全은 온전할 전. "~을 온전히 하다"의 뜻이다. 물론 부사로 "전부," 한정어로 "모든"의 뜻도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에 따라 품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17. 夙興夜寐하여 所思忠孝者는 人雖不知나 天必知之요,
숙흥야매 소사충효자 인수부지 천필지지
飽食煖衣하여 怡然自衛者는 身雖安이나 其如子孫에 何오.
포식난의 이연자위자 신수안 기여자손 하
숙흥야매에(아침 일찍 일어나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 생각하는 것이 충효인 사람은 남이 비록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하늘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고는 이연하여(기뻐하여, 화락하여) 자신만을 지키는 자는 몸은 비록 편안할지라도 그의 자손은 어찌될 것인고?
(字義) ○夙은 아침일찍 숙. 이를 숙. 예]夙成(숙성). ○興은 일어날 흥. ○寐는 잠잘 매. ○"夙興夜寐"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이 깊어 잠잘 때까지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所+타동사"는 ~하는 바. ~하는 것. 등등의 뜻으로 명사구를 이룬다. 예]所願, 所望, 所謂. 위의 문장의 "所思忠孝者"에서 所는 思까지만 걸리는 것이지, 忠孝까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衣는 "옷을 입다"는 뜻의 술어로 쓰였다. ○怡는 ①화(和)할 이. ②기뻐할 이. 이연(怡然)은 종종 쓰이는 단어로서 기뻐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며,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로 쓰였다. ○然은 형용사나 동사 뒤에 붙어서 그 모양을 나타낸다. 예]泰然, 超然, 空然, 完然, 確然, 儼然, 杳然, 隱然, 偶然, 決然, 公公然 등으로 문장내에서는 주로 그 문장의 술어를 한정하는 "부사(副詞)"로 쓰이며, 때에 따라서는 명사 또는 술어로도 쓰인다. 이렇게 술어나 형용사 뒤에 然이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말이 아주 많은데 이중에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지금도 한 단어로 굳어져 쓰이는 낱말도 많으며, 고어(古語)에는 훨씬 더 이런 의태어들이 많다. 이런 낱말들은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 단어로 해석해주는 것이 나을 듯하다. ○"如 A 何"는 관용적인 문구로서, "A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뜻이다.
18. 以愛妻子之心으로 事親則曲盡其孝요.
이애처자지심 사친즉곡진기효
以保富貴之心으로 奉君則無往不忠이요.
이보부귀지심 봉군즉무왕불충
以責人之心으로 責己則寡過요.
이책인지심 책기즉과과
以恕己之心으로 恕人則全交니라.
이서기지심 서인즉전교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섬기면 그의 효도를 곡진히 하는 것이요, 부귀를 지키는 마음으로 임금을 받들면 언제라도 불충하는 때가 없을 것이니라. 남을 책(責)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責)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사귐을 온전히 하게 될 것이니라.
(字義) ○事는 섬길 사. ○親은 어버이 친.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자주 쓰이는 문장 형태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無往不+술어"는 한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어딜가더라도(어디에서라도) ~하지 않음이 없다"의 뜻으로 의역하자면 "언제라도 ~한다"의 뜻이다. ○寡+명사; ~이 적다.
19. 爾謀不臧이면 悔之何及이며 爾見不長이면 敎之何益이리오,
이모부장 회지하급 이견부장 교지하익
利心專則背道요, 私意確則滅公이니라.
이심전즉배도 사의확즉멸공
너의 도모함이 착하지 않으면 후회한들 어디에 이를 것이며(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뜻), 너의 보는 것이(식견이) 길지 아니하면 가르친들 무슨 이로움이 있으리요? 다만, 자기를 이롭게 하는 마음이 오로지 있으면 도(道)를 배반하는 하는 것이며, 사사로운 뜻이 굳으면 공적(公的)인 것을 멸하게 되는 것이로다.
(字義) ○爾는 너 이. ○謀는 꾀할 모. 도모할 모. ○臧은 착할 장. ○悔之, 敎之에서 之는 무엇을 지칭하기 위한 대명사가 아니라, 다만 그 之앞에 붙은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 주는 어감을 주기 위한 어기조사(語氣助詞)이다. ○及은 이를 급. "何及"은 "아무 소용없다"는 의미로 잘 쓰이는 관용구이다. ○專은 오로지 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전일(專一)하다는 뜻이다. ○背는 등 배. 배반할 패. 背가 배반하다의 뜻일 때는 전통적으로 "패"라고 읽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배"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예]背信(배신). ○公은 공변될 공. 공정하다.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20. 生事事生하고 省事事省이니라.
생사사생 성사사성
일을 생기게 하면 일은 생기고, 일을 덜면 일은 덜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生은 타동사로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자동사로는 ①생기다. 나다. 위 문장에서 첫번째 生은 타동사고 두번째 生은 자동사이다. ○省은 덜 생 예]省略(생략).
存心篇終
[ 戒性篇 ]
계성편은 편명(篇名) 그대로 성품을 경계하도록 하는 경구들이 실려 있다. 주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시키지 말고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그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참을성(忍)인데 여기 저기서 치이고 부대끼는 우리들로서야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특히 제멋대로 사는게 개성인 현대에 있어서랴?
1.景行錄云, 人性如水하여 水一傾則不可復이요, 性一縱則不可反이니
경행록운 인성여수 수일경즉불가복 성일종즉불가반
制水者必以堤防하고 制性者必以禮法이니라.
제수자필이제방 제성자필이예법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 번 기울면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듯이 성품도 한 번 놓으면(방종해지면) 되돌릴 수 없느니라. 물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제방(堤防)으로 할 것이요, 성품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예법(禮法)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字義) ○傾은 기울 경. 예]傾向(경향), 傾斜(경사).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①~하면(if), ②~할지라도(even if) 여기서는 문맥에 따라 ①의 뜻이다. ○不可+술어;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 ○復은 회복할 복. ○縱은 놓을 종, 방종할 종. ○制는 잡을 제. 누를 제.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통제(統制)하다. 제어(制御)하다. 억제(抑制)하다의 뜻이 있다. 위의 문구에서도 그 파생된 뜻으로 여기면 된다. ○堤는 둑 제. 예]堤防(제방).
2. 忍一時之氣이면 免百日之憂니라.
인일시지기 면백일지우
일시적인 기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하느니라.
3. 得忍且忍이요, 得戒且戒하라, 不忍不戒면 小事成大니라.
득인차인 득계차계 불인불계 소사성대
참을 수 있으면 또 참고, 경계할 수 있으면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조그마한 일도 크게 되어버린다.
(字義) ○①得+명사(구): ~을 얻다. ②得+술어:~할 수 있다. 이 때 得은 "가능"의 뜻으로 조동사가 된다.
4. 愚濁生嗔怒는 皆因理不通이라. 休添心上火하고 只作耳邊風하라.
우탁생진노 개인리불통 휴첨심상화 지작이변풍
長短家家有요 炎凉處處同이라, 是非無相實하여, 究竟摠成空이니라.
장단가가유 염량처처동 시비무상실 구경총성공
우탁이 진노를 낳는 것은(어리석고 사리분별이 흐린 사람이 성내고 화내는 것은) 모두 일의 이치가 통하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니,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단지 이변풍(귓가에 이는 바람)쯤으로 여길 것이로다. 장단(좋은 점과 나쁜 점)은 집집마다 있기 마련이요, 염량(세력의 성함과 약함)은 곳곳마다 같으니라. 시비는(옳고 그름은) 모두 실한 것이 없는지라, 구경에는(필경에는, 결국에는) 모두 공(텅빈 것)이 되느니라
(字義) ○濁은 흐릴 탁. ○生은 "~을 낳다. 생기게 하다." ○嗔은 성낼 진. ○因은 인할 인. (뒤로 명사절을 받아서) 因+명사(구)절: ~에서 기인하다. ~에 때문에, ~으로 인하여. ○休+술어: 休는 "그칠 휴"로 금지사로 쓰인다. 즉, 莫, 勿, 毋와 같은 구실을 한다. ○添은 더할 첨. ○炎凉(염량)은 한 단어로서 비유적으로 세력의 성함과 약함을 의미한다. ○凉은 서늘할 량. ○實은 실할 실. ①열매를 맺다. ②가득차다, 실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究竟(구경)은 한 단어로 "결국, 필경(畢竟), 마침내"와 같은 뜻이다. ○究는 현대에는 "궁구할 구"의 뜻으로만 쓰인다. 구경(究竟)이란 단어는 필경(畢竟)이란 단어와 같은 뜻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竟은 마칠 경. ○摠은 "모두 총"으로 總과 같은 글자이다. ○成은 이룰 성. "~이 되다"의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예]成空, 成佛(부처가 되다).
5. 子張欲行에 辭於夫子할새 願賜一言, 爲修身之美한 대
자장욕행 사어부자 원사일언 위수신지미
子曰, 百行之本이 忍之爲上이니라. 子張曰, 何爲忍之닛고.
자왈 백행지본 인지위상 자장왈 하위인지
子曰, 天子忍之면 國無害하고 諸侯忍之면 成其大하며 官吏忍之면
자왈 천자인지 국무해 제후인지 성기대 관리인지
進其位하고 兄弟忍之면 家富貴하며 夫妻忍之면 終其世하고
진기위 형제인지 가부귀 부처인지 종기세
朋友忍之면 名不廢하며 自身忍之면 無禍害니라.
붕우인지 명불폐 자신인지 무화해
자장이 벼슬에 나아가서 뜻을 행하고자 선생님께 하직할 때 말하기를, 한 말씀 주시면 수신(修身)의 미덕(美德)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행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니라. 자장이 여쭈기를, 왜 참아야 하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害)가 없으며, 제후가 참으면 그 위대함을 이루고, 관리가 참으면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부부가 참으면 그들의 세대를 잘 마칠 것이요, 친구들끼리 참으면 그 우정이라는 명분이 없어지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참으면 화와 해가 없기 때문이니라.
(字義) ○원문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子張은 공자의 제자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도 자장이 공자에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 대목이 보인다. ○辭는 ①말할 사 ②사양할 사, 사퇴할 사. 하직할 사. 윗문장에서는 하직하다는 뜻이다. ○夫子는 존칭. 예] 孔夫子(=Confucius) ○願은 원할 원. "願+명사절"로 윗 문장에서 願은 "賜一~~之美"까지 받는다. ○賜는 줄 사. ○爲는 ①될 위, ②할 위, ③위할 위("이유"의 뜻도 포함), ④~으로 삼다, 여기다, 생각하다. "爲修身之美"에서 爲는 ④의 뜻이다. "忍之爲上"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이고, 爲는 ①의 뜻이다. "何爲忍之"에서 爲는 ③의 뜻이고 之는 어조사이다. 忍之는 하나의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何爲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직역하면 "무엇을 위하여?"이고 이유를 나타내는 의문문이다. 즉, "무엇 때문에?, 왜?"의 뜻이다.
6. 子張曰, 不忍何如닛고. 夫子曰, 天子不忍이면 國空虛하고
자장왈 불인하여 부자왈 천자불인 국공허
諸侯不忍이면 喪其軀하며 官吏不忍이면 刑法誅하고 兄弟不忍이면
제후불인 상기구 관리불인 형법주 형제불인
各分居하며 夫妻不忍이면 令子孤하고 朋友不忍이면 情意疎하며
각분거 부처불인 영자고 붕우불인 정의소
自身不忍이면 患不除니라.子長曰, 善哉善哉라. 難忍難忍하여
자신불인 환부제 자장왈 선재선재 난인난인
非人不忍이요, 不忍非人이니이다.
비인불인 불인비인
자장이 여쭙기를, 참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해지고, 제후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게 되고, 관리가 참지 않으면 형법으로 베이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자 분거하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들로 하여금 외롭게 하며,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情意)가 소원해지고,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떠나지 않느니라. 자장이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나와 말하기를, 좋도다. 좋아. 참기가 어렵고도 어렵구나.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할 것이요, 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로다.
(字義) ○喪은 잃을 상. ○軀는 몸 구. ○刑은 형벌 형. ○誅는 벨 주. 꾸짖을 주. ○令은 사역동사로 使와 쓰임새가 같다. 즉,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疎는 성길 소. "성기다"에서 뜻이 파생되어 "(친분이나, 정감이) 소원(疎遠)하다"의 뜻으로도 잘 쓰인다. ○除는 제할 제. "제거(除去)하다"는 뜻이다. ○哉는 감탄형 종결 어조사로 쓰인다. 예]快哉(쾌재)를 부르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7. 景行錄云, 屈己者는 能處重하고 好勝者는 必遇敵이니라.
경행록운 굴기자 능처중 호승자 필우적
경행록에 이르기를,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느니라.
(字義) ○己는 ①몸 기 ②자기 기. 自는 바로 뒤에 술어와 붙어서 쓰이지만, 己는 목적어, 또는 주어로 쓰인다. ○處는 명사로는 곳 처. 술어로는 ①처할 처. ②처리할 처. ○敵은 적 적.
8. 惡人罵善人이어든 善人摠不對하라, 不對心淸閑이요,
악인매선인 선인총부대 부대심청한
罵者口熱沸라. 正如人唾天하여, 還從己身墜니라.
매자구열비 정여인타천 환종기신추
악인(惡人)이 선인(善人)을 꾸짖거든(매도하거든) 선인은 전연 대하지도 마라. 대하지 아니하면 마음이 청한해지며(깨끗하고 한가로와지며) 꾸짖는 자만 입이 뜨겁게 끓을 뿐이니, 이는 마치 꼭 사람이 하늘에 침을 뱉으면 도로 자기 몸을 따라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으며 리듬감을 느껴 보기 바란다. ○罵는 꾸짖을 매. 예]罵倒(매도). ○摠은 總과 같은 글자로 "모두 총." ○淸閑(청한)은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마음이 맑고 한가롭다는 뜻이다. ○熱은 뜨거울 열. ○沸는 끓을 비 예]여론이 비등(沸騰)하다. ○正은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많이 쓰인다. "바로"의 뜻이다. "正如~"는 "바로(꼭) ~과 같다"의 뜻이다. 이 문장에서 如는 문장의 끝까지 다 걸린다. ○唾는 침 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還은 이 문장에서 술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부사로 쓰였다. 還은 부사로 자주 쓰인다. "도로, 도리어, 다시"의 뜻이다. ○墜는 떨어질 추. 예]墜落(추락).
9. 我若被人罵라도 佯聾不分說하라, 譬如火燒空하여 不救自然滅이니라,
아약피인매 양롱불분설 비여화소공 불구자연멸
我心等虛空하여 摠爾飜脣舌이니라.
아심등허공 총이번순설
내가 만약 남의 매도(罵倒)를 입더라도 거짓 귀머거리인척 하여 말을 나누지 말 것이니라. 그러면 비유컨대 마치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자연히 소멸하게 되는 것과 같느니라. 내 마음은 허공과 같고, 모두 너만 홀로 입술과 혀를 뒤집어 제쳤다 펼쳤다 할 뿐이니라.
(字義) ○이 글귀 역시 2.3 2.3의 운율을 따라 끊어 읽는다. 說(설), 滅(멸), 舌(설)은 각각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할지라도(even if~), ②~와 같다. 如와 쓰임새가 같다. ○被는 입을 피. ○佯은 거짓 양. 佯+술어; 거짓으로 ~인 체하다. 예]佯狂(양광). ○聾은 귀머거리 롱. ○譬는 비유할 비. "譬如~"는 관용구로 "비유컨대 ~와 같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燒는 탈 소. ○救火는 불을 구제한다. 즉,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等은 같을 등. ○飜은 뒤집을 번. 예]飜復(번복), 飜譯(번역). 번역(飜譯)이란 말에서도 연상되듯이 飜자는 제쳤다 엎었다 한다는 뜻이다. ○脣은 입술 순.
10. 凡事에 留人情이면 後來에 好相見이니라.
범사 류인정 후래 호상견
모든 일에 인정을 머물리면(유보하면) 후래에(장래에) 서로 좋게 보게 되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 쓰이면 "~을 머물리다, ~을 유보(留保)하다, ~을 남겨두다"의 뜻이다. 예]留保(유보), 留置(유치).
戒性篇終
[ 勤學篇 ]
근학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들어 이에 힘쓸 것을 강조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를 알고, 교묘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학문에 있음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현대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그 학문의 내용을 옛 선현들과 비교해 봄에 현대의 학문과 어찌 이리도 현격한가?
1. 子夏曰, 博學而篤志하고 切問而近思면 仁在其中矣니라.
자하왈 박학이독지 절문이근사 인재기중의
자하께서 말씀하였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터히 하고, 묻기를 절실히 하여 생각을 가까이 하면 인(仁)은 그러한 가운데에 있느니라.
(字義) ○子夏는 孔子의 제자. ○博은 넓을 박. ○篤은 두터울 독. ○切은 ①끊을 절. ②간절할 절. 절실할 절. ○A+在+B= A가 B에 있다. ○矣는 종결형 어조사. ○참고로 위 글귀를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孔子의 말씀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귀는 논어의 "子張篇"에 보이므로 子夏의 말씀으로 바꾸었다.
2. 莊子曰, 人之不學은 若登天而無術하고 學而智遠이면
장자왈 인지불학 약등천이무술 학이지원
若披祥雲而覩靑天하고 如登高山而望四海니라.
약피상운이도청천 여등고산이망사해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배우지 아니함은(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하늘을 오르는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과 같으며, 배워서 지혜가 심원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사해(四海)를 내려다 보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人之不學에서 之는 관형격 조사이다. 단, 위 문장에서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 관형격 조사로 하면 어색하므로 주격 조사로 의역해주는 것이 좋다. 또는 어떤이는 之를 직접 주격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之가 주격 조사라기 보다는 관형격 조사이며, 단지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으로 해석하면 어색할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며, 이럴 때 단지 之를 주격으로 의역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하더라도(even if) ②~와 같다. ○披는 헤칠 피. ○覩는 볼 도. 睹와 같은 글자이다. 예]目睹(목도)하다.
