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학습지ㆍ학원 영어공부 별도움안돼"

Fact/자녀-교육 · 2009. 12. 10. 13:16

전종섭 교수팀 서울대생 280명 분석…"나홀로 노력ㆍ집중이 최고"
원어민교사 수업효과는 `착시현상'…외국 일정기간 체류는 `효과'

어릴 때 학습지나 과외ㆍ학원을 통한 영어공부가 어른이 됐을 때 실제 영어구사 능력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종섭 한국외대 언어인지과학과 교수와 황윤희ㆍ이시연 서울대 대학영어 초빙교수는 6일 공개한 `유소년기의 다양한 영어 학습방법이 고급영어 구사능력 달성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서울대 재학생 280명이 한 학기 동안 제출한 `쓰기와 말하기' 영어능력 표준점수와 영어학습 방법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어린 시절 학습지나 과외로 공부한 학생보다는 외국체류 경험이 있거나 혼자서 문법과 독해, 어휘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학생의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는 학원이나 영어과외 경험은 기초적인 통계분석에서는 성장한 뒤 영어실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나타났지만 `계층적 다중회귀 분석' 기법을 이용한 심층분석 결과 별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기초분석에서 관찰된 원어민 교사 수업 효과의 유의미성은 해외체류 경험 등 다른 요인과 상관관계를 갖는 데서 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것.
한국인 교사에게 학원과 과외 수업을 받은 경험 역시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영어 숙련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모ㆍ형제와 간단한 대화를 영어로 나누는 것 ▲한국인 교사가 가르치는 유치원이나 학원ㆍ과외 수업을 받는 것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받는 것 등도 영어실력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반면 어린 시절 일정 기간 해외에 거주했거나 고급 수준의 문법과 독해, 어휘, 듣기 공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학생 연령을 감안할 때 5∼15년 전의 학습지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영어를 잘 하려면 학습지를 구독하거나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는 열심히 노력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정 영어 학습지를 구독해도 결국은 머리 싸매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 사람만이 좋은 성과를 얻었고, 원어민 학원을 다닌다 해도 결국은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사람만 영어를 잘 하게 됐다"며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이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 중의 비법을 찾아 다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논문은 어쩌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죽어라고 노력한 사람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학문적으로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