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주춤…‘마당 있는 집’ 욕구 봇물

Fact/귀농-귀촌 · 2012. 3. 2. 18:43

이유 있는 단독주택의 부활


아파트의 시대가 저물고 단독주택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것일까.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아파트의 매력이 금융 위기와 함께 사그라지면서 그간 참았던 단독주택에 대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재력이 되는 자산가들이라면 앞마당이 있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단독주택을 당연히 선호하겠지만 재테크를 위해 아파트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서판교의 고급 주택단지는 부자들의 이런 욕구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부자만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산층의 욕구도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현욱 광장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직접 지은 듀플렉스 주택(일명 땅콩집)이나 건축과 교수 두 명이 용인 죽전에 지은 단독주택(일명 살구나무집)은 수도권의 아파트 한 채 가격으로 수도권에 단독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집들은 집짓기 과정을 책으로 펴내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살구나무집’은 건축학과 교수인 박인석 명지대 교수와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분당과 중계동의 아파트를 판 돈으로 죽전에 아파트보다 1.5배 큰 평수의 집을 함께 지은 것이다.


단독주택 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주택 인허가 실적(전국)을 보면 아파트는 2007년 47만 호를 정점으로 2008년 26만 호로 하락한 이후 소폭 늘어 지난해 35만 호가 인허가를 받았다. 반면 단독주택은 2005년 2만 호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4만9903호로 5만 호에 육박한다(표 참조). 인허가 실적이 실제 착공·준공 실적과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실제 지어지는 주택의 수를 가늠해 보는 지표로 참고할 만하다.

 

아파트 팔아 단독주택 짓기 가능한가


같은 단독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구분이 필요하다. 국토해양부는 주택을 ‘단독·다세대·연립·아파트’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단독주택은 다시 ‘(순수)단독·다가구’로 나뉜다. 다가구는 소유 형태는 단독에 가깝지만 건물 형태는 다세대에 가깝다. 연립은 다세대와 비슷하지만 면적이 660㎡를 넘어가면 연립으로 분류된다. 일반인들이 흔히 상상하는 단독주택은 아마도 단독 중에서도 다가구가 아닌 순수 단독주택일 것이다.


형태적인 구분 외에도 집을 짓는 방식에 따라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개인이 직접 토지 소유주로부터 땅을 사 집을 짓는 것이다. 이때 땅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겠지만 상하수도·가스·전기 등의 기반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짓게 돼 공사비가 많이 들 수 있다. 주로 교외에 드문드문 한 채씩 있는 전원주택이 그렇다.


둘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의 개발 공사에서 분양하는 택지지구를 분양받아 집을 짓는 것이다. 이때는 기반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고 이 비용이 토지 분양가에 포함돼 있다. 게다가 택지지구는 주위에 아파트 단지나 상업지구 등과 함께 개발되기 때문에 생활의 불편함도 덜 수 있다. 다만 원하는 토지의 면적만 구매할 수 없고 정해진 면적을 분양받아야 한다. 100㎡ 이하 면적도 있지만 대개 300㎡ 이상의 큰 면적이 많아 수도권 소형 아파트 소유주들이 토지를 직접 분양받아 집을 짓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듀플렉스 주택이다. 두 가구가 하나의 필지를 분양받은 뒤 일종의 다세대주택을 짓는 방법이다. 마당을 소유하기 위해 1, 2층으로 가구를 구분하지 않고 세로로 두 집을 구분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10억 원대의 중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한 필지에 자신의 집을 원하는 형태로 지을 수 있다.


예술적인 집을 지을 수도 있고 한옥을 지을 수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싫증 난 이들 위주로 개성적인 집짓기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추세다. 이때 건축가·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자잘한 것까지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한정된 비용으로 토지 비용을 맞추려면 입지가 서울과 점점 멀어지게 돼 출퇴근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옥은 건축비가 비싼 단점을 개선해 외관과 지붕은 한옥의 느낌을 살리되 내부는 아파트처럼 꾸민 하이브리드 한옥이 꾸준히 지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수도권보다 지방의 귀농 인구를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셋째는 단지형 단독주택을 분양받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타운하우스가 이런 형태다. 집을 사는 행위는 아파트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다만 그것이 고층이 아니라 저층의 집일 따름이다. 단지형 단독주택은 일종의 기성품이므로 집을 직접 지을 때 신경 써야 할 자질구레한 일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집을 구매하면 된다. 최근 지어지는 타운하우스는 20억 원 이상의 고가로 분양되는 편이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분당의 ‘율동공원 라플리움’의 분양가는 20억~34억 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