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명문대 보낸 엄마 6인의 교육 노하우

Fact/자녀-교육 · 2010. 5. 31. 17:42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은 처음부터 자녀교육을 완벽하게 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들도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들이 지난 경험을 통해 말하는 '좋은 교육'과 '잘못된 교육'은 무엇일까? 자녀를 서울대 화학부에 보낸 강복만(47)씨,고려대 경영학부에 보낸 강민애(48)씨,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 보낸 박선예(45)씨, 연세대 의과대학에 보낸 원경임(49)씨, 서울대 생명공학부에 보낸 이선모(46)씨, 고려대 국제어문학부에 보낸 이춘은(49)씨 등 엄마 6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렇게 해보세요

<공부 습관은 미리…입시 정보는 정확히>

 

◆초·중학생 때 공부 습관 잡고, 학원 등 선택권 은 아이에게 줘라

 

6명의 엄마 중 초등 저학년 시기에 보습학원에 보낸 경우가 없었다. 어릴 때는 놀이, 체험학습을 중시하고, 책을 많이 읽게 했다. 강민애씨는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체험교육을 많이 시켰다. '오늘 무엇을 느꼈는지 같이 정리해 볼까?'라며 경험한 것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왔다"고 말했다. 공부 습관을 잡아준 것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 시기였다. 강복만씨는 "초등 고학년 때 매일 정해진 양을 공부하며 책상 앞에 앉아있는 습관을 들였다. 초·중학교 때 공부 습관을 잡아주면 고교 때는 손댈 것이 없다"고 전했다.

 

시기마다 적절한 사교육을 시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었다. 강민애씨는 4년 전 첫째 아이를 민족사관고에 진학시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초·중학교까지 사교육을 시킨 적이 없지만, 민사고 원서를 내기 전 여름방학 4주 동안에만 학원에 보냈다. 지방에 사는 터라 입시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입시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꼭 필요할 때는 사교육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다. 원경임씨는 "학원 정보는 제가 알아봤지만, 아이가 직접 가서 수업을 들어보고 수강 여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유명 학원보다는 아이에게 잘 맞는 동네 학원에 보냈다. 이춘은씨는 "이름이 없어도 성실한 강사가 우리 아이에게 더 집중해서 잘 가르쳐 효과가 높다"고 귀띔했다.

 

 

◆교육·입시 정보 정확히 파악하라

 

고3 때는 섣불리 공부방법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이춘은씨는 "고3에 올라가 학교에서 자습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갑자기 공부환경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하던 대로 정규수업만 마치고 학원에 가서 자습하게 했다"고 말했다. 강복만씨 역시 "서울대 면접을 보기 전 어느 학원에서 무료로 가르쳐준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아이와 상의한 끝에 보내지 않았다. 그때까지 하던 대로 심화학습 교재를 사서 혼자 공부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또 목표대학에서 원하는 능력·인재상이 무엇인지, 올해 입시제도는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강민애씨는 "아이가 민족사관고 국제반에 다녀 대학별 글로벌전형을 중점적으로 봤다. 고교에서 쌓은 다양한 비교과활동 중 실제로 입시에 쓰인 것은 3~4가지 정도였다. 입시 전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자신의 스펙 중 무엇을 부각시킬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중학생일 때부터 대학 입학상담실을 찾았다는 이춘은씨는 "한번 가면 다음부터는 입학설명회가 있을 때마다 대학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목표 대학의 입시 정보를 꾸준히 모으며 동향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엄마들은 또 "학교선생님을 자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교과 담당 선생님과도 면담을 해서 문제점과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좋다. 박선예씨도 학교를 전적으로 믿었다. 비교과도 학교 동아리나 학교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서 했다. "학교 동아리에서 경제경시대회 등에 참가했고, 서울대 구술면접도 학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2~3개의 모임에 참석해 교육 정보를 나눴다. 특히 학교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학교 학부모 모임은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좋다. 박선예씨는 "교육 정보는 많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제 경우에는 일반고 학생도 민사고에서 경제 AP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시험을 치르게 했다. 아이가 경제·경영학과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하기 싫어할 때는 자유롭게 놀 시간을 줘라

 

사춘기를 잘 넘긴 비법은 '대화'이다. 강민애씨는 "가족끼리 평소 등산하면서 아빠와의 대화시간도 자주 만들었다. 아빠와 정치·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며 사고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원경임씨는 "고등학교 때는 학교·학원 때문에 대화시간이 부족해 학원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동안에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또 공부하기 싫어할 때는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강복만씨는 "사춘기 무렵에는 학원도 보내지 않고 마음껏 멋을 부려보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게 했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엇나갈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엄마는 너를 믿는다"는 말만 들려줬다. 이선모씨도 고3 때 하루에도 2시간씩 기타를 치거나 농구를 하는 아들을 말리지 않았다. 원경임씨 역시 "중3 무렵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기에 재촉하지 않고 그냥 놔뒀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중학교 3학년 때 아이가 '중3 성적이 대입에 반영되느냐'고 묻기에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중3 겨울방학에 스키를 타러 가는 등 느슨하게 보내더군요. 당시 학교 시험에서 50점을 받은 과목도 있었지만, 저도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죠. 놀고 싶을 때 실컷 놀아본 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는 하지 마세요