4. 禮記曰, 玉不琢이면 不成器요, 人不學이면 不知義니라.
예기왈 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의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쪼지 아니하면 그릇이 못되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琢은 (옥)쪼을 탁. ○成器는 "그릇을 이루다" 즉, "그릇이 되다"는 뜻이다.
5. 太公曰, 人生不學이면 冥冥如夜行이니라.
태공왈 인생불학 명명여야행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둡고 어두워 마치 밤에 길을 다니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冥은 어두울 명. 예]冥福(명복)을 빌다. 이때 冥은 저승을 비유한 것이다.
6.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
한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고금(古今)에 통달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字義)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而의 앞 문귀는 단순히 명사구나 술어가 올 수도 있다. ○襟은 옷깃 금. ○는 옷자락 거. 여기서 금거(襟거)는 술어로 쓰였다.
7. 朱文公曰, 家若貧이라도 不可因貧而廢學이요, 家若富라도
주문공왈 가약빈 불가인빈이폐학 가약부
不可恃富而怠學이라. 貧若勤學이면 可以立身이요, 富若勤學이면
불가시부이태학 빈약근학 가이입신 부약근학
名乃榮光이라. 惟見學者顯達이요, 不見學者無成이라. 學者乃身之寶요,
명내영광 유건학자현달 불견학자무성 학자내신지보
學者乃世之珍이라. 是故로, 學則乃爲君子요, 不學則乃爲小人이니
학자내세지진 시고 학즉내위군자 불학즉내위소인
後之學者는 各宜勉之니라.
후지학자 각의면지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배우기를 저버려서는 안되며,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느니라. 가난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입신할 수 있으며, 부유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이름이 이내 영광될 것이로다. 배우는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되, 배우는 사람이 이룸이 없는 것은 보지 못했노라. 배우는 것은 이내 자신의 보배요, 배우는 것은 이내 세상의 보배로다. 이런 까닭에 배우면 이내 군자가 되는 것이요, 배우지 아니하면 이내 소인이 되는 것이니라. 뒤의 배우는 사람들은 각자 의당 이에 힘써야 하느니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이다. ○因은 인할 인.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恃는 믿을 시.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可와는 어감과 그 뜻에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惟見學者顯達"에서 見學을 한 단어로 보고, "오직 보고 배우는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라고 해석해 놓은 책을 보았는데 이는 오역(誤譯)이다. "惟見~, 不見~"은 "~하는 것은 보았으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인 것이다. 따라서 見學을 붙여서 해석하면 안된다. ○"學者乃身之寶"에서 學者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석한 책이 있는데 이는 문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者자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學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 준 말이다. 즉, 여기서 學者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은"의 뜻이다. 者는 ①사람 자. ②것 자. ○乃는 주어에 붙어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리하여"의 뜻으로 문장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乃는 문장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乃를 써줌으로써 글을 부드럽게 운율에 따라 읽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宜는 "옳을 의"로 여기서는 부사로 "의당, 마땅히"의 뜻이다. 예]便宜(편의), 宜當(의당), 時宜適切(시의적절).
8. 徽宗皇帝曰, 學者는 如禾如稻하고 不學者는 如蒿如草로다.
휘종황제왈 학자 여화여도 불학자 여호여초
如禾如稻兮여, 國之精糧이요, 世之大寶로다. 如蒿如草兮여,
여화여도혜 국지정량 세지대보 여호여초혜
耕者憎嫌하고 鋤者煩惱로다, 他日面墻에 悔之已老로다.
경자증혐 서자번뇌 타일면장 회지이로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는 사람은 벼낟알 같고 벼같고, 배우지 아니하는 사람은 쑥같고 풀같도다. 벼낟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정량(좋은 곡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같고 풀같음이여! 밭 가는 사람이 미워하고 싫어하며, 김매는 자가 번뇌하는 것이로다. 다른 날에 담장의 벽을 보고 서는 꼴이 되어서 후회해도 그 때는 이미 늙어버린 뒤일 것이로다.
(字義) ○휘종 황제는 북송(北宋)때의 제 8대 임금. ○稻는 벼 도. ○蒿는 쑥 호. ○精은 정할 정. 깨끗할 정. 예]精練(정련), 精選(정선), 精讀(정독), 精銳(정예], 精密(정밀). ○糧은 곡식 량. ○嫌은 ①싫어할 혐. 예]嫌惡(혐오). ②의심할 혐. 예]嫌疑(혐의). ○鋤는 김맬 서. 명사로는 "호미"라는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墻은 담 장. ○面墻은 "담벽을 보고 선다"는 말로 무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담을 보고 서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보이는 것도 없다. 논어에 공자의 말씀 중에 이 "面墻"이란 말이 보인다. ○悔는 뉘우칠 회. 예]後悔(후회). ○悔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라기 보다는 之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주고,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글자이다. ○已는 이미 이.
9. 子曰, 學如不及이요, 惟恐失之니라.
자왈 학여불급 유공실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할 것이요, 오직 잃을까를 두려워할지니라.
(字義)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論語云이라고 시작하는데, 공자의 말씀이므로 子曰로 고쳤다. ○失之에서 之는 어조사이다.
勤學篇終
[ 訓子篇 ]
학문의 중요성에 관한 글귀를 실은 근학편에 이어서, 이 편에서는 자식 교육에 관한 글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나 그 내용과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다소 살펴볼 수 있다.
1. 景行錄云, 賓客不來면 門戶俗하고 詩書無敎면 子孫愚니라.
경행록운 빈객불래 문호속 시서무교 자손우
경행록에 이르기를, 빈객(손님)이 찾아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해지고, 시서를(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
(字義) ○門戶는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예]문호(門戶)를 개방하다. 戶는 지게 호. "지게"는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을 뜻한다. 즉, 門은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나 집안 내에서 드나드는 나무짝 문들을 가리키고, 戶는 방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비유적으로 집안을 뜻한다. ○詩는 詩經을, 書는 書經을 뜻한다. ○愚는 어리석을 우.
2. 莊子曰, 事雖小나 不作이면 不成이요. 子雖賢이나 不敎면 不明이라.
장자왈 사수소 부작 불성 자수현 불교 불명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아니하면 현명해지지 못하느니라.
(字義)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雖앞에다가 주어를 쓴다. 즉 雖事小라고 영어식으로 쓰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賢은 어질 현. 어질다는 것은 착하고 순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명하다는 뜻이다. 예]賢明(현명).
3. 漢書云, 黃金滿이 不如敎子一經이요. 賜子千金이 不如敎子一藝니라.
한서운 황금만영 불여교자일경 사자천금 불여교자일예
황금이 상자에 가득찬 것은 자식에게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자식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滿은 ~에 가득차다. 예]金玉滿堂(금옥만당). ○은 상자 영. ○經은 책 경. 예]聖經(성경), 佛經(불경), 經書(경서). ○藝는 재주 예. ○不如+서술절:~하는 것만 못하다.
4. 至樂은 莫如讀書요. 至要는 莫如敎子니라.
지락 막여독서 지요 막여교자
지극한 즐거움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한 요체는(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字義) ○至는 ①이를 지 ②지극할 지. ②로 쓰일 때는 명사나, 술어앞에서 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직역하면, ~와 같은 것이 없다)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莫. ②없을 막. 등등 2가의 뜻이 있다. ○莫如와 不如: 어떤 책에서는 이 두 관용구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전혀 다른 것이다. 莫如는 주로 뒤에 짧막한 명사구가 와서 "~와 같은 것이 없다"의 뜻이고, 不如는 뒤에 명사구 또는 서술문이 와서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이다. ○要는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5. 呂滎公曰, 內無賢父兄하고 外無嚴師友요, 而能有成者는 鮮矣니라.
여형공왈 내무현부형 외무엄사우 이능유성자 선의
여형 공께서 말씀하였다. 안으로는 어진 부형(어버이와 형)이 없으며, 밖으로는 엄한 사우(스승과 벗)이 없으면서 능히 성공을 거둔 자는 드무니라.
(字義) ○"內~~,外~~"의 댓구문 형식을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 구문은 "~하는 사람(~하는 것)이 드물다"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6. 太公曰, 男子失敎면 長必頑愚하고 女子失敎면 長必疏니라.
태공왈 남자실교 장필완우 여자실교 장필추소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완우해지고(둔하고, 어리석어지고) 여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추소해지느니라(거칠고 솜씨가 없어지느라).
(字義)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예]頑固(완고), 頑愚(완우). ○ 성길 추.
7. 男年長大어든 莫習樂醉하고 女年長大어든 莫令遊走니라.
남녀장대 막습악취 소년장대 막령유주
남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풍악과 술먹고 취하는 것을 배우지 말고, 여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 밖으로 놀아 다니게 하지 말지니라.
(字義)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樂은 풍류 악. ○令은 "하여금 령."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같음.
8. 嚴父는 出孝子하고 嚴母는 出孝女니라.
엄부 출효자 엄모 출효녀
엄부(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내고,
엄모(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내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아래 글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出은 타동사로 ①(장소)~를 나가다. 예]出所, 出監, 出家. ②~을 내다. 예]出産, 出兵, 出師(師는 "군대"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9. 憐兒엔 多與棒이요, 憎兒엔 多與食이니라.
연아 다여봉 증아 다여식
아이를 어여삐 여기거든 몽둥이(매)를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
(字義) ○憐은 어여삐여길 련. 불쌍히여길 련. "어여삐 여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고, 고어(古語)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다. 예]可憐(가련), 憐憫(연민). ○棒은 몽둥이 봉. ○與는 줄 여.
10. 人皆愛珠玉하되 我愛子孫賢이니라.
인개애주옥 아애자손현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나,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訓子篇終
[ 省心篇.上 ]
성심편은 명심보감 중에서 가장 긴 편(篇)을 이룬다. 마음을 성찰하는 내용과 방식에 관해서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다소 편명(篇名)과 딱히 어울리지 않는 문귀들도 있는 것 같다. 어쨋든 수천년 동안 축적되어온 삶의 지혜가 간결한 글로 압축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머리를 끄덕이게 함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1. 景行錄云, 寶貨는 用之有盡이나 忠孝는 享之無窮이니라.
경행록운 보화 용지유진 충효 향지무궁
경행록에 이르기를, 보화(寶貨)는 쓰면 다함이 있으나, 충효(忠孝)는 누려도 무궁하니라.
(字義) ○貨는 재물 화. ○A+有+B: A에 B가 있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2. 家和貧也好어니와 不義富如何오, 但存一子孝니 何用子孫多리오.
가화빈야호 불의부여하 단존일자효 하용자손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하여도 좋은 것이요, 의롭지 아니하면 부유함이 무엇이더냐? 단지 효도하는 자식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자손이 많으면 또 무슨 소용이더냐?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如何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 "무엇과 같은가?어떠한가?"의 뜻이다. 何如로도 쓴다. ○存은 주로 자동사로 "(죽지 않고) 존재하다.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의 뜻이지만, 타동사로도 종종 쓰인다. "~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여기서는 자동사로 봐도 좋고, 타동사로 봐도 좋다. ○何用~: ~이 무슨 소용인가? ~을 어디에 쓰랴?
3. 父不憂心은 因子孝요, 夫無煩惱는 是妻賢이라,
부불우심 인자효 부무번뇌 시처현
言多語失은 皆因酒요, 義斷親疎는 只爲錢이니라.
언다어실 개인주 의단친소 지위전
아버지가 마음을 근심하지 않는 것은 자식이 효도하는데서 기인하는 것이요, 지아비가 번뇌함이 없는 것은 지어미가 어질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 말을 잃는 것은(실언하는 것은) 모두 술에 기인하는 것이요, 의가 끊기고 친함이 성겨지는 것은 다만 돈을 위해서이다.(돈 때문이다.)
(字義) ○이 문장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因은 인할 인. 뒤에 명사구(절)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여기서는 문맥상 이유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직역하면, "지아비가 번뇌가 없음은 처가 어질어서이다" ○爲는 위할 위. 뒤로 명사(구)절을 받아서 "~때문이다"라고 해석될 경우도 종종 있다.
4. 旣取非常樂이어든 須防不測憂니라.
기취비상락 수방불측우
이미 평상의 것이 아닌 즐거움을 취하였거든 모름지기 (앞으로 닥칠) 헤아릴 수 없는 근심을 막아야 할지니라.
(字義) ○윗 글은 2.3 2.3으로 끊는다. ○須(수)는 "모름지기 ~해야한다"의 뜻이다. ○測은 헤아릴 측. 예]測量(측량), 測定(측정).
5. 得寵思辱하고 居安慮危니라.
득총사욕 거안려위
총애를 얻으면 욕될 것을 생각하고, 편안한 곳에 거하거든 위험해질 것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寵은 사랑할 총.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예]寵愛(총애). ○慮는 생각할 려. 예]念慮(염려). 思慮(사려).
6. 榮輕辱淺하고 利重害深이니라.
영경욕천 이중해심
영화(榮華)가 가벼우면 욕됨도 얕고, 이익이 중하면 손해도 깊느니라.
7. 甚愛必甚費요, 甚譽必甚毁라, 甚喜必甚憂요, 甚贓必甚亡이니라.
심애필심비 심예필심훼 심희필심우 심장필심망
심히 사랑하면 반드시 심히 허비하게 되고, 심히 기리면(칭찬하면) 반드시 심히 헐게 되고, 심히 기뻐하면 반드시 심히 근심하게 되고, 심히 뇌물을 받으면 반드시 크게 망하느니라.
(字義) ○甚은 심할 심. 甚은 술어로도 쓰이고,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자주 쓰인다. "매우, 심히"(very, much)의 뜻이다. ○費는 쓸 비. ○譽는 기릴 예. ○毁는 헐 훼. 예]毁損(훼손).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참고로, 윗 글은 노자 도덕경(老子道德經), 44章에 "甚愛必大費,多藏必厚亡"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듯하다. 윗 글에서는 贓이라고 하였는데 문맥상 어색하게 느껴진다. 도덕경에서처럼 藏으로 본다면 "심히 감추면 크게 잃게 된다"로 보는 편이 나을 듯도 하다. 亡은 고어(古語)에서 흔히 "없을 무"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글자이다.
8. 子曰, 不觀高崖면 何以知顚墜之患이며 不臨深淵이면
자왈 불관고애 하이지전추지환 불임심연
何以知沒溺之患이며 不觀巨海면 何以知風波之患이리오.
하이지몰익지환 불관거해 하이지풍파지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높은 낭떠러지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엎어져 떨어지는 근심을 알 것이요? 심연(깊은 연못)에 임하지 아니하고서 무엇으로서 물에 빠져 죽는 근심을 알 것이요? 큰 바다를 보지 않고서 무엇으로서 풍파의 근심을 알겠는가?
(字義) ○崖는 낭떠러지 애. ○何以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무엇으로서, 어떻게"의 뜻이다. ○顚은 엎드러질 전. 예]顚覆(전복). ○墜는 떨어질 추. ○溺은 빠질 닉. 예]溺死(익사), 耽溺(탐닉).
9. 欲知未來면 先察已往하라.
욕지미래 선찰기왕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이미 지난 일들을 먼저 살필지니라.
(字義) ○已는 이미 이. ○往은 갈 왕. ○已往은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10. 子曰, 明鏡은 所以察形이요, 往古는 所以知今이니라.
자왈 명경 소이찰형 왕고 소이지금
밝은 거울은 형체를 살필 수 있는 방도이며, 지난 과거는 현재를 알 수 있는 방도이니라.
(字義) ○鏡은 거울 경. ○所以도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所以+술어"에서 所以를 한 단어로 보아, 방법 또는 이유로 해석한다. ○形은 명사로는 모습 형. 술어로는 나타날 형.
11. 過去事는 如明鏡이요. 未來事는 暗似漆이니라.
과거사 여명경 거래사 암사칠
과거사(過去事)는 밝은 거울과 같고, 미래사(未來事)는 어둡기가 옻과 같도다.
(字義) ○漆은 옻 칠. 검을 칠. 예]漆黑(칠흑), 漆器(칠기).
12. 明朝之事는 薄暮不可必이요, 薄暮之事는 時不可必이니라.
명조지사 박모불가필 박모지사 포시불가필
명조(내일 아침)의 일을 박모에(땅거미가 질 무렵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요, 박모의 일을 포시에(오후 세네시 경에) 반드시 꼭 그렇게 된다고 할 수 없느니라.
(字義) ○明朝(명조)는 한 단어로 "내일 아침"이란 뜻이다. 예]明年(내년), 明日(내일), 明春(내년 봄), 今明間(오늘 내일 사이에, 조만간). ○薄暮(박모)도 한 단어이다. "땅거미가 질 무렵의 저녁 때"를 뜻한다. ○薄은 엷을 박. ○暮는 저녁 모. ○는 신시 포. (申時:오후 3~5시정도) ○必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예]期必(기필)코 ~하다.
13. 天有不測風雲이요, 人有朝夕禍福이니라.
천유불측풍운 인유조석화복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복(禍福)이 있느니라.
(字義) ○(A+)有+B= (A에) B가 있다.
14. 未歸三尺土하고 難保百年身이요, 已歸三尺土나 難保百年墳이라.
미귀삼척토 난보백년신 이귀삼척토 난보백년분
삼척토(석자되는 흙)에 돌아가지 아니하고(즉, 죽지 않고) 백년의 몸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이요, 이미 삼척토에 돌아갔어도(즉, 이미 죽었어도) 백년의 무덤을 지키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윗 문장은 2.3 2.3으로 끊는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墳은무덤 분.
