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식당 안 망하게 하는 5계명

Fact/법률-경제 · 2014. 2. 23. 11:21

1년 뒤엔 경쟁자, 3년 뒤엔 손님의 싫증을 경계하라
 
재산을 몽땅 털어 넣어 차린 식당이 절대 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규 대표가 제시하는 ‘5계명’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계명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필살기’를 개발하라. 망하는 식당 대부분은 메뉴를 백화점식으로 구성한다. 그러나 분식집처럼 특색 없는 잡다한 메뉴를 짜면 식자재의 신선도 관리가 힘들어진다. 음식의 맛(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손님도 떠나간다. 손님과 공감한다는 것은 손님의 요구를 이해해 그 손님이 다시 찾게 한다는 것이지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따르란 얘기는 아니다. 식당의 정체성을 잃는 순간, 우리 집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보통 식당의 하나로 전락한다.

 

2계명

박리다매 전략을 두려워 말라. 식당 주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뭐 하나라도 팔 때 반드시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대부분 싸게 파는 것을 두려워한다. “작은 이익으로 어느 세월에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며 박리다매 전략에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식당의 매출을 늘리는 데 박리다매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매출이 늘면 식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살 수 있게 돼 ‘구매력’(buying power)이 생긴다. 구매력이 커지면 식재료를 싸게 사게 돼 이익이 커진다. 이 대표도 처음엔 갈비탕을 싸게 팔아 한 그릇당 이익이 500원도 채 안 됐다. 그러나 수천 그릇의 갈비탕(그릇당 1만원)을 파는 지금은 같은 값을 받고도 식재료비가 절감돼 그릇당 이익이 1500원으로 처음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3계명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라. 비용 100원을 절약하면 순이익 100원이 늘어난다. 절약이 곧 순이익이다. 이 대표가 15년간 지켜본 식당 부자들은 대부분 백화점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365일 식당을 떠나지 않고 쉬지도 않는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이 모이고 이를 재투자해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다. 저절로 ‘복리(複利)’의 효과를 누린 셈이다.

 

4계명

잘되는 식당을 끊임없이 벤치마킹하라. 이 대표가 예비창업자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식당 사장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식당 경영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식당을 찾아가거나 관련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놀랍게도 거의 모든 사장들이 뭔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직업을 얻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식당 주인에게 식당은 소중한 직장이자 생계의 터전이다. 그런데 자신의 직장인 식당에 오로지 돈밖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신의 직장을 지키고 키워가기 위해선 나보다 잘되는 식당을 찾아가 직접 보고 물어보며 경영 관련 서적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5계명

일(日)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대비한다. 식당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반드시 더 나은 인테리어와 컨셉트로 무장한 경쟁자가 들어온다. 그러나 먼저 자리를 잡은 이점을 살리면 능히 성장을 유지하며 자신의 일터를 지킬 수 있다. 약간의 환경 변화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손님들이 “역시 구관이 명관이야”라는 굳은 의리로 지지해준다. 이 대표는 “개업 1년 뒤엔 경쟁자를 걱정하고 3년 뒤엔 손님의 싫증을 경계하며 5년 뒤엔 확장을 시도하고 10년 뒤엔 후계자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연매출 150억원 30대 식당 부자 이상규 대표

‘대박 식당’보다 망하지 않는 식당이 으뜸이죠
 
식당으로 성공한 뒤 출판사를 세우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상규 대표. 조용철 기자 “식당이나 차려 볼까?”
‘먹는 장사와 물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 탓에 식당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창업 아이템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청년 실업이 늘자 식당 개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국내 신규 창업자 중 31%가 음식점을 택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장개업 식당의 폐업률은 94.3%에 달한다. 식당 창업에 무대포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비정한 장사의 세계’를 가감 없이 알려주는 책 ?식당부자들?의 저자 이상규(38) 대표를 만나 성공담을 들어봤다.

