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원한다, 간섭이 아닌 관심을…

Fact/자녀-교육 · 2009. 12. 10. 13:20

두 아들 과학영재로 키운 김희재씨

 

주부 김희재(45·서울 염창동)씨는 평소에 전화기를 꺼놓을 수가 없다. 과학영재로 소문난 두 아들들의 공부 비결을 묻는 엄마들 때문이다. 김씨의 큰아들(17)은 한성과학고 조기졸업 후 카이스트(KAIST)에 재학 중이고, 작은 아들(15)은 올해 서울과학고 입학을 앞두고 있다.
각각 화학·수학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들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가져다 주면 ‘아낄 줄 모르고’ 읽어 치우는 독서광이다. 큰아들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집중력과 탐구력이 뛰어나고, 작은 아들은 과학뿐 아니라 언어표현력도 뛰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주변에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내 아들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아니다. 학원 선택 요령,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심리적 조언까지 김희재씨의 교육 콘텐츠는 여느 전문가 이상이다. 최근엔 목동·대치동 학원가로부터 컨설턴트 영입 제의까지 받았다. 김씨의 비결을 들어봤다.

 
▶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라


시험점수, 교사들의 말,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학원과 교재까지, 엄마들의 머릿속은 온갖 정보로 넘쳐난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수준이 어떤지, 필요한 공부가 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부모는 공부를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터놓고 의논할 상대가 돼야 한다.

아이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보충할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효과가 있다. 학원을 알아보더라도 엄마가 아이의 성향과 능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줘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얻어낼 수 있다.


▶ 단기목표에 맞춰 움직여라


초등학생에게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 장기적인 시야를 갖되, 학교시험·경시대회·방학 등 단기목표를 세워 계획을 짜고 학원도 선택해야 한다. 공부 욕심이 많은 상위권 중학생이라면 특목고 합격을 목표로 해서 다소간의 선행학습을 해야 전체를 보는 눈을 키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하위권이라면 영어·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학교진도에 맞춰 반복학습 위주로 해야 한다. 이때도 물론 본인의 자발적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진로를 정해놓고 몰아붙이지 말고, 현재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지 않은가.


▶ 자기만의 세계는 지켜줘라


상담해준 학생 중 두 달 만에 평균점수가 50점대에서 80점대로 도약한 경우가 있다. 비결은 자신을 잘 알아주는 소위 ‘필(feel)이 통하는’ 선생님과 교류를 시작한 것. 사춘기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나 취미에 엄청 몰입하면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 대상이 공부가 아닐 경우가 많지만, 일단 누군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믿어주면 그 에너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큰아들의 경우, 고교시절 내내 밴드부에서 전자기타를 쳤는데, 억지로 말리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 나름대로 풀어야 할 뭔가가 있는 것이다.


▶ ‘간섭’이 아닌 ‘관심’을


부모의 관심과 간섭의 차이는 ‘긍정적인 시각’과 ‘신뢰’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아이들은 간섭은 싫어하지만 관심은 끊임없이 요구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에 열광하지만, 부모들은 그것을 싫어한다. 자칫 ‘네가 공부를 제대로 할지 못 믿겠으니 당장 그만두라’는 메시지로 전달되기 십상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인 안정과 자신감이 공부의 가장 큰 토대다.


▶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빠들은 대개 아이들 교육에 관심 없이 지내다 중·고교 때 결과만 가지고 아내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아들은 이성(異性)이며, 그 차이를 메워줄 사람은 아빠다.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아빠의 역할은 매우 크다. 아들들이 아빠를 실수로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고, 시사이슈와 최근의 독서 등 모든 소재를 가지고 무궁무진한 대화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