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나의 힘”… 영윤이의 민사고 합격기

Fact/자녀-교육 · 2009. 12. 10. 13:57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아이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책을 읽곤 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부터 했으면 좋겠는데 계속 소설책만 읽어대는 딸이 걱정스러워 엄마는 책을 장롱 속에 숨기기도 했다. 하지만 딸은 기어코 책을 찾아내 끝까지 읽었다. 올해 민족사관고 국제계열에 합격한 김영윤(15·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중3·사진) 양은 소문난 책벌레다. 초등학교 6년간 읽은 책이 1000권이 넘는다. 김 양과 어머니 이은경(43) 씨는 합격의 비결로 독서를 첫 번째로 꼽았다.》

 

● 작년 최연소 토플 만점… 영어공부법 책 내기도


김 양은 아버지의 해외 근무 때문에 미국 새너제이에서 3세 때부터 3년 반 동안 살았다. 어머니는 김 양이 영어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틈나는 대로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 테이프를 들려줬다. 그 결과 우리말로 된 책은 물론 영어로 된 책도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됐다.


김 양은 글쓰기도 좋아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는 매일 영어로 일기를 썼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꼭 감상문을 썼다.


“영어로 일기와 독서감상문을 쓰면서 글쓰기 실력은 물론 사고력도 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몇 줄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독서하면서 읽었던 구절을 적용해서 문장을 만들었어요.”


김 양은 지난해 국내 최연소 나이로 토플(CBT) 만점을 받았고, 자신의 영어 공부법을 담은 ‘열네살 영윤이의 토플 만점’(문학사상사)이란 책을 5월 출간하기도 했다.


영어에 소질이 있던 김 양은 처음엔 외국어고에 진학하려 했다. 그러나 중1 때 민사고 주최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뒤 민사고로 바꿨다. 민사고를 직접 방문해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 분위기와 전국의 수재들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보고 꼭 입학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중2를 앞두고 민사고에 가기로 결정했지만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민사고는 영어, 수학, 국어 실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내신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특히 암기과목은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꼼꼼하게 필기하고 경청했다.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0등 이내의 성적을 유지했다.

 


● ‘취약과목 수학’ 극복 위해 공부시간 절반 투자

 
영어는 자신이 있었지만 수학이 가장 급해 학원도 다녔다. 민사고를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서 올림피아드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고 있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김 양은 전체 공부시간 중 수학에 50%, 국어·논술 30%, 영어에 20%를 할애할 정도로 수학에 많은 시간을 썼다. 수학은 일단 닥치는 대로 많은 문제를 풀었다. 오답풀이에 특히 신경을 썼다. 왜 틀렸는지를 분석한 뒤 수시로 반복해 푼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


또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개념정리 메모장에 헷갈리거나 자주 실수하는 단원 요약과 주요 수학 공식, 문제 풀이법을 적어 항상 갖고 다녔다. 그 결과 민사고 주최 수학경시대회에서 3등급을 받았다.

 


● 국어 공부하며 한자의 중요성 절실히 느껴


민사고에 지원하려면 국어능력인증시험을 봐야 한다. 김 양은 논술이나 작문은 자신이 있었지만 띄어쓰기, 맞춤법 등의 국어 문법은 영 자신이 없었다. 일정 수준의 점수를 받기 위해서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문법은 외우고 또 외웠다.


김 양은 “국어 공부를 하면서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며 “한자를 많이 알았다면 국어 공부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는 지금까지 갈고 닦은 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했다. 김 양은 영어공부의 비결을 “많이 읽되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쉬운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자신감이 붙으면 흥미 위주의 독서에서 벗어나서 과감하게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요. 미국 지리교과서를 읽으면서 영어와 지리 공부를 함께했어요.”


이 씨는 “민사고 준비는 최소한 1년 전부터 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 독서나 공부시간을 빼앗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초등학교 때는 수학 및 응용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은 물론 논리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2007 민사고 합격자 살펴보니


2007학년도 민족사관고 최종 합격자의 경우 토플 고득점자가 전년도에 비해 많아졌고, 민사고 주최 수학경시대회 상위 등급자의 불합격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지난해와 달리 국제계열 인원을 전체 정원 155명 가운데 60%인 91명이나 선발하면서 지원자들의 토플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합격자의 토플(CBT) 평균 점수는 271.46점. 국제계열 합격자는 283.14점으로 2005학년도 265점, 2006학년도 271점보다 크게 높아졌다. 올해 일반계열 평균은 254.32점이다. 이에 따라 토플 고득점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 분당 등 서울과 일부 경기 지역에 최종 합격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합격자 155명 가운데 서울지역 중학교 출신이 76명(49%), 경기가 49명(31.6%)이었다. 또 강남구(22명), 분당 등 성남시(19명), 일산 등 고양시(17명), 서울 양천구(12명), 서울 송파구(6명) 순이었다.


서류전형에서는 안정된 내신 성적, 다양한 수상실적 등 성실한 학교생활을 한 학생 가운데 토플 고득점자로서 민사고 주최 수학경시대회 6등급 이내의 학생들은 대부분 통과했다.


예년과 달리 수학경시대회 상위 등급자라고 하더라도 토플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들이 대거 탈락했다.


영재판별검사의 경우에는 1교시에 치러졌던 언어·사회영역에서 논술(국제계열:영어논술)의 영향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된 국어능력인증시험은 ‘고교 교육과정 수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갖춘 상태’에 해당되는 5급 이상이 125명이나 됐다. 국어능력인증 시험성적은 내년 민사고 입시부터는 정식 전형요소로 채택된다.


따라서 민사고 준비생들은 수학은 물론 토플 점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서류 통과의 경우 수학경시대회 등급은 6등급 이내(국제계열은 4등급)로, 토플점수도 일반계열의 경우 250점 이상 돼야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영재사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