15. 景行錄云, 木有所養이면 則根本固而枝葉茂하여 棟樑之材成하고
경행록운 목유소양 즉근본고이지엽무 동량지재성
水有所養이면 則泉源壯而流波長하여 灌漑之利博하며 人有所養이면
수유소양 즉천원장이류파장 관개지리박 인유소양
則志氣大而識見明하여 忠義之士出하나니 可不養哉아.
즉지기대이식견명 충의지사출 가불양재
경행록에 이르기를, 나무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나무의 뿌리가 굳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동량(기둥과 들보)의 재목이 이루어진다. 물에 기르는 바가 있으면 샘의 근원이 장대해지고 흐르는 물줄기가 길어져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넓어진다. 사람에게 기르는 바가 있으면(수양하면) 지기(志氣)가 커지고 식견(識見)이 밝아져서 충의(忠義)의 선비가 나니, 어찌 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字義) ○문장의 대칭 구조를 파악하면서 읽으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則앞의 문구는 가정(if, even if)의 뜻으로 번역한다. ○茂는 무성할 무. ○棟은 기둥 동. ○樑은 들보 량. 梁과 같음. ○壯은 장할 장. ○波는 물가닥 파. ○灌은 물댈 관. ○漑는 물댈 개. ○哉는 감탄형 어조사. ○可不養哉를 직역하자면, "기르지 않는 것이 可하겠는가? 可當하겠는가"의 뜻이다. 이런 형식의 문구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16. 自信者는 人亦信之하여 吳越이 皆兄弟요.
자신자 인역신지 오월 개형제
自疑者는 人亦疑之하여 身外는 皆敵國이니라.
자의자 인역의지 신외 개적국
자신을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어주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같은 적국도 다 형제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을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몸 외에는 모두가 적국이 되느니라.
(字義) ○吳越은 두 나라가 오랜 동안 적대국으로 싸워온 것을 두고 한 말한다. ○疑는 "~을 의심하다"의 뜻. ○之는 어조사.
17. 疑人이어든 莫用하고 用人이어든 勿疑하라.
의인 막용 용인 물의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 것이요, 사람을 이미 썼거든 의심치 말 것이다.
18. 諷諫云, 水底魚天邊雁은 高可射兮低可釣어니와
풍간운 수저어천변안 고가사혜저가조
惟有人心咫尺間이라도 咫尺人心不可料니라.
유유인심지척간 지척인심불가료
풍간에 이르기를, 물 밑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아무리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아무리 낮아도 낚을 수 있으나,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는데도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字義) ○底는 명사로, 밑 저. ○低는 술어로, 낮을 저, ○邊은 가 변. ○雁은 기러기 안. ○釣는 낚을 조. ○兮는 두 문장이 댓구를 이룰 때 주로 쓰이는 감탄형 어조사이다. ○料는 헤아릴 료. ○咫尺人心不可料를 직역하자면, "지척의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不可하다"의 뜻이다.
19. 畵虎畵皮難畵骨이요, 知人知面不知心이니라.
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호랑이를 그리되 겉 가죽은 그려도 뼈를 그리기는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을 알지 못하노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畵는 그림 화. 술어로는 그릴 화. ○難+술어: ~하기 어렵다.
20. 對面共語하되 心隔千山라.
대면공어 심격천산
대면하고(얼굴을 맞대고) 함께 말을 해도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隔)해 있구나.
(字義) ○對는 대할 대. 마주볼 대. ○共은 부사로, "함께 공." ○隔은 막힐 격. ~을 격(隔)하다. ~에 가로 막혀 있다. 예]遠隔(원격), 間隔(간격).
21. 海枯終見底로되 人死不知心이니라.
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
바닷물이 마르면 마침내 그 밑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은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枯는 마를 고. 예]枯死(고사). ○終은 술어로는 "마칠 종," 부사로는 "마침내, 끝내"의 뜻이다. 終이 이 문장처럼 부사로 쓰이는 예가 아주 많다.
22. 太公曰, 凡人不可逆相이며 海水不可斗量이니라.
태공왈 범인불가역상 해수불가두량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범인(평범한 사람, 보통사람)은 상(타고난 바탕)을 거스릴 수 없으며, 바닷물은 말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相은 볼 상, 바탕 상. 예]樣相(양상), 觀相(관상), 사건의 眞相(진상). ○量은 헤아릴 량.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23. 景行錄云, 結怨於人은 謂之種禍요. 捨善不爲는 謂之自賊이니라.
경행록운 결원어인 위지중화 사선불위 위지자적
경행록에 이르기를, 남에게 원한을 맺는 것을 일러 "화를 심는 것"(種禍)이라 하고, 선을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을 일러 "스스로를 해치는 것"(自賊)이라고 한다.
(字義) ○之는 어조사(語助詞)로서 謂의 목적어 자리에 들어가서 어세를 고르게 해준다. 여기서도 之는 그다지 지시성(指示性)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捨는 버릴 사. 예]取捨選擇(취사선택). ○賊은 명사로는 도적 적. 술어로는 해칠 적. 예]盜賊(도적), 逆賊(역적).
24. 若聽一面說이면 便見相離別이라.
약청일면설 변견상이별
만약 한 쪽 편의 말만 듣는다면, 곧 상대방과 서로 이별하는 것을 보리라(이별을 당하리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변)은 부사로 "문득, 곧, 별안간, 불현듯"의 뜻으로 한문에서는 무척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25. 飽煖에면 思淫慾이요, 飢寒에 發道心이라.
포난 사음욕 기한 발도심
배 부르고 따뜻하면 음탕한 욕구를 생각하며, 주리고 추으면 도심(道心)을 일으킨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飽는 배부를 포. 예]飽食(포식), 飽滿(포만). ○煖은 따뜻할 난. 예]煖房(난방). ○飢는 주릴 기. 饑와 같다. ○發은 일으킬 발.
26. 疏廣曰, 賢人多財면 損其志하고 愚人多財면 益其過니라.
소광왈 현인다재 손기지 우인다재 익기과
소광이 말하였다. 어진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뜻을 손상시키고,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이 많으면 그의 허물을 더하느니라.
(字義) ○多+명사(구): ~이 많다. ○損은 덜 손. "손해·손상을 주다"는 뜻이다. ○其는 賢人과 愚人을 각각 받는 소유격 대명사(his). ○益은 더할 익.
27. 人貧智短하고 福至心靈이니라.
인빈지단 복지심령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어지고, 복이 이르면 마음이 영통하여지느니라.
(字義) ○靈은 술어로는 신통할 령, 영통할 령. ○至는 이를 지.
28. 不經一事면 不長一智니라.
불경일사 부장일지
한가지 일을 지나지 않으면(즉, 격지 않으면, 경험하지 않으면) 한가지의 지혜를 기르지 못하느라.
(字義) ○經은 지날 경. 즉,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過(경과), 經驗(경험). ○長은 술어로는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등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29. 是非終日有라도 不聽自然無니라.
시비종일유 불청자연무
시비는 종일토록 있지만,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는 것이 되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終日은 "하루를 마치다"의 뜻. ○"~~有,~~無"의 대칭구조는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이다. 예를 들면, 有無대신에 "~~難,~~易" "~~多,~~少"등등의 대칭구조는 흔히 쓰인다.
30. 來說是非者가 便是是非人이니라.
래설시비자 변시시비인
찾아와서 시비(是非)를 말하는 자가 곧 그가 바로 시비(是非)하는 사람이다.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便은 곧 변. 문득 변. ○便是는 "곧(문득, 별안간, 불현듯) ~이다"의 뜻이다. 이때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是가 이처럼 부사(또는 대명사)에 붙어서 같이 쓰이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只是~~:단지 ~이다. 總是~~:모두 ~이다. 都是~~:모두 ~이다. 却是~~:도리어 ~이다. 還是~~:도로 ~이다. 등등.
31. 擊壤詩云, 平生에 不作皺眉事면 世上에 應無切齒人이라,
격양시운 평생 부작추미사 세상 응무절치인
有名에 豈在鐫頑石가 路上行人이 口勝碑니라.
유명 기재전완석 노상행인 구승비
격양시에 이르기를, 평생에 눈섭 찌푸릴 일을 만들지 않으면 세상에 응당 이를 가는 사람, 즉 원수를 맺는 사람이 없을 것이로다. 유명함이 어찌 단단한 돌에 (이름을) 새기는 데 있으리오? 노상(路上)의 행인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皺는 주름질 추. ○眉는 눈섭 미. ○應(응)은 부사로 "응당(應當), 마땅히"의 뜻. ○切은 끊을 절. ○切齒란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있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예]切齒腐心(절치부심). ○名은 단순히 "이름"이란 뜻 외에, "명성, 명예"의 뜻으로도 확장되어 쓰인다. ○豈는 어찌 기. ○鐫은 새길 전.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32. 有麝自然香이니 何必當風立고.
유사자연향 하필당풍립
사향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롭거늘 하필이면(어찌 반드시) 바람에 당하여(바람을 맞아) 설꼬?
(字義) ○麝는 사향노루 사. 향료의 재료로 쓴다. ○何必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어찌 반드시"의 뜻이다. 현대에도 쓰이는 표현이니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當(당)은 부사로는 "마땅히, 응당"의 뜻이고, 술어로는 "(상황, 때, 처지 등등)~을 당하다. ~에 닥치다"의 뜻이다. 當風은 "바람을 당하여, 바람을 맞아"의 뜻이다.
33.有福莫享盡하라, 福盡身貧窮이요, 有勢莫使盡하라, 勢盡寃相逢이요.
유복막향진 복진신빈궁 유세막사진 세진원상봉
福兮常自惜하고 勢兮常自恭하라, 人生驕與侈는 有始多無終이니라.
복혜상자석 세혜상자공 인생교여치 유시다무종
복이 있을 때 누리어 다하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궁해지니라. 권세가 있거든 다하게 하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를 상봉하느니라. 복이란 항상 스스로 아껴야 하며, 권세란 항상 스스로 공손히 부려야 하느니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과 사치는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2.4.6.8구의 마지막 글자인 窮, 逢, 恭, 終은 모두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享은 누릴 향. ○窮은 궁할 궁.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寃은 원통할 원. 주로 "원통(寃痛)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명사로 "원수"란 뜻도 있다. 이 문장에서는 원수 또는 원통함, 그 어느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兮는 주로 댓구문에서 댓구를 이루는 명사(구)뒤에 붙여서 감탄형으로 쓰인다. ○惜은 아낄 석. 여기서는 목적어가 福이다. ○恭은 공순할 공. 여기서는 勢를 목적어로 갖는다. ○驕는 교만할 교. ○侈는 사치할 치. ○與(여)는 술어로는 ①~을 주다. ②~와 더불다. 여기서는 "~와(and)"의 뜻이다. ○多+명사(구):~이 많다.
34. 王參政의 四留銘에 留有餘不盡之巧하여 以還造化하고
왕참정 사류명 유유여부진지교 이환조화
留有餘不盡之祿하여 以還朝廷하고 留有餘不盡之財하여
유유여부진지록 이환조정 유유여부진지재
以還百姓하고 留有餘不盡之福하여 以還子孫이니라.
이환백성 유유여부진지복 이환자손
왕참정의 4류명(4가지 보류해야 할 것을 적은 글)에 이르기를,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주를 머물리어(남겨두어, 유보하여)(以) 신의 조화(造化)에 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녹(祿)을 머물림으로써(以) 조정에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재물을 머물림으로써(以) 백성에게 되돌려 주고, 남음이 있고 다하지 아니한 복을 머물리어(以) 자손에게 되돌려 줄지니라.
(字義)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는 "~을 유보하다. ~을 남겨두다. ~을 두다"의 뜻이다. 예]留保(유보), 留置(유치). ○巧는 재주 교. ○以는 바로 앞 구절을 받는다. 위 해석을 참조. ○祿은 봉록 록. 옛날 벼슬아치들이 받는 녹봉(祿俸), 즉 지금의 "봉급"을 말한다. 예]祿俸(녹봉).
35. 黃金이 千兩未爲貴요, 得人이 一語勝千金니라.
황금 천량미위귀 득인 일어승천금
황금 천 량이 귀한 것이 아니요, 덕인(德人)의 한마디 좋은 말이 천금보다 나으니라.
(字義)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爲는 될 위(become, is). ○得은 고어(古語)에서 德과 통용되었다. 여기서도 得을 德으로 보는 것이 앞귀절의 황금천량과 대구를 이루어 자연스럽다. 또는 得을 "얻을 득"으로 보아 "남의 좋은 한마디 말을 얻는 것이 천금보다 낫다"라고 해석해도 된다. 得이 德과 통용되었기에 朱子는 논어집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주(註)로 달고 있다. "德之爲言, 得也, 行道而有得於心也" (德이란 말은 얻는다는(得) 것이니, 道를 행하여 마음에 얻음이 있는 것이다) ○勝은 이길 승. 나을 승.
36. 巧者는 拙之奴요, 苦者는 樂之母니라.
교자 졸지노 고자 낙지모
교(巧, 재주)라는 것은 졸(拙, 서투름)의 종이요, 고(苦, 고생)이란 것은 낙(樂, 즐거움)의 어머니이다.
(字義) ○者는 여기서 "~라는 것"의 뜻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①사람 자. ②것 자. 예]前者(전자), 後者(후자). ○巧는 재주 교. 예]巧妙(교묘). ○拙은 졸렬할 졸. 巧와 대비되는 말이다. 예]拙劣(졸렬), 拙作(졸작).
37. 小船은 不堪重載요, 深逕은 不宜獨行이니라.
소선 불감중재 심경 불의독행
작은 배는 무겁게 실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깊고 좁은 길은 의당 홀로 다녀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堪은 견딜 감. 예]堪耐(감내). ○逕은 좁은길 경. 참고로, 크고 바른 길은 道이고, 그 보다 작은 길은 路이고, 길이라고 여길 수도 없는 샛길은 逕이다. 따라서 흔히 道는 군자가 행하여야 할 길이고, 逕은 군자가 걸어서는 안되는 길이란 의미로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逕은 좁은 샛길이므로 "지름길"이란 뜻도 있다. 逕과 徑은 통하는 글자이다. ○宜(의)는 부사로서, "의당, 마땅히"의 뜻.
38. 黃金이 未爲貴요, 安樂이 値錢多니라.
황금 미위귀 안락 치전다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요, 안락이 돈 많은 것에 해당하느니라.
(字義) ○値는 명사로는 "값 치," 술어로는 "만날(遇) 치, 당(當)할 치"이다. 윗 문장에서는 술어로 보는 것이 옳다. 현대에는 물론 명사로 밖에는 쓰이지 않는다. 예]價値(가치), 限界値(한계치). ○錢은 돈 전.
39. 在家에 不會邀賓客이면 出外에 方知少主人이니라.
재가 불회요빈객 출외 방지소주인
집에 있을 때 빈객(손님)을 맞아 모실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 그제서야 (자신을 맞아줄) 주인이 적은 줄을 알게되느니라.
(字義) ○邀는 맞을 요. 예]邀擊機(요격기). ○少+명사(구): ~이 적다. ○方은 바야흐로 방. 시간 부사로 "바야흐로, 비로소, 그제서야, 막, 방금(方今)" 등등의 뜻이다.
40. 貧居鬧市無相識이요, 富住深山有遠親이니라.
빈거뇨시무상식 부주심산유원친
가난하게 살면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부유하게 살면 깊은 산속, 먼 곳까지도 친함이 있느니라.
(字義) ○居는 살 거. ○住는 살 주. ○鬧는 시끄러울 뇨. ○親은 ①친할 친. ②어버이 친. ③친척 친. 부사로는 ④친히 친. 윗 문장에서 遠親은 먼 곳의 친구, 또는 먼 곳의 친척, 그 어느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41. 人義는 盡從貧處斷이요.世情은 便向有錢家니라.
인의 진종빈처단 세정 변향유전가
사람의 의리는 모두 가난한 곳으로 부터 끊어지고, 세인(世人)의 정은 곧 돈 있는 집을 향하느라.
(字義)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從은 ①따를 종. ②"~로 부터"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②로 보는 것이 좋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向은 향할 향.
42. 寧塞無底缸이언정 難塞鼻下橫이니라.
영색무저항 난색비하횡
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를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코 아래의 가로로 빗긴 것, 즉 입을 막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寧은 차라리 녕. ○塞은 막을 색. ○缸은 항아리 항.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難+술어; ~하기 어렵다.
43. 人情은 皆爲窘中疎니라.
인정 개위군중소
인정은 모두 군색한 가운데 소원하게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窘은 군색할 군. 예]窘塞(군색) ○疎(소)는 성기다. (친함이) 소원해지다.
44. 郊天禮廟엔 非酒不享이요, 君臣朋友엔 非酒不義요,
교천례묘 비주불향 군신붕유 비주불의
鬪爭相和엔 非酒不勸이라, 故로 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니라.
투쟁상화 비주불권 고 주유성패이불가범음지
교외(郊外)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릴 때는 술이 아니면 드리지 아니하고, 군신 사이와 붕우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롭지 아니할 것이요, 싸우고 나서 서로 화해함에는 술이 아니면 권하지 아니하느니라. 고로, 술에는 성패(成敗)가 있는 것이니, 함부로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郊는 지금은 주로 "들 교"의 뜻으로만 쓰이나 [예]郊外(교외), 近郊(근교)], 옛날엔 성곽밖의 들로 나가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물론 여기서도 술어로 쓰였다. ○禮도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廟는 사당 묘. ○享은 ①누릴 향. ②드릴 향. ○勸은 권할 권. ○A+有+B= A에 B가 있다. ○泛은 뜰 범, 함부로 범.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之는 어조사.
