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맘들의 침묵

Fact/자녀-교육 · 2009. 12. 10. 14:08

‘…강남엄마’ 펴낸 김소희씨의 ‘똑똑한 겨울방학’
겨울방학, 그들이 조용해진다
남몰래 짠 ‘교육 작전’ 가동중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소희(41)씨는 맏딸 주현이가 초등 2학년일 때까지만 해도 방학의 중요성을 몰랐다. 직장생활이 바쁘기도 했지만, “어릴 때는 그저 실컷 놀리는 게 최고”라고 믿어서다. 그러던 어느 날 주현이가 고민을 털어놨다. “학교 가기 싫어요. 선생님 말씀을 다른 애들은 다 알아듣는데 나만 몰라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나름 ‘쿨(cool)한 엄마’라고 자부했는데 돌아보니 아이를 방치한 셈이었다. “그날부터 아이의 학습 태도와 장단점을 관찰했지요. 방학을 활용해 아이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학습지와 학원을 발품 팔며 찾아다녔고요. 학습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필요로 하는데 부모가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랍니다.” 덕분에 중학생이 된 주현이는 영어박사에 우등생. 직장을 그만두고 자칭 ‘에듀 서포터’로, 타칭 ‘반포동 교육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동네 엄마들 교육 상담에 하루가 바쁜 김씨는, “남들 하는 대로 쫓아가기보다 내 아이를 위한 대안은 뭘까 끊임없이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며 웃었다. 최근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상상하우스)를 펴낸 김씨에게서 겨울방학을 똑똑하게 보내는 비결을 들었다.

 
늦잠은 금물, 오전 시간을 활용하라


방학이라고 늦잠을 재워서는 안 된다. 평소와 똑같이 일찍 잠자리에 들어 일찍 일어나게 해야 오전에 부여되는 여유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김씨의 경우, 이 황금시간을 주현(13)·동현(10) 두 남매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태권도, 축구 등 학기 중엔 수업 때문에 띄엄띄엄 하던 운동을 매일 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운동이 끝나면 동네 도서관에 보내 책을 읽히거나 박물관·미술관 관람 같은 스케줄을 잡게 했다. “강요하진 않았어요. 방학의 여유도 만끽하면서 학원 가기 전까지 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했죠.” 단, 방학이라고 해서 학원 가는 시간을 늘리지는 않았다.


수학·과학·사회는 복습이 중요하다


방학을 이용해 선행학습에 주력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수학·과학·사회만큼은 복습이 더 중요하다는 게 김씨의 조언. 7차 교육 과정은 초등 1년 이후 10년간 테마별로 그 내용이 심화되는 교육이라, 지난 학기 중 놓친 내용들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다음 학년 수업을 수월하게 들을 수 있다. 지난 학기 풀어봤던 문제집을 다시 꺼내 풀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우리 공부하던 시절처럼 초등학교에선 쉬엄쉬엄 놀다가 중학교 들어가서 바짝 공부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거든요. 학년, 학기마다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않으면 다음 학년에 올라가 ‘기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다음 교과서에 나오는 장소로 체험학습을


다음 학기 교과서를 재미 삼아 들춰보면 방학 중 체험학습 일정을 짤 수 있다. 2학년이라면 교과서에 별자리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3학년을 대비해 천문대로 별자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 4학년 겨울방학에는 환경 관련 박물관이나 짚풀생활사 박물관이 좋다. 4학년, 6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들은 한국 역사와 세계사에 대해 만화형식으로 된 책들을 읽어두면 수업에 도움이 된다. “과학도 학습만화 같은 책들을 통해 그 개념과 용어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어요. 5·6학년으로 올라가면 도덕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책을 읽어보면서 토론의 기회로 삼아보세요.”


‘속 빈 강정’ 학원 조심하세요


모자란 과목을 보충하고 싶다면 학원을 활용하되, 아무리 유명한 학원이라도 발품은 필수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단 그 학원이 내세운 ‘진도표’를 꼼꼼히 살피자. 시간 대비 가르치는 내용이 너무 많은 곳은 ‘속 빈 강정’이니 주의할 것. “1주일에 한두 번, 수업 시간도 길어야 30분 안팎인데 1년 안에 CNN 영어까지 척척 듣게 해주겠다고 현혹하는 학원들은 피하셔야 합니다.” 원장과 교사를 반드시 만나보되 기자가 된 양 ‘질문거리’를 메모해 가서 상세히 물어보자. 원장에게 교육 경험이 있는지, 교사들의 경력은 탄탄한지, 방학 동안 배우는 내용과 양은 적절한지, 수업 환경은 쾌적한지, 셔틀버스 노선은 합리적인지, 어느 지역 아이들이 주로 오는지 등등.


‘테마’가 확실한 방학이 실속 있다


저학년의 경우 놀이로 하는 과학·수학 같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듣는데, 김씨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들은 흥미 유발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놀이로 접근하되 원리도 상세히 가르치고 관찰하는 훈련도 병행하는 학원이나 교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학원에 아이를 그냥 던져놓는 게 아니라, 부모도 그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다는 태도를 가져야 교육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올 겨울방학의 테마를 정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이것도 찔끔, 저것도 찔끔 하다간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어요. 이번 방학엔 수학, 이번 방학엔 역사, 하는 식으로 주제를 정하세요.” 아이만의 특별한 프로젝트도 수행해보자. “여행을 다니며 사진집을 만든다거나, 동화책을 만들어본다거나, 도자기를 구워서 미니 전시회를 여는 거죠. 어쨌거나 방학은 즐거워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