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나는 왜 비싸게 사서 싸게 팔까?

Fact/법률-경제 · 2010. 4. 12. 17:45


[가정경제119]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 중에 개미들의 주식투자 실패를 빗대어 표현한 이야기가 있다. '살까 말까 어영부영하는 동안 주가는 오르고, 내가 딱 사는 그 순간부터 주가가 떨어지고, 주식을 팔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오르고, 지나고 나면 왜 그때 안 샀을까 후회하고, 그때 팔지만 않았어도 지금 수익이 얼만데 하면서 땅을 치는 것'이 바로 주식이라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주식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내용인데 왜 사람들은 번번히 투자에 실패하는 것일까?

 

주식, 나는 왜 비싸게 사서 싸게 팔까?

 

실전 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는 테리 번햄(Terry Burnham) 전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 즉 '경제적 선택에서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도마뱀의 뇌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현대 (금융)자본주의 사회와 맞지 않으며, 특히 투자의 세계에서는 의사결정의 비합리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이익보다 손해를 훨씬 더 싫어한다. 이것을 '손실 회피도'라고 부르는데, 얼핏 보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누가 돈을 잃는 걸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돈을 조금 잃기 시작했을 때의 심리를 생각해 보라. 돈을 잃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이 고집을 부리는 동기를 유도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손실을 본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피하기 위해, 크고 터무니없는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1995년 영국 베어링스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간 악명 높은 트레이더 닉 리슨의 파생상품 거래가 그것이다. 리슨 역시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는 첫 거래에서 극히 적은 액수를 잃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오명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금액을 늘려갔고, 결국 10억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남기고 230년 전통의 가장 명성 있는 금융기관 중 하나인 베어링스를 파산시킨 인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도마뱀의 뇌'란 우연하게 보이는 현상 안에서 일정한 '규칙과 패턴'을 찾는 노력을 상징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 조상들이 직면해왔던 문제들(예를 들어 언제 어디로 가면 열매를 찾을 수 있고, 어느 길목을 지키고 있으면 사냥감을 포획할 수 있는지 등)을 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과거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복잡한 사회가 쏟아내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은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매를 수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며 거처를 찾는 데는 유용했지만, 시장을 항해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꾼일 수밖에 없는 유전자가 바로 도마뱀의 뇌라고 말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바로 이 능력으로 인해 '먹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먹이가 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투자 실패를 했을 때 패배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 판단임에도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거나 완강하게 버티는 경향이 있다.

 

주가는 임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 안에서 반복적인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투자이론에서는 이것을 기술적 분석이라고 부른다). 주식을 살 때가 있고 팔 때가 있는데, 사람들은 탐욕, 두려움, 불안, 공포 등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늘 반대로 행동하면서(높을 때 사고, 낮을 때 판다) 스스로 손실을 만드는 것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한 마디로 인간의 '본성'은 시장의 질서와 운영 시스템에 맞지 않으며, 시장은 사람들을 실패하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먹이가 되는 시장은 그 자체로 비열하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는 이렇게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면서 작동된다.

 

작게는 개인의 투자실패로부터 크게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까지 많은 사실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이러한 사고패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번햄 교수의 설명이다.

 

도마뱀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나

 

자, 그럼 도마뱀의 뇌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지금 당신이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하자.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부동산을 선택한다. 왜? 대한민국의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불패신화'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국 부동산 주택가격 동향 (2010.3 / 국민은행) 주택가격 장,단기 가격 추이 및 동향 

 
 

투자 시기와 대상을 결정하기 위해 시장조사에 나선 당신은 인터넷에서 아래의 그림을 접하게 된다(그래프 왼쪽은 지난 2년간 전국 매매가격 증감률을, 오른쪽은 지난 25년간 부동산 매매가격지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부동산 매매가격은 변동폭이 컸고 장기적으로는 가격상승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진폭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부동산은 오르기 마련이야. 역시 한국에서는 부동산만한 재테크 수단이 없어. 실제로 지난 30년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또 지금은 분명 상승기류를 타고 있지 않은가?"

 

패턴 찾기의 '달인'인 도마뱀의 뇌는 이렇게 속삭이며, 당신에게 또 한번 강한 믿음을 선사한다. 일상에 매어 살아가는 월급쟁이가 투자처를 찾기 위해 지도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좋은 매물과 적절한 매매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동창회에서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 진다.

 

커가는 아이들 때문에 주택 확장을 고민하다가 무리가 되긴 했지만 좀 큰 평수의 아파트를 샀는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이자비용을 빼고도 남을 만큼 투자수익이 났다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당신은 (부동산 투자 및 보유에 따른 손익계산에 대한) 심사숙고 절차를 건너뛰고 마침내 '무리'를 하기로 결정한다(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DTI 한도까지 대출을 일으키고, 부족한 돈은 부모님에게 빌리고, 적금 통장을 깨는 등 실제로 동원한 무리수의 내용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음).

 

그렇다면 (도마뱀의 뇌가 내린) 이 결정은 잘한 것일까? 수익률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내리고 지가 상승이 이루어졌다면 투자수익률은 좋을 것이고, 그 반대(금리 상승 및 지가 하락)라면 나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률 그 자체가 아니다.