<학원 맹신·엄마모임 추종·스펙 올인>

 

◆알찬 정보 주는 엄마 모임도 때로는 해가 된다

 

여섯 명의 엄마들은 한결같이 "학원을 함부로 바꾸지 마라"고 강조했다. 이춘은씨는 "첫째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성적이 떨어지면 학원을 탓하며 한 학기에 세 번이나 바꾼 적도 있다. 좋다는 학원, 최고 명강사·명강의는 전부 찾아다녔지만,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이 경험 덕분에 둘째아이는 고3까지 5년간 같은 학원에 보냈고, 아이도 일관성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경임씨 역시 "더 좋은 강사가 있다고 해서 몇 달을 기다린 끝에 겨우 아이를 보내봤는데, 아이가 '예전 선생님이 더 낫다'고 해 다시 옮긴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강복만씨도 "공부 습관만 잘 잡혀 있다면 인터넷 강의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은 학원에 보내야 성적이 오른다는 편견을 버려라"고 조언했다.

 

특히 고3 마지막 시기에 수많은 유혹이 찾아온다. 상위권 아이일수록 9월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면 부족한 과목만 골라 그룹과외를 하자는 권유가 줄을 잇는다. 고3 2학기에 그룹과외 제의를 받았다는 이춘은씨는 "다행히 아이가 잘하는 언어영역이어서 하지 않았지만, 만약 부족한 영역이었다면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 불안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싼 그룹과외를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 참여했던 아이들 대부분이 재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정보를 얻는 데 최고라는 '엄마 모임'도 때로는 독이 된다. 박선예씨는 "언어영역이 약한 것 같아 모임에서 추천하는 좋은 학원에 보냈고, 학원에서 초청한 유명 강사의 일년 과정 수업에도 등록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며 아이가 두 달 만에 그만뒀다.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거나 기출문제를 풀었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모씨 역시 "모임에서 들은 대로 이것저것 따라 하기보다 엄마가 자기 소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복만씨는 "마음이 조급해져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외고에 보내려고 중3 때 급하게 외고 입시학원에 보냈던 경험 때문이다. 그동안 학원에 다닌 적이 없으니 어떤 곳인지 경험해보라는 뜻도 있었다. 강씨는 "일 년간 보내보니 혼자 했던 공부가 훨씬 효과적이었고, 외고 입시에서도 낙방하는 바람에 아이가 상처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너무 느긋하게 생각하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선모씨는 "중3 일 년을 미국에서 보내고 고1 2학기에 돌아와보니, 이미 고교 수학 과정을 마친 아이들이 많아서 당황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그때까지 학원이나 선행학습을 시킨 적이 없어 한국에 돌아가서 공부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아이 혼자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하기 시작해서 2학년 겨울방학 무렵에야 겨우 기본 개념 정리를 끝냈어요. 그리고 두 달 정도 학원에 다니며 문제풀이에 집중했죠. 한동안은 수학시험이 있는 날이면 긴장을 하고, 시간 내에 풀기 어려워하는 등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아이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미리 수학을 준비했다면 훨씬 수월하게 공부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 무시하고 스펙 쌓기에만 매달리지 마라

 

아무리 스펙이 중요해졌어도 대입의 기본은 내신과 학교생활 관리, 수능 성적이다. 엄마들은 "기본을 소홀히 한 채 비교과에만 매달리지 마라"고 강조한다. 이춘은씨의 말이다.

 

"간혹 입시에 성공한 한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그 방법에만 올인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봉사활동으로 대학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사활동만 시켰다가 실패한 엄마도 봤죠. 사실 봉사활동도 어떤 기준 시간 이상만 충족하면 돼요. 실제 합격 여부는 내신성적 등 다른 요소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펙, 즉 비교과활동 경력이 많을수록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것도 오해이다. 장래 진로와 목표 대학·학과 등을 명확하게 정하고 그에 맞는 스펙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강민애씨의 말이다.

 

"저는 어떤 활동이든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봐요. 학생회 활동, 봉사활동, 토론·리더십 대회 참가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인성이나 사회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쳤죠. 하지만 '입시'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인턴십 활동이나 대학 논문 작성 등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도 많았어요. 원서를 쓸 때 모든 비교과를 다 쓸 수는 없거든요. 대학과 학과, 전형에 맞는 활동을 골라서 쓰고, 면접에서도 서류에 쓴 내용을 염두에 두고 일관성 있게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 아이의 재능이나 관심사와 상관없이 엄마가 원하는 대로만 교육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영어를 잘하고 수학에 약한 아이라면 수학을 더 잘하게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수학은 기본만 갖추게 하고 영어와 언어, 사회탐구 영역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이춘은씨는 "먼저 내 아이의 수준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단 보내고 보자'는 안이한 생각 대신, 아이가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