45. 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는 未足與議也니라.
자왈 사지어도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로서 도(道)에 뜻을 두고도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자는 더불어 의논하기에 족하지 못하느니라.
(字義) ○志는 명사로는 "뜻 지" 술어로는 於와 붙어서 "(~에) 뜻을 두다"의 뜻이다. ○恥(치)는 명사로는 "부끄러움, 수치"의 뜻이고, 술어로는 "~을 부끄럽게(수치스럽게) 여기다"의 뜻이다.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서 以를 쓰지 않은 것은 與라는 부사가 있으므로 필요 없다.
46. 荀子云, 士有妬友則賢交不親이요, 君有妬臣則賢人不至니라.
순자운 사유투유즉현교불친 군유트신즉현인부지
순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에게 투기하는 벗이 있으면 어진 교제(어진 사람과의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금에게 투기하는 신하가 있으면 어진 사람이 이르지 않느니라.
(字義) ○妬는 투기할 투. 예]妬忌(투기), 嫉妬(질투). ○則앞의 문장은 가정으로 해석한다. ○親은 친할 친.
47. 天不生無祿之人하고 地不長無名之草니라.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하늘은 복록(福祿)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아니하느니라.
(字義) ○祿은 복록(福祿) 록, 녹봉(祿俸) 록. ○生은 타동사로는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하다. ○長은 ①오래되다. 길다. ②~을 기르다.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48. 大富由天이요, 小富由勤이라.
대부유천 소부유권
큰 부자는 하늘에서 말미암고,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말미암느니라.
(字義) ○由+명사(구):~에서 말미암다. ○勤은 부지런할 근.
49. 成家之兒는 惜糞如金이요, 敗家之兒는 用金如糞이니라.
성가지아 석분여금 패가지아 용금여분
집을 이룰 아이는 똥도 금같이 아끼고, 집을 망칠 아이는 금도 똥처럼 쓰느니라.
(字義) ○成(이룰 성)과 댓구가 되는 말은 敗(무너뜨릴 패)이다. ○敗는 ①패할 패. 질 패. 예]敗北(패배), 敗戰(패전). ②무너뜨릴 패. 예]成敗(성패). ③썩을 패 예]腐敗(부패). ○惜은 아낄 석. 예]哀惜(애석). ○糞은 똥 분.
50. 康節邵先生曰, 閑居愼勿說無妨하라, 說無妨便有妨이니라,
강절소선생왈 한거신물설무방 재설무방변유방
爽口物多能作疾이요, 快心事過必有殃이라,
상구물다능작질 쾌심사과필유앙
端其病後能服藥으론 不若病前能自防이니라.
단기병후능복약 불약병전능자방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한가로운 생활에 삼가 아무런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꺼리낄 것이 없다고 겨우 말하는 순간 불현듯 방해되는 것이 있게 되느니라. 입에 상쾌한 것들이 많으면 능히 병을 일으키고, 마음에 쾌한 일이 지나치면 반드시 재앙이 있느니라. 그 병이 발단(發端)한 뒤에 능히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들기 전에 능히 스스로 그 병을 막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이 글은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2.4.6구의 마지막 글자인 妨(방), 殃(앙), 防(방)은 모두 운자에 해당한다. ○居는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愼은 삼갈 신. ○妨은 방해될 방. 꺼릴 방. 예]妨害(방해), 無妨(무방). ○는 겨우 재. ○便은 문득 변, 곧 변. ○爽은 상쾌할 상. ○過는 술어로는 ①~을 지나다. ②지나치다. 과하다. 과도하다. ③허물이 되다. 과오를 범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殃은 재앙 앙. ○端(단)은 주로 명사로 "발단, 실마리, 끝"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不若~ = 不如~: ~함만 못하다.
51. 梓潼帝君의 垂訓曰 妙藥難醫寃債病이요, 橫財不富命窮人이라,
제동제군 수훈왈 묘약난의원책병 횡재불부명궁인
生事事生君莫怨하고 害人人害汝休嗔하라,
생사사생군막원 해인인해여휴진
天地自然皆有報하나니 遠在兒孫近在身이니라.
천지자연개유보 원재아손근재신
재동 제군이 훈계를 내리기를, 묘약(妙藥)이라도 원통함이 빚이 된(원인이 된) 병을 고치기는 어려운 것이요, 횡재(橫財)라도 명(命)이 궁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느니라. 일을 내면 일이 생기는 것을 그대는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남이 나를 해치는 것을 그대는 성내지 말라. 천지 자연이 모두 갚음이 있는지라, (그 갚음은) 멀으면 자식과 손자에게 있을 것이요, 가까우면 내 몸에 있을 것이니라.
(字義) ○이 문장 역시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人(인), 嗔(진), 身(신)은 운자에 해당한다. ○재동 제군은 도가(道家)의 사람이다. ○妙는 묘할 묘. ○難+술어:~하기 어렵다. ○醫는 술어로 "고칠 의." ①의원 의. ②고칠 의. ○寃은 원통할 원. ○債는 빚 채. ○橫은 빗길 횡. ○橫財(빗긴 재화?)는 "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을 말한다. 예]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橫災(뜻하지 않은 재앙). ○富는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生은 "~을 낳다"의 뜻. ○君은 그대 군. ○汝는 너 여. ○休는 금지사. 莫과 같음. 休+술어:~하지 마라. ○嗔은 성낼 진. ○報는 갚을 보.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52. 花落花開開又落이요, 金衣布衣更換着이라, 豪家未必常當貴요,
화락화개개우락 금의포의갱환착 호가미필상당귀
貧家未必長寂寞이라, 扶人未必上靑요, 推人未必塡溝壑이라,
빈가미필장적막 부인미필상청소 추인미필전구학
勸君凡事莫怨天하라, 天意於人無厚薄이니라.
권군범사막원천 청의어인무후박
꽃이 떨이지면 꽃이 피고, 피면 또 떨어지며, 금의(金衣)와 포의(布衣)는 다시 바꿔 입을 수도 있는 법!! 호화로운 집이 반드시 항상 당연히 귀한 것은 아니요, 가난한 집이 반드시 오래 적막하지는 않느니라. 남을 붙들어줘도 반드시 푸른 하늘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요, 남을 밀어버려도 반드시 구덩이를 메워버릴 수는 없느니라.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후함도 박함도 없느니라.
(字義) ○이 문장도 4.3 4.3으로 끊어 읽는다. 특히 이 문장은 7언(言)에 8구(句)이므로 7언 율시(七言律詩)의 형태를 띤다. 따라서 운자는 1, 2, 4, 6, 8구에 들어간다. 즉, 落(락), 着(착), 寞(막), 壑(학), 薄(박)이 운자에 해당한다. ○開는 (꽃이) "피다"는 뜻이다. ○布는 베 포. ○布衣는 베로 만든 옷인데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입으므로 금의(金衣)와 댓구를 이루어 좋지 못한 옷을 비유한 말이다.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더 나아가서는 벼슬에 아직 나가지 않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한다. ○更은 다시 갱. ○換은 바꿀 환. ○着은 입을 착. ○"未必+술어"는 부분 부정을 나타낸다. ○長은 이 문장처럼 길이의 개념외에, 시간의 개념으로도 쓰인다. 예]長久(장구), 長壽(장수). ○寂은 고요할 적. ○寞은 쓸쓸할 막. ○扶는 붙들 부. ("~을 붙든다"는 뜻이 아니라, "~을 붙들어 준다"는 뜻이다). "붙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도울 부"의 뜻도 함축하고 있다. 예]相扶相助(상부상조), 扶助金(부조금) ○上은 술어로 "~에 오르다"의 뜻이다. ○는 하늘 소. ○推는 밀 추. ~을 밀다. 미루다. ○塡은 메울 전. ○溝는 도랑 구. ○壑은 골(谷) 학. ○溝壑(구학)은 한문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한 단어이다. 구덩이, 구렁텅이, 또는 비유적으로는 "도탄"의 뜻도 있다.
53. 堪歎人心毒似蛇요, 誰知天眼轉如車리요, 去年妄取東隣物이러니
감탄인심독사충 수지천안전여차 거년망취동린물
今日還歸北舍家라, 無義錢財湯潑雪이요, 來田地水推沙라,
금일환귀북사가 무의전재탕발설 당래전지수추사
若將狡譎爲生計면 恰似朝開暮落花이니라.
약장교휼위생계 흡사조개모락화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과 같음을 탄식해 마지 않노라. 하늘의 눈(眼)이 수레바퀴처럼 구르는 것을 누가 알리요? 지난 해에 동쪽 이웃의 물건을 망령되이 가져왔더니 지금엔 결국 북쪽 집안으로 돌아가는구나. 의롭지 아니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을 눈(雪)에 붓는 격이요(즉, 금방 없어진다는 뜻), 생각지 않게 들어온 전지(田地)는 물이 모래를 밀어내 듯 하네.(즉, 물이 田地에 모래를 끌어들여와 밭을 망친다는 뜻). 만약 교활한 속임수를 가지고 삶의 계책으로 삼으면 흡사 조개모락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을 것이로다.
(字義) ○이 문장 역시 7언 율시에 해당한다. 즉, 4.3 4.3으로 끊고 蛇(사), 車(차), 家(가), 沙(사), 花(화)는 운을 맞춘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그 맛이 더하리라고 본다. ○堪은 견딜 감. 堪歎을 의역하면 "탄식해 마지 않는다"가 가장 적당하다. ○似는 같을 사. 如와 같다. ○蛇는 뱀 사. ○轉은 구를 전. ○舍는 집 사. ○潑은 물뿌릴 발. ○당은 문득 당. 당來(당래)는 "우연히 굴러 들어온다"는 뜻의 한 단어로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將은 "~을 가지고서"의 뜻으로 쓰였다. 以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狡는 교활할 교. ○譎은 속일 휼.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의 뜻. ○恰은 흡사할 흡. 예]恰似(흡사).
54. 無藥可醫卿相壽요, 有錢難買子孫賢이니라.
무약가의경상수 유전난매자손현
약이 없어도 경상(卿相)과 같은 귀한 목숨은 구할 수 있으나, 돈은 있어도 자손의 어짐을 살 수는 없느니라.
(字義) ○醫는 ①의원 의. ②고칠 의. ○相은 재상(宰相)을 뜻한다.
55. 一日淸閑이면 一日仙이니라.
일일청한 일일선
하루 마음이 청한하면(깨끗하고 한가하면) 그 하루 동안은 신선이 되느니라.
(字義) ○淸閑은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하며 한가하다는 뜻이다.
省心篇上終
[ 省心篇.下 ]
이 편 역시 전편에 이어서 다양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꼭 편명(篇名)에만 국한하여 마음을 성찰하는 글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철학들이 여러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다.
1. 眞宗皇帝의 御製曰, 知危識險이면 終無羅網之門이요,
진종황제 어제왈 지위식험 종무라망지문
擧善薦賢이면 自有安身之路라, 施恩布德은 乃世代之榮昌이요,
거선천현 자유안신지로 시은포덕 내세대지영창
懷妬報寃은 與子孫之爲患이라, 損人利己면 終無顯達雲仍이요,
회투보원 여자손지위환 손인이기 종무현달운잉
損衆成家면 豈有長久富貴리요, 改名異體는 皆因巧語而生이요,
손중성가 기유장구부귀 개명이체 개인교어이생
禍起傷身은 皆是不仁之召니라.
화기상신 개시불인지소
진종 황제 어제(御製)에 이르기를,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 선한이와 어진이를 천거(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될 것이로다. 은덕을 베풀면 이내 세대(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字義) ○진종 황제는 송(宋)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어제)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御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製는 지을 제. 만들 제. ○險은 험할 험 ○知危識險은 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예]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술+목+술+목"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다. ○布는 명사로는 베 포. 예]布衣(포의).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예]公布(공포), 配布(배포). ○終은 부사로 마침내 종. ○羅는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網은 그물 망. ○薦은 천거할 천. ○懷는 품을 회. ○寃은 원통할 원. ○與는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수를 맞춰 운을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顯은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운잉)은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은 8대손이고, 仍孫은 7대손이지만 雲仍(운잉)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豈는 어찌 기. ○因은 인할 인. 因+명사(구,절):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다. ○召는 부를 소. ○"不仁之召"는 직역하면 "불인(不仁)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之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 조사 보다는 주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之를 주격 조사로 볼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之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2. 神宗皇帝의 御製曰, 遠非道之財하고 戒過度之酒하며 居必擇隣하며
신종황제 어제왈 원비도지재 계과도지주 거필택린
交必擇友하며 嫉妬勿起於心하고 讒言勿宣於口하며 骨肉貧者를 莫疎하고
교필택우 질투물기어심 참언불선어구 골육빈자 막소
他人富者를 莫厚하며 克己以勤儉爲先하고 愛衆以謙和爲首하며
타인부자 막후 극기이근검위선 애중이겸화위수
常思已往之非하고 每念未來之咎하라,
상사이왕지비 매념미래지구
若依朕之斯言이면 治家國而可久리라.
약의짐지사언 치가국이가구
신종 황제 어제에 이르기를,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 하고, 도(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거함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할 것이다.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참언(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을 입에 뱉지 말 것이다. 골육빈자(가난한 일가)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 것이다. 극기는 근검으로서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으로서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번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만약 짐(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장구(長久)할 수 있느니라.
(字義) ○신종 황제는 송(宋)나라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遠은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擇은 가릴 택. 예]選擇(선택). ○讒은 참소(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宣은 베풀 선. ○骨肉은 일가(一家)의 형제 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疎(소)는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以A爲B= A로서 B로 삼다. A를 B로 여기다. ○咎는 허물 구. ○依는 의지할 의. ○朕(짐)은 황제의 자칭(自稱)이다.
3. 高宗皇帝의 御製曰, 一星之火가 能燒萬頃之薪하고
고종황제 어제왈 일성지화 능소만경지신
半句非言이 誤損平生之德이라. 身被一縷나 常思織女之勞하고
반구비언 오손평생지덕 신피일루 상사직녀지로
日食三이나 每念農夫之苦하라.苟貪妬損이면 終無十載安康이요,
일식삼손 매념농부지고 구참투손 종무십재안강
積善存仁이면 必有榮華後裔라. 福緣善慶은 多因積行而生이요,
적선존인 필유영화후예 복록선경 다인적행이생
入聖超凡은 盡是眞實而得이니라.
입성초범 진시진실이득
고종 황제의 어제에 이르기를, 하나의 별똥별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수백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도 있고, 한마디가 채 안되는 반 구절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베짜는 여자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진실로 남을 질투하고 손해 끼치기를 탐하면 마침내 십년 동안 편안과 건강함이 없을 것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로다.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 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된 뒤에야 얻어지는 것이니라.
(字義)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는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은 백(百)이랑 경. ○薪은 섶 신. 땔나무 신. ○誤는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예]誤譯(오역), 誤判(오판), 誤診(오류). ○縷는 실(오라기) 루. ○織은 짤 직. ○勞는 수고로울 로. ○은 밥 손. 저녁밥 손. ○苟(구)는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①구차할 구. ②진실로 구. ○載는 실을 재. 여기서는 "해(年) 재"의 뜻이다. 예]千載一遇(천재일우)의 기회. ○存은 타동사로 "(마음, 심성, 품성 등등)~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裔는 후손 예. 예]後裔(후예].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盡은 ①다할 진. ②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4. 王良曰, 欲知其君이면 先視其臣하고 欲知其人이면 先視其友하고
왕랑왈 욕지기군 선시기신 욕지기인 선시기우
欲知其父면 先視其子하라. 君聖臣忠하고 父慈子孝니라.
욕지기부 선시기자 군성신충 부자자효
왕량이 말하였다.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볼 것이며,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니...
(字義) ○왕량은 명(明)나라 사람.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其(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나 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其(소유격 대명사)는 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럽다.
5. 家語云, 水至淸則無魚하고 人至察則無徒니라.
가어운 수지청즉무어 인지찰즉무도
가어에 이르기를,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字義) ○家語는 孔子家語라는 책이름을 가리킨다. 공자의 언행이 기록되어 있지만 위작(僞作)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至는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예]至論(지론), 至誠(지성), 至難(지난), 至高至順(지고지순). ○徒는 ①무리 도. ②한갓 도.
6. 許敬宗曰, 春雨如膏나 行人은 惡其泥하고
허경종왈 춘우여고 행인 오기니녕
秋月揚輝나 盜者는 憎其照鑑이니라.
추월양휘 도자 증기조감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비의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날리나 도둑은 그 달의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字義) ○허경종은 당(唐)나라 사람. ○膏는 기름 고. ○惡은 미워할 오. ○其는 각각 春雨와 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泥는 진흙 니. ○은 진흙 녕. ○揚은 날릴 양. ○輝는 빛 휘. ○憎은 미워할 증. ○鑑은 ①거울 감. ②비칠 감.
7. 景行錄云, 大丈夫見善明故로 重名節於泰山하고
경행록운 대장부견선명고 중명절어태산
用心剛故로 輕死生於鴻毛니라.
용심강고 경사생어홍모
경행록에 이르기를,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절개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사생(死生)을 홍모(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字義) ○重은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①무겁다. ②신중하다. 진중하다. ③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於는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剛은 굳셀 강. ○輕은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鴻은 기러기 홍. ○鴻毛는 "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8. 悶人之凶하고 樂人之善하며 濟人之急하고 救人之危니라.
민인지흉 락인지선 제인지급 구인지위
남의 흉함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字義) ○悶은 민망할 민.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救는 구제할 구. 예]救濟(구제).
9. 經目之事도 猶恐未眞이어늘 背後之言을 豈足深信이리오.
