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발생땐 무조건 큰 병원 가라

Fact/의학-건강 · 2009. 12. 3. 18:54
심혈관 질환
박승정 울산의대 교수



심장은 하루 10만번 이상 수축해서 전신에 혈액을 공급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그야말로 초강력 펌프와 같다. 심장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가닥의 혈관(관상동맥)으로부터 공급되는 혈액 속 풍부한 산소와 영양분이 ‘수퍼 파워’의 원천.

그러나 흡연·콜레스테롤·고혈압·당뇨 등으로 이 혈관이 좁아져,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면 심장근육이 일종의 빈혈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협심증이다. 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심근경색의 절반 정도는 협심증이 원인이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협심증과 관계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무서운 이유는 돌연사 위험 때문이다. 일단 심근경색이 생기면 35% 정도는 응급실에 오기 전에 급사하며, 15% 정도는 막힌 혈관을 뚫어줘도 이미 심장근육이 다 파괴돼 사망한다.


6시간내 혈관 뚫어야 절반 생명 건져


나머지 50% 정도는 6시간(늦어도 12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늦게 이뤄지면 생명을 건지더라도 심부전증 등 합병증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심근경색이 생기면 무조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심근경색 환자의 80% 정도, 유럽의 경우 60~80% 정도가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환자가 40%에도 못 미친다고 ‘한탄’했다. 죽을 것처럼 아픈데도 청심환·구심 등 약을 먹고 기다리거나, 침을 맞으러 가거나, 손을 따는 등 자가치료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해 생명을 잃는다는 것이다.


심근경색의 증상은 가슴과 등이 반으로 벌어지는 듯하거나, 가슴이 무거운 철판 등에 짓눌려 부서지는 느낌이 들거나, 불에 달군 젓가락으로 가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 같은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가까운 큰 병원으로 환자를 데려가야 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노인의 경우엔 가슴 통증 대신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전체의 10~20%가 이 같은 무흉통 심근경색이다.


협심증의 경우 흉통 증상이 심근경색과 비슷하나, 대개 2~5분 뒤 저절로 사라진다는 점이 다르다. 증상이 가벼우면 약물치료를 하지만, 막힌 정도가 심하면 스탠트(금속그물망)나 풍선으로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막힌 정도가 아주 심하면 허벅지 등에서 떼어 낸 혈관으로 좁아진 심장혈관을 대체하는 혈관 우회로(바이패스) 수술을 받아야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은 전체 심장병의 10~20% 정도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후천성 심장판막증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전체 심장병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흡연, 육식 위주 식생활, 운동부족 등과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의 예방을 위해 박 교수는 우선 담배부터 끊으라고 말한다. 담배는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줄이고, 대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을 증가시킨다. 또 혈관 수축물질(에피네프린)을 분비시켜 혈관을 손상시키며, 혈액 응고물질(피브리노겐)을 분비시켜 피떡이 생기게 한다. 이 피떡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도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다. 피 속 콜레스테롤이나 기타 지방 성분은 혈관벽에 달라붙어 혈관 내부를 좁힌다. 혈관벽에 압력을 가하는 고혈압은 혈관 손상을 가중시키며, 당 성분은 혈관 내부의 단백질이나 지단백 등과 결합해 혈관의 탄력성을 감소시킨다.


흡연·육식 삼가고 규칙적 운동해야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 세 가지 생활습관병 중 어느 하나만 있어도 심근경색증 가능성이 3~6배 높아진다.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이미 병이 있는 경우엔 철저히 치료·관리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한다.


한편 술은 적당히 마시면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하지만, 지나치면 알콜이 심장근육을 직접 공격해서 파괴하는 ‘알콜성 심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박 교수는 경고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