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움츠려도 기회도 많다

Fact/부동산 · 2009. 11. 30. 11:51



"부동산의 큰 장(場)은 지난해 10.29 대책으로 이미 끝났다. 하반기도 시계(視界) 제로다."(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팀장)

"거래를 억지로 막아 잠재수요가 언제 터질지 불안한 형국이다. 여전히 많은 시중 부동자금이 복병이다."(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안개 속이다. 전문가들도 전망하길 망설인다. 향후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시각을 같이하지만 '일시적 조정'인지, '장기 하락의 시작'인지는 딱 부러지게 관측하지 못한다. 다만 시장의 변수로는 대부분 정책을 꼽는다. 규제 강도와 정책 기조에 따라 시장의 향배가 판가름날 것으로 본다.

◆상반기 '거래 냉각'=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주택.상가 등 대부분 상품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아파트는 투기지역 지정 확대,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시장도 청약률 하락과 미분양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군데군데 '반짝 장세'가 있긴 했다. 고속철도 개통 등 호재에다 주상복합 시티파크의 분양 열풍이 몰아친 서울 용산구와 수도 이전 기대감에 부푼 충청권의 경우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투기지역 지정 등 규제로 4월 이후 주춤하고 있다.

토지는 일부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햇살이 조금 비쳤다. 충청권 땅값이 급등했고, 택지가 고갈된 수도권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반기도 지루한 장세=집값은 조금(1~3%) 내리거나 현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수급상황.정책.내수경기 모두 시장을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다. 분양가 원가연동제, 개발이익 환수제 등 메가톤급 정책이 대기 중이다.

국토연구원 김근용 부동산팀장은 "주택거래신고제 등 투기억제책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위원도 "주택시장은 규제.세제 강화로 자생력을 잃었다"며 "거래 부진 속에 집값은 3.3%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의 경우 후분양제의 본격 적용, 개발이익 환수제 등 악재가 겹쳐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 같다. 분양시장도 밝지 않다. 분양 물량은 26만여가구로 상반기보다 3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 조대연 팀장은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을 주는 사업장이 늘겠지만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분양률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양권의 경우 입지가 좋은 입주 임박 단지만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도 하락세가 예상된다. 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빈집이 많고 앞으로 입주할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등이 20만가구에 달해 전셋값 약세는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투자증권 이창근 건설애널리스트는 "집값 급락이 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정책의 속도조절이 예상된다"며 "급락보다는 중장기적인 하향 안정세가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정책 변수 제대로 짚어야=최대 변수는 정책기조의 변화 여부다. 하반기에도 부동산값 안정이라는 정책방향은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다만 급격한 경기위축을 우려해 하반기에는 다소 유연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주목할 만하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분양가 원가연동제와 개발이익 환수제다. 이들 제도는 메가톤급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장성각 상무는 "부동산 공개념과 분양가 규제조치 등은 시기.강도에 대한 조절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세제 강화도 변수다. 이미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주택거래신고제로 취득세가 급증했다. 또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등이 예고돼 있다. 종합부동산세가 내년에 도입될 경우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난다.

금리와 모기지론 출시에 따른 주택금융 활성화 여부도 짚어볼 대목이다. 금리는 기업의 투자수요가 많지 않아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금융계는 본다. 오르더라도 폭이 제한적이어서 부동산값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길게 보면 기회=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할 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에게 하반기는 시련의 시기가 될 것 같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급증하는 거래비용.세금과 정책 변수를 감안하면 큰 투자수익을 얻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실수요자에게는 하반기가 기회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수도 이전 기대감이 큰 충청권, 다음달 1일부터 청약신청을 받는 화성 동탄신도시, 강북 뉴타운 등 개발재료가 있는 곳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여윳돈이 많은 경우 개발지역 주변의 땅에 선별 투자하고, 소액 투자자라면 7%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rto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