경목지사 유공미진 배후지언 기족심신
눈을 지나는 일, 즉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오히려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 하거늘, 등뒤에서 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字義) ○經은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驗(경험), 經過(경과). ○猶는 부사로 오히려 유. ○豈는 어찌 기. ○深은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10. 不恨自家蒲繩短이요, 只恨他家苦井深이로다.
불한자가포승단 지한타가고정심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字義) ○恨(한)은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와 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예]自家建設(자가건설), 自家用(자가용), 自家保險(자가보험). ○蒲는 창포 포. ○繩은 노 승. "노"는 실, 삼,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은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은 아주 재미 있는 표현 같다.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 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 섞인 투로 위안 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11. 贓濫滿天下하되 罪拘薄福人이니라.
장람만천하 죄구박복인
뇌물을 받고 참람(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字義) ○贓은 장물 장. 뇌물받을 장. ○濫은 넘칠 람. ○"贓濫"의 뜻을 정확히 제가 모르겠지만 濫을 참람(僭濫: 분에 넘치게 함부로 나서는 일)의 뜻으로 보고, "관리로서 뇌물을 받고, 또 분에 넘치게 함부로 행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의 뜻으로 풀어 보았다. ○拘는 잡을 구. 예]拘束(구속). ○薄은 엷을 박. 예]薄福(박복).
12. 天若改常이면 不風卽雨요, 人若改常이면 不病卽死니라.
천약개상 불풍즉우 인약개상 불병즉사
하늘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만약 항상된 것을(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字義) ○常은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常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즉 상도(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常을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庸도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 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常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風과 病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不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卽과 則은 같은 글자?
卽을 흔히 則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則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 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卽은 일종의 부사로서(술어 앞에서 한정하거나 또는 단순히 부사로) "곧, 바로, 당장"의 뜻이다. 예]卽死(즉사), 卽興(즉흥), 卽時(즉시), 一觸卽發(일촉즉발). 옥편에 卽과 則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13. 狀元詩云, 國正天心順이요, 官淸民自安이라,
장원시운 국정천심순 관청민자안
妻賢夫過少요, 子孝父心寬이니라.
처현부과소 자효부심관
장원시에 이르기를, 나라가 바르면 천심(天心)도 순응할 것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것이며,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지느니라.
(字義) ○장원급제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壯元"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위에서처럼 "狀元"이라고 쓴다. 오자(誤字)가 아니다. ○이 시는 5언 절구(五言節句)이다. 따라서 安과 寬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順은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官은 벼슬 관.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少+명사(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구(句)의 말미에 있으므로(順, 安, 寬) 少過라 하지 않고 주술 관계로 대치시켰다. ○寬은 너그러울 관. 예]寬容(관용), 寬大(관대).
14. 子曰, 木受繩則直하고 人受諫則聖이니라.
자왈 목수승즉직 인수간즉성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무가 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으면 거룩해지느니라.
(字義) ○繩은 노 승. ○則은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예]諫言(간언).
15. 一派靑山景色幽러니 前人田土後人收라,
일파청산경색유 전인전토후인수
後人收得莫歡喜하라, 更有收人在後頭니라.
후인수득막환희 갱유수인재후두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전토(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 들이는 것을 기뻐하지 말라. 다시 거두어 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字義) ○派는 (물)줄기 파. ○景은 빛 경, 경치 경. ○景色은 경치(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幽는 그윽할 유. ○更은 다시 갱. ○頭는 여기서 "머리 두"라는 뜻이 아니라 앞에 붙는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그 일부를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접미사이다. 예]街頭(가두), 念頭(염두), 先頭(선두), 話頭(화두), 口頭(구두).
16. 蘇東坡云, 無故而得千金이면 不有大福이라, 必有大禍니라.
소동파운 무고이득천금 불유대복 필유대화
소동파가 말하였다.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있느니라.
(字義) ○故는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17. 康節邵先生曰, 有人來問卜하되 如何是禍福고,
강절소선생왈 유인래문복 여하시화복
我虧人是禍요, 人虧我是福이니라.
아휴아시화 인휴아시복
강절 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 왔는데, 무엇과 같은 것이 화복(禍福)이 됩니까? 하거늘,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화(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복(福)이니라 하였다.
(字義) ○如何는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에서 有는 "있을 유"의 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이다. 영어로는 "a"(부정 관사), "a certain of"의 뜻에 가깝다. 論語 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위에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is)"의 뜻이다. ○虧는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18. 大廈千間이라도 夜臥八尺이요, 良田萬頃이라도 日食二升이니라.
대하천간 야외팔척 량전만경 일식이승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字義) ○廈는 큰집 하. ○頃은 백이랑 경. ○良은 좋을 량. ○升은 되 승. "되"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19. 久住令人賤이요, 頻來親也疎라, 但看三五日하라, 相見不如初니라.
구주령인천 빈래친야소 단간삼오일 상견불여초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 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한 것을 보아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고 疎와 初는 운자이다. ○令은 使와 같은 뜻으로 "令+A+술어"는 "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頻은 자주 빈. 예]頻度(빈도). ○也는 여기서 "또한"(亦)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看은 그 뒷구절 전부, 즉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20. 渴時一滴如甘露은 醉後添盃不如無니라.
갈시일적여감로 취휴첨배불여무
목마를 때 한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渴은 목마를 갈. 예]渴症(갈증), 渴望(갈망). ○滴은 물방울 적. ○添은 더할 첨. 예]添加(첨가), 添附(첨부), 錦上添花(금상첨화). ○盃는 잔 배. 杯가 본자(本字)이고 盃는 속자(俗字)이다.
21. 酒不醉人人自醉요, 色不迷人人自迷니라.
주불취인인자취 색불미인인자미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色은 여색(女色)을 가리킨다. ○迷는 미혹할 미. 예]迷路(미로), 迷惑(미혹), 迷兒(미아).
22. 公心을 若比私心이면 何事不辨이며 道念을 若同情念이면 成佛多時니라.
공심 약비사심 하사불변 도념 약동정념 성불다시
공정한 마음을 만약 사심(私心)에 견주듯(비하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도념(道念)을 정념(情念)과 같이 하면 성불(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字義) ○比는 견줄 비. 비할 비. 예]比較(비교). ○辨은 분별할 변. ○道念은 道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은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成+명사"는 "~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23. 濂溪先生曰, 巧者言하고 拙者默하며 巧者勞하고 拙者逸하며
염계선생 교자언 졸자묵 교자로 졸자일
巧者賊하고 拙者德하며 巧者凶하고 拙者吉이라. 嗚呼라,
교자적 졸자덕 교자흉 졸자길 오호
天下拙이면 刑政撤이라도 上安下順하고 風淸弊絶이리라.
천자졸 형정철 상안하순 풍청폐절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교자는(巧者, 재주만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졸자는(拙者, 의미상 속으로 덕을 갖추고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덕인(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벌과 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字義) ○염계(濂溪) 선생은 송(宋)나라의 대 유학자 주돈이(周惇이)를 가리킨다. ○이 글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도가(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성인(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주렴계(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 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巧는 재주 교. ○拙은 졸할 졸. ○逸은 편안할 일.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이 글에서는 ①의 뜻이다.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즉, 유학자들은 사람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들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오호)는 감탄사이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刑은 형벌 형. ○政은 ①정치 정. ②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撤은 거둘 철. 예]撤廢(철폐). ○弊는 폐단 폐. 예]弊端(폐단), 民弊(민폐).○絶은 끊을 절.
24. 易曰, 德薄而位尊하고 智小而謀大면 無禍者는 鮮矣니라.
역왈 덕박이위존 지소이모대 무화자 선의
주역에 이르기를,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 중에 화(禍)가 없는 자는 드무니라.
(字義) ○易은 주역(周易)을 말한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者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25. 說苑云, 官怠於宦成하고 病加於小愈하며 禍生於懈惰하고
설원운 관태어환성 병가어소유 화생어해타
孝衰於妻子니 察此四者하여 愼終如始하라.
효쇠어처자 찰차사자 신종여시
설원에 이르기를,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지고,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지나니,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삼가 처음과 같이(처음에 지녔던 본 마음을 간직한 채) 마쳐야 할 것이다.
(字義) ○설원은 한(漢)나라 때 지어진 책. ○官은 벼슬 관. ○宦은 벼슬 환. ○怠는 게으를 태. ○愈는 ①나을 유 (~이 더 낫다) ②(병이) 나을 유. ③더욱 유.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癒와 같은 말이다. 예]快癒(쾌유). ○懈는 게으를 해. 예]精神解弛(정신해이). ○惰는 게으를 타. ○四者에서 者는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者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 ○愼은 삼갈 신.
26. 器滿則溢하고 人滿則喪니라.
기만즉일 인만즉상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字義) ○則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溢은 넘칠 일. 예]海溢(해일). ○喪은 잃을 상. 예]喪失(상실).
27. 尺璧非寶요, 寸陰是競이니라.
척벽비보 촌음시경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아주 짧은 시간)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字義) ○尺은 자 척. "자"는 길이의 단위. ○璧은 둥근옥 벽. 예]完璧(완벽)하다. ○是는 "~이다"(is)의 뜻이고, 非는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28. 羊羹雖美나 衆口難調니라.
양갱수미 중구난조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羹은 국 갱.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雖앞에다 쓴다. ○美는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調는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예]調律(조율), 調節(조절).
29. 白玉投於泥塗나 不能汚涅其色이며 君子行於濁地나
백옥투어니도 불능오열기색 군자행어탁지
不能染亂其心이니라, 松栢可以耐雪霜하고 明智可以涉艱危이니라.
불능염란기심 송백가 이내설상 명지가이섭간위
백옥은 진흙 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탁지(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따라서 송백(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字義) ○泥는 진흙 니. ○塗는 ①바를 도. 예]塗褙(도배). ②진흙 도. 예]塗炭(도탄) ③길 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涅은 개흙(검은 진흙) 녈,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즉, 涅槃(열반). ○濁은 흐릴 탁. ○染은 물들일 염, 더럽힐 염. ○栢은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 쓰임.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耐는 견딜 내. 예]堪耐(감내). ○涉은 건널 섭. ○艱은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難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難에는 艱의 뜻도 있다. 예]艱難(간난·가난).
30. 入山擒虎易나 開口告人難이니라.
입산금호이 개구고인난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字義) ○"~~易,~~難"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入~: ~에 들어가다. ○擒은 사로잡을 금. ○告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충고(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즉,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보기로 하겠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31. 遠水不救火요, 遠親不如隣이니라.
원수불구화 원친불여린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요,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字義) ○救는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隣은 이웃 린. 예]隣近(근린).
32. 太公曰, 日月雖明이나 不照覆盆之下하고 刀劍雖快나
태공왈 일월수명 부조복분지하 도검수쾌
不斬無罪之人하고 非災橫禍는 不入愼家之門이니라.
불참무죄지인 비재횡화 불입신가지문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 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참(斬)할 수는 없다. 그릇된 재앙이 횡화(뜻하지 않은 화)이긴 하나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字義) ○日은 ①해, ②날, ③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覆은 ①엎을 복 ②덮을 부. 여기서는 "복"으로 읽는다. 즉 ①의 뜻이다. ○盆은 동이 분. 예]花盆(화분). ○覆盆之下는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구멍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 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斬은 벨 참. 예]斬首(참수). ○災는 재앙 재.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예]橫財(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入~:~에 들어가다.
33. 太公曰, 良田萬頃이 不如薄藝隨身이니라.
태공왈 양전만경 불여바예수신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밭의 수백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頃은 백(百)이랑 경. ○良은 ①어질 량. ②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藝는 재주 예. ○隨는 따를 수.
34. 性理書云, 接物之要는 己所不欲이어든 勿施於人하고
성리서운 접물지요 기소불욕 물시어인
行有不得이어든 反求諸己니라.
행유부득 반구저기
성리서에 이르기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요체(要諦)는 자기가 원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요, 행하고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字義) ○接은 접할 접. 예]待接(대접), 應接(응접), 接待(접대). ○物은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즉 接物之要는 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要는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 勿施於人"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인(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 중에 들어있다. ○"反求諸己"는 유가(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諸는 어조사 저. "술어+諸~"는 "술어+之+於~"와 비슷하다. 즉, 反求之於己로도 쓸 수 있다.
35. 酒色財氣四堵墻에 多少賢愚在內廂이라,
주색재기사도장 다소현우재내상
若有世人跳得出이면 便是神仙不死方인라.
약유세인도득출 변시신선불사방
주색재기(술, 여색, 재물, 기운)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이 세상을 빗댄 말) 다소의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있도다. 만약 세상 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이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字義) ○堵는 담 도. ○墻은 담 장. ○廂은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跳는 뛸 도.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便은 문득 변, 곧 변. ○是는 "~이다"의 뜻. ○便是~: 곧 ~이다. 위의 번역문에서 "이것은"이라고 번역을 하였으나 이는 是자를 해석한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해주기 위해 주어를 덧붙인 것뿐이다. 是는 술어이고,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면 써주지 않는다. ○方은 ①바야흐로 방 ②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③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④방향 방. 위에서는 ③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省心篇下終
[ 立敎篇 ]
입교편에서는 세상살이의 기본적인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을 모아 놓았다. 처음의 계획과 기본 자세가 잘 서야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大學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나니, 먼저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道에 가까운 것이니라"라고 하였으니 곧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정작 말단(末端)만을 쫓는 것은 아닌지 이 편(篇)을 통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1. 子曰, 立身有義而孝爲本이요, 喪祀有禮而哀爲本이요,
자왈 입신유의이효위본 상사유례이애위본
戰陣有列而勇爲本이요, 治政有理而農爲本이요,
전진유열이용위본 치정유리이농위본
居國有道而嗣爲本이요, 生財有時而力爲本이니라.
거국유도이사위본 생재유시이력위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입신(立身)에는 의(義)가 있으니 효(孝)가 근본이 되고, 초상(初喪)과 제사(祭祀)에는 예(禮)가 있으니 슬픔이 근본이요, 싸움터에는 열(列)이 있으니 용맹이 근본이며, 정사(政事)를 다스림에는 이치(理致)가 있으니 농사가 근본이 되고, 나라에 거함에는 도(道)가 있으니 대(代)를 잇는 것이 근본이 되며, 재물을 내는 데에는 때가 있으니 힘이 근본이니라.
(字義) ○立身(입신)은 세상에 출세하여 이름을 높이거나 영달함을 뜻한다. ○공자의 말씀중에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孝)의 시작이며, 입신출세하여 부모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이 효(孝)의 끝이다"라고 하였으니, 立身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입신에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으니 바로 효(孝)가 그 근본이다. ○초상과 제사에는 엄격한 절차, 즉 예(禮)에 따라야 하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슬퍼하는 마음이라 할 것이다. 논어(論語)에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씀이 있다. "상사(喪事)는 형식을 잘 갖추기 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하느니라." ○戰陣은 ①전쟁을 하기 위해 벌여 놓은 진(陣). ②전쟁터. 등등 2가지의 뜻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열(列)을 잘 갖춰 싸우는 것도 중요한 전술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근본은 군사들의 사기와 용맹에 있다 할 것이다. ○농경 사회에서 정치의 근본은 당연히 농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농번기에 농민들을 부역에 동원하다든지, 또는 농민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매긴다든지 하는 일들은 모두 이치에 어긋나는 일들이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나라에 거함에는 대(代)를 이어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것이 바로 군주의 도리일 것이다. ○生은 ①~에 살다. ②~을 낳다. ~을 생기게 하다.
2. 景行錄云, 爲政之要는 曰公與淸이요. 成家之道는 曰儉與勤이니라.
경행록운 위정지요 왈공여청 성가지도 왈검여근
경행록에 이르기를, 위정(爲政)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이라 할 것이요, 집안을 이루는 길은 근검과 근면이라 할 것이다.
(字義) ○爲는 ①할 위. ②될 위. ③위할 위. ④~으로 여기다. ~으로 삼다. ⑤~을 만들다. ~을 짓다. 위에서는 ①의 뜻이다. ○要는 명사로는 요긴한 것, 긴요한 것, 요점, 요체 등의 뜻이다. ○與는 "~와"의 뜻. ○淸은 청렴하다는 뜻. ○勤은 부지런할 근.
3. 讀書는 起家之本이고 循理는 保家之本이며 勤儉治家之本이고
독서 기가지본 순리 보가지본 근검치가지본
和順齊家之本이니라.
화순제가지본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쫓는 것은 집안을 보존하는 근본이며, 근검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화순(화목하고 순종하는 것)은 집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니라.
(字義) ○循은 쫓을 순. 돌 순. 예]循環(순환). ○順은 따를 순. 순응할 순. 예]順序(순서), 順應(순응), 順從(순종).
4. 孔子三計圖云, 一生之計는 在於幼하고 一年之計는 在於春하고
공자삼계도운 일생지계 재어유 일년지계 재어춘
一日之計는 在於寅이니 幼而不學이면 老無所知요,
일일지계 재어인 유이불학 노무소지
春若不耕이면 秋無所望이요, 寅若不起면 日無所辦이니라.
춘약불경 추무소망 인약불기 일무소판
공자의 삼계도(세가지의 계획)에 이르기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판단할 바가 없느니라.
(字義) ○計(계)는 꾀, 계획, 계책 등등의 뜻이다. ○圖는 도모할 도. 그림 도. ○A+在(於)+B= A가 B에 있다. 이 때 於는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윗 문장에서는 글자수를 맞춰 리듬감을 준다. 즉, 4.3 4.3의 운율을 느끼게 한다. ○幼는 어릴 유. ○寅(인)은 寅時를 가리킨다. 즉, 지금의 오전 3~5시를 말한다. 위에서는 단순히 "새벽"이라고 번역했다. ○辦은 판단할 판.
