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춥지만 '부동산 펀드'는 뜨겁다

Fact/부동산 · 2009. 11. 30. 11:59



신상품 속속 등장…투자자 1만명 대기
원금 보장, 중도 환매 안 돼 주의해야


부동산시장 불황 속에서도 부동산펀드에는 투자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달 중 맵스자산운용 등이 내놓을 2차 상품 6~7개에 1만여명의 투자자가 대기 중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한다. 모집금액이 늘어나고 사모펀드 등 신상품이 등장하는 등 펀드 내용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가.개인에게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달까지의 판매액은 1400억원에 이른다. 시장 반응이 좋자 뒤늦게 뛰어드는 자산운용사도 많다. 그러나 수익을 낼 만한 투자 대상이 많지 않아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질 경우 환매 시점에 적잖은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상품.사모펀드 2라운드 경쟁=지난 6월 1차 상품에서 '홈런'을 친 맵스.한국투신.KTB자산운용 등은 이달 중 2차 상품을 내놓는다. 투자 대상이 신도시.택지지구 등으로 1차 상품보다 인기 지역이 많다. 일반인에게 공모하지 않고 기관투자가.법인고객 등 특정 투자자에게만 파는 사모펀드도 나온다.

맵스자산운용은 공모형.사모형으로 나눠 300억원씩의 부동산펀드 2개를 선보인다. 공모형은 충북 오창지구 아파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특정 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또 하나는 사모펀드다. 서울 시내의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한 뒤 임대하는 형태다. 김승길 마케팅 팀장은 "2, 3호 상품 대기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며 "내년 3월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펀드 4~6개를 더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은 500억원짜리 사모펀드를 선보인다. 파주신도시 아파트 개발사업에 투자하는데 수익률이 연 7.5% 이상으로 공모형보다 높다. 안홍빈 부동산팀장은 "향후 출시할 300억~500억원짜리 펀드 2~3개를 포함해 투자 대기자가 1000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마이에셋자산운용도 350억원짜리 펀드를 이달 시판한다. 경기도 화성의 아파트 분양사업에 투자해 연 8%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KB자산운용.LG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등도 9~10월에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장밋빛만은 아니다=펀드의 성패는 이익을 낼 물건을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신상품에 대한 투자열기만 믿고 상품을 내놓고 있어 환매 시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발매한 1호 상품의 경우 경기도 파주의 전원형 빌라, 용인 신가동 아파트 등에 투자하는데 분양성이 썩 좋은 곳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내년 8월 분양할 파주 빌라의 경우 32평형 분양가가 3억8400만원으로 잡혀 있어 주변 시세를 웃돈다. 맵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직접 개발이 아닌 대출 형태고 시공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둬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이 안 될 경우 시행사.시공사는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더피앤디 김병석 사장은 "요즘 부동산펀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투자자가 손해 볼 위험은 적다"면서도 "분양성이 확실치 않은 상품을 대상으로 한 펀드가 늘 경우 분양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짚어볼 것들=부동산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펀드가 투자할 사업의 위험성과 안전장치를 꼭 짚어봐야 한다. 운용기간이 2~3년이고 중간에 환매할 수 없다. 특히 빌딩.상가 등을 사서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사모형 펀드는 5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므로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 분양 수익을 돌려줄 때 시행사의 사업이익과 시공사의 공사비보다 펀드의 대출원금을 먼저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분양이 안 될 경우 투자자가 손해 볼 수 있다. 사모펀드는 공모형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크다. 정부의 사전승인과 감독 없이 모집하기 때문이다.

성종수 기자<rtop@joongang.co.kr>