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과음·짜게 먹으면 뇌졸중 지름길

Fact/의학-건강 · 2009. 12. 3. 18:55
뇌졸중 전문
김종성 울산의대 교수



뇌는 목 앞쪽으로 올라가는 두 개의 경동맥과 목 뒤쪽으로 올라가는 두 개의 척추동맥 등 모두 4개의 큰 동맥에 의해 피를 공급받는다.
경동맥과 척추동맥은 뇌 안에서 고리모양으로 갈라져 뇌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하며, 이것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세포가 죽은 상태가 뇌졸중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에선 뇌출혈이 뇌경색보다 많았으나, 1993년 조사에선 뇌출혈이 30%선으로 줄었고, 최근 서울아산병원 조사에선 20%선까지 줄었다. 뇌출혈은 거의 대부분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며, 뇌경색은 고혈압·당뇨·흡연·고지혈증·심장병 등 훨씬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 고혈압 치료가 보편화된 데다 생활습관병(성인병)이 늘면서 뇌경색도 덩달아 늘게 됐다. 백인의 경우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90%까지 차지한다.



뇌졸중은 ‘운’이 크게 작용하는 병이다. 예를 들어 정수리 쪽 뇌인 두정엽이나 머리 앞쪽 뇌인 전두엽 부위에는 왠만큼 뇌세포가 죽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언어·운동·시력·감각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지만, 운이 좋아 신경을 살짝 비껴서 뇌졸중이 생기면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뇌가 호두알 크기만큼 죽었는데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이처럼 운이 좋은 경우를 ‘무증상 뇌경색’이라 하는데 국내에선 55세 이상의 절반 정도가 무증상 뇌경색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호흡·심장박동 등을 관할하는 뇌 아래쪽(뇌간)에 뇌졸중이 생기면 생명이 위험하다. 뇌간 부위가 심하게 손상을 받으면 손을 써볼 도리도 없이 바로 사망한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등 뇌졸중 예방에 힘써야겠지만, 그렇지 못해 뇌졸중이 생길 운명인 사람이라면 ‘안전한 곳’에 뇌졸중이 생기도록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뇌졸중, 특히 뇌경색이 일어나 쓰러진 경우엔 분초를 다퉈야 한다. 마치 물 속에서 수분 정도는 숨을 참을 수 있는 것처럼 뇌세포도 서너 시간 동안은 피가 통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따라서 신속히 병원에 데려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 등을 주사해야 한다. 우황청심환을 먹이거나 침을 놓는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환자를 죽이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막혀 혈액공급이 차단되고 3시간 정도가 지나면 뇌세포가 죽으므로 적어도 발병 3시간 이내에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병원에는 늦어도 발병 2시간 이내에 데려가야 CT·MRI 등의 진단을 거쳐 3시간 이내 치료가 가능하다. 병원에 데려갈 때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일 큰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좋다. CT를 갖춘 왠만한 종합병원에서 치료할 수도 있지만, 방사선 전문의가 상주하는 대형병원에 데려가야 보다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뇌출혈인 경우 아무리 큰 병원에 아무리 빨리 데려가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출혈부위가 매우 커서 뇌간을 압박할 정도가 아니라면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고 출혈이 흡수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최선의 치료법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저염식(低鹽食), 금연, 규칙적 운동, 체중관리가 중요하다. 짜게 먹어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이 압력을 받아 약해지고 동맥경화가 촉진되므로 염분이 많은 패스트푸드·가공식품 등을 삼가고 육류보다 야채와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담배 역시 혈관 벽을 손상시키며, 혈액을 응고시켜 뇌졸중 발병률을 높인다. 뚱뚱하면 뇌졸중의 원인인 고혈압·당뇨병에 걸리기 쉬워 자연히 뇌졸중도 쉽게 생긴다. 과음이나 스트레스가 뇌졸중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으나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과음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해야 한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심장병 등 이미 뇌졸중 위험이 높은 사람은 이 같은 원인 질환을 철저히 치료·관리해야 한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이 높은데도 당장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단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무증상 또는 일과성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은 뇌졸중 환자에 준해서 예방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재수’가 좋았을 뿐이며, 다음번 뇌졸중 발병 때도 ‘재수’가 좋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으므로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하는 등 뇌졸중 방지에 그야말로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