5. 性理書云, 五敎之目은 父子有親하고 君臣有義하며 夫婦有別하고
성리서운 오교지목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長幼有序하며 朋友有信이니라.
장유유서 붕우유신
성리서에 이르기를, 오교(다섯가지 가르침)의 조목은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간에는 의(義)가 있어야 하며,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하며, 붕우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느니라.
(字義) ○目은 조목 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6. 三綱은 君爲臣綱하고 父爲子綱하며 夫爲婦綱이니라.
삼강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
삼강은 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고, 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 되며, 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는것이니라.
(字義) ○綱은 벼리 강. 벼리는 우리말로,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서 오므렸다 폈다 하는 줄을 뜻한다. 즉, 위에서 말한 세가지의 "벼리"는 위에서 통제하고, 총괄함을 비유한 말이다.
7. 王曰, 忠臣은 不事二君이요, 烈女는 不更二夫니라.
왕촉왈 충신 불사이군 열녀 불경이부
왕촉이 말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남편을 고치지 아니한다.
(字義) ○事는 술어로는 ①~을 섬기다. ②~을 일삼다. 주로 ①의 뜻으로 쓰인다. ○烈은 매울 렬. 비유적으로 지조나 절개가 굳고 열렬함을 말하기도 한다. 예]烈士(열사), 忠烈(충렬). ○更은 부사로는 다시 갱, 술어로는 고칠 경.
8. 忠子曰, 治官에 莫若平이요, 臨財에 莫若廉이니라.
충자왈 치관 막약평 임재 막약렴
충자가 말했다. 벼슬일을 다스림에는 공평함 만한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해서는 청렴함 만한 것이 없다.
(字義) ○官은 벼슬 관. 관가(官家) 관. 일(事) 관.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막. ②없을 막. 莫若(또는,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이 최고다. 莫非+명사(절): ~이 아닌 것이 없다. 莫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臨은 임할 임. ~에 임하다. ○廉은 청렴할 렴. 예]淸廉(청렴).
9. 張思叔座右銘曰, 凡語必忠信하고 凡行必篤敬하며 飮食必愼節하고
장사숙좌우명왈 범어필충신 범행필독경 음식필신절
字劃必楷正하며 容貌必端莊하고 衣冠必肅整하며 步履必安詳하고
자획필해정 용모필단장 의관필숙정 보리필안상
居處必正靜하며 作事必謀始하고 出言必顧行하며 常德必固持하고
거처필정정 작사필모시 출언필고행 상덕필고지
然諾必重應하며 見善如己出하고 見惡如己病하라, 凡此十四者는
연락필중응 견선여기출 견악여기병 범차십사자
皆我未深省이라, 書此當座隅하여 朝夕視爲警하노라.
개아미심성 성차당좌우 조석시위경
장사숙의 좌우명에 이르기를, 모든 말은 반드시 정성되고 신의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조심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하여야 하며, 글씨는 반드시 똑바르게 써야 하며,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여야 하고, 의관은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여야 하며, 걸음 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차분해야 하며, 거처는 반드시 바르고 고요해야 하며, 일을 꾸밀 때는 반드시 시작을 잘 꾀하여야 하고, 말을 할 때는 반드시 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보아야 하며, 평상(平常)의 덕을 반드시 굳게 지녀야 하고, 승낙은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하며, 선한 일을 보기를 내게서 나오듯이 하며, 악한 일을 보기를 내 병인 듯 하여야 하느니라. 무릇 이 14가지 것을 모두 나는 아직 깊이 성찰하지 못하였으니, 이를 글로 써서 자리의 구석에 붙여 놓고는 아침 저녁으로 보고서 경계로 삼으리라.
(字義) ○이 좌우명은 오언(五言)으로 되어 있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그리고 2,4,6,8,10,12,14구(句)가 모두 운을 맞추고 있는 점도 보면서 읽으면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①과 ②의 뜻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문장에 따라 적절히 해석한다. ○忠은 충성 충. 정성 충. 忠을 꼭 임금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忠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되고 진실된 마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여기서도 忠은 나라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敬은 누구를 공경한다는 뜻도 있지만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신중히 한다는 뜻도 있다. ○節은 술어로 절약(절제)할 절. ○楷는 해서 해. 해서(楷書)는 서체의 하나로 똑바로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楷는 "바르다"는 뜻도 있다. ○莊은 ①씩씩할 장. ②단정할 장.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肅은 엄숙할 숙. ○步는 명사로는 걸음 보. 술어로는 밟을 보. ○履는 신 리. 술어로는 밟을 리. ○安詳은 관용적인 표현으로 성질이 찬찬하고 자세하다는 뜻이다. ○常은 항상 상. ○書는 술어로는 "~을 쓰다"의 뜻이다. ○隅는 구석 우. ○爲는 ~으로 삼다. ~으로 여기다. ○警은 경계할 경.
10. 范益謙座右戒曰, 一不言朝廷利害邊報差除하고
범익경좌우계왈 일불언조정이해변보차제
二不言州縣官員長短得失하며 三不言衆人所作過惡之事하고
이불언주현관원장단득실 삼불언중인소작과악지사
四不言仕進官職趨時附勢하며 五不言財利多少厭貧求富하고
사불언장진관직추시부세 오불언재리다소염빈구부
六不言淫戱慢評論女色하며 七不言求覓人物干索酒食이라.
육불언음설희만평론여색 칠불언구멱인물간색주식
범익겸의 좌우계에 이르기를,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보고(報告)와 벼슬자리에 파견되고 제수되는 것을 말하지 말라. 둘째, 주현(州縣) 관원(官員)들의 장단(長短)이나 득실(得失)을 말하지 말라. 셋째, 뭇사람들이 짓는 바, 과실과 악행의 일들을 말하지 말라. 넷째, 관직에 벼슬하여 나아가고, 또는 시세를 쫓고 부합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다섯째, 재물의 이익이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富)를 구한다는 둥 말하지 말라. 여섯째, 음란하며 외설적이고 희롱하며 업신여기는 것과 여색을 논평하는 말을 하지 말라. 일곱째, 남의 물건을 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구하는 말을 하지 말라.
(字義) ○원문의 글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짤라서 싣는다. ○邊은 가 변. 변방 변. ○差는 ①어긋날 차. ②가릴(擇) 차. ③보낼(送) 차.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위에서 差除란 한 단어로 벼슬에 임명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즉, 差는 사람을 가려서 벼슬자리로 보낸다는 뜻이다. 예]差使(차사): 중요한 임무를 위해 파견하던 임시직. 咸興差使(함흥차사). 差遣(차견): 사람을 시켜서 보냄. ○除는 ①제할 제 (~을 제거하다, ~을 없애다). ②벼슬줄 제 (벼슬을 除受하다). ○言은 뒤로 절을 받아서 "~을 말하다"의 뜻. (= say that~) ○長短은 장점과 단점. ○得失은 얻고 잃은 것, 성공과 실패, 잘하고 잘 못한 일. ○趨(추)는 ①종종걸음으로 걷다. 종종걸음으로 몸을 삼가고 조심히 걷다. ②(주로 시세, 이익 등을 따라) ~을 쫓다. 달려가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附는 ①더할 부. ②의지할 부. 여기서는 ②의 뜻으로 아부(阿附)하다, 부합(附合)하다. 등등의 뜻이다. ○은 거만할 설. 또는 褻(설)과 통하는 글자이다. 즉, 음이 같기 때문에 혼용해서 쓴다. 여기서는 외설스럽다는 뜻이다. ○覓은 구할 멱. ○干은 ①간섭할 간. ②구할 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索은 찾을 색.
11. 又曰, 一人付書信不可開坼沈滯하고 二與人幷座不可窺人私書하며
우왈 일인부서신불가개탁침체 이여인병좌불가규인사서
三凡入人家不可看人文字하고 四凡借人物不可損壞不還하며
삼범입인가불가간인문자 사범차인물불가손괴불환
五凡喫飮食不可揀擇去取하고 六與人同處不可自擇便利하며
오범끽음식불가간택거취 육여인동처불가자택편리
七凡人富貴不可歎羨毁니라 凡此數事有犯之者면 足以見用心之不肖니
칠범인부귀불가탄선저훼 범차수사유범지자 족이견용심지불초
於存心修身에 大有所害라, 因書以自警하노라.
어존심수신 대부소해 인서이자경
또 이르기를, 첫째, 남이 부친 서신을 함부로 뜯거나 또는 전달하지 않고 묵혀 두어서는 안된다. 둘째,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이 앉아서는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아서는 안된다. 셋째, 무릇 남의 집에 들어가서는 남이 사사로이 적어 놓은 글자들을 보아서는 안된다. 넷째, 무릇 남의 물건을 빌려와서는 손상 또는 파괴하거나, 되돌려 주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섯째, 무릇 음식을 먹고 마실 때는 가리거나 버려서는 안된다. 여섯째, 남과 같이 처할 때는 편리를 스스로 가려서는 안된다. 일곱째, 무릇 남의 부귀를 감탄하여 부러워하거나 흉보고 헐뜯어서는 안된다. 무릇 이 여러가지 일들을 범하는 자는 마음 씀씀이가 불초(不肖)하여 존심(存心)과 수신(修身)에 해로운 바가 크게 있음을 보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글을 써서(以) 스스로 경계하노라.
(字義) ○付는 ①줄 부 ②부탁할 부 ③(편지 등을) 부칠 부. ○書는 술어로는 "쓸 서" 명사로는 ①책 서. ②편지 서. 두 번째 글귀의 私書의 書도 편지라는 뜻이다. ○坼은 ①터질 탁. ②(편지 등을) 뜯다. 예]坼封(탁봉). ○滯는 막힐 체. ○幷은 아우를 병. ○窺는 엿볼 규. ○擇은 가릴 택. ○羨은 부러울 선. 예]羨望(선망)의 대상. ○는 꾸짖을 저. ○足以+술어: ~하기에 족하다. 족히 ~할 수 있다. ○肖는 닮을 초. 不肖는 부형(父兄)의 덕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란 뜻으로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자신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고 단순히 불민하고 덕이 없다는 뜻이다. ○存은 타동사로 "~을 지니다." 存心은 맹자의 말씀에서 비롯된 말로,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을 악에 물들이지 않고 굳게 지닌다는 뜻이다. ○因은 인할 인. 因은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는 뜻도 있고, 또는 여기서처럼 앞 문장을 받아서 "그리하여, 그래서, 인하여"의 뜻으로도 쓰인다.
12. 武王問太公曰, 人居世上에 何得貴賤貧富不等고, 願聞說之하여
무왕문태공왈 인거세상 하득귀천빈부불등 원문설지
欲知是矣로다. 太公曰, 富貴如聖人之德하여 皆由天命이어니와
욕지시의 태공왈 부귀여성인지덕 개유천명
富者用之有節하고 不富者家有十盜니이다.
부자용지유절 불부자가유십도
무왕이 태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부귀가 같을 수 없는가? 원컨대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그 까닭을 알고 싶소이다. 태공이 말하였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 말미암거니와, 부유한 자는 씀씀이에 절제가 있으나 부유하지 못한 자는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있나이다.
(字義) ○이 글 역시 원문이 길어서 몇 단락으로 구분지어 놓았다. ○武王은 周나라의 임금으로 은(殷)의 폭군 주(紂)를 멸하고 중국을 통일했다. ○太公은 흔히 일컫는 강태공(姜太公)을 지칭한다. ○居는 ~에 살다. ~에 거하다. ○得은 ~을 얻다. 또는 得다음에 술어가 와서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위 문장에서는 후자를 택해서 번역했다. 즉, 得이 不等에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由(유)~: ~에서 말미암다. ○用之有節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로 用之는 명사구이다. A+有+B: A에 B가 있다.
13. 武王曰, 何爲十盜닛고. 太公曰, 時熟不收爲一盜요, 收積不了爲二盜요,
무왕왈 하위십도 태공왈 시숙불수위일도 수적불료위이도
無事燃燈寢睡爲三盜요, 懶不耕爲四盜요, 不施工力爲五盜요,
무사연등침수위삼도 용나불경위사도 불시공력위오도
專行巧害爲六盜요, 養女太多爲七盜요, 晝眠懶起爲八盜요,
전행교해위육도 양녀태다위칠도 주면나기위팔도
貪酒嗜慾爲九盜요, 强行嫉妬爲十盜이다.
탐주기욕위구도 강행질투위십도
무왕이 말했다. 무엇이 열가지 도둑이 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때가 무르익었는데도 곡식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번째 도둑이요, 곡식을 거두어 쌓아두기를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도둑이고, 아무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번째 도둑이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다섯번째 도둑이요, 꾀만 부려 남을 해치는 일만 오로지 행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이요, 딸 기르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이 일곱째 도둑이요, 낮까지 잠자고 게을리 일어나는 것이 여덟째 도둑이요, 술 마시기를 탐하며 즐기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요, 억지로 행하고 남을 질투하는 것이 열번째 도둑입니다.
(字義) ○熟은 익을 숙. ○爲는 될 위. ○何爲는 일반적으로는 爲가 "위할 위"의 뜻으로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왜?" 등등의 뜻이지만, 여기서는 爲가 "될 위"의 뜻이다. ○了는 마칠 료. ○燃은 탈 연. ○睡는 잠잘 수. ○용은 게으를 용. ○懶는 게으를 라. ○專은 부사로, 오로지 전. ○嗜은 즐길 기. ○强은 부사로, 억지로 강. 强+술어; 억지로 ~하다. ○嫉은 질투할 질.
14. 武王曰, 家無十盜不富者는 何如닛고. 太公曰, 人家必有三耗니이다.
무왕왈 가무십도불부자 하여 태공왈 인가필유삼모
武王曰, 何名三耗닛고. 太公曰, 倉庫漏濫不蓋하여 鼠雀亂食爲一耗요,
무왕왈 하명삼모 태공왈 창고루람불개 서작난식위일모
收種失時爲二耗요, 抛撒米穀穢賤爲三耗니이다.
수종실시위이모 포살미곡예천위삼모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열가지 도둑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못한 자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세가지 소모함이 있습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가지 소모라고 이름합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창고가 세어 밖으로 넘쳐나 쥐와 참새들이 어지럽게 먹어대는 것이 첫번째 소모함이요, 거두고 씨뿌리는데 때를 놓치는 것이 두번째 소모함이요, 곡식을 버리고 흩뿌려 더럽고 천하게 하는 것이 세번째 소모함입니다.
(字義) ○何如:~과 같은가? 어떠한가? ○耗는 소모할 모. ○名은 여기서 술어로 쓰였다. ○倉은 곳집 창. ○庫은 곳집 고. 漏는 셀 루. ○濫은 넘칠 람. ○蓋는 덮을 개. ○鼠는 쥐 서. ○雀은 참새 작. ○亂은 여기서 부사로 쓰였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抛는 버릴 포. ○撒은 뿌릴 살. 예]撒布(살포). ○穢는 더러울 예.
15. 武王曰, 家無三耗而不富者는 何如닛고.
무왕왈 가무삼모이불부자 하여
太公曰, 人家에 必有一錯二誤三痴四失五逆六不祥七奴八賤九愚十强하여
태공왈 인가 필유일착이오삼치사실오역륙불상칠노팔천구우십강
自招其禍요, 非天降殃이니이다.
자초기화 비천강앙
무왕이 말하였다. 집안에 세가지 소모함이 없는데도 부유하지 않은 자는 왜 그렇습니까? 태공이 대답하였다. 집안에 반드시 일착, 이오, 삼치, 사실, 오역, 육불상, 칠노, 팔천, 구우, 십강이 있으니, 그 화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요,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字義) ○錯은 어긋날 착. ○痴는 癡의 속자이다. 어리석을 치. ○招는 부를 초. ○自는 술어와 붙어서 잘 쓰인다. ○殃은 재앙 앙. ○非+명사구(절): ~이 아니다.
16. 武王曰, 願悉聞之하나이다. 太公曰, 養男不敎訓爲一錯이요,
무왕왈 현실문지 태공왈 양남불교훈위착
孩勿訓爲二誤요, 初迎新婦不行嚴訓爲三痴요, 未語先笑爲四失이요,
영해물훈위이오 초영신부불행엄훈위삼치 미어선소위사실
不養父母爲五逆이요, 夜起赤身爲六不祥이요, 好挽他弓爲七奴요,
불양부모위오역 야기적신위륙불상 호만타궁위칠노
愛騎他馬爲八賤이요, 喫他酒勸他人爲九愚요, 喫他飯命朋友爲十强이니
애기타마위팔천 끽타주권타인위구우 끽타반명붕우위십강
이다. 武王曰, 甚美誠哉라, 是言也여.
무왕왈 심미성재 시언야
무왕이 말하였다. 원컨대 그것을 다 듣고 싶습니다. 태공이 대답하였다. 사내아이를 기르는데 가르치지 아니함이 일착(첫째 착오)이요, 어린 아이를 훈계하지 않는 것이 이오(두번째 오류)이요, 신부를 처음 맞아들여서 엄한 훈계를 행하지 않는 것이 삼치(세번째 어리석은 짓)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웃어버리는 것이 사실(네번째 실수)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오역(다섯째 거스름)이요, 밤에 발가벗은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 육불상(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일)이요, 남의 활을 당기기를 좋아함이 칠노(일곱째 노비같은 짓)이요, 남의 말을 타기를 좋아함이 팔천(여덟째 천한 짓)이요, 남의 술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 구우(아홉째 어리석은 짓)이요, 남의 밥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먹기를 명하는 것은 십강(열번째 강요)입니다. 무왕이 말하였다. 매우 아름답고 진실하도다. 그 말씀이여!!
