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때 박박 밀지 말고 보습제 발라 줘요

Fact/의학-건강 · 2009. 12. 3. 18:55
피부질환 윤재일 서울대병원 교수


“밖으로 드러나는 피부병은 혐오감을 주므로 고대로부터 주술(呪術)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법들이 시도돼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속설과 잘못된 상식들이 넘쳐나게 됐습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는 “몸 밖을 싸고 있는 피부는 세균 등 외부의 병원체를 막아내는 인체 최전방 부대”라며 “최근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피부와 피부병에 대한 상식은 제자리 걸음”이라고 말했다. 인체 여러 기관의 병들 중에서 가장 종류가 다양한 것이 피부병인데 아직도 피부 연고 한가지를 만병 통치약처럼 쓰는 가정이 많다고 그는 통탄한다. 그래서 윤 교수는 “제발 피부과 의사에게 물어보든지 책이라도 찾아보라”고 강조한다.

피부 연고의 경우, 무좀균과 같은 곰팡이를 죽이는 항진균 성분, 헤르페스 같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성분,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항생제 성분, 습진 등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성분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할 곳에 항바이러스 연고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무좀에 습진약을 바르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제발 신문 잡지 등의 ‘약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윤 교수는 충고한다.

윤 교수는 “피부과 약은 독하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중도에 끊는 경우가 많다”며 “피부병이 심해져 온 몸에 퍼지면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게 되고 사회활동에도 심각한 지장을 주므로 증상이 가볍다고 아무렇게나 치료하단 큰 일 난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과 의원이 미용 치료에 전념하는 등 ‘뷰티 숍’처럼 변해가는 현상에 대해선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갖고 싶어하는 욕망은 자연적인 것이며, 전문가 집단이 여기에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며 “그러나 너무 상업적으로 치닫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비싼 돈 들여 피부 관리를 받지 않더라도 피부 상식만 제대로 알면 얼마든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인 그가 5월 마지막주(26~30일)를 ‘피부건강주간’으로 선포하고 ‘피부건강 전도사’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한 피부를 위해 윤 교수는 ‘때 밀지 말 것’을 제일 처음 언급했다. 많은 사람이 때를 밀어야 피부가 매끈매끈 고와진다고 믿지만 때를 밀면 수분을 머금고 있는 각질층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지고 주름이 많아지는 등 피부노화가 촉진된다는 것. 윤 교수는 “때를 밀면 인체 최전방 부대인 피부 각질층이 파괴돼 공중에 떠다니는 세균이나 진균에 대항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세상에 때를 미는 피부과 의사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얼굴에 뾰루지가 많이 나 고생하는 여성들 중 상당수는 이태리 타월로 얼굴을 박박 밀어 세균이 침투했기 때문이란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기필코 때를 밀어야 적성이 풀린다면 목욕 후 즉시 피부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유지해 주라고 그는 덧붙였다.

두 번째 계명은 흡연과 지나친 음주를 삼가라는 것. 니코틴은 피부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피부의 재생력을 떨어뜨리고 피부를 거칠고 칙칙하게 한다는 것. 또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얼굴과 몸에 가는 실핏줄이 드러나게 되고, 세포조직의 수분이 빼앗겨 피부 각화(角化)현상을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과음한 다음날 얼굴과 눈이 퉁퉁 붓고 뾰루지가 날 때는 얼음찜질 등으로 피부를 조여준 뒤 소독효과가 있는 애프터셰이브 로션을 발라주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충고했다.

윤 교수는 아파트 생활과 샤워·사우나 문화의 확산으로 과거보다 피부가 몹시 건조해져 피부가 가렵고 거칠어지고 껍질이 일어나는 등 피부 노화가 촉진되므로 샤워 뒤엔 반드시 올리브유나 보습로션 등을 발라 피부 수분 유지에 신경 쓸 것 피부에 관한 한 햇볕은 백해무익이므로 과도한 자외선 노출을 삼가고 외출시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 피부엔 언제나 세균들이 득실거리므로 항상 청결히 관리할 것 밤샘 작업 등을 하면 피부의 신진대사가 저하돼 피부가 거칠어지므로 충분한 수면을 유지할 것 비타민과 미네랄 등 충분하고 고른 영양을 섭취할 것 모발과 손발톱을 깨끗하게 할 것 피부는 감정의 거울과 같으므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할 것 등도 ‘피부 건강법’으로 제시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