 

투자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하더라도 이익 실현(부동산 매매에 따른 차익 확보)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자부담에 따른 삶의 질 저하와 부의 효과(Wealth Effect,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 자산효과라고도 함)에 따른 현금흐름 왜곡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만일 반대의 경우라면? 당신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가지고 있으나 그 집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로 살거나 또는 곧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당신의 결정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당신을 향해 도마뱀의 뇌는 '패배를 인정하고 손실을 최대한 줄이라(주택 매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수익의 가능성이 있으니 버티라(계속 보유)'고 말한다. '부동산은 반드시 오른다'는 패턴(불패신화)을 환기시킴으로써 '현금흐름이 망가지더라도 집을 팔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각한 신용위기와 그로 인한 재정적 파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70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 통계조차 의미가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 등의 존재가 그 증거다).

 

주가 떨어진대... 나도 이 참에 확 팔아?

 

이제 두 번째 투자처인 주식 시장으로 가 보도록 하자.

 

아래 그래프는 직전 2년간의 펀드 수익률을 나타낸 표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몇 년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죽을 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 2년간의 누적평균 수익률로 볼 때 적립식 투자는 8.9%의 수익률(이익)을, 거치적 투자는 -9.3%의 수익률(손실)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2년 전에 적립식으로 간접투자를 한 사람은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 유형별 펀드 수익률 분석 (2007.11-2010.1) 직전 2년간 간접투자상품(펀드) 수익률 분석 

 


일반적으로 적립식 투자(정기 정액 구입방식, dollar cost-averaging)는 매우 좋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방법은 주가가 일정하게 상승하는 종목에 투자될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전략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그 이후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이익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하락세인 경우 이 방법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식의 평균 단가를 낮추면서 계속 매입한 금액보다 주가가 떨어진 후 '어느 한 시점에' 훨씬 더 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기 때문이다(900원, 800원, 700원에 각각 1주를 사는 것보다 700원에 3주를 사는 것이 더 싸다는 의미임).
 


하지만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정기 정액 구입방식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 20년간 코스피 주가는 추세적으로 계속 상승해왔고 따라서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믿음(도마뱀의 뇌가 던지는 추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앞서 살펴본 부동산의 경우와 마찬가지 오류임).

 

그런데 만일 당신이 구입한 펀드 포트폴리오에 '안 좋은' 주식이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사지 말아야 할' 주식을 계속 구입하는 지극히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이 된다. 나중에 다시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현재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적립식 펀드는 3년짜리다. 3년 안에 평균 구입단가 이상의 이익이 나올 수 있다고 과연 보장할 수 있을까?

 

도마뱀의 뇌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식이 하락장으로 들어서게 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주가가 계속 떨어지게 되면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심리)에 빠지게 되어 적립식 투자가 가지는 장점(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서둘러 '환매'를 함으로써 손해를 자초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장기불황의 여파로 펀드 환매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금년 3월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고, 환매 대기중인 물량만 2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펀드를 환매했거나 환매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2007년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 아니라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바로 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연도별 코스피 주가 상승률 추이 (한국 거래소) 직전 10년간 코스피 주가 상승률 (2009.11월 종가 기준)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위 그림은 과거 10년간 코스피(KOSPI) 지수 변화(연도별 주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짝수 해는 저조한 수익률을, 홀수 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연도별 징크스'라고 회자되는 또 하나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는 것에 불과하나, 일정한 흐름(Trend)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이 '과거의 흔적'을 믿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의 시장은 정말 다시 반복될까
 


그렇다면, 2010년에는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짝수 해는 수익률이 좋지 않으므로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혹은 평균 수익률에 영향을 받는 것은 '초짜들'이나 하는 짓이니 역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할까? 잘 모르겠다. 이 문제는 투자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 가정에는 매우 치명적인 오류가 숨겨져 있다. '과거의 시장은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2008년도에 발생한 금융위기와 주가 폭락사태는 과거 시장 흐름의 연장에서 생긴 반복적 현상이라는 것인가?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로 바뀔 수 있는 금융 시장에서 미래가 과거와 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올바른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들은 대단히 불규칙적이고 일관성 없는 시장 변동성을 거의 매일 경험하고 있다. 부동산, 주가, 금리, 환율 등 그 어떤 경제지표도 하나의 추세로서 '패턴화'할 수 없다. 만일 어떤 주식 전문가가 '올 하반기 코스피 주가는 이럴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사실관계로부터 비롯한 추론도 아니고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는 지극히 단순하고 무의미한 '가정'에 불과하다(확실성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의심이 가는 분이 있다면, 매년 초에 발표하는 전문가 추천 펀드 혹은 포트폴리오가 연말에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지 살펴보시기 바란다).

 

"진정한 위험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거시 경제적 변화에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심리, 즉 마음 안에 있다. 우리의 마음은 변화하는 사실들을 인지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금융의 미래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고, 과거 세대에 존재했던 환상의 시장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이 바로 경제적 진실이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도마뱀의 뇌)는 이 객관적 진실을 은폐한다. 변화가 일어난 후, 이미 너무 늦어 손해를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시장의 변화를 체감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가장 적절한 투자 방법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 번햄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 만일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가 작동되는 시장이 맞다면, 가장 '안전한' 투자상품이야말로 가장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저위험 투자전략'이 가장 좋은 재정운영 방법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금융 위험을 줄여라. 위험도가 크든 작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도마뱀의 뇌를 믿지 말라.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상은 불확실한 시장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