(字義) ○悉은 다 실. 모두 실. ○은 어릴 영. ○孩은 아이 해. ○迎은 신부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즉, 親迎(신랑이 신부를 친히 맞아 들임)의 뜻이다. ○赤은 붉을 적. 발가벗을 적. "赤子"는 발가벗은 갓난 아이를 가리킨다. ○挽은 당길 만. ○騎는 말탈 기. ○마지막의 是는 지시형용사로 "이 시"자(字)이다.
立敎篇終
[ 治政篇 ]
치정편에서는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관리들에게 교훈이 될만한 문귀들이 실려 있다. 요즘처럼 부정부패, 복지부동 등으로 오명을 날리고 있는 공무원 사회에 귀감이 될만한 편(篇)이다. 그중에서 세 번째 글귀의 淸(청렴), 愼(근신), 勤(근면)은 적어도 공복(公僕)으로서, 공무원들이 지녀야할 윤리가 아니겠는가?
1. 明道先生曰, 一命之士도 苟存心於愛物이면 於人必有所濟니라.
명도선생왈 일명지사 구존심어애물 어인필유소제
명도 선생이 말씀하셨다. 처음 벼슬하는 선비라도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주는 바가 있으리라.
(字義) ○명도 선생은 북송(北宋)의 유학자. 성(姓)은 정(程), 이름은 호(顥)이다. 그 동생은 이름이 이(이)이고, 호는 伊川(이천) 先生으로, 흔히 그 두 형제를 정자(程子)라고 일컫는다. ○一命之士; 처음 벼슬하는 선비로 요즘의 말단 직원과 같다. ○苟는 진실로 구. "진실로 ~하면"의 뜻으로 가정으로 해석한다. ○存은 타동사로 "(심성, 마음, 품성 등등) ~을 지니다"의 뜻. ○物은 나 이외의 사물, 또는 다른 사람을 뜻한다. 남이란 뜻에서 人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濟는 ①건널 제. ②구제할 제.
2. 唐太宗御製云, 上有麾之하고 中有乘之하며 下有附之하여 幣帛衣之요,
당태종어제운 상유휘지 중유승지 하유부지 폐백의지
倉食之하니 爾俸爾祿이 民膏民脂라, 下民易虐이어니와 上蒼難欺니라.
창름식지 이봉이록 만고민지 하민이학 상창난기
당나라 태종의 어제에 이르기를, 위에서는 지휘하고, 중간에서는 이를 이어 다스리고, 아래에서는 이에 부합할지니라. 백성이 바친 폐백으로는 옷을 해 입고, 백성이 바친 곳간의 쌀로는 음식을 먹으니, 너의 봉록(俸祿)은 모두 다 백성의 기름과 살쩜이도다.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저 위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려운 법이로다.
(字義) ○당 태종은 당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御가 붙는 말은 임금을 가리키고, 製는 지을 제. ○麾는 휘두를 휘. 麾之에서 之는 어조사(語氣助詞)이다. 아래의 乘之, 附之, 衣之, 食之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乘은 탈 승. ○附는 더할 부. 의지할 부. ○幣는 폐백 폐. ○帛은 면 백. ○衣는 술어로 "~을 입다"의 뜻. ○倉은 곳간 창. ○은 곳간 름. ○爾는 너 이. 이 문장에서는 바로 당 태종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俸祿(봉록)은 녹봉(祿俸), 즉 지금의 월급, 봉급에 해당하는 말이다. ○膏는 기름 고. ○脂는 비계 지. ○下民: 아랫 백성을 뜻하는 한 단어이다. ○易+술어: ~하기 쉽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蒼은 푸를 창. ○上蒼은 바로 하늘을 비유한 말이다.
3. 童蒙訓曰, 當官之法에 唯有三事하니 曰淸曰愼曰勤이라,
동몽훈 상관지법 유유삼사 왈청왈탓閨?br>知此三者면 知所以持身矣니라.
지차삼자 지소이지신의
동몽훈에 이르기를, 관직에 임해야 하는 법에는 오직 세가지 일이 있으니, 청렴이라 할 것이요, 신중이라 할 것이요, 근면이라 할 것이다. 이 세가지 것을 알면 몸을 지니는 방도를 안다 할 것이다.
(字義) ○當은 당할 당. "(상황, 처지, 때 등등에) 당하다"의 뜻이다. 부사로는 "마땅히"의 뜻도 있다. ○淸은 맑을 청. 깨끗할 청. 흔히 청렴하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三者의 者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것 자"이다. 즉, "세가지 것"이란 뜻이다. ○"所以+술어"는 한 단어처럼 여겨 "까닭" 또는 "방법"의 뜻으로 해석한다.
4. 當官者는 必以暴怒爲戒하여 事有不可어든 當詳處之면
당관자 필이폭로위계 사유불가 당상처지
必無不中이어니와 若先暴怒면 只能自害라, 豈能害人이리오.
필무부중 약선폭로 지능자해 기능해인
관직에 임한 자는 반드시 사납게 성내는 것을 경계로 삼아야 한다. 일에 불가(不可)한 것이 있거든 마땅히 상세히 처리하면 반드시 들어 맞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만약 먼저 사납게 성을 내면 다만 스스로를 해칠 뿐이지 어찌 남을 해치겠는가?
(字義) ○當官者의 當은 술어로 당할 당. 當詳處之에서 當은 부사로 마땅히 당. 참고로 전자는 當다음에 명사가 왔으므로 술어일 것이고, 후자는 當다음에 술어가 왔으므로 부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A를 B로 삼다. ○戒는 경계 계. ○詳은 자세할 상. ○無不+술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中은 술어로 맞을 중.
5. 事君如事親하고 事長官如事兄하며 與同僚如家人하고
사군여사친 사장관여사형 여동료여가인
待群吏如奴僕하며 愛百姓如妻子하고 處官事如家事然後에야
대군리여노복 애백성여처자 처관사여가사연후
能盡吾之心이니 如有毫末不至면 皆吾心有所未盡也니라.
능진오지심 여유호말부지 개오심유소미진야
임금 섬기기를 어버이를 섬기는 것 같이 하며, 웃사람 섬기기를 형을 섬기는 것 같이 하며, 동료와 더불기를 자기집 사람 같이 하며, 여러 아전 대하기를 자기집 노복 같이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처자같이 하며, 관직의 일 처리하기를 내 집안일처럼 하고 난 연후에야 능히 내 마음을 다했다 할 것이니라. 만약 털끝만치라도 이에 이르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내 마음에 미진한 바가 있는 것이니라.
(字義) ○如는 ①~와 같다. ②만약 ~한다면. 등등의 뜻이 있다. ○親은 어버이 친. ○僚는 동관(同官) 료. ○待는 ①기다릴 대. ②대할 대. ○群(군)은 주로 한정어로 "여러, 뭇~"의 뜻이다. ○吏는 아전 리. ○僕은 종 복. ○然後는 관용어로 "~한 연후에, ~한 뒤에"의 뜻이다. ○豪末은 "터럭 끝"이란 말로 아주 조금을 일컫는 관용구이다.
6. 或問, 簿佐令者也라, 簿所欲爲를 令或不從이면 柰何닛고.
혹문 부좌영자야 부소욕위 영혹부종 내하
伊川先生曰, 當以誠意動之라, 今令與簿不和는 只是爭私意요,
이천선생왈 당이성의동지 금금여부불화 지시쟁사의
令是邑之長이니 若能以事父兄之道로 事之하여 過則歸己하고
영시읍지장 약능이사부형지도 사지 과즉귀기
善則唯恐不歸於令하여 積此誠意면 豈有不動得人이리오.
선즉유공불귀어영 적차성의 기유부동득인
어떤 사람이 물었다. 부(簿)는 영(令)을 보좌하는 자입니다. 부가 하고자 하는 바를 영이 혹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합니까? 이천 선생이 말씀하셨다. 마땅히 진실된 뜻으로 영을 움직여야(감응시켜야) 할 것이니라. 지금 영과 부가 화목하지 못은 것은 다만 사사로운 뜻을 다투기 때문이니라. 영은 고을의 우두머리이니, 만약 부형(父兄)을 섬기는 도리로서 영을 섬기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로 돌리고 잘한 것이 있으면 영에게 그 공이 돌아가지 않으면 어쩌나 근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진실된 뜻을 쌓는다면 어찌 사람을 움지이지(감응시키지) 못할 것이 있겠는가?
(字義) ○佐는 도울 좌. ○令(영)과 簿(부)는 위의 글에서 보았듯이 관직명이다. ○奈는 어찌 나(내). ○奈何는 "어떻게, 어찌~"의 뜻으로 흔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이천 선생은 앞 글에 나온 명도 선생의 동생이다. 역시 송나때의 대 유학자이다. 그 두 분을 구분하지 않고 종종 정자(程子)라고 일컫기도 한다. ○誠은 정성 성. 부사로는 진실로 성. ○只是에서 是는 "~이다"의 뜻이다. ○令是邑之長에서 是도 역시 "~이다"란 뜻이다. 長은 명사로 우두머리. 장(長) 등등의 뜻이다. ○不動得人에서 得은 술어뒤에 붙어서 "가능"을 나타낸다. 즉, 動得이 하나의 어구를 형성하는 것이지, 이를 따로 따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7. 劉安禮問臨民, 明道先生曰, 使民各得輸其情이니라.
유안례문임민 명도선생왈 사민각득수기정
問御吏曰, 正己以格物이니라
문어이왈 정기이격물
유안례가 백성에 임하는 법에 대해서 묻자, 명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다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느니라. 또 아전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말씀하셨다.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以) 남을 바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臨은 임할 림. ○使+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得을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輸는 ①보낼 수. ②다할 수. "輸其情"에서 其는 백성을 받는 소유격 대명사이고, 情은 뜻, 정황, 실상의 뜻이니, 이는 백성의 뜻을 윗사람에게 상달(上達)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情은 두가지의 뜻이 있다. 하나는 잘 알고 있듯이 "애정(愛情), 우정(友情)"할 때의 그 정(情)을 말하고, 또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정황(情況), 실정(實情) 등을 의미한다. 예]情報(정보). ○御는 어거할 어. 다스릴 어. ○格은 바를 격. 예]格子(격자). ○物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人과 비슷한 뜻이다.
8. 抱朴子曰, 迎斧鉞而正諫하며 據鼎而盡言이면 此謂忠臣也니라.
포박자왈 영부월이정간 거정확이진언 차위충신야
포박자에 이르기를, 도끼를 들이 맞아도 바르게 간언하며, 솥에 들어 앉아도 옳은 말을 다할 수 있다면 이를 일러 충신이라고 한다.
(字義) ○포박자는 晉(진)나라때의 책. ○迎은 맞을 영. ○斧는 도끼 부. ○鉞은 도끼 월. ○諫은 간할 간. ○據는 웅거할 거. ○鼎은 (다리가 셋인) 솥 정. ○은 가마 확. ○謂~: ~라 일컫는다. ○此謂忠臣也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이고, 忠臣은 謂의 목적어이다. 즉, 직역을 하자면, "이것은 충신을 말하는 것이다"가 되지만, 우리말에 어색하므로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此를 謂의 간접 목적어처럼 번역하는 것이다.
治政篇終
[ 治家篇 ]
치가편에서는 집안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핵가족으로 변한 현대에 있어서 가족의 개념은 옛날보다도 더 중요시 되어야 하겠건만, 오히려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래 편(篇)을 통해서 옛사람들의 치가론(治家論)을 들어보도록 하자.
1. 司馬溫公曰, 凡諸卑幼는 事無大小히 毋得專行하고 必咨稟於家長이니라.
사마온공왈 범제비유 사무대소 무득전행 필자품어가장
사마온 공이 말하였다. 무릇 지위가 낮고 어린 모든 사람들은 일이 크건 작건 구별없이 제멋대로 행할 수 없으며, 반드시 집안의 어른께 묻고 여쭈어야 할 것이다.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諸는 주로 한정어로 "모든 제"의 뜻이다. ○卑는 낮을 비. ○毋(무)는 금지사. ○專은 오로지 전. 크게 두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오로지 ~만 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제 멋대로, 독단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專攻(전공), 專業(전업)/ 專制政治(전제정치), 專斷(전단). 위에서는 후자의 뜻으로 쓰였다. ○咨는 물을 자. 諮와 통한다. ○稟은 품할(묻는다는 뜻이다) 품.
2. 待客不得不豊이요, 治家不得不儉이니라.
대객부득불풍 치가부득불검
손님을 대접할 때는 풍성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안을 다스림에는 검소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字義) ○待는 ①기다릴 대. 예]期待(기대), 待期(대기). ②대할 대. 예]接待(접대), 歡待(환대).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不得不+술어: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득불 ~해야 한다. 不可不과 비슷한 뜻이다.
3. 太公曰, 痴人畏婦하고 賢女敬夫니라.
태공왈 치인외부 현녀경부
태공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하느니라.
(字義) ○痴는 어리석을 치. ○敬은 ①공경할 경. ②삼갈 경. 조심할 경. 여기서는 ①의 뜻.
4. 凡使奴僕에 先念飢寒하라.
범사노복 선년기한
무릇 노복을 부릴 때는 먼저 그들의 춥고 배고픔을 생각할지니라.
(字義) ○使는 ①사역동사로서의 使. ②부릴 사. ○僕은 종 복. 예]奴僕(노복), 公僕(공복) (公僕은 영어의 "public servant"란 단어를 그대로 한자의 뜻을 빌어 만든 단어인 듯하다. 공무원을 지칭한다)
5. 子孝雙親樂이요, 家和萬事成이니라.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兩親)이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雙은 두 쌍. ○親은 ①어버이 친. ②친할 친.
6. 時時防火發이요, 夜夜備賊來하라.
시시방화발 야야비적래
수시로 불이 날 것을 막고, 밤마다 도적이 들 것을 대비할지니라.
(字義) ○역시 2.3 2.3으로 끊는다. ○명사를 중첩해서 쓰면 "모든~, ~마다"의 뜻이다. 예]家家戶戶(가가호호). ○防은 막을 방. ○發은 일어날 발. ○備는 ①갖출 비. 예]備忘錄(비망록), 裝備(장비). ②방비·준비·대비할 비. 예]防備(방비), 準備(준비), 備考(비고). ○賊은 ①도둑 적 ②해칠 적.
7. 景行錄云, 觀朝夕之早晏이면 可以卜人家之興替니라.
경행록운 관조석지조안 가이복인가지흥체
경행록에 이르기를, 아침 저녁의 이르고 늦음을 관찰하면 그 집안의 흥하고 쇠함을 점칠 수 있느니라.
(字義) ○早는 이를 조. ○晏은 늦을 안.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卜은 점 복. 점칠 복. ○替는 ①대신할 체. ②폐(廢)할 체. 현대에는 주로 ①의 뜻으로만 쓰이나, 한문에서는 ②의 뜻으로도 잘 쓰였다. ○興替(흥체)는 한 단어로 흥하고 쇠함을 뜻한다.
8. 文仲子曰, 婚娶而論財는 夷虜之道也니라.
문중자왈 혼취이논재 이로지도야
문중자가 말하였다. 혼인하고 장가드는데 있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들의 도리이니라.
(字義) ○문중자는 수(隋)나라때의 학자. ○婚은 혼인 혼. ○娶는 장가들 취. ○而는 앞 글과 뒷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처럼 앞글이 반드시 절(絶)일 필요는 없다. 而의 앞 글이 명사구나 부사, 술어 등이 올 수도 있다. ○虜는 오랑캐 로.
治家篇終
[ 安義篇 ]
유가(儒家)에 관한 책을 보면, 흔히 의(義)를 의(宜)로 보아 마땅함을 뜻하는 단어로도 보았다. 즉 사람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의(義)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의(義)는 한편으로 가족간에 맺어지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뜻하는 말로도 통하였다. 아랫 글에서도 이런 의미로 가족간의 의(義)를 강조하고 있다. 각종 패륜적인 사건이 잦아지는 요즘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글자이다. 바로 의(義)란 글자를!
1. 顔氏家訓曰, 夫有人民而後有夫婦하고 有夫婦而後有父子하고
안씨가훈왈 부유인민이후유부부 유부부이후유부자
有父子而後有兄弟하니 一家之親은 此三者而已矣라. 自玆以往으로
유부자이후유형제 일가지친 차삼자이이의 자자이왕
至于九族에 皆本於三親焉이라. 故로 於人倫에 爲重也니 不可無篤이니라.
지우구족 개본어삼친언 로 어인륜 위중야 불가무독
안씨 가훈에 이르기를, 대저 백성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나니, 일가의 친함은 이 세 가지일 뿐이니라. 이로부터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삼친(三親)에 근본을 두느니라.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되니 돈독함이 없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夫는 대저 부. 대개 말을 시작하거나, 문단을 바꿀 때 발어사(發語詞)로 쓰인다. 즉,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고, 말을 꺼내거나 또는 문단을 바꿀 때 그냥 길게 소리를 빼어 읽는 것이다. ○~而後+술어~: "~하고 난 뒤에 ~한다"는 뜻으로 잘 쓰이는 구문이다. ○~而已矣에서 而는 앞 글을 뒷 글에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已는 그칠 이. 의역하면, "뿐 이, 따름 이"의 뜻이고, 矣는 단정적으로 말을 마칠 때 쓰는 어조사이다. "~而已矣"는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일 뿐이다. ~일 따름이다"의 뜻이다. ○自玆以往에서 自는 "~로 부터"의 뜻이고, 玆는 이 자. 以往은 以來와 같다. ○本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특히 문장 가운데에 처소격 어조사인 於가 있을 때는 이 焉으로 말을 끝맺기 마련이다.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구족(九族)이란 고조, 증조, 조부, 부, 자기, 아들, 손자, 증손, 현손의 직계친을 말한다. 삼친(三親)은 위 글에도 나오듯이 부부, 부자, 형제를 뜻한다.
