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입주 아파트 등기 미루기 성행

Fact/부동산 · 2009. 11. 30. 11:57


잔금 덜 내고 분양권으로 팔면… 취득세.등록세 등 안 물어
'취득' 판정 땐 되레 세금 중과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S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는 박모(43)씨는 올 봄부터 내놓은 분양권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 많다. 투자용으로 분양받아 분양권 전매가 목적인데 잔금을 내면 취득.등록세를 내야 하고, 그렇다고 안 내자니 조만간 입주 기간이 끝나 잔금 미납에 따른 연체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위 조언에 따라 연체료라도 줄이려고 200만원만 남겨놓고 잔금을 모두 납부할 생각인데 문제는 없을지 걱정이다.

최근 분양권 전매가 1회 이상 가능한 새 입주 아파트에 잔금 일부를 남겨놓고 등기를 미루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투자용으로 분양받아 분양권 전매가 목적인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가 뚝 끊기자 잔금을 남겨서라도 분양권 상태로 팔기 위해 버텨보려는 것이다. 분양권 형태로 팔아야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고, 1년 이내 단기 양도로 안 봐 양도세도 줄기 때문이다. 입주 기간이 지나면 회사에 잔금 미납분에 대한 연 10% 이상인 연체료를 물어야 해 이 부담을 줄여보자는 계산도 있다.

용인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의 잔금만 남겨놓고 팔릴 때까지 기다려도 괜찮으냐는 식의 질문이 많다"며 "과거에는 분양권 거래가 잘돼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경기 침체로 전매가 안 되고 전세도 안 나가자 이 같은 편법이 성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W부동산 관계자도 "어차피 전매할 건데 연체료라도 줄일 생각에 수백만원 내지 1000만원 정도의 잔금만 미납했다가 팔겠다는 사람이 늘었다"며 "일부 1가구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부담 때문에 등기를 피하려는 속셈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잔금을 너무 조금 남겨놨다간 큰코 다칠 수 있다.'취득 후 매도'로 인정되면 취득.등록세는 물론 가산세나 과태료 등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등기 전매로 간주돼 양도세를 분양권으로 팔았을 때(양도 차익의 9~36%)보다 높은 양도 차익의 70%나 내야 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잔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분양권으로 봐야 하지만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고의로 잔금을 남기는 행위는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며 "분양대금의 5% 이하를 남겨놓은 것은 잔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물론 일선 지자체마다 취득 후 매도로 보는 기준이 다르지만 점차 이 같은 편법행위를 단속하는 추세여서 조심해야 한다. 용인시의 경우 미납액이 잔금(통상 전체 분양가의 20%)의 10%를 넘지 말도록 권하고 있고, 화성시는 전체 분양가의 10% 이상은 남겨둬야 분양권으로 인정해 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양가의 몇%, 잔금의 몇% 식으로 못박으면 그 즉시 세금 회피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세 형평 차원에서 건별로 달리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용승인을 받은 새 아파트를 분양권 형태로 전매할 때는 반드시 해당 지자체가 허용하는 잔금의 범주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서미숙 기자<seom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