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EBS교재 딱 8권 보면 된다

Fact/자녀-교육 · 2010. 4. 10. 16:33



윤혜정 EBS 스타강사가 말하는 수능 학습전략

 

 

"문제 많이 푼다고 점수 잘 받는 것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 중요한 것은 개념과 유형이에요."

 

거침이 없다. 반말과 경어가 순간적으로 뒤섞이는 그의 강의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이 보고 있는 인터넷 강의(인강). 교육방송(EBS) 수능특강에서 최대 1만회 접속이 이뤄지는 `EBS 최고 스타 강사`라는 명성이 남다른 그의 미모 때문만은 아닌 게 분명했다. 윤혜정 EBS 강사(30)는 "아이들이 너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 EBS 인강을 병행하다 EBS 전속 강사로 데뷔한 지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그는 "눈앞에 아이들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가 있을 뿐 가르치는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서 "늘 학교 교사의 심정으로 강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임용고시를 거쳐 서울 면목고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EBS와의 인연은 지난 2007년부터. 일주일에 3개 강의를 맡았다. 반응은 폭발적. 올해부터 EBS 강화에 본격 나선 교육과학기술부가 그의 `스타성`을 간파하고 삼고초려한 덕분에 EBS 전속 강사로 활약 중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9개 강의를 진행한다.

 

사실 처음 그가 학생들 눈에 띈 것은 아무래도 `이왕이면 예쁜 선생님한테 강의를 듣자`는 이유가 컸을 법하다. 교사 시절 초기 거친 남고생을 상대로 수업하다 보면 곤란한 적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윤 강사는 "나한테는 `학생들을 꽉 휘어잡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 남고에서 수업을 했을 때부터 학생들과 같이 어울리고 소리도 엄청나게 지르고 했다"면서 "남학생들은 마구 대해도(?) 뒤끝이 없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EBS 강의에서도 그의 그런 `능력`이 제대로 먹히는 것 같다. 늘 그의 강의는 접속이 폭주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EBS 홍보팀 관계자는 "윤 강사가 인강의 스타 강사로 떠오른 데에는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했다. 윤 강사는 강의 후 버릇처럼 `수강후기` 게시판를 본다.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댓글이 달리는 코너다. 강의 평가에서부터 모르는 문제 질문, 진로ㆍ입시 상담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빼곡히 차오른다. 많게는 하루 100건 이상이 된다. 그 많은 내용을 그는 꼬박 꼬박 답변해 준다. 강의 중간 중간 틈 나는 대로 들어가고, 집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답변을 한다. 간단히 `그렇다` `아니다`로 답해주는 답글이 아닌 만큼 답변하는 데 적잖은 공을 들여야 한다. 강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것부터 공부 방법, 시험 전략 등을 세심하게 적는다. 윤 강사는 "수강후기 답변하는 데 하루 5시간 넘게 걸린 적도 있었다"면서 "학생들 질문 내용에 일일이 답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 글들을 보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교과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EBS 강의에서 수능 문제 70%를 내겠다"고 하자 바로 학원가에 `EBS 요약 특강`이 등장하는 역효과를 지적해 봤다.

 

윤 강사는 "시간은 촉박하고 학원의 달콤한 유혹으로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EBS 수능강의를 믿고 따라가는 게 정도"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언어영역의 경우 딱 8권만 보면 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수능특강`, 그리고 여름방학 기간 진행되는 `10주 완성`, 마지막으로 10월부터 수능 직전까지의 `파이널 모의고사` 이렇게 3권과 `인터넷 수능` 시리즈의 5권(시문학, 소설문학, 쓰기ㆍ어휘ㆍ어법, 비문학, 극ㆍ수필)이면 된다.

 

모든 강의는 4명의 강사가 수준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해 보면 된다. 윤 강사는 내신 2~3등급 중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의 강의는 예습-본강의-복습 등 3단계로 요약된다. 예습은 그가 독창적으로 만든 `개념노트`를 보면 된다. 학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개념, 용어 등이 정리돼 있다. 이어 본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역시 그가 작성한 `유형잡기`로 복습을 하도록 한다. 유형잡기에는 지난 6년간 수능과 평가원 시험 기출문제가 유형별로 정리돼 있다.

 

윤 강사는 "수능이 생긴 지 15년이 넘었기 때문에 매년 지문은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되게 마련"이라며 "많은 지문을 대한다며 문제만 푸는 학생들을 보곤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절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능대비 고3 학습전략에서도 그는 `개념`과 `유형`을 강조했다. 그는 "언어영역도 개념이 중요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실제 화자가 뭔지, 소설의 구성이나 갈등의 종류, 각종 수사법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면서 "방학 전까지 개념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학 중에는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유형에 익숙해지는 노력을 하고 방학 후 수능 전까지 모의고사 등을 통한 실전 연습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윤 강사의 공교육 살리기 아이디어 한 가지. 행정 담당 교사와 수업 담당 교사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잡무 때문에 밤 9~10시에 퇴근할 때도 많다"면서 "잡무만 줄여주면 더 좋은 학교 수업이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윤 강사는 "EBS는 어디까지나 2차고 1차는 일선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며 "학부모, 수험생들도 선생님을 믿고 EBS는 단지 보조로서 대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EBS와는 1년간만 계약했다. 1년 후에는 미련 없이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강사는 "학원가로 가는 일은 절대 없다"며 다시 한번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내년 3월 그가 학교로 돌아갈 무렵에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은 공교육 환경이 자리잡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