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넘으면 무릎에 금 가… 관절도 아껴야

Fact/의학-건강 · 2009. 12. 3. 18:55
십수년 전 류머티스 전문의 김성윤(김성윤내과원장·전 한양대의대 류머티스병원장) 박사를 찾은 관절염 환자는 십중팔구 고양이나 지네, 박쥐를 고아먹고 왔다. 관절이 좋을 것 같은 동물을 먹으면 관절염이 낫는다는 믿음 때문. 그 다음엔 자기 오줌을 먹거나 포도만 줄기차게 먹는 환자들이 뒤를 이었고, 홍화씨·오갈피·식물뿌리·구리팔찌·좌석요·벌침 등도 ‘입소문’을 타고 가난한 환자의 돈을 긁어갔다. 요즘엔 온몸에 뜸을 뜨다 화상을 입는 사람이 특히 많다고 한다.

김 박사는 “사우나나 미장원 가서 물어보지 말고, 제발 의사를 찾아오라”고 충고한다. 관절염약은 너무 독해 속을 버린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대부분의 관절염 환자가 엉뚱한 사람에게 치료법을 묻고, 그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쳐 관절이 다 망가진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정체불명의 ‘특효약’ 때문에 백내장·골다공증·고혈압·당뇨·비만·피부 얇아짐·출혈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관절염 환자가 많다고 김 박사는 안타까워 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관절염 증상을 마법같이 일시에 없애주지만 부작용이 매우 심해 조심해야 하는 ‘마약’과 같은 약이다.


김 박사는 조심스럽게 최근 유행하는 봉침에 관해서도 말을 꺼냈다. 소염효과가 있는 봉침은 관절염 증상 완화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그 정도 효과는 알약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고속도로가 뚫렸는데 비포장길로 소 달구지를 타고 가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관절염 치료제로는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서부터 스테로이드·말라리아 치료제·금·항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환자들은 관절염약은 독해 속을 다 버리고, 한번 먹으면 인이 박혀 평생 먹어야 하니, 가급적 오래 버티다 늦게 먹어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죄다 환자를 골병들게 하는 ‘잘못된 믿음’이란 게 김 박사의 설명. 그는 “요즘 약은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해 가며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박사는 관절도 ‘아껴쓰라’고 주문했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 늘어난 수명에 맞게 일종의 소모재인 관절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치지 말 것’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관절은 다른 인체조직과 달리 ‘형상기억장치’가 없는 부위. 운동이나 사고 등으로 관절을 다치면 원상태로 매끈하게 회복되지 않고, 관절면이 우둘투둘해지고, 이 때문에 관절염 등이 유발된다는 것. 특히 스키·농구·스노보드 등은 관절을 다치기 쉬운 운동이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둘째는 운동도 나이에 걸맞게 하라는 것.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50대 이상은 누구나 무릎 연골에 조금씩 금이 가 있으므로, 이 연령대가 되면 정신력을 앞세워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리산 등을 무박산행한다고 깜깜한 밤중에 등산하거나, 동남아 등지로 골프투어를 가서 하루에 36홀씩 2~3일 라운딩하는 등 ‘비정상적 행동’은 모두 관절을 상하게 하므로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