 

30대 나이에 5개의 대형 식당을 운영하며 연매출 150억원, 순익 10억원 이상을 올리는 사업가로 성공한 이상규 대표. 그러나 그는 식당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사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린다. 그 자신이 15년간 총 14번의 개업과 8번의 폐업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손맛 좋은 와이프 믿고 창업했다간 몇 달 못 가 나가떨어지는 게 식당”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식당이야말로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 아이템이란 얘기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군 제대 직후인 1999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전철우의 고향랭면)에서 식당 허드렛일부터 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식당으로 성공한 뒤에도 그는 동국대에서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뒤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출판사도 세웠다. 나중엔 대학 교수가 돼 구인난을 겪고 있는 회사들과 구직에 목마른 학생들을 연결시켜 줄 꿈도 키우고 있다. “하나 하기도 힘들 텐데 외도(外道)가 잦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긴 안목을 갖고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갈비집을 만들고 싶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제대로 하려다 보니 깊게 빠졌다”고 답했다. 현재 식당 운영 상당부분은 신한은행에 다니던 대학 후배이자 아내인 송영주(36)씨에게 맡기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식당을 열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뭔가.
“자문을 구하는 사람에게 처음엔 ‘무조건 (식당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식당 사장이 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는 사람에겐 먼저 창업하고자 하는 유형의 식당에서 1년간 일해보라고 권한다. 서빙이든 주방이든 상관없다. 그 뒤엔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상권에서 3개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을 분석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식당 사장이 돈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식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수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식당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식당은 제조업(조리)·유통업(식자재 관리)·서비스업(고객 응대)을 모두 겸한 업종이다. ‘장모님 김치찌개 맛이 끝내주는데’라고 하면서 김치찌개 집을 차렸다간 큰코다친다. 외식업에서 맛은 기본이다. 식당은 짧은 시간 안에 수십 명분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조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맛뿐 아니라 가격·친절·인테리어 어느 것 하나 빠져선 안 된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뜨고 있는 대박 아이템은 무엇인가.
“식당업에서 대박보다 훨씬 중요한 건 망하지 않는 거다. 이른바 ‘뜨는’ 아이템에 너도나도 덤벼드는 쏠림 현상이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봉추찜닭’으로 시작된 찜닭 열풍으로 1년 만에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 본사와 3만여 개의 가맹점이 생겼다. 전형적인 ‘제 살 깎아먹기’로 지금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밥버거’ 열풍도 마찬가지다.?

 

-대박을 좇아선 안 된다는 얘기인가.
“너도나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템은 경계해야 한다. 입지를 알아보고 창업을 준비하는 도중 이미 그 아이템은 ‘레드오션’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경쟁이 적은 아이템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식당은 자리싸움 아닌가.
“자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입지가 좋지 않아도 맛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자리에 목멜 이유가 없다. 몇 억원씩 하는 권리금은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는 돈이다. 입지 조건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권리금 없이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식당 경영 초보자에겐 역부족인 자리도 있다는데.
“서울의 강남·명동·홍대입구 등 번화한 중심 상권은 초보자들이 피해야 할 자리다. 이런 데선 임차료 내기도 빠듯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T 커피전문점은 50평에 불과한 매장이 월 5000만원의 임차료를 낸다.”

 

-초보자는 어떤 장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
“오피스 상권은 점심 장사가 잘되는 반면 주말 매출과 공휴일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약점이다. 대학가 상권은 방학 동안 매출이 급감한다. 식당 경험이 적은 사람이 진입하기 가장 좋은 곳은 주택가 상권이다. 주택가는 365일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으며 기존에 영업 중인 식당과 비교해 컨셉트와 메뉴만 겹치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식당 운영에서 박리다매(薄利多賣)를 강조하는 이유는.
“식당이 잘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인건비·임차료·관리비는 고정으로 나간다. 매출이 일정액 이상 확보되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늘지 않으므로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익으로 남는다. 따라서 식당은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매출액을 올린 뒤 비용 절감·가격 조정을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좋다. 한국맥도날드가 좋은 성공 사례다. 24시간 영업(영업시간 연장)·맥딜리버리(배달로 영업지역 확장)·드라이브스루(차량으로 이동하는 고객 확보)·맥카페(커피전문점으로 영역 확장)를 선보인 뒤 매출이 80∼300%나 상승했다.”

 

-식당 하는 사람에겐 불평을 늘어놓는 손님이 더 고맙다는데.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고객은 귀신이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조금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써도 손님이 바로 불평하진 않는다. 손님이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재료를 아끼고 좀 더 싼 재료로 대체하는 순간 손님의 방문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손님이 찾지 않는 데는 모두 그럴 만한 원인이 있다. 식당 주인만 모를 뿐이다.”

 

-식당 사장은 어떤 직업인인가.
“식당 사장은 직장인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식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 식당 사장으로 일하면서 계산대나 지키며 직원들을 부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식당 사장이 된다는 것은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는 것이다. 절대로 자신의 식당을 2∼3년 일해서 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는 투기나 도박장으로 여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