2. 莊子曰, 兄弟爲手足이요, 夫婦爲衣服이니 衣服破時更得新이어니와
장자왈 형제위수족 부부위의복 의보파시갱독신
手足斷處難可續이니라.
수족단처난가속
장자가 말하였다. 형제는 수족이 되는 것이요, 부부는 의복이 되는 것이다. 의복이 떨어졌을 시에는 다시 새롭게 할 수 있으나, 수족이 짤라진 곳은 잇기가 어려우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破는 깨뜨릴 파. ○술어+時: ~할 때.(when~) ○更은 부사로, 다시 갱. ○得新은 "새롭게 할 수 있다"(헤진 곳을 기워서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得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의 뜻이다. 만약 "得新"을 "새것을 얻을 수 있다"로 번역한다면 어법상으로도 옳지 못하고, 문맥상으로도 호응이 좋지 못하다. ○難+술어:~하기 어렵다. ○續은 이을 속. 예]繼續(계속), 續篇(속편),
3. 蘇東坡云, 富不親兮貧不疎는 此是人間大丈夫요,
소동파운 부불친혜빈불소 차시인간대장부
富則進兮貧則退는 此是人間眞小輩니라.
부즉진혜빈즉퇴 차시인간진소배
소동파가 말하였다. 상대가 부유하다고 해서 친한 척 하지 않고, 상대가 가난하다고 해서 소원하게 하지 않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대장부라 할 것이요, 상대가 부유하면 나아가고, 상대가 가난하면 물러나는 것! 이는 바로 인간 세상의 진짜 소인배라 할 것이다.
(字義) ○兮는 주로 두 글귀가 댓구를 이룰 때 쓰이는 어조사이다. ○"此是~"에서 此는 지시대명사로서 주어로 쓰였고,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윗글에서도 此라는 주어는 쓸 필요가 그다지 없다. 즉, 此가 없어도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므로 생략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왜 썼는가? 7언의 댓구문(4.3 4.3)을 맞추기 위해서 此라는 주어를 쓴 것이다. ○人間은 "인간" 즉,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人生世間의 줄임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뜻하는 단어이다. ○輩는 무리 배. 예]不良輩(불량배), 輩出(배출).
安義篇終
[ 遵禮篇 ]
예절은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경직된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또한 자칫하면 예절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형식적인 것만 쫓는 경향도 낳는다. 이러한 폐단은 옛부터 있어온 듯하다. 유자(有子)는 "예절을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禮之用, 和爲貴)라고 하였고, 공자(孔子)는 "예절이란 사치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다"(禮與其奢也, 寧儉也)라고 하였으니, 예절이 폐단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을 두고 한 말씀일 것이다.
1. 子曰, 居家有禮故長幼辨로 閨門有禮故三族和하며 朝廷有禮
자왈 거가유례고장유변 규문유례고삼족화 조정유례
故官爵序하고 田獵有禮故戎事閑하며 軍旅有禮故武功成이니라.
고관작서 전렵유례고융사한 군려유례고무공성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예(禮)가 있는 까닭에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규문(閨門)에 예가 있는 까닭에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가 있는 까닭에 관작(官爵)에 차례가 있으며, 전렵(田獵)에 예가 있는 까닭에 군사일이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는 까닭에 무공(武功)이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5.3 5.3으로 끊어 읽는다. ○辨은 분별할 변. ○閨는 안방 규. ○閨門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은 벼슬 작. ○序는 차례 서. ○獵은 사냥할 렵. 예]狩獵(수렵), 獵奇的(엽기적). ○戎은 군사 융. ○閑은 ①한가할 한. ②익숙할 한.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는 ①나그네 려. ②군사 려. 예]旅團(여단).
2. 子曰, 君子有勇而無禮爲亂하고 小人有勇而無禮爲盜니라.
자왈 군자유용이무례위란 소인유용이무례위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盜는 도둑 도. 훔칠 도. 예]盜賊(도적).
3. 曾子曰, 朝廷莫如爵하고 鄕黨莫如齒하고 輔世長民莫如德이니라.
증자왈 조정막여작 향당막여치 보세장민막여덕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향당(鄕黨)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어른노릇 하는 데에는) 덕(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字義) ○이 글은 孟子(맹자)에 나오는 글귀이다.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예]莫强(막강), 莫大(막대), 莫重(막중).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鄕黨은 지금의 읍면리(邑面里)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인 셈이다. 그러나 향당(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는 ①이 치. ②나이 치.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①길 장. ②기를 장.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③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②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역이 아니면(?), 오류이다. 유가(儒家)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들을 위해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특히 大學(대학)은 바로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서술한 책이기도 하다.
4. 老少長幼는 天分秩序이니 不可悖理而傷道也니라.
노소장유 천분질서 불가퍠리이상도야
노소장유(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차례이니, 이치를 거스려 도를 해쳐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少는 ①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②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은 나눌 분. ○秩은 차례 질. 예]秩序(질서).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悖는 거스를 패. 예]悖倫(패륜), 行悖(행패). ○傷은 해칠 상.
5. 出門如見大賓하고 入室如有人하니라.
출문여견대빈 입실여유인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하여야 하니라.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6. 若要人重我인댄 無過我重人이니라.
약요인중아 무과아중인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한다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에 지나는 것은 없다(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字義) ○要는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의 뜻이다. ○重은 술어로 ①무겁다. ②(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③중요하다. ④(타동사) ~을 중히 여기다.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예]不過(불과)하다.
7. 父不言子之德하고 子不談父之過니라.
부불언자지덕 자부담부지과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遵禮篇終
[ 言語篇 ]
한마디 말로 일의 성패(成敗)를 가름할 수도 있거니와, 한마디 말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행을 엿볼 수도 있거니와, 또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앞서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먼저 꼭 짚어볼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요즘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1. 劉會曰, 言不中理면 不如不言이니라.
유회왈 언부중리 불여불언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예]的中(적중), 中風(중풍).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2. 一言不中이면 千語無用이니라.
일언부중 천어무용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3. 君平曰, 口舌者는 禍患之門이요, 滅身之斧也니라.
군평왈 구설자 화환지문 멸신지부야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4. 利人之言은 煖如綿絮하고 傷人之語는 利如荊棘이라,
이인지언 난여면서 상인지어 이여형극
一言半句에 重値千金이요, 一語傷人에 痛如刀割이니라.
일언반구 중치천금 일어상인 용여도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①이로울 리. 예]利益(이익). ②날카로울 리. 예]銳利(예리).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의 말씀 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値는 ①값 치. ②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예]分割(분할), 役割(역할).
5. 口是傷人斧요, 言是割舌刀니 閉口深藏舌하면 安身處處牢니라.
구시상인부 언시할설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한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6. 逢人且說三分話하여 未可全抛一片心이라,
봉인차설삼분화 미가전포일편심
不虎生三個口하고 只恐人情兩樣心하라.
불파호생삼개구 지공인정양양심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안된다. 호랑이의 세 개 난 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①또 차. ②장차 차. ③잠시 차. 여기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①과 ③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예]抛棄(포기). ○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왜 하필이면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일까?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댓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예]樣相(양상), 模樣(모양).
7. 酒逢知己千鐘少요, 話不投機一句多라.
주봉지기천종소 화불투기일구다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機微)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①베틀 기. ②기미 기. 예]機微(기미), 天機(천기), 機會(기회).
言語篇終
[ 交友篇 ]
벗 사귐에 관해 맹자(孟子)의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 증자(曾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仁을 이루는데 도움을 받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아래에서는 어떤 교우관(交友觀)들이 있는지 보기로 하자.
1. 子曰, 與善人居에 如入芝蘭之室하여 久而不聞其香이라도
자왈 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구이불문기향
卽與之化矣요. 與不善人居에 如入鮑魚之肆하여 久而不聞其臭라도
즉여지화의 여불선인거 여입포어지사 구이불문기취
亦與之化矣니 丹之所藏者赤하고 漆之所藏者黑이라,
역여지화의 단지소장자적 칠지소장자흑
是以로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이니라.
시이 군자필신기소여처자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저린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니, 이 또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단사(丹砂)가 품고 있는 것은 붉은 색이요, 옻이 품고 있는 것은 검은 색이니,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함께 처하는 바의 것을 반드시 삼가야 하느니라.
(字義) ○與는 ①줄 여. ②더불을 여. "~와"의 뜻도 있다. ○居(거)는 ~에 살다. ~에 있다. ~에 거하다. ○芝는 지초(芝草) 지. ○室은 방(房) 실. ○卽(즉)은 부사로 "바로, 곧바로, 당장에"의 뜻으로 접속사인 則과는 다른 글자이다. ○化는 화(化)할 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등등의 뜻. ○鮑는 저린생선 포.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말린 생선은 脯(포)라 한다. ○肆는 ①방사(放肆)할 사. ②가게 사. 저자 사. ○丹은 붉을 단. 여기서는 붉은 돌, 즉 단사(丹砂)를 의미한다. ○者는 것 자. ○漆은 옻 칠. ○是以: "이로써, 이런 까닭에"의 뜻으로 관용적인 문구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윗 글은 벗과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이라 하겠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벗 사이의 고상한 사귐을 일컫는 말이다.
2. 家語云, 與好學人同行하면 如霧露中行하여 雖不濕衣라도
가어운 여호학인동행 여무로중행 수불습의
時時有潤하고 與無識人同行이면 如厠中坐하여 雖不汚衣라도 時時聞臭니라.
시시유윤 여무식인동행 여측중좌 수불염의 시시문취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字義) 공자 가어도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지만, 위작(僞作)이란 것이 정설이다. ○好+술어: ~하기를 좋아하다. 물론, 명사를 한정하기도 한다. ○霧는 안개 무. ○濕은 젖을 습. 예]濕氣(습기). ○潤은 젖을 윤. 윤택할 윤. 예]潤氣(윤기). ○厠은 뒷간 측.
3. 子曰, 晏平仲은 善與人交로다, 久而敬之온여.
자왈 안평중 선여인교 구이경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으니, 오래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노라.
(字義) ○이 글은 論語에 실려 있다. ○善+술어: 잘 ~하다. ~하기를 잘하다. 이 글에서는 善이交에 걸린다. ○之는 어조사이다.
4. 相識滿天下로대 知心能幾人고.
상식 만천하 지심능기인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滿~ : ~에 가득하다. ○能은 이 글에서 知心에 걸린다. 즉, 能知心의 뜻이나, 대구를 맞추기 위해 能을 뒤로 돌린 것이다. ○幾는 몇 기. 예]幾百萬圓(기백만원). 幾何(기하).
5. 酒食兄弟千個有로대 急難之朋一個無라.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주식형제는(술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급난지붕은(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일 개도 없구나.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有,~~無"의 대구문을 파악하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6. 不結子花休要種이요, 無義之朋不可交니라.
불결자화휴요종 무의지붕불가교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子는 "열매," 또는 "씨"의 뜻이다. ○休는 금지사로 莫, 毋 등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要+술어"는 ~하기를 요하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7. 君子之交淡如水하고 小人之交甘若醴니라.
군자지교담여수 소인지교감약례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아서 단술 같으니라.
(字義)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7언의 대구문은 4.3 4.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淡은 맑을 담. 싱거울 담. 예]淡淡(담담)하다. 淡泊(담박)하다. ○醴는 단술 례.
8. 路遙知馬力하고 日久見人心이니라.
로요지마력 일구견인심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字義) ○5언의 대구문은 2.3 2.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遙는 멀 요. 예]遙遠(요원). ○日은 ①날 일. ②해 일 ③낮 일. ○久는 오랠 구. 예]長久(장구), 永久(영구).
交友篇終
[ 婦行篇 ]
여기 실린 부행편(婦行篇) 전반부의 글귀들은 구시대적인 내용들로서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엿보는데 불과하다 할지라도, 후반부의 내용은 현대의 여자들 역시 새겨둘 말이 아닌가 한다.
1. 益智書云, 女有四德之譽하니 一曰婦德이요, 二曰婦容이요,
익지서운 여유사덕지예 일왈부덕 이왈부용
三曰婦言이요, 四曰婦工也니라.
삼왈부언 사왈부공야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자에게는 사덕(四德)의 명예가 있으니, 첫째는 부덕(婦德)이라 할 것이요, 둘째는 부용(婦容)이라 할 것이요, 셋째는 부언(婦言)이라 할 것이요, 넷째는 부공(婦工)이라 할 것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네 단락으로 나누었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譽는 기릴 예. 여기서는 명사로 쓰임. 예]名譽(명예].
2. 婦德者不必才名絶異요, 婦容者不必顔色美麗요,
부덕자불필재명절이 부용자불필안색미려
婦言者不必辯口利詞요, 婦工者不必技巧過人也니라.
부언자불필변구리사 부공자불필기교과인야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재주와 이름이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으며,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얼굴빛이 아름답고 고을 필요가 없으며,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능변의 입이 날카롭게 말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기교가 남을 지나는 것을(남보다 뛰어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字義) ○者는 것 자. 者는 앞에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不必~: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不必~"구문은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완전 부정으로 해석한다. 부분 부정으로 하려면 "未必~"구문을 쓴다. 즉 未必은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위의 글귀를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여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才名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기도 하였으나, 不必은 부분 부정이 아니라 "절대 부정"이다. 이는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絶異는 매우 뛰어나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利는 날카로울 리. ○過人: 남을 지나다. 남보다 뛰어나다.
3. 其婦德者는 淸貞廉節하고 守分整齊하며 行止有恥하고 動靜有法이니
기부덕자 청정염절 수분정제 행지유치 동정유법
此爲婦德也요. 婦容者는 洗浣塵垢하여 衣服鮮潔하며 沐浴及時하여
차위부덕야 부용자 세완진구 의복선결 목욕급시
一身無穢하니 此爲婦容也요. 婦言者는 擇師而說하고 不談非語하며
일신무예 차위부용야 부언자 택사이설 부담비어
時然後言하여 不厭於人하나니 此爲婦言也요. 婦工者는 專勤紡績하고
시연후언 불염어인 차위부언야 부공자 전근방적
勿好暈酒하며 供具甘旨하여 以奉賓客이니 此爲婦工也니라.
물호훈주 공구감지 이봉빈객 차위부공야
그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정조와 절개를 깨끗하게 하며, 분수를 지키고 몸 가짐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염치가 있으며, 동정지간(動靜之間)에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婦德)이 되는 것이요,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몸의 먼지나 때를 씻어내며, 의복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하고, 목욕을 제 때에 하여 일신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용(婦容)이 되는 것이요,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가려서 말하되, 그릇된 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며,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여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으니 이것이 부언(婦言)이 되는 것이요,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길쌈을 오로지 부지런히 하며 술 빚어 내기를 좋아 하지 않고, 좋은 맛을 갖추어서(以)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공(婦工)이 되느니라.
(字義) ○淸貞廉節은 貞節을(정조와 절개를) 淸廉히 한다는 뜻이다. ○整齊는 정리하여 가지런히하다. ○行止는 움직이고 멈추는 것, 행동거지(行動擧止), 즉 일상에서의 행동을 말한다. ○動靜도 비슷한 뜻이다. 일상의 기거를(起居; "섯다 앉았다"의 뜻으로 역시 일상의 행동을) 뜻한다. ○擇은 가릴 택. ○洗는 씻을 세. 예]洗手(세수). ○浣은 빨 완. ○垢는 때 구. 예]純眞無垢(순진무구). ○潔은 깨끗할 결. 예]淸潔(청결). ○沐은 머리감을 목. ○浴은 목욕할 욕. ○穢는 더러울 예. ○紡은 길쌈 방. ○績은 길쌈 적. ○暈은 해달무리 운. 暈酒는 술을 빚는다는 의미. ○供은 ①바칠 공. ②갖출 공.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具는 갖출 구.
4. 此四德者는 是婦人之大德니 而不可缺之者也이라, 爲之甚易하고
차사덕자 시부인지대덕 이불가결지자야 위지심이
務之在正하니 依此而行이면 是爲婦節이니라.
무지재정 의차이행 이위부절
이 네가지 덕은 아녀자의 큰 덕이니 결(缺)해서는 안될 것들이다. 이를 행하기는 매우 쉬우며, 이를 힘쓰는 것은 올바름에 달려 있으니, 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바로 부절(婦節, 아녀자의 범절)이 되는 것이니라.
(字義) ○여기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다. ○缺之, 爲之, 務之에서 之는 모두 어조사(語助詞)이다. ○缺은 결할 결. 예]缺席(결석), 缺損(결손), 欠缺(흠결). ○不可缺之者에서 之는 어조사이고,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아니다. 즉, 不可缺之가 하나의 어구(語句)이며, 不可缺에서 끊는 것이 아니다. "必須不可缺한 것"이란 뜻이다. ○務(무)는 ~에 힘쓰다. ○依는 의지할 의.
5. 太公曰, 婦人之禮는 語必細니라.
태공왈 부인지례 어필세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로서, 말은 반드시 자세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細는 가늘 세. 語必細는 말을 자상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6. 賢婦令夫貴하고 婦令夫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느니라.
(字義)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는 말재주 녕(영), 아첨할 녕(영).
7. 家有賢妻면 夫不遭橫禍니라.
가유현처 부부조횡화
집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횡화(橫禍)를 만나지 않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遭는 만날 조. 예]遭遇(조우).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橫禍(횡화)는 뜻밖에 빗긴 화. 예]橫財(뜻밖에 얻은 재물), 橫死(뜻밖의 죽음).
8. 賢婦和六親하고 婦破六親이니라.
현부화육친 녕부파육친
어진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육친을 깨뜨리느니라.
(字義) ○六親은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婦行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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