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나서 학원·과외 시킨 적 없어요”

Fact/자녀-교육 · 2009. 12. 10. 13:12

자녀 넷 모두 우등생 웅진닷컴 김준희 대표의 교육법
공부하는 이유 스스로 느끼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간섭 안해
책은 닥치는 대로 읽혀


 
자녀교육 방식은 가정마다 조금씩은 다르기 마련이다. 부모의 성향과 철학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친구·이웃 등 주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부모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자식의 태도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자녀교육에 정답은 없다.

딸 셋, 아들 하나의 4남매를 둔 웅진닷컴 김준희(48) 대표, 아내 이현숙(47)씨 부부의 자녀교육법은 정답은 아니어도 모범답안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남들 하는 것 따라 하지 않고, 자녀교육에 조급해 하지 않는, 자유방임형에 가까운 자율형 교육방식을 고집한다.

김 대표는 1984년 웅진닷컴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했다. 살림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이 가족은 아내 이씨의 주도로 1992년 김포시 고촌면의 한 농가로 이사했다. 남들이 자녀를 좀더 나은 대학으로 보내겠다며 좋은 학군으로 몰려가는 게 요즘의 세태지만, 개의치 않고 현재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현재 큰딸(서영)은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4학년, 둘째딸(서진)은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2학년, 셋째딸(서인)은 김포고 2년, 넷째아들(희균)은 고촌중 2학년이다. 딸 셋 모두 김포여중, 김포고 동창이다.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마라, 그냥 내버려둬라

 

자녀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뭐든 싫다고 하면 강제로 시킨 적이 없다”고 했다. 첫째와 셋째는 유치원에 잠시 다녔으나 싫다고 해 그만뒀다. 어려서부터 밥도 억지로 먹게 하지 않았다. 대신 식사 시간이 지나고 먹으려 할 때는 직접 차려 먹도록 했다. 막내 희균은 “우리들을 믿고 자율에 맡기시는 편”이라고 했다.

공부도 마찬가지. 김 대표는 “억지로 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과외나 학원도 절대 부모가 나서서 하라고 시켜본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슨 과목이 부족하니까 학원에 보내 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는 보낸 적이 없고, 보내 달라고 해도 마지못해 보냈다”고 했다. 둘째 서진양은 “부모님이 오히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스스로 내가 장차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막내 희균도 “누나들이 알아서 공부하는 걸 보고 나도 알아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학원·과외 대신 책 많이 읽게 하라

 

네 아이 모두 초등학교 때는 아버지 회사의 학습지를 2과목씩 했다. 하지만 중·고교에서는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 다닌 적은 거의 없다. 특히 중학교 3년간은 네 명 모두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큰딸 서영은 고2 겨울방학 때 수학 단과학원에 다닌 게 전부다. 둘째 서진은 수학의 경우 언니와 똑같고, 수능시험 후 논술학원에 잠시 다녔다. 현재 고2인 서인은 곧 3학년이 되지만, 방과 후 학교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여는 논술특강반을 들을 뿐, 학원에는 가지 않는다. 막내 희균 역시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다. 반에서 2~5등 사이라는 희균은 “반 친구들 거의가 학원에 다녀 때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아직은 참고서를 보거나 문제집을 풀며 혼자 공부해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큰딸 서영이 한때 “이런 시골에 살면 친구들이 좋은 대학 갈 수 없대”라며 이사 가자고 울고불고 했지만 부부는 이를 무시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엄청 읽었다. 김 대표는 회사에서 나온 전집·단행본을 갖다주었다. 네 아이가 저마다 초등학교 6년간 읽은 책만도 500권이 넘는다고 한다. 이 탓인지, 네 명 모두 중·고교 등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도 쑥쑥 올라갔다. 첫째 서영은 중학 때는 성적이 중간 정도였으나 고교 때는 두각을 나타냈다. 둘째 서진은 중학교 때 전교 20등 안팎이었으나, 고교 때는 전교 1~2등을 했다. 셋째 서인 역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상승하더니 지금은 전교 1~2등을 다투며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이해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장은 효과가 나지 않아도 장기적으론 분명 효과를 보게 된다”고 했다. 둘째 서진양은 “책을 많이 보니까 다방면에 지식이 쌓여 무슨 얘기를 들어도 이해가 빠르고,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게 되면서도 내용 파악이 빨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돈 주는 법도 큰 교육이다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정해진 용돈 이외엔 달라는 대로 용돈을 주지 않았다. 정해진 용돈도 매우 짠 편이다. 다만 그 이외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스스로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초등학교 때는 일정 분량의 성경이나 책을 읽으면 100원, 200원을 줬다. 마당의 잔디를 깎거나 텃밭의 고추를 따거나 설거지를 해도 약간의 용돈을 받을 수 있었다. 첫째는 올 초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간병을 해서 짭짤한 용돈을 벌었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노력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부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김 대표가 자녀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부모의 일관성이다. “어떤 때는 용돈을 엄격히 주다가 어느날 갑자기 풀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관된 원칙 없이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행위는 최악의 자녀교육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자녀가 거짓말을 할 때는 제일 많이 화를 냈다. 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명확히 했고, 안 되는 것은 자녀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허락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누구든 어떤 자녀교육 방법을 쓰더라도 걱정이 있게 마련이고, 고비도 있으며, 왜 이 방법을 썼을까 고민도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신념을 가지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녀들이 스스로 원하기 전에는 절대 학원에 안 보낸 데 대해서도 “나의 신념을 믿었고 대학을 못 가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를 가졌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