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허와 실

Fact/부동산 · 2009. 11. 30. 13:24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상품’. 주상복합 아파트의 명패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평가도 엇갈렸다.
아파트를 대체할 고급 주거상품이라는 긍 정적 평가에서부터 우리 주거문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틈새상품에 불과하다는 냉소의 시각이 공존했다.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 열기 뒤에는 늘 ‘거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계약자 중 절반 이상이 초기에 분양권을 되팔 정도로 가수요가 많이 개입됐다.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서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1차와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 팰리스 1차가 입주하면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보는 눈들이 사뭇 달라졌다.
특히 타워팰리스 입주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기록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타워팰리스는 단지 내 편의시설과 부유층의 ‘훼밀리타운’ 형성으로 값이 분 양가의 두 배 넘게 치솟았다.
타워팰리스 효과는 무서웠다.
분당 신도시 등의 주상복합 아파트조차 값이 덩 달아 올랐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단기 차익을 노린 가 수요가 주류를 이뤘지만 분양 현장마다 이어지는 청약 행렬을 평가절하 할 수 만도 없게 됐다.
한때 주상복합 아파트가 시중 단기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소비자 인식도 바뀌었다.
일반 아파트보다 쾌적성은 떨어지지만 편리성과 사생 활 보호 측면은 더 낫다는 시각도 있었다.
주상복합은 변종 주거상품일 뿐이라 는 편견이 줄어들고, 아파트 못지 않은 신(新)주거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품성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 측 면에서는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만 높고 계약률이 낮은 ‘속빈 강 정’이 적지 않다.
역세권·조망·브랜드·단지 규모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
입주 물량도 많다.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에 입주한 주상복합 아파트만 1만20 00여가구에 이른다.
2002년의 3배가 넘는다.


■기로에 선 주상복합 투자■

가장 큰 악재는 규제다.
그동안 주상복합 아파트에 청약 인파가 몰린 것은 단 기차익을 노린 가수요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장 근원적인 요인이 약화됐다.
청약 자격 제한과 분양권 전매 제한을 적용해 가수요자가 발붙일 틈새가 좁아졌 다.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청약 규정이 일반 아파트와 같다고 보면 된 다.
지난 3월 30일 이후 분양승인을 신청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청약통장 가입 자를 대상으로 분양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무주택 우선 공급 등을 적용한다 . 청약통장을 쓰다 보니 청약 1순위 제한도 일반 아파트와 같다.
청약 순위(1 ∼3순위) 안에서 당첨될 경우 그로부터 5년간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순위로 청 약할 수 없다.
서울과 인천의 경우,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동시분 양에서 일반 아파트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주거 면적 비율이 줄어드는 것도 수요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상업지역 주상복합 건물의 최대 주거면적비율이 50% 안팎으로 줄어들 어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성이 떨어졌다.
그만큼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
300 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에 대해 분양가의 0.8%에 해당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물 리는 것도 분양가 상승 요인이다.
주상복합 아파트도 진입도로나 어린이 놀이터, 노인정 등과 같은 복리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분양 보증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건설비용 이 10∼15%는 늘어난다.


■정보업체 시세 ‘왔다갔다’■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세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통상 민간 부동산 정보업 체가 시세를 조사하는데, 한 단지를 놓고도 어느 업체는 올랐다고 하고, 어느 업체는 내렸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A사는 서울 서초구 현대슈퍼빌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1억1000만∼1억75 00만원이 뛰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86평형이 1억7500만원 올라 15억∼23억 원, 90평형이 1억5000만원 상승해 16억5000만∼25억원 선이라는 내용이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한 달간 5000만∼2억2500만원 올라 타워팰리스 2차 90평 형이 28억∼29억원 선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자 다른 정보업체가 곧바로 맞받아쳤다.
B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상복합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일반아파 트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업체들 조사 방식과 고가 주상 복합 아파트 거래 특성이 그 중 하나다.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는 본디 거래가 많지 않다.
거래가 된다 해도 정확한 가격이 알려지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업 소에 알려진 거래 가격도 허수가 있다.
요즘처럼 시장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급매물로 싸게 팔아도 해당 단지의 시세에 영향을 줄까 봐 ‘쉬 쉬’ 한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공식 시세를 산출하기 어렵다.
상한가와 하한가의 폭이 크고, 거래 당사자들의 사정에 따라 호가가 들쭉날쭉한다.
물건 하나가 거래되 면 호가가 1억∼2억원씩 오르내린다.
솔직히 중개업소들조차 확실한 가격을 모 를 정도다.
” (도곡동 S부동산 관계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소마다 호가가 다르고,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를 하 는 정보업체들의 시세 데이터는 원천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학적 이고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가 여과 과정 없이 유포돼 소비자들의 매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주상복합 잘 고르는 법■

우선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세 속성을 알아야 한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주 시 점에 가치가 본격 반영된다.
초기부터 값이 오르는 경우는 입지 여건이 아주 좋은 곳이 아니고는 드물다.
입주 시점에는 일반 아파트와의 선호도 차이가 줄어든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축 미학과 편의성에서는 일반 아파트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 는 성냥갑 모양의 일자형 배치가 주류인 반면 주상복합 아파트는 타워형 고층 이 많아 서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이 다 올라가면 이런 외관이 고급스 러운 이미지를 풍겨 소비자들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둘째, 주상복합 아파트는 단지 규모·조망·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
주상복합 건물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거주 공간과 사무 공간이 섞여 있으면 주거 환경이 떨어진다.
따라서 주거 동(棟)과 사무 동이 분리된 주상복합이 좋다.
그러려면 대단지여야 한다.
또 도심 주거 상품인 만큼 역세권에 있어야 한다.
단지 주변에 공원·하천·호 수·산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브랜드는 아주 중요한 투자 변수다.
일반인들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투자의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검 증된 브랜드가 아니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인기 있는 주상복합 단지를 둘러보라. 모두 내로라하는 브랜드를 달고 있지 않은가. 셋째, 시세를 따진다면 고층일수록 좋고, 임대 목적이라면 저층부도 괜찮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나은 것은 조망이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조망이 시원한 고층과 저층의 가격차가 매우 크다.
시세 등락에 민감한 이들은 구입비용이 더 들더라도 높은 층을 택해야 한다.
임대 수익이 목적이라면 굳이 가격이 비싼 고층을 고집할 까닭이 없다.
소형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저층부가 더 임대가 잘 되는 경우가 많다.
고층일수록 분양은 잘 되지만 임대는 보증금이 싼 낮은 층부터 나간다.


<성종수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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